겨룰 수 있지만 나서지 않는다. 이길 수 있지만 겨루지 않는다. 얻을 수 있지만 욕심내지 않는다. 순리대로 시간이 이끄는 대로, 안되면 기다리는 것이지 무리해서 취하지 않는다. 이것이 ‘큰’ 선배들이 내게 가르쳐준 단 한가지 배움이다. 젊어서 성공한 사람들은 매우 똑똑하지만 여전히 오만하다.

최근 여러 큰 어른들의 식사 자리에 낄 일이 있었는데 참으로 많이 배웠다. 어른들은 괜히 어른이 아니다. 맨날 선배 세대만 모시고 살다가 그보다 더 위의 어른 세대를 보니까 또 엄청난 연륜이 켜켜이 더 쌓여 있음을 느끼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참 배움의 세계는 끝이 없다. 사람이 가장 많이 알 때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영원한 미완의 세상을 위해 약간 완성된 존재는 그만 사라져 주어야 하는 것이 운명은 아닌가 한다.

최근 술자리에서 내가 현장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나 나의 이야기가 별반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큰 충격에 빠졌었는데 충분히 의미있는 이야기로 듣고 반성하기로 했다. 사람이 같은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면 과거에만 휩싸여 ‘꼰대’가 되기 십상인 것 같다. 현재를 직시해야 하는데 나도 맨날 과거가 이랬느니 저랬느니 하고 앉았다. 나이도 젊은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명확히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잘 계획해야겠다. 어영부영 오늘을 살면서 과거와 비교만 하고 있었다. 더 오래가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더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기 위하여 깊이 반성하고 열심히 살 일이다.

이론은 그대로 적용하기에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지만, 최소한 알고 있으면 타인들을 설득할만한 근거로는 필요할 때 의미있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요컨대,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IT 제품의 핵심은 사용자 행위에 대한 컴퓨터의 반응인 것 같다. 좋은 UX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행위를 하는데 있어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쉬운 이해도), 그렇게 컴퓨터에게 전달한 행위에 대해 반드시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는 어떤 반응이 튀어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기획을 보고 있노라면 사용자 액션을 취했는데 리액션이 없거나 사용자가 인지하기에 너무나 미온적인 경우가 있다. 사람과 컴퓨터 간에 시원시원한 액션-리액션이 좋은 UX의 본질인 것 같고, 그걸 구현한 제품이 결국 좋은 제품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도 여전히 한참이나 멀었다. 요 근래 우리가 만든 제품들보다는 월등히 뛰어나지만 아직도.. 여러모로 좋은 제품 만드는데는 갈 길이 참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