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사람들이 미안하다, 잘못했다, 개선하겠다 하는 말들을 왜 그리 꺼내기 어려워할까? 나는 대표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때로는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를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사안에 대해 내게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말하면 끝날 사람들이 그 말을 하지 못해 더 큰 문제로 키우는 것을 많이 봤다.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학교나 회사나 동아리나 사회모임이나 어딜가나 겪은 일이다. 왜 우리는 먼저 ‘미안하다’, ‘잘못했다’ 말을 못하나? 그 말이 뭐 그리 대수라고. 훌륭한 사람은 미안하다 잘못했다 해도 남들이 인정할 것이고, 무능한 사람은 자기가 아무리 꼿꼿이 자존심 세워도 남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게 아니라 능력이 밥 먹여 준다. 일할 기회가 있어야 내 능력 검증하고 발전시키고 하는데, 사람들이 나랑 일하고 싶어야 일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들이 나랑 일하고 싶으려면 어찌 해야 하나? 내가 잘못한건 쿨하게 먼저 사과하고, 일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 나오면 같이 나누고 하는 것 아니겠나. 사소한 잘못이라도 잘못 인정 안하는 사람과 누가 일하고 싶을 것이며 그럼 어떻게 성장할 기회를 얻으며 어떻게 훌륭한 사람이 되겠나. 모든 것의 시작은 진정한 자신감으로부터 나오는 솔직한 반성과 겸손에서 나온다. 잘못했다고 말하면 연말 인사고과가 나빠질까봐 상사에게 잘못했다 말하지 못하나? 내 장담하는데 잘못이나 실수가 있으면 먼저 미안하다, 잘못했다 말하는 사람이 잘못 하고도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회사에서나 세상에서나.

Back to basis

내가 스스로 철저한 계획을 하지도 않고, 기회와 요행만 바랬다는 반성을 해본다. 그래, 남이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해보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내가 꼭 했어야 했던 것들을 다시 치열하게 고민하고 하나씩 담담히 실행에 옮겨보자. 오늘부터 난 다시 “back to basis”. 고난과 시련은 항상 성장을 위한 기회다.

겨울이 오고 있다.

예전에 어디선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장 먼저 죽은 사람들은 희망으로 가득찬 사람들이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니 다들 알고 있겠지만 내용을 소개하면 막연한 희망으로 ‘봄엔 나갈 수 있겠지’, ‘가을쯤엔 나갈 수 있겠지’ 하다 지속되는 희망의 좌절로 죽어 나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우슈비츠에서 끝내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가슴 속엔 희망을 품되 머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번 봄엔 못나간다. 가을도 틀린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언젠간 나간다.’ 이런 마인드를 가졌었다 한다.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결국 이런 후자의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여전히 현실적 대안 없이 전자의 희망찬 마인드만 품으며 살아 왔는데, 그럼 정말 안될 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매서운 겨울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