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선수의 기준

회사가 동시에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어디서든 구멍 안내고 성공하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진짜 선수들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근성은 제작자의 기본이겠지만 여기서 진짜 선수냐 초짜냐를 가르는 기준은 첫째 내가 일 처리하는 과정을 팀 전체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느냐와 둘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느냐인 것 같다.

자신감이 없을 때 흔히 CC나 BCC가 잔뜩 걸려있는 메일에 개인적으로 회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다른 관계자들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큰 방해를 하는 것이다. 자기 일 처리 방법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자신없어 하다가 더 큰 것을 놓치게 된다. 회사 일은 완전히 투명해야 한다. 지겨울 정도로 CC, BCC를 많이 쓰는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서로 신뢰하는 조직의 전제는 전사적으로 심할 정도의 over-communication이다.

또 흔히 일을 하다보면 내 관심이 더 가는게 있고 아닌게 있어서 관심가는 일 하다가 덜 가는 일 처리를 잊거나 아주 늦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대단히 실망스러운 경우다. 회사를 자아실현의 장소로 쓰려는 사람에겐 응당 그럴만한 자격이 필요하다. 그 자격은 다른게 아니라 어떤 일을 맡겨도 빵꾸나거나 늦어지지 않는다는 팀의 강력한 신뢰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내게 맡겨진 일이 늦어지거나 구멍나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게는 그 어떠한 큰 일도 맡길 수가 없다. 그러다보면 내가 하고 싶던 일까지 날아가 버린다. 진짜 선수는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동일한 신뢰 수준에서 마크해야 한다.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일을 맡지 않거나 말이다.

멀티태스킹도 그럴 자격이 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여러 사업을 하는 조직의 핵심은 팀내 누구에게 일을 맡겨도 절대 빵꾸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을 깨버리면 절대로 안된다 절대로. 밤을 새든 주말에 나오든 나로 인해 타 멤버와 파트너사의 일정이 지연되지 않게 해야 하고 그런 내가 일하는 과정은 잘하든 못하든 모든 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하는건 지적받아 발전하고 잘하는건 인정받아 신뢰를 더 쌓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혼자서만 일하는건 회사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주어진 일 못하며 하고 싶은 일만 쫓는건 동아리 학생과 같은 일이다.

제작사에서 일한다고 다 진짜 선수는 아니다. 비인기 제품 맡았다고 초짜인 것도 아니다. 나에 대한 평가와 신뢰, 그리고 기회는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지금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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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진짜 선수의 기준”

  1. hgmin Avatar
    hgmin

    안녕하세요, 정말 예전에 대학교 후배님으로 뵈었었는데, 지금은 인생 선배님으로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 어느 누구보다 더 잘 말씀해주셔서 큰 각성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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