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

작은 사업 하나 만드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한다. 더불어 무엇이든 작은 것이나마 자기 일을 만들고 잘 해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도 가진다. 내가 했던 일 역시 작은 그런 일이었지만 멀리 빠져서 보니 새삼 남 훈수 두거나 저런건 나도 하겠다느니 짜쳐서 안한다고 했던 모든 일들이 저마다 얼마나 소중하고 어렵고 위대한 일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어려도 한참을 어렸던 것이다.

자기가 무슨 작은 일이든 직접 업을 일으켜 세워 본 사람이 아니면 남의 어떤 작은 일에 대해 감히 무시하거나 야유할 자격이 없다. 물론 내 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남의 일 평가할 자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냥 다들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거지. 온전히 제 손으로 일을 일으켜 보기 전까지 그걸 자기도 맘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훈수 둘 게 없어진다. 할 말도 없고 해도 그게 정답일 리 없고 정답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자기 일을 작게라도 도전하고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존중해 마땅하다. 구멍가게에서 발로 뛰는 자영업자가 독방에서 훈수만 두는 명망가보다 훨씬 실존한다. 그런 사람들을 리스펙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나는 아직 그저 생각하는 미물일 뿐이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

책을 많이 읽어 아는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 나를 마주하는 것도 비슷하게 중요한 일 같다.

나를 마주하게 되면,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런 결정을 했고 어쩌다 사람을 잃었을까? 왜 그런 실수를 했고 내 삶을 곤경에 빠뜨렸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이다. 지금도 내 머리 맡에는 숱한 책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 중에는 내 과거와 내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실은 나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나의 과거, 내가 살아온 궤적과 잘못들이 아니겠는가. 조용히 눈 감으면 그 안에 내가 만나온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고, 나의 오만함과 성급함, 그리고 어설픔이 있다.

남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소중한 것들이 눈을 감으면 순간 훅 하고 다가오는 것이다. 하여 비교적 정신이 또렷한 밤에는 책을 들추기 보다 일부러 내 과거로 훌쩍 여행 다녀올 때가 있다. 거기서 내가 잘못했던 사람에게 사과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은 용서하고, 나의 어설픔에게는 그저 싱끗 미소 짓고는 도망치듯 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어느 때인가 일이 잘 안풀리기 시작하면서 환경 탓도 해보고 시절 탓도 하고 주변 사람들 탓도 많이 했더랬다. 가슴 속을 쳐다보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는데 그게 누가 내게 잘못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시기고 질투고 자존심이고 유약함이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아무도 내게 위해를 가한 사람 없었지만 나 혼자 스스로를 점점 더 유리방 안에 가두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에, 잘 알지도 못하며 거드는 말 한 두마디에 크게 좌우되며 위축됐던 것 같다. 실은 충분히 의미있게 노력하며 재미있게 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위축될만큼 좋은 사람이 주변에 남지 않은 것도 아니요, 과거 잘못과 실수를 반복해 짓고 살만큼 앞만 보고 산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 상대적 비교였다. 남들이 한다고 착각했지만 내가 스스로 한 것이다. 실은 사람들은 남의 삶과 성취에 큰 관심이 없었다. 있어봐야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과 스스로의 만족만이 있을 뿐이었다. 행복과 충만에 이르는 길은.

군 생활이 나에게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충분한 시간을 준 것 같다. 이제 나는 자주 과거로 돌아가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하고, 내 마음이 스스로를 남과 비교해 불행해 하지 않게 감사하며 기뻐할 줄도 안다.

환경 탓, 시절 탓 하기 전에 나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더 힘든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주변 사람 탓 하기 전에 이 말을 항상 되뇌인다. ‘내 주변 사람들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 이제는 주위에 남은 소중한 한명 한명의 사람들과 어떻게 기쁨을 더 오래 같이 나누며 살아갈까를 고민한다. 더 보람찬 일을 어떻게 하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지를 구상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점점 더 내면의 나와 만나고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나는 하루하루 조금씩 더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장의 능력

사장의 역할에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는 업력과 관계없이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적절하고 빠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을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고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장이 직접 뛸 필요도 없고, 말을 특별히 잘하거나 글을 뛰어나게 잘 쓸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의사결정은 잘 해야 한다. 처음부터 업력이 긴 사장은 없으므로 사장 역할이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은 빠르게 해야 하며 잘 해야 한다. 그걸 잘하면 초보라도 사장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고 그걸 못하면 아무리 오래 사장질을 했다더라도 그냥 무능한 것이다. 의사결정의 품질과 그 의사결정대로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설득력, 이 두가지가 결국 사장의 모든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만들어 갈 미래가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 군에 오고 가장 큰 심경의 변화는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 신경 쓸 필요를 못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아가기에도 내가 숨 쉬는 백 년은 너무나 짧다. 이제 나에게 열심히 일하며 살아갈 날이 한 40년 정도 남았으려나? 그 안에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키우고 부모님도 챙기고 또 언젠가 보내드리고 할 일이 참 많을 것이다.

나라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의미 있는 내수 규모가 있는 것도 아니며 아이도 낳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어떤 사업을 어떤 형태로 해야 남은 40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무래도 정치보다는 경제가 국부 창출을 통한 사회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한 문제와 이슈에의 기여도 이 작은 나라의 정치인인 것보다 경제인이라야 보다 크게 일조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를 만들어 일정한 주기로 파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한 회사를 세워 영속 가능하고 큰 회사로 만들려면 거시가 받쳐주어야 한다.

거시가 일본을 따라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지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 최대 기업 완다의 성장 과정을 다룬 책을 보았는데 역시 그냥 나라가 30년간 두자릿수 성장율을 유지한 덕이 컸다.

우리나라의 삼성 현대 대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없던 신흥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다. 그러나 성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5천만의 작은 인구. 같은 노력을 해도 누구는 14억 대상, 여전히 연 8%대의 성장의 혜택을 누린다.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나라에 가서 사업을 해야 한다.

물론 여간한 나라에 이미 화교 자본이 다 들어와 우위를 점하고 있고 그러지 않은 나라는 아직 GDP가 너무 낮아 별로 할만한 사업이 없다지만 그런 문제야 노력으로 다 극복할 수 있다 쳐도 내가 사업가로서 외국인 핸디캡이 있다는 것은 주지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80년대의 한국에 태어났거나 2000년대의 중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는 어쨌든 작금의 현실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야 하리라.

갑자기 내수 인구를 늘리고 장기성장율을 높일 통일과 같은 거시 변수야 내가 그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인구 감소와 노인 증가 같은 이벤트야 이미 널리 알려진 당연한 미래이므로 이런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내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을 안다.

결국 대기업이나 영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은 그때그때 시대에 필요한 작은 내수 기업을 만들어 빠르게 수요에 대응해 팔고 빠지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리스크를 줄이고 고효율을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나 문제는 내가 회사를 그때그때 만들어 팔고 싶지가 않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저성장 저출산의 싸늘한 거시 환경 속에서도 한 회사를 쭉 하고 싶다. 높은 성장도 구가하면서…

참으로 앞뒤가 안 맞는 꿈이지만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쉬운 문제였으면 앞서 요란한 수업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잡고 만들어 갈 앞으로의 회사, 사업, 계획들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