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그곳을 향한다

할 수 있는걸 다 하면 안된다. 우리에게 기회로 보이는 많은 것들은 실은 엄청나게 많은 오퍼레이션 코스트가 든다. 아주 큰 일 하나면 작은 일 수십개보다 훨씬 크게 세상에 영향을 준다.

돈은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눈을 그만 멀게 한다. 따라서 정말 높은 차원의 자아실현욕을 가진 사람들은 가정을 지킬만큼의 월급이 나온다면야 스스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마음을 굳건히 다잡아야만 한다.

당장 눈 앞에 몇 푼 벌 기회가 있다고 흔들려 그 일만 부나방처럼 쫓다보면 더 큰 일을 상상하고 준비할 시간과 기회를 금방 날려버릴지 모른다. 자기가 진정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지조차 모른채 말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알량한 돈과 오만함에 취해 사라져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나도 사람인지라 이따금씩 흔들리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다.

더 원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눈 앞의 모든 사소한 기회를 쫓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이 탐욕을 쫓을 때 철학을 세우고 거기 마음을 같이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건전히 하나씩 실행해 나갈 때 그 회사는 존재의 의미가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르게 실행할 것이다. 우리의 행보는 반드시 우리가 일하는 분야의 모든 회사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결코 무리한 탐욕에 빠지거나 불필요한 일을 오로지 돈 때문에 하거나 우리만 잘되자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경쟁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헐뜯고 우리의 본심을 깎아 내리려 하겠지만, 시간이 결국 모든 것을 증명해준다. 내가, 우리 팀이 얼마나 진지하게 다음 차원의 제품 수준과 윤리 수준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가는 먼 훗날 시간이 설명해 줄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건전하고 건강한 회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본격적인 첫 장을 이제야 시작한다. 준비하는 지난 반 년간 두 번은 다시 못할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그래도 아주 훌륭한 팀원들과 한 배를 타고 출발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를 믿고, 이 분야의 미래를 믿고 함께 한 배를 타준 능력자들에게 망망대해의 출발선에서 깊은 의지가 된다. 어떠한 어려움도, 어떤 원대한 꿈도 이들과, 그리고 계속 합류중인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라면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여기서 필요한 것은 조급함을 갖지 않고 계속 우리가 찍은 길을 가는 것. 그리고 그 길을 굳건히 잘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리는 것일테다.

또 한번 과분한 사람들이 우리 배에 오른다. 누군가는 타고 누군가는 못탈 것이다. 지금 팀이 열여섯이 될 때까지 적어도 삼백명은 만나 인터뷰를 했다.

화려한 스펙이 탐나는 사람도 아쉬움 잔뜩 안고 떨어뜨렸다. 열정 넘치고 이 분야에 푹 빠져있는 사람도 너무 아까워하며 떨어뜨렸다. 과거 위자드였다면 양쪽 다 당연히 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은 스펙이 너무 과해서 언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사람도, 이 분야에 너무 빠져 균형감을 상실한 사람도 아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은 이 분야를 좋아하되 한계를 냉정하게 아는 시각. 내가 이 분야 최고들의 집단에 합류해 맡은 사업은 1등 시키겠다는 명확한 목표. 그리고 다른 어디에도 갈 수 있지만 오직 이 곳에 합류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

이런 것들을 가진 사람이 다시 우리 배에 초대되어 가장 멀고 험난한 항해에 함께 도전하게 될 것이다.
경쟁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시장이 있어 보이는 곳에 일시적으로 많은 회사가 태어났다가 다시 먹을게 없어 줄어든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실력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살아 남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게임이다.

그러려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급한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배가 사라져야 하는 날까지 고려해 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찌 한 사람 한 사람 초대하는 일이 소홀해질 수가 있을까? 계속 우리 팀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조금의 타협도 없이 최고만을 태우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믿음이 또한 그대로 이 팀의 일원임이 엄청난 자부심이자 책임으로 각자에게 와닿으리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 또한 이런 팀의 일원임에 깊은 자부심과 용기를 갖는다.

지금으로부터 11년 5개월 전, 내 전 회사인 위자드웍스를 시작히며 블로그 첫 글을 아래와 같이 남겼었다. 신기하리만치 지금 감정과 동일하다.

나는 적어도 버티는건 바다 저 끝까지 가 보았는데, 이번 항해도 버티는건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있다. 버티다 보면 지금 같이 뛰는 선수들은 어느새 다 바뀌어 있다.

다시, 10년쯤 지나 이 글을 꺼내볼 날을 상상하며 기록해둔다.

“부디 앞으로 체인파트너스의 행보가,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