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들

소통은 나에게는 사명이다. 주주와의 소통, 직원들과의 소통, 그리고 외부 커뮤니티와의 소통 모두가 중요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외부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위한 글을 써본다. 몇가지 우리의 이야기들이다.

#1. 데이빗

데이빗은 당초 7월 1일 오픈을 예정하고 티저 사이트를 열었지만 8월 1일로 연기되었다. 당시의 연기 사유는 데이빗팀이 업무 규모 예측을 잘못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한 차례 9월 중순으로 연기되었다.

이번 연기의 이유는 후발주자로서 사업 모델을 더 날카롭게 하기 위함이다. 즉 이번에는 예정대로 출시가 가능했는데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팀이 고심 끝에 스스로 선택했다.

두번의 오픈 연기로 데이빗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은 단톡방을 통해 많은 걱정을 표했다. ‘약속 어기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며 방을 떠나신 분도 있고, 데이빗과는 큰 상관이 없는 EOSYS에 대한 BP 투표 철회를 하신 분도 계시다.

두번이나 연기된 것은 최종 책임을 지는 나의 무조건적 잘못이다. ‘이럴거면 티저 모집은 왜 그렇게 빨리 받았냐’는 비난도 다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데이빗은 매우 잘 개발되고 있다.

국내 최상위 거래소도 최근까지 지갑을 직접 개발할 여력이 없어 남의 지갑을 이용했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많은 거래소도 남의 솔루션을 사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데이빗은 기술 부채가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그만큼 유리할 것이다.

급하게 출시하기 위해 언젠가는 대체해야 하는 어떠한 남의 것도 가져다 쓰지 않았다. 거래소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내장했고, 심지어 무척 빠르다. 보안에 대해서도 각별히 공을 들였고 나중에 무엇 하나 덜어내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다.

지금 세상을 호령하는 듯한 바이낸스도 출시된지 채 1년이 안됐다. 거래소 비즈니스는 언제나 엎치락 뒤치락 하고, 여러 정부는 이제야 거래소 라이센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러 부분을 빌려다 쓴, 기술 부채가 허다한 거래소가 라이센스를 받게 될까? 아니면 기술과 보안이 완비된 거래소가 받게 될까?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너무나 죄송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정도를 걸으며 좋은 거래소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 시장이 알아주고, 반드시 빛을 보는 날이 온다는 것이 내가 지난 18년간 제품을 개발하며 배운 점이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진보된 기술로 만들고 있다. 시장이 우리 제품에서 명확한 다름을 느끼게 되면 반드시 널리 쓰이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날은 데이빗팀의 사기가 텔레그램 방에 올라오는 비난에 다소 영향을 받는듯 했다. 그래서 부득이 텔레그램 방을 관리자와 고객들간의 소통 채널에서 고객들 서로의 소통 채널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하여 어느 날부터 열심히 대답하던 관리자가 더 이상 응답하지 않는다.

외부 소통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관리자의 답장을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 무척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아직 출시되지 않은 거래소가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도 (마치 지금 오픈일을 예고했다 지키지 못해 실망시킨 것처럼)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부득이 이 부분은 더 이상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출시 전까지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2. EOSYS

우리가 지난 3월 1일 야심차게 EOS BP 선거에 출마한 이후 3개월간 한바탕 축제를 치르듯 선거를 치뤘다. 그 안에는 정치도 있고, 의리도, 낭만도, 또 어둡거나 음습한 부분도 많았다. 국회의원 선거는 한번 당선되면 4년을 가지만 이 선거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 치르는 선거다.

그러다보니 까딱하면 멘탈이 무너진다. A와 B가 연합을 하면 스트레스고, 다시 우리가 C와 연합을 할 수도 있다. 누가 누구와 친하게 지내며 무언가를 개발하면 우리도 다른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고 누가 누구와 클럽을 가면 우리는 다른 누구를 데리고 식당을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EOS 발전과는 무관한 정치와 친목과 접대, 때로는 향응과 패거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힘이 있는 누구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누군가 우루루 모여 새 체인을 만들 때 참여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EOS 발전과 연관되어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이 일에서 한발 물러나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이런 일련의 활동이 일 잘하는 것과 크게 관련이 없으며 결과 또한 너무 예측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누가 표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표가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인다고 찍어주지도 않는다.

다른 후보 누구와 친해져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모두와 친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또한 절친이 된다고 확실히 우리가 BP가 되는 것도 아니다.

BP들은 서로가 서로의 제품을 이겨야만 살아남는 똑같은 지갑과 블록 익스플로러를 만들고 있으며 어쨌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21위 안에 들어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을 내가 4년에 한번도 아니고 1년 365일 계속 하고 있을 수는 없다. EOS 블록체인은 충분히 새롭고 실용적이며 당분간 유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scalable한 블록체인이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심지어 언제까지 예측 불가능할지 조차 알 수 없는 일에 현실적으로 기업이, 그 기업의 대표가 계속 붙어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여 나는 EOSYS BP 팀에서 내려오고 최근 글로벌 EOS scene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Orchid Kim(김나은)님과 김홍욱님이 팀을 리드하고 있다.

나는 측면에서 NOVA 월렛과 EOSDAQ 탈중앙 거래소의 성공, 그리고 EOSYS Accelerator와 EOSYS Fund, 마지막으로 EOS Tower를 몇년에 걸쳐 하나씩 차근차근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주로 BP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글로벌 EOS scene에서는 EOSYS에 대해 ‘개발보다 마케팅을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지지난주 전세계에서 거의 모든 BP와 후보들, 그리고 핵심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고 우리가 저녁을 호스트하기도 했지만 나는 거꾸로 이렇게 느낀다. 모두가 지나치게 techie하다고. 어디에도 문과는 없고 개발자만 있다.

누가 EOS를 마케팅하며 누가 비즈니스적 감각이 있는가? BP 중에서 Bitfinex와 Huobi 등 거래소가 직접 출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전세계를 통틀어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제일 큰 회사다. 1,2등 BP인 뉴욕이나 캐나다도 3명 내외의 개인회사다.

8조원짜리 블록체인에서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모이면 다 기술 이야기, 거버넌스 이야기만 하지 누가 다른 블록체인과의 비즈니스적 경쟁과 생존을 이야기하고 차별화와 전략을 논하는가?

그런 비즈니스적인 것들은 Block.one에게만 맡기고 손 놓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블록체인은 잘못됐다. 21명의 BP 역할이 정말 블록 생산에만 있는거라면 상관 없지만 내가 오랜시간 따라온 Dan Larimer의 철학에 의하면 EOSIO 소프트웨어 기반 블록체인에서 21명 BP의 역할은 운영자이자 해당 블록체인 발전을 위한 대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찌 BP들이 모두 기술만 논하고 있는가?

그런 점에서 진정으로 21명 안에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기술은 기본이요 블록체인을 키울 수 있는 비즈니스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라야 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위에 컨텐츠는 저절로 얻어지는게 아니다. 아이폰 만든다고 앱스토어에 사람들이 저절로 앱을 올리지 않는다. Ethereum과 EOS와 같은 플랫폼 블록체인에게 DApp의 숫자와 품질은 프로토콜의 생명과 직결된다.

진짜로 의미있는 규모의 회사를 유치하고 그들이 Mass Adoption을 일으킬 수 있는 DApp을 개발해 올리도록 설득하고 도와줄 수 있는 주체가 BP가 될 때 진정 그 블록체인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EOS에게 필요한 것은 Balance다. 적절한 지역 안배, 적절한 기술과 비즈니스/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BP들이 21명 안에 공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조화로운 이상이 실현되기에 현재의 EOS는 이해관계자가 다소 많다. 그런 점에서 다행히 EOSIO 소프트웨어는 fork를 통한 Multiverse(다중세계) 가능성이 권장되어 있다. 따라서 EOS가 실현하지 못한 이상은 다른 이름의, 다른 거버넌스를 갖는 체인이 대신 이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벌써 실망할 때는 아니며 EOSIO 생태계는 이제 서막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지난 한달간 그랬듯이 앞으로도 숱한 문제와 갈등, 해결과 봉합, 타협과 합의, 포크와 독립, 경쟁과 견제, 걱정과 불안감, 호재와 희소식들, 대규모 적용과 실패, 성공작의 탄생과 발전은 계속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EOS의 르네상스도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 나는 그래도 이 체인이 상당히 좋은 개발자들과 커뮤니티의 협업과 상호 견제, 엄청난 노력과 자발적인 참여로 건강하게 시작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EOSYS도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거버넌스적으로도, DApp을 직접 개발하거나 큰 회사들을 설득해 참여시키는 엑셀러레이터로서도 의미있게 이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적어도 하나쯤은 우리같이 비즈니스적으로 영향력이 있거나, 비즈니스를 해봤거나, 조금은 줌 아웃해서 길게 보고 이 생태계를 끌어가는 팀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3. 노하우

EOSYS가 한국에 EOS를 알리고, BP 선거를 소개하는 컨텐츠를 배포하고 커뮤니티 빌딩을 해가는 작업을 본 다른 블록체인들이 지난 몇달간 나에게 여러 부탁을 해왔다. 요는 EOSYS 같은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를 자기 블록체인을 위해서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우리가 EOS에서는 처음 런칭 당시 14위를 기록한 이래 줄곧 중국/북미 후보들의 자국 밀어주기로 현재 39까지 밀렸으나 자기 블록체인에서는 그런 고초를 겪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연락들을 받으며 그래도 EOSYS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꿋꿋이 우리가 EOS에서 계획한 것들을 해나갈 것이다. 어쨌든 여전히 우리는 한국의 압도적인 1등이고, 지금껏 이렇게 시가총액이 큰 블록체인에서 한국팀이 다리라도 걸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쪽 다리 겨우 걸친 수준이지만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글로벌 EOS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고, 이 생태계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제대로 만들고 있다. 이런 노력을 계속해 가면 결국엔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다. 만약 EOS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다른 블록체인이 알아줄 것이고, 지금보다 더한 러브콜이 우리의 노력을 보고 올 것이다.

우리는 그 사이 DPoS 선거를 두번이나 치렀다. ‘1토큰 30표’제인 EOS도 치렀고, 우리 자회사인 코인덕팀이 별도로 ‘1토큰 1표’제인 TRON BP 선거도 치렀다. TRON 텔레그램 방에는 코인덕의 경쟁자들이 코인덕과 EOSYS 두 팀이 전혀 겹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코인덕팀을 헐뜯기 위해 ‘체인파트너스가 EOS 안될거 같으니 트론 나왔다’고 힐난했다. (나는 이제 이 업계에서 비난은 그냥 당연한 김치나 밥 정도로 생각한다.)

코인덕팀은 결과적으로 떨어졌고(물론 모든 DPoS 선거가 그렇듯 현재 진행형이다) EOSYS는 많이 밀려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3개월 사이에 벌써 DPoS 선거를 두개나 치렀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 진행되는 Cosmos Validator 선거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의사 결정을 했다. 그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거래소에서는 나에게 왜 나가지 않는지를 물었고 그간의 배움들을 간단히 전해 주었다.

이제 그 노하우는 우리 회사에 오롯이 쌓였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로서 우리의 미션은 이미 BM이 검증된 거래소나 ICO 투자 외에 이 분야에서 아직 확인된 적 없는 새롭고 의미있는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것이 남들이 볼 때는 ‘이것 저것 다한다’거나 욕심이 많다거나 무모한 시도를 한다거나 여러가지 시선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계속 시도하고 도전할 것이다. 새로 태동하는 산업과 사업에서 분명 10개를 찍으면 한두개는 의미있는 성공이 발견될 것이고 나머지 여덟개는 왜 하면 안됐는지, 언제 하면 승산이 있을지에 대한 노하우를 누구보다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이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20년은 갈텐데 지금 깨지고 망가지고 잠깐 실패하거나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그런 일은 어쩌면 남들보다 더 빨리 많이 제대로 배울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 불법은 있으면 안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크립토와 블록체인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일 먼저 모색하고 연구하고 실험해 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 비록 정부의 스탠스는 작년 투기 광풍 이후 일관되게 부정적이지만 크립토와 블록체인의 시대는 반드시 온다. 우리는 회사가 이사를 가려고 해도 건물주들이 크립토 회사라고 거절해 이사 하나 쉽게 못가는 회사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ICO를 지금껏 한번도 안하고 직접 매출을 내자는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의 크립토 분야 경쟁력이 아주 바닥을 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노하우를 얻은 사람들이 천천히 업계 전반으로 나가 다시 이를 전수할테니 말이다.

머잖아 다시 나라에서 ‘크립토와 블록체인의 국제 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의 몇% 수준에 불과하니 그 격차를 몇년 내에 끌어 올리겠다’며 온갖 정책을 발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우리가 탄압받고 고군분투하며 쌓은 노하우가 이 나라의 격차를 좁히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4. POLARIS

EOS는 Ethereum의 약 15 TPS 대비 월등히 빠른 약 3,000 TPS 내외의 속도를 가진 블록체인이다. POLARIS는 EOS를 포크해(정확히 말하면 EOSIO 소프트웨어를 포크해) 기업들이 보다 사용하기 편리한 정책과 기술을 추가한 우리 회사의 독자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지난 3월 이 블로그를 통해 처음으로 계획을 밝힌 이래 5개월여간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 백서 1.0을 5월에 냈고 이달에 2.0 버전을 새로 낸다. POLARIS는 일반을 대상으로 한 ICO는 없고 기관을 대상으로 개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 유치만 있을 예정이다.

POLARIS는 EOS가 출시 초기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되어 어느 정도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런칭하기 위해 전체적인 일정을 순연해 왔다. 역시나 6월 초 EOS 메인넷이 나오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 있어 왔다.

다행히 빠르게 문제가 해결되어 조금씩 안정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9월 정도가 되면 EOS 메인넷은 많이 안정화되고 그간 문제가 됐던 RAM이나 CPU 값 폭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책이 나오리라 본다.

POLARIS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게 OS를 연구해 온 Tmax Core에서 일해온 핵심 개발진이 합류해 EOS를 바닥부터 뜯어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책만 바꾼 EOS 체인을 생각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EOS에 더 나은 기술과 기능을 역제안하고 기여하는 체인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의 큰 회사들도 EOS를 직접 쓰기 보다 기술 지원이나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Customizing이 가능한 POLARIS를 사용하는 것을 많은 곳에서 검토하고 있다. 그렇기에 남이 만든 소스코드 가져다 체인만 런칭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체인파트너스는 무엇이든 쪽팔리지 말고 정석대로 제대로 하자고 이야기하는 회사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투자자가 아닌 제작자다. 따라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자존심이 어느 팀이든 깃들어 있다. POLARIS도 그러하다. EOSIO 소스코드를 가져다 런칭하는 체인이 앞으로 쏟아지겠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달라야 하며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야만 한다.

따라서 황급한 최초가 되기 보다 누가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팀과 체인이 되기로 했다. 그것이 POLARIS를 EOS 메인넷 런칭 이후 급하게 따라 내지 않은 이유다. 우리는 최고의 개발팀을 구성해 가고 있고 더 나은 거버넌스와 정책, 기술을 고민해가고 있다.

토큰 판매를 언제 하고, 상장을 언제 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는 POLARIS가 EOS 기반의 DApp을 만드는 주체들이 정말 쓰기 편하고 안전한 체인이 되기를 바란다. 이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시간은 많다.

체인(=프로토콜=플랫폼)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고 DApp(=컨텐츠)은 그중에서 가장 좋은 체인을 선택해 갈 것이다. 조급한 출시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준비된 체인의 개발이다.

적어도 EOS 생태계에서는, POLARIS 하면 일사분란한 운영 정책을 갖는 보다 의사결정이 빠른 체인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EOS 메인넷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보안과 속도를 전세계의 DApp 개발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5. Advisor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ICO 프로젝트의 Advisor로도 참여하지 않았다. ICO 프로젝트들의 기회주의적 행태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정말 믿거나 사회적 기여가 있거나 이게 잘 되면 블록체인 세상이 크게 발전하는 경우에는 전면에 나서 Advisor로 더 책임감을 갖고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나 토큰 몇 푼을 받을 수 있다고 결코 아무거나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끝까지 그 프로젝트의 성패에 내 평판을 걸 자신감이 있을 경우에만 허락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는 HARA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개인 Advisor로 이름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는 핵심 산업이 농업인데,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산지에서 파는 가격과 소비자가 사는 가격에 심각한 차이가 난다. HARA는 이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2억 7천만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탈중앙 세상을 믿는 사람으로써 기꺼이 안도와줄 수 없는 지역성과 공익성을 띈 프로젝트다. 당연히 Advisor role을 수행하고 받는 토큰은 전량 회사로 귀속된다.

나는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의 Advisor를 맡더라도 개인적으로 토큰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은 대부분 회사에서 오기 때문이다.

#6. 미디어

내가 요즘 연락이 잘 안돼 기자들이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전해 들었다.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신방과 나왔고 위아래로 선배, 동생, 친구하며 20년 가까이 기자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런 나인데도 잠깐 연락 안된다고 금세 ‘변했다’며 벼르고 있단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올 초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에 다 응했더니 기사를 본 사람들은 “실체없이 말만 앞선다”고 비난을 했다. 바이낸스 건도 그 일환이었다. 잦은 인터뷰 중에 당시 진행중이던 일을 언급했는데 그 딜이 중간에 어그러졌다. 졸지에 새빨간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됐다. 이후 딱히 할말도 없고 해서 모르는 번호에서 오는 전화는 거의 안받고 묵묵히 제품 준비만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원치않게 사람들을 실망시키기 싫어 제품 출시 전까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두 달 정도 전화 피하고 살았더니 기자들이 변했단다. 참으로 한국사회가 어려운 곳이라고 다시 한번 느낀다.

인터뷰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돈 안들이고 우리 이야기 소개해주는 것이니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이게 너무 잦으면 사람들은 식상해 한다. 모든 인터뷰 요청과 언론의 궁금증에 다 응대하다가 정작 제품이 못 나오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더는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그걸 지난 18년간 숱하게 겪어왔기 때문에 지금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누가 나를 변했다 하든 지금 중요한 것은 반드시 성공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욕하는 것까지 다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어릴 때는 ‘착한 사람 컴플렉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다보면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순간 좀 오해를 받더라도, 반드시 1분 1초의 시간을 지켜 위대한 제품과 서비스, 훌륭한 내실이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본질이고, 비난과 오해와 ‘누가 나를 조지려고 벼르고 있다’ 하는 일견 두려움을 갖게하는 말들도 실은 다 지나가는 일이다.

온갖 비난과 오해 속에서도 결국 내가 좋은 제품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널리 쓰게 되면 나를 추락시키려 했던 사람들도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도리가 없어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맨날 인터뷰 응하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 다 해주다가도 결국 좋은 제품 못 만들어내면 금방 잊혀진다. 나를 믿고 온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며 만들고 있는 제품과 회사도 그만 동력이 꺾이고 추락한다.

그것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반드시 쓰기 좋아야 하고, 사업은 성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렵게 팀을 꾸려 일하는 본질이고, 주변의 많은 우려를 무릅쓰고 불확실성이 큰 이 업에 투신한 이유이다.

따라서 나는 아무리 잘못한게 없어도 여전히 그런 협박같은 말들에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나의 미래를 위해, 함께하는 멤버들의 소중한 시간을 인생의 보람으로 돌려주기 위해, 줄곧 탄압했던 대한민국에서도 훗날 세계적인 크립토 회사가 탄생했다는 이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부득이 내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원래 나는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미디어를 사랑하고 기자들과 평생을 가깝게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일일이 직접 대응하다가는 어떠한 사업적 진전도 이룰 수가 없다.

옛날에 같이 막걸리 한 잔 기울이던 수백명의 친구와 선배 기자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내 처한 상황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꼭 세계에 자랑할만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나중에 자리 잡고 한 잔 기울이며 서운함을 풀 시간은 우리에게 얼마든지 있다.

#7. 고마움

어제 세계 첫 iOS용 EOS 지갑인 NOVA가 출시됐다. 내가 2006년에 창업한 위자드웍스가 개발하고, 다시 내가 2018년에 설립한 EOSYS가 퍼블리싱을 맡은 모바일 앱이다. 오늘날 나의 분신이 과거 나의 분신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제대로 봐줄 시간이 없었다. 걱정이 많았는데 출시하자마자 커뮤니티의 반응이 너무 좋다. EOS 분야의 가장 유명한 개발자들과 해외 개발사들도 지갑 UI/UX에 대한 호평을 해오고 있다.

사실 나는 작년에 Ethereum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갑인 MyEtherWallet이나 Metamask를 보고 여전히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제작진과 함께 들어가면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보았다.

일년여가 지난 지금 드디어 우리가 세계적인 블록체인의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을 글로벌하게 주도하는 위치에 있음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보람이다. 우리는 투자사가 아닌 제작사다.

크립토 시장에서 돈은 투자자가 더 많이 벌지 몰라도, 나는 그보다 실제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으로 이 세계를 보다 편리하게, 쉽게, 의미있게 바꾸어 가는데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체인파트너스와 그 주변 생태계에 힘을 모으고 있음에 제작자로서 큰 기쁨을 갖는다.

비록 우리가 한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생태계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우리와 주고 받는 크고 작은 영향으로 인해 더 나은 사용성을 추구하게 되고, 편리함과 빠름, 안전과 유용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마냥 어렵고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모를 블록체인과 크립토 시장에서 조금씩 환상과 거품을 걷어내고 실질과 의미를 찾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오전에 NOVA를 출시하고 저녁에는 DAYBIT 거래소의 데모를 처음보고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처음보는데 제품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서 혹자는 나에게 “대표님이 인복은 있는거 같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나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최고의 제작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믿고 그들도 나를 믿고 있다. 아직 이 시장은 마케팅 싸움의 시장이 아니다. 좋은 제품이 곧 전부일만큼 초기 시장이고,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 제작자들을 갈구하고 있다. 오래된 Legacy도 없고, 어떠한 충성제품도 없다.

오직 제품력으로 승부하고, 기술 본질로 승부를 걸 수 있기에 여전히 기회는 충분하다. 좋은 제작자를 모아 그들이 좋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결과는 아주 정직하게 나올 것이라 믿는다.

내가 아직도 좋은 제품에 목을 메는 제작자일 수 있음에 감사함을 가진다. 더불어 나와 동료들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제작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믿어준 우리 주주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 믿음이 반드시 큰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제품 만들겠다고 쟁이적 자존심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우리 체인파트너스 제작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낼 수 있다면, 시장은 반드시 합당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전세계 블록체인 scene을 주도하는 제작사가 되고 싶다. 우리 제품이 항상 벤치마킹되고 어디서든 회자되는 당사자가 되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체인파트너스의 최종적인 모습이다.

제작을 오래 해본 사람들이 블록체인 서비스 제작에 온 열정과 노하우를 쏟아 붓는 최고의 하우스.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겠다.

체인파트너스는 언제나 채용중이다. 누가 좀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강조하는데, 우리 대우가 금융을 포함 대한민국 어느 업계에도 뒤지지 않는다. Upside는 현재 그 어떤 업계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크립토를 사랑하는 110명이 모여 국내외에서 12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모여 있어야 더 많이 배운다. 배울 사람 천지인 이곳에서 ‘한국 크립토의 세계 진출’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갈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