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아픔, 한발짝 한발짝.

#1. 실력으로 보여줄 것

나에게 우리가 가깝다는 인상을 준 대표가 뒤에 가서는 우리 회사에 오려는 사람에게 “거기는 특히 가면 안됩니다. 투자는 많이 받았지만 실체가 없어요.”라 말했단다. (결국은 우리 회사를 선택)

좋은 인재들이 바보가 아니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우리 회사를 택하는 것인데 우리가 정말 실체가 없다면 그들은 왜 이곳을 택하겠나?

이러니 업계가 뭉치지 못한다. 어쨌든 이번에는 순진하게 사람을 믿은 내 잘못이다. 슬프지만 믿을건 내 사람뿐이고, 남들과는 결국 주고 받을게 명확한 비즈니스뿐이다.

이걸 잘 알면서도 이 업계에 우정이나 의리, 전우애 같은게 있기를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전쟁중에 내가 좀 착각했고, 앞으로는 더 긴장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힘을 모아야 더 커지는데 아쉽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반짝 따라하는거 잘하지만 큰 회사 되지 못하는게 그런 점에서 기인하는듯 하다. 어떻게든 우리는 모범을 보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할 것이다.

항상 인재를 최초 발굴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군가 우리 회사를 떠나는건 무척 아쉽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도 우리는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

나는 그리고 요즘 다른 회사들 험담은 정말 안하려 하는데 남들도 주의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직접 피해 끼친 회사가 정녕 하나라도 있나? 실력으로, 좋은 제품과 팀으로 그냥 잘하면 되는 일이다.

돌아보면 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 팀은 특별히 언급할 일이 없었다. 그러면 우리가 그토록 신경 쓰이는 것인지? 그 시간에 글로벌하게 통할 제품 본질이나 인재들이 택하는 회사 만들기에 집중하는게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2. 나도 모르게 내가 미친 영향

내가 코인 사라고 한 적 단 한 번도 없고, 특정 ICO 밀어준 적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한 해 내가 전도사처럼 알려 온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설득되어 코인을 산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코인으로 돈 번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광풍 속에서도 나는 코인 투자를 안하고 그 시간에 회사 만드는데 집중해 왔다. 결과적으로 나를 제외한, 위에서 말한 나를 험담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ICO 열심히 돕고, Advisor하고 해서 코인으로 많이 벌어 왔다.

그런 사람들은 조용히 혼자서, 지인들끼리 했기 때문에 욕 안먹고 오히려 나같은 사람이 대중을 현혹(?)시켰다는 죄목으로 욕을 먹는 때인듯 하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있나.

나는 진실로 언젠가는 탈중앙화된 시대가 온다고 믿기에 그 가능성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그 시대는 먼 훗날 올 것이기에 코인 투자는 항상 신중하라고 이야기해 왔다.

사람들이 화풀이 할 대상도 필요하고, 내가 의도했든 아니든 나를 보고, 믿고 산 사람도 조금이나마 있을 것이기 때문에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진다.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더욱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무거운 마음도 생긴다.

#3. 데이빗, 늦어졌지만 모두의 이름을 건 제품

데이빗 프로젝트는 우리 CTO가 사실상 총괄해온 프로젝트여서 개발진이 정말 훌륭하다.

우리 이재철 CTO는 초기 pooq을 혼자 개발했고, 이후 Google과 산타토익으로 알려진 riiid의 CTO를 거쳐 작년까지 인공지능으로 유명한 스캐터랩스의 Tech lead로 있었다. 한국Elixir밋업의 공동조직자로서, 데이빗의 엔진이 된 Elixir 언어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정통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블록체인에 꽂혀 여러 큰 회사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할때 CTO로 모셔가고자 했다. 체인파트너스의 Co-founder에게 그러면 안되지 않나 싶지만, 그만큼 뛰어난 실력과 인품을 갖췄다.

이 CTO를 따라 현재 데이빗에는 여간한 스타트업 CTO급만 최소 10명 넘게 포진하여 거래소 하나를 만들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있던 블록체인 회사들에서 지원한 분들을 숱하게 면접에서 탈락시키고 엄선해 모은 개발자만 20명 가까이 된다. 당연히 국내는 물론 해외를 통틀어 현존하는 어떤 거래소보다 뛰어난 기능과 기술이 추가되었다. 본격적인 기술 기반 거래소인 셈이다.

그러나 기술 기반 거래소가 되어 프로젝트 주도를 CTO가 하다 보니 오픈 일정을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개발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이 알려주는 일정을 공표하였는데 그 일정이 여러 차례 늦어지게 되었다. 나로서도 참으로 면목없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부분이다.

당연히 공표할거면 일정을 무조건 맞추고, 일정을 못맞출거 같으면 공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개발팀의 말을 너무 신뢰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이 점은 전적으로 내 실력 부족이고 불찰이다. 결과적으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약속을 여러 차례 어긴 것이 되었다. 그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수익을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는 보상형 모델이 도입되고, 다른 곳에는 없지만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여러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서 오픈이 늦어졌다. 그러나 변함 없는 사실은 정말 좋은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가 지금도 많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나오고 있지만, 데이빗은 그 중에서도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데이빗이 이 험난한 시장에서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솔직히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제품은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사업의 본질 때문에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가 여러 사업을 한다지만 모든 사업을 동일한 비중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빗은 오픈과 동시에 바이낸스나 후오비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여러 기술적, 기능적 장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보상형 거래소는 데이빗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뛰어난 제품’ 그 자체이다.

어쨌든 승부는 시장에서 나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없던 캐셔레스트가 선전한 것을 보면 놀랍지 않은가.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당장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제품이 여러 알 수 없는 이유로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짝 성공은 누구나 한번씩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공은 결국 좋은 제품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반짝 인기를 얻은 나쁜 제품이 지속 가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우리가 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제품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지속 가능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데이빗은 오래 걸렸지만 결코 누더기가 아니다. 깨끗하고 완벽한 다이아몬드를 세공해 시장에 나간다. 지속된 연기는 사과할 일이지만 좋은 제품을 정성들여 만든 것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 한국도 언젠가 시작될 토큰 경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자신있게 한판 붙어볼만한 거래소를 곧 갖게 될 것이다.

허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팀에 대한 자신감이다. 데이빗은 그들이 자기 이름 걸고 주말도 반납해가며 만들고 있는 각자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무려 20년이나 실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고 한다. 어쩌면 이곳은 모두가 실체 없으니 서로가 서로를 실체 없다고 생각하는 곳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반드시 여기서 실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진짜 좋은 제품과 서비스, 존경받는 회사를 일구어 낼 것이다.

누가 ICO 안하고 지분 투자를 받았나? 누가 투자 수익이 아닌 1원이라도 직접 매출 내려고 분투하고 있는가? 누가 이 시장에 가장 많은 인재를 발굴하여 공급하고 있는가? 누가 과연 진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