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회사의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된다. 우리는 이제 나 포함 다섯명 남았다. 한때는 100명도 넘었지만 지금은 몸집이 많이 작아졌다. 하지만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도전을 했다. 목표로 한 산에 올라본 결과 기대한 산이 아니었다. 크게 낙담했으나 이내 다음 산을 찾아 가고 있다. 애초 거래소 밖에 없던 블록체인 산업에서 우리는 가장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빠르게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가 걸어온 여정을 결코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체인파트너스,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

내가 2017년-2018년 사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VC들을 설득해 138억원을 투자받은 논리는 이랬다. 비트코인에 이어 2등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40조원 넘는 시가총액을 갖게 되면서 이더리움 생태계를 처음부터 함께 만든 미국 회사인 컨센시스(Consensys)가 2조원 넘는 가치를 갖게 됐다.

2017년은 이더리움의 단점을 보완해 이른바 ‘3세대 블록체인’을 표방하던 이오스(EOS)가 태동하던 해였다. 2017년 초 나는 EOSScan이라는 이름의, 이더리움 진형의 대표적인 블록 익스플로러인 Etherscan과 비슷한 웹사이트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오스 개발자인 댄 라리머와 최대 토큰 홀더인 리샤올라이의 연락을 받았고, 이오스 진형의 인싸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우리 주주들에게 컨센시스 사례를 소개하며 만약 이오스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뒤를 이어 제3의 왕좌를 차지한다면 이오스 진형에서 가장 먼저 많은 유틸리티를 만들어 낸 회사가 ‘제2의 컨센시스’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 이오스의 시가총액은 1년간의 ICO를 거치며 빠르게 늘고 있었으므로, 컨센시스 가치의 절반-1조-만 될 수 있다 해도 갓 생긴 스타트업으로는 정말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 나오는 이오스 블록체인에 필요한 지갑부터 블록 익스플로러, ICO 플랫폼, 탈중앙화 거래소, DApp(쉽게 말해 블록체인 위에서 구동되는 앱) 플랫폼, 여러 DApp 게임 등 유틸리티부터 DApp에 이르기까지 이오스를 위한 모든 솔루션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우리는 이오스 블록체인의 설립 블록 생성자(Founding Block Producer)로 당선되었으며, 이오스 블록체인의 창세기 블록(Genesis Block)을 생성했다. 미국, 중국을 대표하는 블록 생성자들과 함께 이오스 블록체인의 운영 정책을 세우는 태스크 포스의 일원으로 위촉되어 세계 시총 5위 블록체인의 운영 정책을 세우는 한국의 첫 운영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오스는 애석하게도 출시 전 약속했던 것들을 제대로 시장에 전달하지 못했다. 매 거래시마다 수수료를 내야하는 이더리움 대신 사용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이상도 백서 내용과는 다르게 RAM이나 CPU 등 초보자가 이해할 수 없는 개념들이 등장하며 블록체인이 쓰기 어려워졌다.

수수료를 매번 내지는 않지만 그건 CPU를 어느 정도 담보(staking) 해놓은 계정에 한정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 백서와 블로그, 인터뷰에는 전혀 없었다. 세상의 어떤 초보자가 CPU, RAM 개념을 단번에 이해하고 스테이킹과 언스테이킹을 할 수 있을까? 두껑을 열어보니 이더리움이 더 쓰기 쉬웠다.

또한 블록 생성자 투표는 완전 비정상적이 됐다. 이오스 생태계에 전혀 도움을 못주는 블록 생성자들이 단지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 코인을 많이 가진 고래들과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21명의 블록체인 운영자가 됐다. 진짜 이오스 생태계를 위해 일한 지갑 개발사와 유틸리티, DApp 개발사는 50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오스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4조원 이상의 돈을 모은 개발사 블록원은 정작 이오스 생태계를 위해 자기 자원을 투자한 전세계의 우리같은 여러 업체들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움직임을 일년 가까이 가장 내부에서 지켜보며 우리는 이오스 블록체인을 출시 전부터 선택해 다양한 유틸리티와 앱을 만드는데 수십억을 투자해온 선택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오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일하는 업체에 투자와 지원을 공공연히 약속해 온 블록원을 믿고 기다렸지만 블록원은 끝내 아무런 개발사 지원 프로그램도 내놓지 않았다.

(이더리움 재단이 컨센시스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함께 서로 같이 성장한 것과는 완전히 대조된다. 블록원이 이오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출자한 EOS VC 자금은 ICO로 모은 자금에 비하면 극히 미미할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이오스 생태계에 환원되지도 못했다. 토큰 홀더들은 4조원이 넘는 ICO 모집금액이 대체 어디에 갔는지 물어본적도, 물어볼 권리도 없었다.)

블록체인 출시 후 일년 이상 지나자 블록 생성자 투표에서 우려했던 담합과 (당초 금지된) 투표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그런 움직임은 일부 블록 생성자들 사이에 암암리에 있었지만 일년쯤 지나니 그런 일을 하지 않는 블록 생성자는 21위 내에 들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제재를 가할 힘도 권한도 없었다.

블록원도 ‘우리는 소프트웨어만 만들었지 직접 블록체인을 출시한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의한 담합과 투표 행위에 간여할 수 없다’는 지극히 방관적 입장을 취했다. 가끔 ‘투표에 참여해 전체 코인의 10%에 해당하는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이는 번번히 선언적이기만 했다. 실제 블록원의 투표 참여로 담합한 블록 생성자들이 블록체인 운영에서 쫓겨나는 건강한 변화는 아직까지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이런 투표 상황은 우리가 바라고 상상하던 이오스의 모습과는 완전 달랐고, 투표 담합이 개선될리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이오스 생태계에 더 깊게 들어가는게 위험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2018년 가을이다. 우리도 높은 순위에 꾸준히 들려면 남들처럼 손에 흙을 뭍여야 하는데, 그건 우리가 지금껏 약속한 ‘건강한 시장 조성에 이바지하겠다’는 설립 이념과 완전히 배치됐다.

100억원을 쓰고 1조짜리 회사가 될 기회가 있었던 도전

그때 이미 우리는 이오스 생태계(EOS 코인을 산 것이 아니라)에 30억원 이상을 온전히 투자한 후였다. 지금와 철수하는건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지만 더 미적거리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과감히 행동해야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두 기대한대로 이오스가 이더리움을 넘어 훌륭한 ‘3세대 블록체인’이 되었더라면, 적어도 설립자들이 백서와 인터뷰에서 약속한대로만 내놓았더라면 우리는 이오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가장 빨리 양질의 지갑과 유틸리티, DApp을 개발한 회사로 ‘이오스의 컨센시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우리는 거래소가 아닌 블록체인 회사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조 단위, 또는 적어도 수천억 단위의 가치를 갖는 블록체인 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도전은 매우 생소했지만 당시 주어진 정보로는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지금 2017년 처음으로 돌아가도 ‘제2의 컨센시스’가 되겠다는 도전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실패하면 최대 100억원을 잃지만, 성공하면 Upside가 1조원 이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오스가 이더리움을 넘어 3세대 블록체인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지 출시 전에 보다 면밀히 검토해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뿐 아니라 나를 믿어준 한국에서 가장 투자받기 힘든 VC들의 판단과 결정이었다면,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모두들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한정된 상황에서 다른 결정을 내릴 근거도 충분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때 나는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높은 산을 발견해 제시한 것이고, 그 산을 믿게된 사람은 직원이 되고 주주가 되어 다같이 그 산에 가본 것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산은 막상 가보니 없었지만. 가볼만한 가치가 있던 여정을 이해하고 믿고 투자하고 함께 달렸던 모든 이들에게 진심어린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리의 그 도전에 투자했던 VC 심사역들은 ‘블록체인’하면 당시 거래소와 솔루션 납품밖에 없던 시절 다른 산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보았고, 치열히 공부해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렸다. 50대 이상의 임원들에게 블록체인 시장을 가르치고 설득해 실제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덕분에 우리가 그 산에 실제 가볼 수 있게 했다. 우리는 훌륭한 등반대원들을 꾸려 이오스 생태계의 최고 인싸이자 가장 높은 품질의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가 되었다. 이는 모태 펀드를 받아 쓰는 우리나라 투자 환경의 특성상 앞으로도 쉽게 없을 극도로 모험적인 도전이었다.

따라서 이 글을 빌어 우리가 이같은 여정을 해볼 수 있게 해준, 회사에서 많은 반대 의견을 이겨내고 투자에 참여했던, 우리나라의 다른 어떤 VC들보다도 블록체인을 깊이 공부한 우리 투자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또 가볼 가치가 있는 여정에 함께 올라타 준 인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남아있는 우리들의 도전이 멈추지 않는한 그들 모두의 선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보고자 하는 다음 산

블록체인 유틸리티 개발, DApp 개발, 메인넷 개발, 노드 운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해보고 나서 결국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시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현재는 우리가 롤모델로 삼았던 컨센시스조차 인력 구조조정과 제품 줄이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록체인 시장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비즈니스는 가상화폐 거래소다. 전에도 그랬지만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거래소는 세계적으로는 바이낸스가, 국내는 먼저 시작한 이른바 ‘4대 거래소’들이 선점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국 법정화폐를 취급할 수 있는 거래소들이 각 나라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들은 자국 내에서는 존재감이 크지만 나라 밖에서는 또 거의 영향력이 없다. 앞으로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거래소(거의 바이낸스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와 각국 법정화폐를 취급하며 살아가는 국가별 거래소들로 양분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거래소가 없는 나라에 가서 거래소를 빨리 차리거나, 아니면 거래소가 아닌 다음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거래소가 없는 나라는 시장이 매우 작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같은 외국인보다 자국민이 창업한 자국 업체가 나중에 생기더라도 법정화폐 취급에는 외국인보다 더 유리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거래소 다음으로 필요해질 서비스를 찾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막연한 블록체인 사업보다 더 뚜렷한 수익모델이 있는 서비스여야 했다. 또 갈수록 줄어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분야라야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디지털 통화 환전업이다.

지금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보내 이더리움을 가진 누군가와 거래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환전을 필요로하는 만큼의 물량을 가진 다른 거래 상대방이 그 순간 없다면 마냥 기다려야 한다. 만약 우리가 미국 여행을 가려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하는데,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자 하는 다른 사람을 직접 찾아 거래해야 한다면 여간 불편한게 아닐 것이다.

우선 중고나라에 나와 같은 금액을 맞바꾸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려두고 갓 미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남은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꾸려는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대방이 내가 원할때 내가 필요한만큼의 달러를 들고 바로 나타나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잘못하면 내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환전을 못하는 일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중간에 은행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은행을 찾아가 손쉽게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다. 은행에서는 내가 10만원을 가져오든 10억원을 가져오든 정해진 환율에 따라 즉시 달러로 바꿔준다. 나와 반대 수요를 가진 거래자가 올 때까지 은행 입구에서 기다릴 필요는 전혀 없다. 창구에 가면 앉은 자리에서 즉시 얼마든지 바꿔 준다. 은행에 달러가 없어서 내가 들고간 원화를 환전하지 못할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은행은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돈)을 가지고 개인 고객이든 기업 고객이든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팔아 달러를 벌면 삼성은 은행에 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 은행은 망설임없이 환율을 불러주고 환전해준다. 삼성전자는 환율 변동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벌어들인 달러를 손쉽게 원화로 바꿔 직원들 월급을 주고 광고비를 낼 수 있다. 이게 은행이 환전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효용이다.

가상화폐 시장에는 아직 이런 잘 갖추어진 환전 인프라가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대량의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바꾸려면 거래소로 코인을 보내 매번 가격이 바뀌는걸 보며 불안하게 거래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대량 거래자를 위한 가상화폐 장외거래(OTC) 서비스가 2013년 이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OTC 업체들은 가입 과정과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거래 금액이 보통 최소 10만달러부터다. 환율이 은행처럼 공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로 물어봐야 한다. 거래도 텔레그램으로 진행하고, 정산은 하루 한번만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사람 손으로 운영된다.

또한 고객들은 전세계 OTC에 모두 가입하지 않는한 시장에서 현재 가장 좋은 환율을 알 수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가상화폐 OTC 시장은 빠르게 커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OTC를 통해 거래해야만 공개된 환율에 따른 정가 거래, 주문 규모에 상관없는 대규모 거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이에 우리가 전세계 모든 OTC에 대신 가입을 하고, 고객들은 우리 서비스 안에서 전세계 OTC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그러면 모두가 현재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찾아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모든 거래자가 분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작은 거래들을 묶어 큰 거래 하나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10만불을 환전하지 않는 사람도 10만불을 거래할 때 가격으로 환전할 수 있다. 각자 개인적으로 거래소에서 환전할 때보다 가격이 현저히 유리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 한번만 가입하면 고객들은 전세계 OTC에 가입한 효과를 보게될 것이다. 또한 웹사이트에서 은행처럼 실시간으로 고시 환율을 보고 거래할 수 있다. 매번 텔레그램으로 가격을 물어볼 필요 없이 24시간 직접 환율을 확인하고 환전할 수 있다.

결국 거래의 목적이 투기가 아니라 환전에 있다면, 우리 서비스를 통해 거래소보다 더 싸고 편리하고 빠르게 환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환전은 왜 필요한가?

투기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거래소는 지금도 앞으로도 오랜 시간 매출 1위 카테고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상자산이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되며 기업과 금융기관이 시장에 참여하고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환전은 전체 블록체인/가상자산 시장에서 매출 2위 카테고리는 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통화 환전이 필요한 잠재 수요처들은 다음과 같다.

1) 전세계 거래소가 수수료로 벌어들인 코인을 팔 때. 거래소가 자기 거래소에서 자기 고객을 대상으로 코인을 파는 행위는 다소 불편할 수 있으므로 이럴 때 거래소가 환전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 실제 우리보다 제도화가 빨리된 일본에서는 정확히 그리 되고 있다.

2) 전세계 은행이나 온/오프라인 환전소, ATM, 핀테크 앱들의 가상자산 환전 서비스 파트너. 고객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나 전통 환전소, ATM 등은 가상자산을 다루어 본 적 없지만 제도화 후 수년이 지나면 분명 비트코인도 다른 외환과 같이 은행이나 ATM기를 통해 환전 가능한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때가 오면 이런 서비스들은 거래소가 아니라 환전소와 제휴해 고객들에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고객에게 환율을 미리 고시할 수 있고 금액의 크기에 관계 없이 즉시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거래소보다 환전소를 쓰는 것이 안전하므로.)

3) VIP를 유치하고자 하는 전세계 카지노 호텔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면 카지노들은 해외 VIP들을 유치하기 위해 분명 비트코인으로 게임 칩을 환전시켜줄 것이다. 그런 수요는 특히 환전 금액이 클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에 연동하기엔 환율과 체결시간 면에서 불안하다. 따라서 환전소를 붙이는게 훨씬 안전하고 싸고 빠를 것이다.

4) 대규모 즉시 거래가 필요한 기관 투자자들. 아직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없지만 규제가 생기고 제도화되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기관들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다루는 자산의 사이즈가 워낙 크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거래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래소의 유동성(거래 가능하게 실시간으로 깔려있는 주문들)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5) 빠른 차익 거래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 정가 대규모 즉시 거래는 동일 상품에 대해 서로 다른 시장 사이에 일시적인 가격 격차가 발생할 때 이를 쉽게 이익으로 취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거래소에서 차익거래를 할 경우 내 평단가를 거래가 끝나기 전까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환전소에서는 거래 전 미리 환율을 알 수 있어 다른 시장과의 가격 격차와 내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을 미리 계산해 볼 수 있다.

6) 전통 PG사를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들. 앞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일상 결제 서비스가 가상자산 제도화 후 봇물 터지듯 등장할 것이다. 거의 모든 PG사들이 보조적인 결제수단으로 가상화폐 결제를 지원해 이들 PG가 이미 들어가 있는 수십, 수백만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해지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이런 때에도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들은 반드시 누군가와 제휴해야만 한다. 비트코인 결제가 들어오는 즉시 받은 비트코인을 현재가에 팔아 원화로 조금의 손실도 없이 바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소에서는 실시간으로 시세가 변한다. 또한 결제 금액이 크면 당장 못팔고 거래 상대방을 마냥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결제 서비스로서는 큰 리스크다. 따라서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들은 거래소가 아닌 환전소와 제휴할 수 밖에 없다. 환전소는 거래금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정해진 환율로 즉시 환전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결제 서비스들이 우발적인 손실을 볼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7) 모바일 지갑 서비스들. 앞으로 가상자산은 물론 중앙은행 발생 디지털 화폐(CBDC), 지역화폐,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 바우처, 포인트 등 가치를 갖는 수많은 디지털 자산들이 스마트폰에 담기고 QR 코드나 NFC 방식으로 결제에 쓰일 것이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만큼이나 온/오프라인 간편결제가 일상화될 것이고 사용 가능한 모든 자산들이 스마트폰 지갑에 담길 것이다. 이들 지갑은 앞으로 디지털 자산간 경계를 허문 환전 서비스가 꼭 필요해진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비트코인을 롯데 포인트로, 다시 롯데 포인트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지갑들이 나올 것이다. 디지털 자산간 통합 환전 서비스를 모바일 지갑들이 제공하게 되면 각 디지털 자산의 풍부한 유동성과 좋은 환율은 지갑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 디지털 자산 환전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는 이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시작하지만 디지털로 가치를 담아 거래되고 유통되고 사용되는 모든 통화와 포인트, 상품권을 실시간으로 환전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지갑을 운영하는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지갑업체, 거래소들에게 환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다. 디지털 통화 환전의 경우 우리와 손잡아야만 충분한 유동성(거래 가능한 양)도, 좋은 환율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왜 디지털 통화 환전업인가? ‘디지털 통화’도 이제 시작이고(물론 거래소는 끝났지만 나머지는 이제 시작이다), 그 안에서 ‘환전업’은 아직 아무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전으로는 아직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비어있다. 거래소로 초기로 보자면 아직 바이낸스를 만들 기회가 환전 시장에는 남아있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당장은 거래소보다 훨씬 작은 시장이겠지만, ‘모든 디지털 자산/통화간 환전을 가장 싸고 빠르고 쉽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오랜기간 연구하고 노력하다보면 2, 3년 뒤에는 분명 세계적으로 큰 수요가 생길 시장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섯명으로 할 수 있는가?

우리가 모든 분야 일을 다하려 한다면 지금 남은 인원만으로 힘들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 환전 서비스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영원히 다섯명이 아니라 앞으로 보수적으로 자금을 쓰며 필요한 때 천천히 인원을 늘려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외주도 적극적으로 써서 모든걸 내재화하지 않고 계속 적은 고정비를 유지할 것이다. 그래야 오래 버틸 수 있고 오래 버틸 수 있어야 새로운 분야인 환전업의 수요가 생기는 과정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전 서비스는 우리가 기술적으로 자신있게 생각하는 데이빗 거래소의 백엔드를 어느정도 활용해 개발하고 있어 다시 맨 바닥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분명 좋은 제품은 나올 것이다.

우리는 이제 비용이 크게 줄어 환전이라는 한 분야를 오래 파볼 수 있게 된 구조를 잘 유지해 볼 작정이다. 인원이 줄어 생긴 단점도 분명 있겠지만 한 분야에 딱 자리깔고 앉아 최대한 오래 버티며 제품 발전시켜 갈 시간적 여유-시간의 여유는 곧 월 고정비용의 극단적 통제에서 생긴다-가 생긴 점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얼마전 과거 내가 열여섯살 때 도메인 등록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경쟁했던 대표님을 20여년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나도 돈을 잘 벌었는데 금방 소문이 나며 너도나도 도메인 등록대행에 뛰어들어 한때 경쟁사가 200개 넘게 생겼다. 2001년쯤 되자 모두 돈을 못버는 상황이 왔고 2년 넘게 지속됐다. 우리도 그 2년을 못버티다 망했고 그 대표님은 인원을 극단적으로 줄여 끝까지 살아남은 세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그 3개 회사는 근 20여년 동안 꾸준히 수백억대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했다.

결국 서울로 바로 가든 부산이나 광주 찍고 가든 잠시 대구에 머물렀다 가든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으면 다시 서울 갈 기회는 생긴다. 하지만 회사는 망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과정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섯명이 남아도 그동안 만들어 놓은 제품이 있고 소스 코드가 있고 우리가 이걸 통제할 수 있고 100% 이해하고 있고 그간 쌓은 전세계적인 관계가 다 살아있으면 언제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고 끝나고 나면 그간의 모든 시간과 성과는 그야말로 제로가 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지만 실은 지금 9부 능선까지 넘은 상황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언덕 넘어 문만 열만 성공인데 마지막 언덕에서 인원 좀 줄었다고 ‘끝났네’, ‘포기하네’ 하는 자세로는 절대 인생에서, 사업에서 원하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내가 볼 때 지금이 2001년의 도메인쯤 되는 것 같다. 20년 전에는 끝까지 버틴 이가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하지만 끝까지 버틴 사람은 그 후 20년간 독점적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내 삶에 오롯이 남아있으므로 이번에는 결코 중도에 포기하거나 먼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그동안의 모든 자료와 네트워크, 경험을 가진 CEO와 CTO, BD 디렉터와 경영지원팀장이 남아 있으므로 인원이 줄었다고 우리가 특별히 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일은 사실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나는 처음부터 체인파트너스라 회사 이름을 지은 이유가 블록체인 산업의 외부 업체들과 폭넓은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파트너스’를 넣은 것이다. 우리와 함께 꿈꾸었고 산을 올랐던 100여명의 훌륭한 동료들이 도처에서 일하고 있고, 우리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그들과 앞으로 외부에서도 힘을 모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자체적으로 인원이 많을 때에는 힘을 합치지 못하던 외부 업체들과도 이제는 폭넓게 협력하고 서로 잘하는 일을 밀어줄 수 있다.

작은 조직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산업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과감한 시도로 많은 공부와 경험을 했다고 하나 기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대단히 비용 비효율적이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주주들이 한결같이 견지해 준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훨씬 더 타이트한 운영 방식을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싶다.

앞으로는 추가로 큰 펀딩이 이루어지더라도, 우리가 좋은 매출과 수익을 내는 날이 오더라도, 비용 비효율적인 고정비 확대는 지양하고 폭넓은 외부 협력을 통한 효율성 중심의 조직 운영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2018년 1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의미를 갖게될 것이요, 지나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자산으로 남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래 메일은 우리가 모든 사업을 재조명하기 시작한 때 전사에 쓴 메일이다. 그 후로 1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똑같은 선택과 집중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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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게 부끄러운 것이지 끝까지 도전하는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행히 16개월이 지나 이제 우리는 어느 산으로 가야하는지, 가고 싶은지 명확해졌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 속에서 실적과 평판에 있어 많은 손실을 보아야했다. 이 고통이 무의미하게 끝나는 일이 없도록, 나는 남은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다시 회사를 건강하게 키워보고 싶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가 그동안 내가 해온 일 중 가장 어렵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가 재미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다. 16개월을 사람들과 계속 헤어지며 치열하게 찾은 산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산을 향해 100여명이 우르르 몰려가면 또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많은 경험을 함께 겪은 소수의 등반팀과 함께 천천히 우직하게 새 산을 한번 타보려 한다.

우리가 시작하려 하는 새 여정에 힘을 보태 함께 가보고자 하는 주주들을 새로 기다린다.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것을 처음에는 사실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고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새로 가려 하는 산을 기관 투자자가 이제는 두려워서, 이해하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더 믿지 못해서 투자하지 못한다면 공감하는 개인들을 주주로 초대해서라도 나는 가보고 싶다.

우리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투명하게 일할 것이고 회사가 가는 길과 실패, 배움들을 최대한 솔직히 외부와 나눌 것이다. 그러다보면 괜히 안들어도 될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왜 가려고 하는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우리 행보를 이해하고 같은 편이 되어줄 이들도 그만큼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비로소 우리가 소수의 인원으로 바라던 땅에 가 닿을 수 있고, 그 땅의 주인이 될 날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지, 도움을 부탁드린다.

체인파트너스,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