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돈을 벌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술로 최고인 사람,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 인사 제도에 노력하는 사람, 투명한 회계에 힘쓰는 사람 등 여러 구성원이 다 필요하지만 그들 중에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한둘 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회사는 취미생활하는 동아리나 자기계발하는 학원이 아니니까. 물론 동료들과 즐겁게 생활하는 것은 동아리와 같고 일을 하며 스스로 발전한다는 점에서는 학원과도 같은 존재지만 다른 곳은 돈을 내며 다니는 곳이고 회사는 돈을 받으며 다니는 곳이다.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면 즐거운 일상도 없고 자기 계발도 없으며 장인정신을 쏟아부을 제품도 없고 내 오랜 충성과 노력의 달콤한 결실도 없다.

그런 점에서 돈을 벌자는 주장은 비단 영업사원이나 재무담당만의 이야기는 아니어야 한다. 심지어 영업사원이나 재무담당 조차도 회사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 문제 또한 사장의 책임일 것이다. 사장이 너무 돈돈 하면 혹 제품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고 조직 문화가 경직될 수도 있지만, 또 그렇다고 너무 풀어져 버리면 외려 그 조직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사장은 균형을 잘 맞춰주어야 하는 것이다.

여러가지로 우리도 참 부족한 부분이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나부터 균형을 잘 맞추어 가고자 한다. 이 자리가 여러모로 참 오래 걸려야 조금씩 배우는 자리고, 부족한 나는 특히 더 오래 걸린다. 그런 점에서 우리 동료들에게는 미안함도 많다.

모든 것이 뿌린대로 거둔다. 어느날 남이 나에게 못하면 그건 내가 그전에 그에게 못했던 탓이거나 내가 더 이상 노력을 기울일만큼 가치있는 사람이 아니어서일게다. 결국 남이 나에게 못하거나 함부로 하는 것은 모두 나의 탓이다. 냉담한 상대방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의 과오를 반성하고 오늘 하루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일이다. 당장 모든 사람 마음을 돌리려 애쓸 것도 없고, 여러 변명을 만들어 떠들 것도 없다. 결국 언젠가는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어젯밤 누군가 내 카카오톡 프로필이 ‘좋은 제품 만들기’인 것을 보고 좋은 제품이란 어떤 제품이냐고 물어왔다. 몇 가지 대답들이 떠올랐지만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나부터 쓰고 싶은 제품’, ‘내가 만들었다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 ‘오래 두고 쓰고픈 제품’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오늘 내리는 눈을 골몰히 바라보다 결론을 내렸다. 내 대답은

‘누가봐도 예쁜 제품’

이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아직 갈길이 멀다.

프로젝트가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 내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무언가를 포기하면 할수록 절실함은 더해가고 제대로 안풀리는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는 커져만 간다. 이럴수록 잘 대응해야 하는데 나의 자세가 리더가 아니라 아주 건방지고 무능력한 임원 같다.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티몬이 간다. 참 멋진 책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내가 읽으며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이들이 첨부터 IT business가 아니라 Sales business로 시작해 젊은 창업자들이 가질 수 있는 핸디캡을 강점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다. 무대포 영업과 예쁘게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은 그 누구보다 젊은이들이 가장 잘하지 않나.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 중에 개발을 모르는 문과쪽 멤버들만 모여 무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은 티몬 사례를 잘 공부할 필요가 있다. 우리 팀의 능력으로 충분히 해볼만한 Business domain을 찾아 집중하거나, 우리 대신 실현시켜 줄 사람을 찾아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가 되거나. 둘 다 쉽지 않지만 우선은 전자를 잘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확 올라가는 것 같다.

티몬은 둘 다 잘했다. 전자는 스스로 냉철하게 찾았고(이들은 심지어 애초에 트럭을 몰고 다니며 케밥을 파는 사업을 하려고 했었단다. 정말이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ideation이 아닌가!), 후자는 M&A로 얻었다.(이들은 Sales business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완전한 IT business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사 데일리픽을 인수해 ‘윙버스’의 창업자들과 NHN, 네오위즈의 베테랑 멤버들을 서비스 조직에 모조리 모셔왔다. design materials과 brand identity를 만들고 관리하는 Creative center 조직을 보고 있노라면 NHN의 CMD 조직과 꼭 닮아 있다. 대한민국 IT 업계에 그런-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 조직이 관리하는- 회사가 몇개나 될까?) 여러모로 창업학 교과서에 실릴만한 모범 성공 사례라 생각한다. 이 사례의 교훈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 내 능력 밖의 것들도 얻을 수 있다.”

자기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업계에 뛰어드는 일이 실로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업계 돌아가는 풍토나 그곳 소비자들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약간의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면 금세 그 업계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텃새가 있다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부족한 나의 자격지심이 투영된 생각이 아닌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론 업계의 동료들에게 별로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고 오히려 신선한 기대감을 갖고 나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모르는 업계에 뛰어든다는 불안감이나 그들이 나를 배척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그 업계에서 진심으로 결판을 볼 의지가 있는가-달리 말하면 적당히 사기치는게 아니라 누가봐도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 의지가 있는가-, 새로 하려는 일이 내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일인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이 당연한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 외에 나머진 모두 부차적이고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어느 학교 후배가 자기 사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대뜸 중진공에 발표하러 가는데 내 이름을 고문으로 올려도 되느냐고 문자가 왔다. 나는 고민하다 답장하지 않았다. 원하는대로 하라고 하면 다른 선배들에게도 순서가 뒤바뀐 행동을 계속할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또 속좁은 선배로 보일테니 말이다.

사실 내가 진정 해주고 싶었단 말은 이것이었다. “네가 붙을거면 내 이름을 걸지 않아도 붙을 것이고, 네가 떨어질 것이면 내 이름을 걸어도 떨어질 것이다.” 구색을 생각할 시간에 본질을 더 고민하는게 건전한 창업자로의 성장을 위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