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이 나오다

올들어 회사 일 외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이 지난 금요일 드디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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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분들이 각자 분야의 작성과 수정, 감수를 맡아 거의 일년여간 노력해 왔다. 밖에서 볼 때는 짧은 글이지만 이 짧은 글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열 차례는 수정을 거쳤다. 나는 블록체인 분야의 좌장을 맡아 권고안의 블록체인 분야 서문을 썼는데, 피드백을 반영해 한 세 번을 완전히 다시 썼다.

발표되고나서 기자분들 전화가 와서 반응이 “엥? 왜 그렇게 내용이 없어요?” 였는데 이 정도 나오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 권고안은 블록체인 분야에서만큼은 아래와 같은 의미가 있다.

  1. 암호자산으로의 용어 통일

    우리나라에는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통화, 디지털 자산, 암호자산 등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크립토를 부르는 너무나 다양한 용어가 있다. 우리는 이를 화폐보다 자산의 성격을 강조하고, 허구와 같은 가상(Virtual)보다 원어(Crypto) 그대로의 취지를 살리고자 최근의 국제 흐름에 따라 ‘암호자산’으로 용어 통일을 시도했다. 이는 단순 임기응변식 정리가 아니라 ‘앞으로 이렇게 가야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따라서 향후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에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
  2. 2030년의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이 권고안은 블록체인 분야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2030년의 대한민국을 가정하고 쓰여졌다. 따라서 당장 내일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크게 보면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도 크게 보면 1) 허가형 블록체인의 산업/공공 분야 도입 활성화를 통한 신뢰 사회 구축 2) 비허가형 블록체인 활성화를 통해 앞서 1)의 목적을 보다 저렴하게 구현 3) 암호자산 제도화를 통해 앞서 2)의 목적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실현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10년 뒤에 돌아봤을 때 ‘아, 그래도 참으로 옳은 방향을 제시했구나’ 느낄 수 있도록 고민했다.
  3. 정부 정책 변화의 불씨

    이 권고안은 정부를 향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쟁국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그대로 ‘권고’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 권고를 실제 채택할지 여부, 채택하면 얼마나 할지, 언제 할지 여부는 모두 개별 정부 부처에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힘없는 ‘권고’가 의미있는 이유는 적어도 정부 조직도 내의 한 부서가, (그것도 4차산업혁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라고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 놓은 부서가)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과 사뭇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부 조직도 내의 어느 누구도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따라서 개별 부처가 지금까지와 다른 정책을 펴야겠다는 필요를 느낀다 해도 태세 전환의 특별한 명분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이 정부든 다음 정부든 2019년 10월에 대통령 직속 4차위가 남겨 놓은 문서는 부처 담당자의 정책 설계 과정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같은 방향의 정책을 펴고자 할 때 좋은 명분이자 논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정부위원이 아닌 민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간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암호자산 제도화 관련 의견을 권고안에 포함시킬 때 같은 이유로(정부 조직도 내의 누군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 때문에) 여러 반대와 저항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장병규 위원장께서 앞에서 여러 차례 방어를 한 까닭에 특히 블록체인 분야는 정부 기조와 사뭇 다른 내용을 최종안에 담을 수 있었다. 정작 블록체인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들은 권고안의 내용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권고안의 부록을 잘 보시면 한국거래소(KRX)에 비트코인을 직접 상장하고 비트코인 파생상품 출시도 고려하라고 권고했는데, 이건 현재까지도 미국이나 스위스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정부 조직도 내 조직이 권고한 암호자산 정책 방향치고는 매우 급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뉴스도 많고 사회도 뒤숭숭해서 많은 분들이 일년여간 준비해 온 권고안이 그다지 소개가 덜 된듯 하여 그 의미를 몇자 적어 보았다. 위 2번과 3번은 블록체인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의의일 것이다.

그리고 이 권고안의 내용은 정책 관련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학습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저자들이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분들이기도 하고, 산업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공 싱크탱크가 두루 참여해 권고안의 공신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아래 권고안은 지면의 제약으로 인공지능부터 헬스케어, 금융, 농업, 모빌리티, 교육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변화할 모든 사회 분야의 미래상과 가야할 길이 각자 2-3페이지의 아주 짧은 분량으로 정리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정책 방향을 보려면 부록을 꼭 함께 읽으시기를 권한다.

2030년의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시간을 뺏겼지만 훌륭하신 분들과 국가의 미래, 특히 지금 몸 담고 있는 분야의 미래를 제시하는 일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데에 무한한 영광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4차위가 기대에 비해 결과가 없다고 외부 비판이 많았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위원장님 이하 각 정부 부처에서 파견 오신 지원단과 다른 위원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목격하고 다 저마다의 이유와 사정이 있음을 느끼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4차위에 파견되어 있는 각 부처의 공무원들이 다시 각자 자리로 돌아가 언젠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서게 될 때, 이런 조직을 경험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더 나라의 미래에 도움되는 정책을 펴리라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다운로드)

대정부 권고안 부록 – 상세 정책 제언 (다운로드)

체인파트너스의 첫 2년, 1막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표철민입니다. 어느새 5월이 되었고, 서른 셋의 늦은 나이에 군에서 제대해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까마득한 중3 때 시작한 다드림커뮤니케이션이라는 도메인 등록대행 회사를 3년, 그리고 대학 2학년 때 시작한 위자드웍스라는 위젯, 모바일 앱 개발 회사를 10년 운영하고 그 사이 게임 회사와 자잘한 부업들도 했습니다. 처음 웹사이트를 만들고 돈을 벌어본게 1999년이니 올해로 딱 20년이 되었습니다.

군에 다녀와 새로 시작한 회사는 체인파트너스라는 블록체인 회사입니다. 제가 제대한 2017년은 비트코인이 끝모를 상승을 하던 해입니다. 그 해 초 마침 가까운 선배(지금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를 만났다 이더리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은 2013년부터 조금씩 샀었지만 군에 가있는 동안 나온 이더리움은 신세계였습니다. 서버나 운영하는 사람없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앱을 돌릴 수 있다는 말은, IT를 오래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관심가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봄과 여름, 이더리움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앱들을 샅샅이 공부하고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지만 KAIST와 포항공대를 찾아가 작은 세미나를 열고 같이 블록체인 세상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블록체인비즈니스연구회>라는 모임도 만들어 제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했습니다. 그해 여름 동안 천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3회에 걸쳐 진행된 그 세미나를 들으러 왔습니다.

코인 가격에 대한 이야기 없이 전세계에 존재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기술의 현황, 그리고 법/제도 상황에 대한 세미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블록체인 백서를 읽는 공부 모임도 만들어 블록체인에 푹 빠진 분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임을 통해 만난 분들과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2017년 7월이었습니다.

회사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가 블록체인 산업의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모두의 친구이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조력자가 되자는 의미로 ‘체인파트너스’라 이름 지었습니다. 밤낮없이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2017년은 원채 블록체인의 인기가 뜨거울 때라 너무도 훌륭한 인재들을 운좋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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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 최대의 블록체인 미디어인 Coindesk와 암호화폐 자산운용사인 Grayscale을 소유한 DCG처럼 블록체인 분야의 다양한 사업을 소유한 컴퍼니 빌더 모델을 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선 전통 언론사와의 합작으로 디센터(Decenter)라는 블록체인 미디어를 창간했습니다. 토크노미아(Tokenomia)라는 암호화폐 설계 자문사를 설립해 10여개 암호화폐의 개발을 돕기도 했습니다.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블록체인인 EOS(이오스)의 노드를 운영하는 대표자 선거에 출마해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오시스(eosys)라는 이름의 EOS 블록체인 전문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해, EOS 블록체인 이용을 위한 지갑, 검색엔진, 게임 등 각종 유틸리티를 출시했습니다.

코인사이트(Coinsight)라는 이름의 YouTube 채널을 개설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일반인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고, 폴라리스(POLARIS)라는 이름의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의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피클(PYKL)이라는 마케팅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는 2017년 5월 체인파트너스 첫 사업계획서의 대부분을 차지한 분야입니다. 우리는 기술로 차별화한 암호화폐 거래소인 데이빗(daybit)을 2018년 10월 오픈했고, 11월 글로벌 8대 장외거래 업체와 제휴한 국내 첫 암호화폐 장외거래(OTC) 서비스인 체인파트너스 OTC를 열었습니다.

암호화폐를 증권가의 시각으로 조명하는 체인파트너스 리서치는 올 4월부터 암호화폐 리서치센터로는 세계적으로도 흔치않게 Bloomberg에 리포트를 내고 있습니다. Bloomberg 터미널은 전세계 대부분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구독하는 단말기로, 암호화폐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전통 자본시장에서도 참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2018년 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이더리움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인 코인덕(Coinduck)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두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1천개 매장을 확보해 Forbes에 소개되며 크립토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10에 유일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로 코인덕이 탑재되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초기 탑재된 네 개의 블록체인 서비스 중 가입이나 별도 설치가 필요없이 아예 앱 내에 내장된 서비스는 코인덕이 현재까지도 유일합니다.

체인파트너스는 이토록 많은 진전을 단 일년 반만에 이뤄냈습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작년 내내 암호화폐 시장이 어려워진 까닭에 우리는 올들어 몇가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했습니다. 암호화폐 신규 개발이 크게 줄어들자 토크노미아를 정리했고, 더 이상 새로운 블록체인이 시장에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폴라리스를 접었습니다. 코인사이트와 피클을 정리했고 다른 사업들도 조직을 최대한 슬림하게 조정했습니다. 설립 후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큰 체질개선을 이뤘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 더 힘을 쏟고 어디에 좀 더 힘을 빼도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은 다 들고 직접 하기보다 분사(Spin-off)해 더 작은 조직으로 가는게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내렸습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살아남아 끝내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보다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실행력이 좋은 팀입니다. 불과 일년 반만에 14가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하나씩 궤도에 올리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것도 어디서 빌려다 대충 만드는게 아니라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법적으로도 항상 꼼꼼히 따져보고 출시합니다. 시장의 수요를 찾고 여기 대응하는 서비스를 가장 빨리 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 중 하나가 체인파트너스 OTC였고 출시 네 달만에 240억 거래를 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암호화폐 장외거래 시장은 주로 음성적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최근 버닝썬 사건의 조연 중 하나였던 이른바 ‘린 사모’가 한국에 송금한 기록이 전혀 없음에도 국내 부동산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음성적인 암호화폐 장외거래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체인파트너스 OTC는 국내 암호화폐 장외거래 최초로 철저한 거래자 신분확인(KYC)과 돈 세탁 방지(AML)를 위한 자금 출처 확인을 거칩니다. 현재 금융위원회 관할의 모든 업체는 암호화폐를 사거나 보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거래는 모두 비금융권의 양성적 거래였다는 점에서 아주 희소한 사례입니다. 만약 언젠가 금융권의 암호화폐 보유가 허용된다면 당연히 양성적인 거래를 원할 것이고, 우리 OTC 데스크는 국내에 없던 서류를 처음부터 만들어가며 ‘깨끗한 암호화폐 장외거래’라는 새 시장을 개척해 온 보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 시장 수요를 발견해 출시한 서비스가 작년 12월 낸 비하인드(Behind)입니다. 오픈 후 세 달만에 입소문만으로 200억 거래를 일으켰습니다. 어느날 우리 팀은 아직 어느 거래소에도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사람들이 P2P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기가 빈번했고, 거래 가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같은 상품이 거래자에 따라 다른 가격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보다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실시간 거래가를 공개하고 중간에 암호화폐를 에스크로(Escrow) 해주는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특정 코인이 비하인드에 상장되자 P2P 거래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비하인드에서 거래하는게 훨씬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체인파트너스는 암호화폐 시장의 틈새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좋은 타이밍에 내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돌아보면 2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체인파트너스가 얻게 된 가장 큰 경쟁력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많은 서비스를 직접 만든 경험과 거기서 배운 통찰, 자랑할만한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을 보유하고 스스로 필요한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제작력, 전원 금융권 출신 국내 변호사들과 해외 변호사로 구성된 블록체인 전문 법무팀의 전문성 이 세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창업부터 폭발적으로 일을 벌리며 두루두루 사업 기회를 모색한 1막을 지나, 다소간의 정리와 수렴을 거쳐 이제 다시 초점을 맞추고 몇가지 사업을 깊게 파내려가는 지금이 체인파트너스에게는 본격적인 2막이자 가장 큰 도전의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시리즈 A 펀딩으로는 전례없는 140억을 투자받아, 한국을 기초부터 탄탄한 ‘미래 크립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금융권과 법조계, IT 업계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초대해 한 발자국씩 쌓아올려 왔습니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국가적 탄압과 4대 거래소에만 실명계좌를 열어주는 은행들의 불공정 거래,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거의 영원할 것 같은 시기와 질투 속에서도 오랜 시간 우리가 꾸준히 쌓아 올린 법적 토대와 기술의 초석 위에 앞으로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크립토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꿈이 열매 맺는 날도 오리라 믿습니다.

모색과 발산의 1막을 마치고 집중과 수렴의 2막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부 동료들과의 작별이 있었습니다. 매우 슬프고 미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과거 10년을 했던 위자드웍스와 그 이전의 회사 경험으로 돌아보건데 과거 동료들에게 가장 미안한건 중간에 우리가 헤어져서가 아니라 끝내 존경받는 회사를 만들지 못해서입니다.

내가 어느 위대한 회사의 초기 멤버였다는,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헤어진 동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입니다. 따라서 떠난 동료들에게, 그리고 함께 2막을 시작하는 소중한 멤버들에게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시간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습니다. 단지 우리가 치열하게 노력했다가 아니라, 그래서 성공시켰다는 결과를 꼭 같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때로 사장이 냉정해지거나 화목함을 깨야하는 때도 있습니다. 회사 운영이라는 것이 해보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모두가 즐거운 일 하게 놔두고, 못하면 잘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 언제나 웃으며 지내고 싶지만 그러다간 아무도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하고 각자 왔던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끝까지 가서 마지막 장을 넘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간절해야 하고 사장만큼, 때로 그 이상으로 독해져야 합니다.

이제 막 2년간의 1막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멤버들과 일부 집중된 사업으로 2막을 시작하는 체인파트너스는, 앞으로 보다 똑똑하게 일할 것이고 더 포용적이 되어 전체 블록체인 회사들과 함께 일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많게는 130명의 사람들이 2년간 진척시켜 놓은 일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블록체인 업계 최초로 EU 가입국 몰타(Malta)로부터 최상위 디지털 자산 취급 라이센스를 취득했고, 올들어 필리핀 중앙은행(BSP)로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인가를 받았습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평균 1년 넘게 줄서서 받는 인가를 우리는 딱 3개월만에 받았습니다. 아직 공개하지 못하지만 더 큰 준비들도 하나씩 차근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체인파트너스 2막의 목표는 가장 많은 국가에서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합법적으로 취급하는 ‘크립토 금융 전문 다국적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크립토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어쩌면 우리나라 핀테크 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더 큰 글로벌 금융 회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저는 미래의 돈은 모두 디지털 화폐가 되리라 확신하고 있고,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는 한국의 어떤 금융 회사보다 먼저 준비된 회사가 될테니 말입니다.

조만간 우리가 그리고 있는 2막의 자세한 계획을 소개하고, 보다 많은 분들이 체인파트너스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저 개인적으로도 올해 사업 20주년을 맞습니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항상 이를 악물고 일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정직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회사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이따금 실수를 하고 고객과 커뮤니티로부터 호되게 혼도 납니다.

작년에 성급하게 발표한 이오스 타워를 짓겠다는 계획이나, 데이빗 거래소 오픈이 여러 차례 연기된 일은 큰 실수이자 잘못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계획을 말할 때 보다 신중하게 하고, 계획한 것은 기한 내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폴라리스 블록체인 개발을 종료한 일로 실망한 분들도 계십니다. 그건 우리가 아무도 안쓸 블록체인을 하나 더 만들어서 괜히 토큰 세일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장에 블록체인이 너무 많고,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실제 트랙젝션도 없는 현실을 볼 때 그 결정은 우리가 더 정직해지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도전을 하는 이상 실수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잘못한 것은 빠르게 시인하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업계에 들어와 만 2년을 일해보니 정말 많은 오해를 받고 다양한 종류의 근거없는 악담에 시달립니다.

그래도 정직하게 하려고 노력한 끝에 미력하나마 20년을 살아 남았습니다. 비록 매우 터프한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앞으로도 정직함과 성실함을 추구하겠습니다. 누구보다 오래하는건 자신있고 이미 해봤기 때문에 체인파트너스도 5년, 10년, 20년 당연히 간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시간을 함께해 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표철민 올림

한 해 정리와 2019년 블록체인/크립토 시장 전망

글이라는 것은 자꾸 쓰지 않으면 쓰는 방법을 잊는듯 합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씁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지난지 모를 한 해였습니다. 연말엔 의례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을 쓰지만 올해는 정말 그랬습니다. 크립토 업계에 있던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올해 좋았던 일을 꼽자면 체인파트너스 동료들을 만난 일입니다. 이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헤어진 사람도 있지만 다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좋게 헤어진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락을 해야만 했는데 너무 바빠 못한 사람, 답장을 못한 사람, 대화하다가 끊긴 사람도 있습니다.

올 한해 제게 여러모로 서운했던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한동안 하루 서너시간 자면서 일만 했습니다. 운동은 상상도 못하고 제대로 된 점심 식사는 2주에 한 번 정도 했습니다. 그렇게 살았으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족해 올해 여러모로 많은 실망도 끼쳤습니다. 몇가지 생각해 보면 이오스 타워가 생각납니다. EOS BP로 출마해 국내외 후보들과 과도한 선거전을 벌이며 BP가 되면 이오스 노드를 유치한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특정 국가 후보들의 담합으로 국내 모든 후보가 BP에서 밀렸고, 전체 블록체인 시장의 거품이 빠지며 EOS 가격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블록체인의 성격상 생태계 지속성이 위협 받는 것이 이 세계이므로, 우리가 이오스 타워를 올리는 꿈은 지금으로서는 다소 멀어졌습니다.

이 점 많은 분들께 실망을 끼치게 되어 송구합니다. 하지만 이오스 타워를 제외한 모든 공약은 약속대로 착실히 이행해 가고 있습니다. EOSscan을 대체하는 EOS 이용 종합 포털인 EOShub가 출시되었고, 예고했던 NOVA 월렛이 출시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탈중앙 거래소인 EOSDAQ이 출시되었고, Tokenext도 나왔습니다.

다소 늦었지만 DAYBIT이 EOS 기축 거래를 시작하였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EOS 교육 프로그램인 We.D, 글로벌 DApp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인 DIA,  EOSYS 블로그를 통한 EOS 교육 자료 제작도 계속 했습니다.

EOS 생태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자원 임대 도구인 Chintai는 최근 BP들의 투표로 전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5명의 관리인을 선출했습니다. 여기에 당당히 EOSYS가 선출되어 Chintai 운영과 Chaintai에 모인 EOS 토큰을 활용한 대리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리인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단지 토큰 많은 사람이 좌우하는 EOS BP 선거가 아니라 전세계의 인정받는 BP들이 모여 그간의 노력과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선출한 관리인이기에 더욱 값진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블록체인계의 경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이렇게 큰 블록체인의 코어 그룹이 된 국내 회사는 없었습니다.

EOSYS는 EOS를 만든 Block.one의 부사장이었던 Thomas Cox가 좌장으로 있는 EOS Work Proposal Working Group에도 참여해 매년 새로 발행되는 토큰의 운영 방침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러 의미로 한국의 EOSYS는 EOS 블록체인 운영의 핵심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모두 지난 한 해 여러분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이오스 타워는 현재로서는 너무 송구합니다마는 우리는 약속을 지키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여건이 되는 날이 오면, 다시 꿈꾸겠습니다.

EOS는 완벽한 마지막 블록체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훌륭한 블록체인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블록체인이고 나머지 모든 블록체인 DApp이 일으키는 Transaction을 합한 것보다 많은 Transaction이 EOS 위에서 동작하고 있습니다.

즉 당분간 적수가 없는 블록체인이고 겨우 올해 6월에 나온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해 갈 것입니다. EOSYS는 그런 블록체인의 인사이더고, EOS가 커지는 혜택을 EOSYS가 그대로 받을 것입니다.

EOS는 애초에 오픈소스를 이용한 변형(Hard fork)을 권장한 체인입니다. 그러나 아직 변형이 많이 안나왔습니다. 우리는 애초부터 EOS를 이용해 기업이 쓰기 편하게 변형한 블록체인을 만들겠다고 예고해 왔습니다. 이름은 POLARIS입니다. 올 3월부터 꾸준히 조금씩 발전을 시켜왔고 최근 Position Paper 2.2 버전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어떤 블록체인을 구상하고 있는지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EOS 블록체인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쓰기 편한 부분을 강화한 일종의 EOS 산업용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하나씩 베일을 벗고 좋은 파트너들과 진짜 블록체인이 필요한 곳에 사용해 갈 것입니다.

요즘은 블록체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을 도입했다고 연일 보도자료를 냅니다. 기왕이면 우리는 아주 적게 쓰여도 POLARIS가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곳에만 쓰이기를 바랍니다. 블록체인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은, 불도저 몰고 레이싱 경주를 나가는 것만큼이나 비용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DAYBIT 거래소는 올해 두 차례의 연기 끝에 10월에 출시되었습니다. 몇 가지 실수가 있었습니다. 먼저 모 해외 거래소와의 제휴건이 있습니다.

해당 제휴는 실제 추진중이었으나 저의 부주의로 논의 과정 중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이후 딜이 지지부진해 깨졌고 기사를 보고 묻는 사람이 많아지자 해당 거래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데이빗과의 제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기꾼에게 엄정 대응하겠다”는 다소 강한 표현을 써서 마치 논의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해당 기사가 나간데 대해 직접 만나서도 사과했고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그런 트윗을 올린건 여전히 깊이 유감스러운 행동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기가 두 차례나 된 것은 모두 제 불찰이었습니다. 변명하자면 중간에 원화 수신 문제가 있었고 리워드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서 각각 한달과 두달 일정의 설계 및 개발 변경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온전히 저의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세번째는 오픈 이후의 일입니다. 리워드 프로그램을 위해 설계된 데이 토큰 가격이 상장 직후 크게 올랐다 떨어진 일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중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 토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저희에게도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가격을 우리 또는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띄우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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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4일 현재 제 데이 토큰 보유량. 평단 $0.122에 201,475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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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매도 거래 내역입니다. 데이 토큰은 단 한 번도 판 적이 없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해 거래소가 가져가는 수수료의 고정 비율을 낮췄고, 그간의 수수료 수입을 이용해 장내 고지 후 꾸준히 데이 토큰을 바이백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데이 토큰이 낮은 가격대를 횡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부러 펌프 앤 덤프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 두달 넘게 운영하며 데이 토큰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장기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데이빗 거래소가 본연의 건강한 거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개선은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 왔습니다.

그런 배움을 앞으로 서비스에 하나씩 적용해 갈 것입니다. 우리가 오픈 후 순차적으로 EOS를 상장하고 기축 마켓을 도입해온 것처럼, 이같은 배움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기간도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은 전혀 없는 데이 토큰의 기능도 하나씩 붙여갈 것입니다.

체인파트너스와 그 인접 생태계 전반에 걸쳐 데이 토큰은 단일 화폐이자 상품권처럼 실제 서비스를 구입하고 이용하는 용도로 널리 통용되도록 차근히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얼마전 주주 중 한 사람으로부터 ‘앞으로 시장에 아무 약속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습니다. 그간 우리가 너무 많은 약속을 해왔기 때문에 제 때 출시가 안되면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그냥 시장에 기대를 주지 말고 때 되면 내라는 말이었습니다. 약속한 대부분의 일을 실제로 하고도 욕먹은 걸 생각하면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약속을 거의 안합니다. 여느 언론 인터뷰에서도 주의하고 있고 제 약속의 산실이었던 이 블로그도 두 달 가량 아무 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를 만들어서는 안되겠지만 최소한 이 사람이, 이 회사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때때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처럼 계획과 비전을 빼면 아직 실체가 없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하지만 글의 끝까지, 또 앞으로의 글과 인터뷰에서도 큰 방향은 제시하되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은 약속하지 않으려 합니다.

데이 토큰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는 제가 최대한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 온 것과는 무관하게 살면서 가장 많은 욕을 들어먹었습니다. 올 여름께 국제적인 다단계 조직이 500억 어치에 해당하는 이더를 줄테니 데이 토큰을 통째로 팔라고 접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제안을 뿌리치고 새벽까지 일하다 집 앞의 24시간 분식집에 들러 만두 라면을 먹었습니다. 스스로 깨끗하게 살고 있다는 뿌듯함에 그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로부터 몇달이 지나 데이 토큰 가격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그 사진을 캡처해 저를 ‘표만두’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500억 거절했다고 스스로 우쭐해 놓고 정작 상장 후 가격 방어 하나 못해주다니 한심해 보였을 겁니다. 당시 제가 올린 글을 보고 “표철민은 맨날 똑같다. ‘나는 이렇게 잘하려 노력하는데 당신들은 왜 그리 몰라주느냐’고 우는 소리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자기 연민과 자기애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토큰 가격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데이빗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데이 토큰을 계속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특정 거래소가 마켓 메이킹 봇을 일정기간 사내에서 돌려 검찰에 기소되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데이빗은 그런 일은 없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누군가 들어와 자료를 다 열어 보아도 우리 스스로 자신있고 떳떳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실수하는게 있을지 몰라도 거래소 운영에 있어서는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하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습니다.

내년도 전망

내년도 전망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블록체인을 다루는 미디어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전통 미디어도 블록체인을 다루고 블록체인만 다루는 신생 매체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새해를 맞아 몇몇 언론사에서 내년 시장 전망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연말이라 몇군데 인터뷰도 했는데요.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제 발언의 취지가 더러 생략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여러 오해가 생길거 같아 부득이 직접 써서 본래 뜻을 전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루는 주제가 많아 글이 길지만 이 글을 읽으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해되실 겁니다. 누구를 서운하게 하려고 제 시간 들여 이렇게 글 쓰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배운 것들, 제가 블록체인 시장의 여러 정보가 모이는 곳에서 겪고 느끼게 된 것들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최대한 고민하고 나누어서 한국의 블록체인 업계가 각기 따로 시행착오하는 시간을 줄이고, 힘을 모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의 원년

내년에는 카카오 계열의 Klaytn과 라인 계열의 LINK, 그리고 두나무 계열의 Luniverse, 블로코 계열의 Aergo 등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들이 속속 나옵니다. 티몬과 배달의민족 등 여러 서비스에서 사용한다고 예고한 Stable coin인 Terra도 나옵니다. 이더리움은 제휴팀이 없지만 이런 프로젝트들은 제휴팀이 있어 파트너를 설득해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직접 DApp을 개발하거나 파트너사에 일정량의 토큰이나 현금 등 보상을 지불하고 DApp 개발을 시키기 때문에 순전히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더리움이나 EOS 생태계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중앙화 블록체인 진영보다 중앙화 블록체인 진영은 이미 기존 서비스에서 확보하고 있는 유저도 많고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도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카카오나 Facebook, Baidu가 만드는 블록체인이나 DApp이 이더리움이나 EOS 기반 DApp보다 쓰기 쉬울 가능성은 거의 확실합니다.

프로토콜뿐 아니라 지갑 같은 유틸리티도 기존 인터넷 기업들이 만드는 것은 훨씬 쉬울 겁니다. 탈중앙 철학에 다소 위배되더라도 지갑 앞 단을 중앙화하면 핸드폰 번호나 Facebook,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 시킬 수 있습니다. 알아 볼 수 없는 난수로 로그인해야 할 일은 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는 거의 사라질 겁니다.

또한 기존 사용자 기반이 없는 이더리움이나 EOS에 비해 자신들이 운영하던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를 유입시키기 훨씬 유리합니다. 따라서 단시간 내에 사용자수는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이 그렇지 않은 블록체인을 압도할 겁니다.

올해까지는 주로 운영의 주체가 없거나 운영의 주체도 그다지 유저를 부을 힘이 없는 블록체인들만 있었다면 내년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겁니다. ‘이더리움 대 EOS’가 아니라 ‘탈중앙 블록체인 대 중앙화 블록체인’의 경쟁 구도를 띄게될 겁니다.

아마 중앙화 블록체인은 지역색을 강하게 띌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카오 Klaytn은 한국에서, 라인의 LINK는 주로 일본과 대만 등 LINE 메신저가 강한 지역에서, 그리고 Baidu나 Alibaba가 만든다는 블록체인은 당연히 중국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을 겁니다.

Facebook도 블록체인팀이 200명이 넘는다고 하니, 내년에는 속속 준비중인 것들을 내놓으리라 생각합니다. Whatsapp에 Stable coin을 개발해 넣어 인도의 송금 시장을 노린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200명이 Stable coin 하나만 만들고 있을리 없기 때문에 Facebook과 Instagram, 그리고 Whatsapp 메신저를 가진 Facebook 그룹은 블록체인 대중화에 가장 큰 다국적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입니다.

Google과 Apple은 아직 조용히 있지만 블록체인 세상이 와도 사용자 접점은 모바일과 데스크탑에서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양대 모바일 플랫폼을 쥔 두 회사는 급할게 없습니다. 언젠가 Google이 모바일 Chrome 브라우저에 암호화폐 지갑 플러그인을 내장하면(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Google은 단숨에 세계 1위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회사가 됩니다.

Apple 역시 이미 있는 iWallet에 암호화폐 지갑만 추가하면 전세계 수억명의 사용자를 금방 흡수할 수 있습니다. 유저를 잔뜩 쥐고 있는 중앙화된 주체들은 사실 블록체인 혁명에 그리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탈중앙 진영이 만든건 오픈소스로 모두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지만 탈중앙 진영은 중앙화 진영이 가진 사용자가 없습니다.

물론 탈중앙 진영이 영원히 불리하기만 한건 아닙니다. 결국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하며 사용자를 얻을 겁니다. 그것은 주로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치적인 탄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에 있고 싶지만 있을 수 없는 서비스들이 블록체인으로 와서 사용자를 얻을 겁니다. 불법 영화 스트리밍, 온라인 도박, 마약 거래, 무기 밀매, 매춘, 포르노, 온갖 핍박받는 소수자 또는 음성적 커뮤니티가 그런 예입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수요가 높지만 인터넷에서는 서비스되기 나날이 어려워지는 것들입니다. 추적 기술이 발달하며 점점 두려움이 커가지만 수요는 오늘도 내일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들은 이런 서비스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안을 겁니다. 어쨌든 우리 생태계로 들어오는게 고맙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될 겁니다. 반대로 음성적인 서비스들 입장에서도 만약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정보를 블록체인 운영 주체에게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면 온전히 안전하고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진짜 블록체인이 필요한 서비스들은 운영의 주체가 없는 이더리움이나 EOS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일시적으로 양질의 DApp을 만들고 유명한 회사를 파트너로 참여시키고 기존 사용자를 참여시키는 일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중앙화된 주체들이 잘할 겁니다. 허나 시간이 한 두 해 더 지나고 나면 결국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운영의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에 둥지를 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안전하고 지역색 없이 보다 국제적인 블록체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이더리움이 성능 문제도 있고 해서 많은 DApp들이 갈 길을 잃었습니다. 그 사이를 EOS가 치고 들어왔고 내년에 나올 여러 블록체인들이 각자의 영역을 넓힐 겁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고작 2014년 12월에 나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겨우 말 배우는 수준입니다. 사람들은 당장 이더리움이 뛰어 다니거나 박사 학위를 따기를 바랍니다. 고작 3년 된 실험적 소프트웨어에게 말입니다.

내후년쯤 뒤에는 이더리움이 번듯하게 말도 하고 학교도 다닐 겁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DApp은 충분히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커뮤니티도 세계적으로 가장 큽니다. EOS는 물론이고 중앙화된 블록체인들은 이더리움이 아직 제대로 등판하지 못한 2년을 골든 타임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전세계 블록체인 진영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언제나 IT의 바로미터가 되는 북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이더리움이 시장을 평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획경제 식으로 단시간에 발전시키는건 자본을 투여해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전세계 커뮤니티의 고른 지지와 개발 참여는 자본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돈 주고 DApp 개발 시킬 수 있지만 돈이 무한정 있는게 아니면 언젠가는 멈추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블록체인이 끝내 살아남기 위해 가장 힘써야 하는건 견고한 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북미는 애초부터 이더리움의 Co-founder였던 Joseph Lubin이 창업한 Consensys가 뉴욕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이더리움의 텃밭입니다. 현재 EOS 기반 DApp 사용자는 보통 중국 4-50%, 한국 3-40%, 그리고 나머지 국가를 다 합쳐 1-20% 정도 나오는데 지역 확대는 EOS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입니다. 이를 넘지 못하면 결국 EOS도 앞으로 나올 다른 중앙화된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있는 체인에 머물고 말 것입니다.

이 산업에 들어와 항상 혼란스러웠던 것이 과연 블록체인이 말하는 ‘탈중앙성’은 소수 주인공들을 위한 명분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 코인을 만드는 것은 소수고 블록체인도 만들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이더리움이나 EOS 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우지한이나 로저버, 브룩 피어스처럼 개인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된 사람들은 이 시장이 존속하는 한 거의 지는 일이 없는 게임을 하게 될 겁니다. 대형 거래소들 역시 시장의 헤게모니를 움직이는 주체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들에게 과연 ‘탈중앙’은 어떤 의미일까요?

영화에 빗대자면, ‘블록체인 산업’은 빨간 약 먹고 매트릭스를 탈출한 사람들에게 다시 집 지어주며 재벌이 되는 아이러니한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내년은 중앙화 진영이 탈중앙 진영에게 도박을 제외한 건전한 DApp의 가능성과 아름다운 사용성을 한 수 보여주어 탈중앙쪽 혁신도 자극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디밴드들끼리 모여 자유롭지만 대중성은 없는 노래를 지어 부르던 마을에 갑자기 SM과 YG가 떨어진 상황이 된 겁니다. 마을 원주민들은 혼란스럽지만, 분명 대중성을 배울 것입니다.

다시 컨텐츠가 갑이 되어 모셔가는 시대

국내외의 중앙화된 블록체인들이 제휴팀을 가동하면 굉장히 많은 회사들이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속도는 아무래도 암호화폐 시장 열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다양한 실험이 여러 카테고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최근에 야놀자가 두나무의 Luniverse 플랫폼 위에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하겠다고 제휴를 맺은 것도 그런 예입니다.

이스라엘 체인인 Orbs는 한국까지 와서 제휴사를 찾고 있습니다. 벌써 Yes24를 비롯해 여러 기업과 지자체가 Orbs 체인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블록체인을 도입하지는 않을테니 블록체인 도입에 관심 있는 소수 기업들을 놓고 체인 간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어디랑 하기로 했다가 보다 좋은 조건으로 다시 빼앗아 오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 초기에 한때 앱스토어가 세계적으로 600개가 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중국에서는 일부 사설 스토어가 살아 남아 성업중이지만 이제는 Google Play와 Apple AppStore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이나 EOS, 그리고 앞서 열거한 중앙화된 블록체인들은 모두 양질의 DApp이 많이 올라와야 의미가 생기는 이른바 ‘플랫폼 블록체인’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앱스토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아이폰 초기에 신기하고 재밌는 앱을 쓰려고 아이폰을 산 사람이 많습니다. 즉 플랫폼과 컨텐츠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앱을 쓰려고 아이폰을 사고, 아이폰을 산 김에 앱을 씁니다.

물론 블록체인은 스마트폰 같이 고객 접점이라기보다는 아마존 클라우드 같은 백엔드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쓰는 서비스가 백엔드에 이더리움을 썼던 Klaytn을 썼던 전혀 알 필요가 없습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주로 DApp 개발자가 플랫폼이 주는 경제적 또는 마케팅적 인센티브, 그리고 자기가 구현하려는 서비스 기능을 가장 제대로 제공해 주는 플랫폼이 어디인지, 또한 자기 서비스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는 플랫폼인가에 따라 어느 블록체인을 선택할지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초기에는 많은 블록체인의 제휴팀들이 ‘파트너사의 필요에 따라 블록체인의 기능을 추가해 주겠다’고 제안할 겁니다. 레퍼런스도 만들겸 파트너사의 DApp 개발을 아예 플랫폼이 대신해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벌써 그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되면 결국 일반인이 누구나 아는 소비재 회사나 고객을 많이 가진 회사, 또는 양질의 컨텐츠를 많이 가진 회사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에게 ‘유치 1순위’가 될 것입니다. 서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독점’ 또는 ‘한시적 독점’ 제휴를 요구할 것이고 결국 금새 컨텐츠가 갑이 되어 블록체인을 고르는 입장이 될 겁니다.

컨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독과점 상태가 되면 헤게모니는 플랫폼이 쥐지만, 플랫폼이 난립할 때는 컨텐츠가 헤게모니를 쥡니다. 언제나 그래왔고 블록체인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진정한 블록체인 문제는 어디에.

지난 한 해 여러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나왔습니다.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이 지역화폐일 겁니다. 지난 지방선거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지역 사회에 통용되는 코인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실제 내년부터는 예산에 반영되어 아마도 활발하게 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 사업에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 뛰어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정말 블록체인 없이 못 만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지역 바우처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에 포인트를 충전해 줍니다. 이건 몇년간 블록체인 기반이 아니었지만 잘 돌아갔습니다.

지금 블록체인 기반이라 이야기하는 여러 지역화폐도 실제 동작 원리는 대부분 Off-chain(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게 아니라 추후 비동기식으로 기록)입니다. 즉 현재의 그리고 내년에 본격화될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는 실은 마케팅 용어에 다름 아닙니다. 블록체인 없이도 중앙화해서 할 수 있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넣는다고 특별히 개선이 있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송금은 어떨까요? 블록체인계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들은 사회적 문제가 ‘Unbanked people’ 즉, 아직 은행 계좌가 없어 돈을 주고 받지 못하는 인류가 1/3이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근처의 환전상에서 현찰로 돈을 주고 받기 위해 많게는 30%의 환전수수료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오히려 후진국일수록 자금 이동에 선진국 주민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이른바 ‘Poor tax’라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여러 블록체인 기반 송금 프로젝트의 꿈입니다. 참 멋지죠. 심지어 아프리카의 ‘Unbanked people’들에게 비트코인 원장을 중계하는 위성을 쏘겠다는 블록체인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우선 스마트폰이 있어야 합니다. 요새 저가형 스마트폰 많으니까 아프리카에 보급이 많이 되었다고 가정하죠. 그러면 더 이상 블록체인 기반 송금이 필요할까요? 스마트폰이 있다는 얘기는 당연히 이동통신망이 깔려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냥 WeChat Pay나 Alipay로 송금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블록체인계의 주장은 ‘중앙화보다 안전하다’, ‘중앙화는 부패됐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WeChat Pay나 Alipay가 사용자의 돈을 훔쳐간 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13억 중국 인구가 그토록 열성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죠. 길거리 노점상까지 받는게 WeChat Pay인데, 일대일로 전략으로 아프리카에 열심히 손을 뻗치고 있는 중국이 WeChat Pay나 Alipay를 아프리카에서 서비스하지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Facebook이 Whatsapp 메신저에서의 송금을 위해 개발한다는 Stable coin 역시 아프리카에 스마트폰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제공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블록체인이 해결하려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간의 송금 서비스는 이미 중앙화에서 잘 제공하고 있는 분야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나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송금이라면 또 모를까, 그것들이 있어야 하는 전제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은 중앙화된 송금 대비 어떠한 잇점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중앙화된 송금 서비스는 자사 사용자끼리 송금 수수료도 무료입니다.

물론 현재의 은행간 국제 송금 프로토콜인 SWIFT보다는 Ripple이 개발한 xCurrent 솔루션 같은 블록체인 기반 국제송금 프로토콜이 훨씬 비용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마는 이건 기관간 거래에 쓰이는 프로토콜입니다. 개인간 송금은 여전히 중앙화쪽이 훨씬 더 많은 답을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그런 식으로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공인인증서는 ‘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20년 넘게 사용해 온 공인인증서는 그동안 안전하지 않았던 건가요? 마치 앞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가 중앙화된 지역화폐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블록체인 기반 송금이 중앙화된 송금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블록체인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적용을 한 것입니다. 그랬기에 사용자는 잘 설득이 안됩니다.

내년 예산을 보니 많은 블록체인 국책 과제가 나왔습니다. 지자체도 블록체인 과제를 예산에 올렸습니다. 또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 블록체인으로 굳이 풀 필요 없는 문제들이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뭔지 굉장히 어렵고 멋져 보이는 수식어를 달고 개발될 겁니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분명 도움이 되지만, 블록체인’도’ 풀 수 있는 문제 말고 블록체인’만’ 풀 수 있는 문제에 예산이 가도록 해야 국비가 낭비되지 않습니다.

일년여전 글에서 제가 언급한대로 언젠가는 블록체인이 미들맨을 없애고 직거래하는 시대를 만들어 여러 산업을 전복시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앙화 집단이 바보가 아닌 한 그렇게 쉽게 자기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서 진짜 블록체인을 생각하는 사람과 회사는 블록체인을 마케팅 용어로 쓸 것이 아니라 전복을 꾀하는 산업에 우뚝 서있는 전통의 강자들을 물리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도박과 사행성 게임

아래는 EOS의 2018년 12월 23일 기준 실제 동작하는 인기 DApp 순위입니다. 유저수도 많고 24시간 실제 토큰이 왔다갔다한 내역은 압도적으로 도박 DApp이 많습니다. 카테고리의 빨간색이 모두 도박 DAp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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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실제 DApp이 돌기 시작한 TRON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기있는 대부분의 DApp은 도박입니다. 빨간색은 대놓고 도박이고 갈색은 사행성 DAp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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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같은 시각 이더리움의 DApp들 순위입니다. 이더리움 성능이 너무 떨어져 실시간성이 중요한 도박 DApp은 거의 없습니다. 이게 이더리움이 깨끗해서가 아니라 이더리움에 올리고자 했으나 성능이 떨어져 못올린 도박 DApp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EOS나 Tron을 찾아갔기 때문입니다. 도박 DApp이 없는 이더리움은 DApp별 24시간 사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EOS 대비 1/3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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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더리움 성능이 개선되면, 이더리움의 상위 DApp 순위도 빨간색이나 갈색이 대부분 채울 것입니다. 아직은 아이러니하게도 느려서 깨끗합니다.

비트코인은 DApp이 없지만 최근 24시간동안 가장 입출금이 많은 계좌 Top 25를 보면 그중 최소 10개 이상은 항상 비트코인을 베팅에 사용하는 도박 사이트들이 차지합니다. 결국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트랜젝션은 어김없이 온라인 도박 서비스가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데이터들을 놓고 볼 때 블록체인 킬러 DApp은 도박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의 첫번째 히트작이었다면, 두번째는 온라인 도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역화폐나 개인간 송금, P2P 음원 서비스, 농수산물 유통 등은 아직 아닙니다.

STO (증권형 토큰 발행)

이 시장의 많은 분들이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발행)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10조 달러(10 Trillion dollar)가 된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딜 가나 그 소리여서 대체 그 수치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한 증권형 토큰 플랫폼 회사가 ‘자체 추정’한 내용이 수백개 사이트에 인용되며 마치 STO 시장이 머잖아 그렇게 되는 것처럼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회사 멤버들과 함께 전세계 STO 시장 조사 자료를 뒤졌는데, 제대로 된 추정치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STO에 대해 나온 모든 전망은 근거없는 자료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NDA(비밀유지협약)가 있어 자세히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저는 몇달 전 두바이와 뉴욕의 중심지에 상업 부동산(빌딩)을 STO하는 자료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맨날 백서 수준의 ICO만 보다가 STO라는 신선함과 짓고 있는 건물의 아름다움에 반해 저는 너무 멋진 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증권사에서 온 우리 CFO는 딱 보자마자 “절대 투자하면 안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담보가 전혀 없는, 후순위 채권을 토큰화한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전통 자본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자연스러운 상업 부동산이 STO라는 독특한 자금 조달 수단을 택했을 정도라면, 어딘가 자금 조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STO 초기에는 그 자금 조달 방식의 생소함으로 인해 좋은 투자 대상일수록 선택을 꺼릴 것이고(전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쉬운데 굳이 새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아마 초기 STO의 대부분은 후순위이거나 무담보, 극도로 위험한 트렌치(=채권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O 초기에는 아무런 담보도, 지분도, 권리나 약속도 없던 ICO에 비해서는 훨씬 더 안전해 보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착시 효과로 인해(실제로는 위와 같이 극도의 위험자산일 가능성이 높지만) 판매는 성황리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제가 두바이에 신축하는 아름다운 건물의 전경에 매료된 것처럼 말이죠.

STO가 담보하는 자산이 건전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게 ‘증권’이라는 겁니다. ICO는 아무나 만들고 중개할 수 있었지만 증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증권중개업 라이센스가 없는 회사가 STO로 나온 토큰을 팔거나, 중개하거나, 소개하거나, (지금 다단계 업자들이 하듯) 리세일 하면 이것은 증권법 위반이 됩니다.

STO는 그 기본 속성이 증권을 중개(Brokerage)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중개 라이센스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는 증권사의 영역이지 스타트업이나 개인, 팀이나 리셀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비상장주식 분야 1등인 38커뮤니케이션이 20년이 넘도록 ‘삽니다’와 ‘팝니다’ 게시판만 열어 놓고 중간에서 중개를 못하는 이유도 바로 중개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STO에 대해서는 특히 이 업계에 있는 회사들이 과도한 기대나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TO는 증권이고 증권사가 아니면 취급할 수가 없습니다. 즉 STO 시장이 열린다고 해서(물론 열리기도 쉽지 않겠지만) ICO 때처럼 아무나 막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물론 그림이나 부동산 등 그동안 유동화가 어려웠던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큰이 갖는 장점이 많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STO는 마치 2017년 초의 ICO나 2015년의 AI와 같이 환상을 갖게 하는 용어입니다. ‘2022년 10조 달러 시장’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끼면 더욱 그럴싸해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매력적인 분야임에는 틀림없지만 세가지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토큰에 펀더멘털이 생기는 점입니다.

담보 재산이나 약속된 배당이 있기 때문에 그런게 없던 유틸리티 토큰보다 상대적으로 토큰 가치를 산정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유틸리티 토큰 때와는 차원이 다른 펀더멘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높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토큰 시장에게는 이게 약일수도, 독일수도 있습니다. 가치의 기준이 생기므로 더 이상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표시 자산의 건전성 측면입니다.

STO가 엄청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STO라는 낯선 자금 조달 방식을 선택한 투자 물건들은 대체로 전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즉, 전통 시장의 기관들은 절대 투자하지 않을 자산이나 트렌치를 잘 모르는 개인들에게 판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STO를 처음 접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마치 작년의 ICO처럼 열심히 팔아제낄 것입니다.

셋째, 발행의 주체와 거래자 모두에게 불편함이 커지는 문제입니다.

ST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은 증권사 라이센스를 가진 회사들이 브로커(중개인)로 활동하는 STO 전용 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일반적인 토큰 거래소에서 쉽게 거래하는 것보다는 훨씬 엄격한 비대면 본인확인, 자금 출처 확인 등이 필요할 겁니다.

요컨대 거래 과정이 지금의 토큰 거래보다 훨씬 까다로울 겁니다. 발행회사 역시 다소 간소화되기는 하겠지만 증권신고서에 준하는 내용을 규제당국에 제출해야 할 겁니다. 이는 몹시 거추장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담보 자산일수록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할 겁니다.

STO 시장 초기에 부실 채권을 담보로 한 토큰에 투자해 돈을 날린 투자자들은 금새 신중해 질 겁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점차 건전한 채권을 토큰화한 것에 투자하기를 원할 것이고 시장은 합리적이 될 것입니다.

그럼 전통 시장보다 자금 조달이 쉽거나 빠르지도 않고, 오히려 갖출 것은 다 갖춰야 하는 STO를 발행사들이 굳이 선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양질의 채권이 토큰화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듭니다. 토큰 거래가가 전통 시장 대비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토큰화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것이 STO입니다. STO는 마치 블록체인과 같습니다. 블록체인을 붙이면 뭐든 좋아 보이고 새로워 보이는 것과 같이, 시들해진 암호화폐에 활력을 불어 넣을 황금카드가 바로 STO로 보입니다. 그러나 결코 ICO 때의 착각과 피해를 되풀이하면 안됩니다. STO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초기 착시를 넘어 건전하게 대중화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물론 많은 크립토 회사들이 증권 중개 라이센스를 이미 샀거나 땄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STO 시장이 진짜 커진다면 이미 고객(투자자)을 가진 증권사들이 뛰어들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증권사 출신인 우리 CFO가 토큰 투자 검토를 오래한 저보다 앞서 STO 물건 분석을 훨씬 빠르게 해냈듯이, STO는 전통적인 부동산이나 VC 투자에 가깝기 때문에 전통 자본 시장에 있던 사람이 훨씬 잘할 겁니다.

이에 대해 전원이 증권사 출신인 우리 리서치센터에 물어보니 증권사들은 토큰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STO가 어지간히 커지기 전까지는 건드리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STO에 대한 대략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STO 시장 초기엔 상대적으로 위험한 실물자산이나 안전한 물건이더라도 위험한 채권이 토큰화될 가능성이 높다.
  2.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2-3년간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만 팔려면 중개 라이센스가 있어야 할거고 그게 없으면 STO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상장까지 전 과정을 돕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3. 다만 시장이 아주 커지게 되면(아직 STO 시장이 커질지는 불확실하다. STO가 기존 증권에 준하게 발행과 거래가 까다로워지면 발행사들이 발행을 꺼릴 것이기 때문-인터넷 소액공모 제도가 10억원 이상 모집시 증권신고서 제출토록 한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처럼-이다. 유일한 기대감은 상장의 용이성인데, 시장 진입이 유틸리티 토큰 거래소보다 까다로울 것이므로 충분한 거래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발행 자문에는 전통 IB가 들어올거고 중개도 기존 증권사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크립토 파이낸스

크립토 파이낸스의 영역에는 크게 OTC(Over the counter, 장외거래), Market Making(시장조성) 또는 Liquidity providing(유동성 공급-결국 같은 말이다-), 운용(Asset Management), 보관 및 자산관리(Custody & Treasury Management), 파생상품 개발/판매 등의 분야가 존재합니다.

운용은 모두가 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뚜렷한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에 주로 지인들 위주의 50인 이하 사모로 암암리에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법의 모호함으로 인해 정식으로 사모펀드 등록을 한 곳은 없고 그냥 암호화폐로 수신해 운용합니다.) 다만 홍콩 증권당국은 크립토 펀드 운영을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11/1 발표했습니다.

보관 및 자산관리 분야는 기관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대신 맡아 보관해줄뿐 아니라 무위험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 약간의 수익을 내거나 가격변동 노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Hedging)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시장에 세계적인 자산운용의 공룡인 Fidelity가 뛰어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암호화폐 보관의 거추장스러움으로 인해 많은 기관들이 현물보다는 선물이나 ETF를 담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Custody 시장이 생기긴 생기겠으나 고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파생상품 개발/판매는 비교적 최신에 등장한 분야인데 비트코인 가격에 기반한 장외 파생상품을 설계해 판매하는 해외 하우스가 생겼습니다. 주로 옵션 상품을 설계해 팝니다. 암호화폐 ETF를 White-labeling하여 ETF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에 공급하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하우스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ETF 운영을 OEM으로 하청주는 구조입니다.

크립토 파이낸스는 기존 금융의 영역을 빼닮아가고 있는데 재밌는건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기관들과 선수들(주로 증권사 출신인)이 실제 블록체인에는 거의 1도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얼마전 싱가폴 최대 크립토 파이낸스 하우스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를 만났는데 “하루 12시간 내내 크립토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요즘 블록체인쪽 이슈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지낸다”고 했습니다.

물론 운용역은 그러면 안되겠지만 이 친구는 OTC쪽이라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실제 크립토 파이낸스에 뛰어든 금융 선수들에게 이 자산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전통 자산과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신종 자산군일뿐입니다. 자산의 종류만 바뀌었을뿐 일하는 방법은 똑같습니다.

변동성이 큰만큼 수익률이 높을땐 아주 높지만 아직 전통 시장에서 많은 사람이 안들어갔기 때문에 효율화되지 않은 시장입니다. 따라서 아직 할게 많고 먹을게 많습니다. 그것이 그들을 자극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막상 들어와서 보면 쉽지는 않습니다. 밖에서 볼 땐 다 할 수 있을거 같지만 들어와 보면 밖에서는 모르던 고충을 알게 되니까요.)

요즘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국내 하우스들도 OTC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해외 하우스들도 국내 OTC 시장에 눈독 들이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OTC를 깨끗하게 하는 것과 위험하게 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한국의 크립토 OTC 시장은 이미 4-5년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개 위험하게 하는 것이었죠. 현금 박치기도 하고 수표도 끊어주었습니다.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크립토를 장외에서 가져야하는 사람은 돈 세탁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나 국내 자산을 해외로 유출하려는 사람들이 그간 국내 OTC의 주요 고객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체인파트너스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깨끗한 OTC를 해보고자 올 여름 OTC 데스크를 설치했습니다.

그간 우리가 저런 현찰 박치기 같은 요청을 거절한 건만 해도 수천억은 족히 될 것입니다. 반면 양쪽 거래 상대방이 본인 확인과 자금 출처 서류를 제출하는 깨끗한 거래 건수는 아직 국내는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크립토를 사는 기관도 별로 없을뿐더러 관심이 생겼다 해도 나라의 입장이 부정적이어서 구입을 망설입니다. ICO를 한 곳이 많아야 OTC 수요도 커지는데(모금한 토큰을 장외에서 현금화해야 하기 때문에), ICO를 국가가 막아 놓았기 때문에 그쪽 거래 수요도 대단히 적고요.

하물며 장외 파생같은 상품은 크립토를 상시 취급하는 기관(법인고객)이 많아야 수요가 생기는데 우리나라 크립토 파이낸스 하우스들이 건드리기에는 수요가 없습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결국 나라의 부정적인 입장이 ICO와 거래소를 넘어 이렇듯 최신의 배후산업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일일 거래량이 많은 미국이나 홍콩, 싱가폴의 OTC 하우스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국내 OTC 하우스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겁니다. (심지어 해외 OTC 하우스들이 최근 국내 은행에 계좌를 열어 속속 원화 결제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국내 하우스를 이용해 OTC 거래를 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OTC는 시작일 뿐이고 MM/LP 비즈니스, 운용, 보관, 파생 등 모든 분야에 있어 경험이 적은 국내 회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질 겁니다. 금융 허브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과 서울에 ‘크립토 금융 샌드박스’를 도입해 이런 분야들을 2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금감원이 주기적인 감독 권한을 갖고 KYC/AML 준수만 철저히 해도 대부분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크립토 시장이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제한적일 겁니다. 이미 음성적으로 4-5년간 국내에서 행해져 온 비트코인 OTC 거래를 양성화해 돈세탁을 어렵게 하고 세원을 확보하는 순기능도 있을 겁니다.

암호화폐가 원자재에 이어 수십년만에 신종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을 것은 여러 증거로 인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그 자산의 종주국이 될 기회가 아직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불씨가 꺼져가는데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의 많은 금융맨들이 크립토 파이낸스를 하는 하우스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 회사가 아주 많지는 않기에 아직은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오래 남아있지는 않을 겁니다.

블록체인 경쟁력 갈수록 잃어갈 한국

이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벌어들인 막대한 수수료를 다시 블록체인 개발에 투자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지갑이나 보안 등 관련 생태계에 투자합니다. 즉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 시장의 왕입니다. 해외에서는 Binance나 Huobi, OKEX가 똑같이 그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업비트나 빗썸이 그렇게 합니다.

그런 환경이 바람직하든 아니든간에 거래소의 기득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EOS BP로 Bitfinex와 Huobi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인 코인원도 코인원 노드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노드 운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거래소를 중심으로 파생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거래소로 시작한 집들은 계속 거래소의 동력이 꺼지지 않아야 다른 사업들을 추진할 추력이 붙습니다. 허나 국내 거래소들은 공격적으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열거한 해외 거래소들이 그토록 한국 시장에 쉽게 진출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최근 중국계 거래소인 OKEX는 한국에서 행사를 열고 비트코인 기반 파생상품(Perpetual Swap)을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자회사에서는 출시 안하지만 한국인도 OKEX에 가입해 거래 가능)

국내 거래소들은 나라에서 신용 공여를 통한 마진거래를 막아 놓았지만 해외 거래소들은 국내에서 우습게 다들 마진거래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파생상품을 팔겠다고 국내에서 행사를 열다니요.

비트코인 기반 파생상품은 무턱대고 만들 경우 국내에서 ‘도박장 개설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업계는 아무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파생시장을 못만드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나라 말을 듣기 위해 안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해외 거래소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내에서 상품을 알립니다. 이래도 되는걸까요?

국내 거래소들이 아무 것도 못하고 손발 묶여있는 사이 해외 거래소들은 한국 들어와 하고 싶은거 다 합니다. 그럼 결국 투자자들은 마진 거래 있고 파생 거래 있는 해외 거래소를 택할 겁니다. 국내 거래소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무너지면 배후 산업에 투자할 재원이 떨어지므로 블록체인 산업 투자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거래소 경쟁력 약화는 전체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집니다. 지난 일년간 국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투자한 주체가 누구인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민간 VC입니까? 아닙니다. 대부분이 거래소와 대형 블록체인 회사들입니다.

국내 거래소도 마진과 파생 거래를 할 수 있게 허용해 주거나 아니면 해외 거래소가 국내에서 마진이나 파생 거래 제공하는 것을 막아야만 합니다. 역차별도 이런 역차별이 있나요? 국내 업체들에게도 자유를 줄게 아니라면 Warning.or.kr 에서 마진이나 파생 거래 기능이 있는 해외 거래소 접속을 모두 차단해야 합니다.

국내 거래소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이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쩌면 대견한 일이 아닐까요? 물론 돈을 잘 벌어 기득권 때문에 못떠나는 것이겠지만 이런 모호한 규제 속에서 손발이 잘린 채 사업해야 한다면 신생 거래소는 처음부터 외국에서 시작하는게 나을 것입니다.

애국심이 가장 중요한 사업의 동기 중 하나인 저같은 사람도 이렇게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손 놓고 있다가 나중에 완벽하게 준비 마친 중국계 거래소들에게 우리나라 거래소 라이센스도 하나씩 다 내어줄건가요? 절대로 안될 말입니다.

가격은 상승 저항 있겠지만 여전히 높은 변동성 갖고 움직일 것

작년 말과 올 한해의 학습으로 현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보다 현명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이상 ICO를 했다고 해서 모은 자금을 다 토큰으로만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OTC를 통해 현금화 해놓거나 해외 파생시장에서 헤징이라도 해놓을 것입니다.

투자자들 역시 작년처럼 영원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안팔거나 올해처럼 반대로 끝없이 버티는 일은 적어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줄어들 겁니다.

또한 작년까지는 선물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Long only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선물 시장이 커져 가격이 떨어질 때 이익을 내는 투자자도 생겨 났습니다. 따라서 과거 비트코인이 2만불 갈 때와는 달리 떨어지는 쪽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으므로 이들이 가격 상승의 저항 세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는 다르게 여러 나라에서 법정화폐가 암호화폐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법인 모두 신규 자금의 시장 유입이 어렵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가 끝나기까지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아무래도 작년같은 시장 전반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긍정적인 측면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제도화가 되면 법정화폐 수신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것이고, 건전한 거래 환경이 점차 정착해 갈 것입니다.

아직은 인기있는 DApp이 도박이나 사행성 게임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제는 상상이나 백서만이 아니라 지표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점은 작년보다는 상황이 개선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지표도 아직은 인터넷 유저에 비교하면 극도로 초라한 수준이지만(이더리움에서 가장 인기있는 DApp의 24시간 사용자 수가 전세계에서 천명이 안되는 현실) 그래도 새해부터는 중앙화 블록체인들의 활약과 함께 블록체인 서비스 사용자가 분명 비약적으로 증가해 가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앞서 유저와 브랜드를 앞세워 중앙화 블록체인이 지역색을 강하게 띄며 내년의 대세가 될 것이라 점쳤지만 기업들의 한계는 뭉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서로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기 때문에 남과 힘을 모을 바에는 자기만의 것을 하나 새로 만든다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하는 생각입니다.

그게 중앙화 블록체인의 한계이자 탈중앙 블록체인의 전략적 기회가 될 것입니다. 추적의 어려움과 탈지역성, 그리고 특정 기업이나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는 건강한 거버넌스가 다소 느리더라도 탈중앙 블록체인이 이 세상에서 끝내 승리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요컨대 이 긴 글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이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기겠지만,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문제는 대체로 운영의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나가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체인파트너스와 데이빗이오시스폴라리스토크노미아비하인드리서치센터, CP OTC는 내년에도 급변하는 시장에 잘 대응하며 좋은 파트너들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체인파트너스는 새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소비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사내기업가(EIR, Entreprenuer in Residence) 겸 PO(Product Owner)/PM(Project Manager) 포지션을 신규 채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추진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 신사업을 한 사람이 하나씩 맡아 이끌어가는 소사장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전략적 사고와 강인한 실행력을 가진 인재들을 기다립니다. 특히 EIR/PO/PM 포지션은 이 분야 최상위 정보를 접하며 저와 함께 토론하고 사업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블록체인과 크립토가 좋은건 아직 글로벌 기업이 될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힘을 모아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회사를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분야는 아직 누구도 걸은 적 없기 때문에 종종 실수가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일 시작한지 일년 반이 넘었는데 원채 잡음도 많고 소문도, 오해도 참 많습니다. 예전엔 그런게 싫었는데 이제는 그냥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년에도 실수가 있을 겁니다. 실수한다는건 저희가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계속 지켜봐 주시고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항상 윤리적인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빕니다. 새해에도 체인파트너스 멤버 일동, 한국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2월 27일 표철민 올림

디지털 자산發 혁신성장을 위한 대정부 제언 (1)

안녕하십니까,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인 체인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는 표철민이라고 합니다. 컴퍼니 빌더란 ‘회사를 만드는 회사’를 말합니다. 설립 취지에 따라 창업 1년만에 11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10개가 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취해진 우리 정부의 ICO 전면 금지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하여 블록체인 분야 종사자 중 가장 중립적인 시선으로 ‘투기 과열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하루 12조원에 달하던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이 현재 하루 1조원 내외로 크게 줄어, 투기 과열이라 할 만한 근거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정부 정책이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차분하게 이 가상화폐라는 아이가 무엇인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쉽게 설명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모두가 신뢰할만큼 복제가 어려운 딱지를 만든 것입니다. 복제가 불가능한 이 딱지를 100만개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면 딱지를 더 많이 갖고 싶은 사람과 이걸 팔고 싶은 사람이 거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 딱지에 이름을 붙인 것이 ‘Cryptocurrency’, 이른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입니다.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이 ‘이것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 주장에 처음에는 대부분 관심이 없었지만 가격이 급등하자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많은 화폐학자들이 ‘그것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을 했습니다.

오늘날 비트코인 장외거래 시장에서는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갓 채굴된 비트코인은 시장에 유통되는 비트코인보다 5%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 됩니다. 비트코인은 과거 어느 거래에 사용되었는지 누구나 열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느 거래소 해킹 사건 때 털린 비트코인이거나 마약 거래에 이용된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보유하기 꺼림칙해합니다.

이는 화폐의 기본 성격 중 하나인 가치 동등성(과거 어떤 거래에 이용되었던 화폐이든 액면에 표기된 가치는 모든 화폐가 동일하게 반영해야 한다)에 위배됩니다. 이뿐 아니라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서 그 가치의 크기가 과도하게 출렁이는 문제 등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추구하는 화폐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스스로 감히 ‘화폐’라 주장하는 순간, 그리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이것이 언젠가 우리가 쓰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라 믿는 순간, 작년 JTBC 가상화폐 토론에서의 유시민씨와 같이 전통 경제학을 공부한 분들로부터 처절하게 난타당할 것은 뻔한 미래입니다.

실은 우리가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나 명품처럼 자산의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돌인 다이아몬드 가격은 땅 속에서 정해져 나온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현재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이 곧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됩니다. 루이비통의 백이나 애플 아이폰, 강남의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상품과 자산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합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비트코인은 작년 초에는 950불이었다가 작년 말에는 13,600불이었습니다. 현재는 6,600불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화폐가 아닌) 자산입니다. 요즘은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된 가상화폐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비트코인보다는 상대적으로 화폐의 성격이 훨씬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화폐 없이는 연동된 가상화폐 의미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용어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가상’이라는 말은 허구성이 느껴지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점차 퍼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를 제안합니다.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취급 라이센스인 ‘BitLicense’를 뉴욕주로부터 받아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북미 최대 거래소인 Coinbase도 최근 오픈한 서비스들에서 Currency라는 용어 대신 ‘Digital Asset’이라 표기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이라는 표현은 가상화폐를 일컫는 조금 더 광의의 표현입니다. 디지털 자산의 성격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제 나름의 분류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순수 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정확히는 이더리움에서 사용하는 화폐인 ‘Ether’), 리플(엄밀히 따지면 리플의 화폐인 ‘XRP’)처럼 현실세계의 화폐 또는 자산과 전혀 연동되어 있지 않은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이것들의 가치는 수요과 공급에 따라 무척 출렁이기 때문에 이것이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로 하여금 디지털 자산 전체의 가치를 폄하할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됩니다.

2. 법정 화폐 연동 디지털 자산: 미국달러(USD)와 가치가 1:1로 연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USDT(USD Tether)나 TUSD(True USD)류의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이른바 ‘Stable Coin’이라고도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티몬의 신현성 창업자가 IMF가 발행하는 국제 통화 바스켓인 SDR과 1:1로 연동되는 Stable Coin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원화(KRW)와 1:1로 연동되는 Stable Coin을 만들고자 구상해 왔지만 여러 규제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3. 전통 자산 담보 디지털 자산: 부동산이나 그림, 자동차, 금, 다이아몬드, 원유, 주식, 채권 등 우리가 돈 주고 소유할 수 있는 모든 전통 자산을 담보로 하는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100억짜리 그림이 있다고 치면 기존에는 100억이 있는 사람만 이 그림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빚을 내서 살 수는 있지만 최소한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담보로 100억개의 토큰(‘코인’이 일반인에게는 더 익숙하지만 코인이라는 용어는 ‘가상화폐’와 비슷하게 일정 가치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라 최근 해외에서는 조금 더 중립적으로 ‘토큰’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도 ‘코인’은 모두 토큰으로 표기합니다.)을 만들면 단돈 100원만 있어도 100/100억 만큼의 권리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산 투자의 혁명입니다. 부자들만 접근 가능했던 미술품이나 땅, 고가의 부동산에도 작게나마 일반인이 투자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그림을 팔려면 갤러리에 맡기고 중간에서 갤러리가 30%씩 수수료를 떼는 것도 예삿일이었습니다.

토큰으로 만들어 사고 팔면 권리의 직거래가 가능해집니다. 내가 가진 권리만큼만 거래가 가능하므로 모든 그림 소유자의 동의를 얻을 필요도 없습니다.

전통 자산의 거래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기회가 있습니다. 이는 화랑과 부동산 등 중개자를 제외하고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큰 혜택입니다. 일부 부동산이 REITs 상품으로 개발돼 상장된 경우는 있지만 여전히 이 세상 대부분의 부동산은 아무나 살 수 없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전통 자산은 유동화가 까다롭습니다. 돈이 필요한 주인은 권리를 손쉽게 쪼개 팔기 어렵습니다. 그림 하나를 통째로 내다 팔아야 합니다. 전통 자산 담보 디지털 자산은 자산 유동화를 비약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정도만 할 수 있었던 서민들도 이런 시대가 오면 클림트의 명작 <키스>를 담보로 만들어진 토큰에 투자하거나 이중섭의 <황소> 그림 일부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위례 이후 10년만에 조성된다는 신도시 땅 역시 서민들이 나누어 소유할 기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전통 자산의 권리 관계와 토큰의 권리 관계를 이어줄 회사는 필요할 것입니다. 기존 신탁사와 보험사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대는 당연히 올 것이고 이끌어 세상이 변화하는 기회를 잡느냐, 뒤쳐지느냐는 온전히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4.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에 투자하고 해당 사업 성과에 따른 배당 권리가 부여된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이는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의 기능과 유사하지만 훨씬 더 유연합니다.

한 회사가 신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사업마다 개별적으로 투자를 받아 해당 사업의 배당권이 부여된 토큰을 유통시킬 수 있습니다. 일주일짜리 전시나 공연 같은 단발성 사업 역시 토큰화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호흡이 길어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성 투자에 이용하기에는 불편합니다.

주식은 우선 유가증권 시장 상장 이전의 거래비용이 높습니다. 거래 상대방을 찾기도 힘듭니다. 배당도 1년에 한 번, 많아야 6개월에 한 번 이루어집니다. 토큰화된 자산은 배당을 매일 할 수도 있고 언제든 거래 가능합니다. 거래 상대를 찾기도 상대적으로 쉬우며 거래 비용도 비상장주식 거래에 비해 대단히 낮습니다.

주식회사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계획된 청산일이 되면 경영진의 뜻과 무관하게 잔여 자산을 모두 토큰에 배분한 후 자동으로 프로젝트가 청산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경영진이 지출하는 비용 내역을 모든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설계도 가능합니다.

프로젝트의 운영 방향이나 배당 성향을 투자자들이 직접 투표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처럼 주주총회, 감사, 사외이사 등 각종 견제장치가 선진국의 그것만큼 엄정하게 동작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큰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디지털 자산의 등장과 활성화는 기존 자본 시장, 또는 기업 환경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많은 정부가 아직 이 정도로 중요성을 인식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의 투기 열풍으로 인해 협의의 디지털 자산, 즉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순수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기 수요 억제와 장기적 제도화 정도는 필요하다 정도의 인식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정부가 아직 다른 나라의 상황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우선은 선제적으로 막아 놓았지만, 거래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도 아니고 ICO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외국 나가 진행한 많은 ICO에 철퇴를 가한 상황도 아닙니다.

저는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육성할 것이냐, 죽일 것이냐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스탠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최근 몇몇 나라가 이걸 육성하거나 적어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짓고, 하나둘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모든 나라가 발벗고 나서서 적극 육성 대열에 올라탄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보다 작은 경제규모 국가에서만 긍정적 육성으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싱가폴, 프랑스, 일본, 스위스, 홍콩, 호주, 미국의 일부 주가 변화를 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비트코인 거래량의 약 15%, 나머지 코인 거래량의 약 55%를 차지하며 전세계 코인 투기 열풍을 이끈 나라였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리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먼저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분야에서 늦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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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기준 전세계 거래량에서 원화가 차지한 비중. 각각 비트코인의 15%, 알트코인의 55%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디지털 자산의 긍정적 측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위 유형 중 수급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순수 디지털 자산’만이 현재 정부가 목격하고 우려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에는 가격 변동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는 유형도 있고, 담보물이 있어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대상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와 세계 주요국가들은 배당권이 부여된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에 대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이 오랜 시간 만들고 가꿔온 자본시장에 대한 도전이며, 자칫하면 전통 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증권 시장만 보더라도 증권사는 지극히 한정된 상황과 범위, 규모 내에서 법과 규제당국이 정한 틀을 준수하며 시장 조성(Market making)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에 처음 상장한 작은 종목은 아무래도 주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같이 규제를 준수하는 시장 조성자가 일정한 유동성을 공급해 수급에 따른 급등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나서서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다릅니다.

시장 조성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대부분의 코인 회사들이 시장 조성자를 고용합니다. 이들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이들이 코인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법정화폐를 이용해 디지털 자산을 산다면 기존 자본시장의 룰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정이 끼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심지어 기존 자본시장을 오래 운영해 본 결과 나타난 고질적인 문제점들(부자들만 고수익 자산에 투자 가능해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 자산 유동화의 어려움, 거래 비용의 문제, 주식회사 경영진 견제 장치의 오작동 등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크게 개선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수단이라면 말입니다.

우선은 편견없이 들여다보고 다같이 공부해 보아야 합니다.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심지어 스위스, 싱가폴 등 오랜 세월 금융 허브였던 나라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먼저 움직이고 있기에 더욱 시간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많은 국민들이 돈을 잃었지만, 어쩌다보니 전세계 거래량의 1/3을 차지하게 된 미래 금융을 그냥 이대로 버려서는 안됩니다.

만약 이것이 진짜 채권이나 원유 정도의 자산 중 하나가 된다면(저는 원유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거래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하루하루 잃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의 중심이었던 적 있을까요? 부산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디지털 자산이 금융을 이루는 여러 자산의 유형 중 하나가 된다면, 한국은 그 자산 유통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지만, 이대로 가면 그 기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전세계 펀드 매니저들이 이용하는 금융 정보 서비스인 Investing.com은 이미 올 초부터 암호화폐를 주식, 원자재, 외환, 채권 등과 동일한 지위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는 블록체인보다 디지털 자산의 효용에 더 주목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자산에 신뢰를 부여한 기반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탁월함에서 디지털 자산은 태어났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첫번째 글로벌 히트작인 셈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이 시작된 이후 정보나 상품의 유통 과정을 줄여 또다른 독점적 중개자로 떠오른 여러 인터넷 사업자들의 권력을 빼앗는데 앞으로 20여년간 천천히 기여해 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다지 빠르지도, 결코 전복적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독점적 중개자들은 중개 수수료를 벌어갈만큼의 해자를 잘 파두었습니다. 그들은 블록체인의 도전에 영리하게 대응할 것이고, 아쉽게도 블록체인이 실제로 바꿀 분야는 생각보다 제한적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이 정말 뜰거 같으면 그들이 누구보다 먼저 그 일을 할 것입니다. (전혀 놀랄 것도 없이 이미 국내외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은 블록체인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기득권이 없는 새로운 것입니다. 물론 비트코인은 나온지 9년이 넘었지만 앞서 열거한 네 가지 유형의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이제 시작입니다. 법정화폐를 경쟁자라 여기지 않으면 특별히 전복시켜야 할 대상도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육성해야 할 대상이고, 가상화폐는 타도해야 할 사회악이라는 인식은 저는 오히려 완전히 거꾸로 되었다고 봅니다. 블록체인은 아직은 그리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386 컴퓨터가 처음 나왔는데 그걸로 가상현실 하자는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중개자를 모두 없애는 꿈은, 언젠가는 되겠지만 시간이 아주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허나 디지털 자산,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 만든 첫번째 히트작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200조원 이상의 적지 않은 시가총액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호하지만, 디지털 자산이 할 수 있는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법정화폐와 연동된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모든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천년간 쪼개 팔지 못하던 여러 자산을 손쉽게 쪼개 유통시킬 수 있습니다. 투명한 배당,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회사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디지털 자산이 제도화되는 순간 펼쳐질 수 있는 일들입니다.

디지털 자산, 가상화폐를 우리 국민들이 과도하게 투자했다고 하여 결코 탄압하거나 억제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미래의 돈을 넘어 미래의 주식이요, 채권이요, 땅 문서이자 자산 권리증서입니다.

다만 우리는 보다 건전하게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제도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과도한 기대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고, 거품기에는 필연적으로 탐욕과 미숙으로 가득찬 사업자들이 시장을 어지럽힙니다.

이 글은 2회로 나누어 올립니다. 오늘은 디지털 자산의 의미와 우리가 처한 상황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음 글은 한 축으로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육성 측면으로, 다른 한 축으로는 투자자 보호 측면으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이건 단순히 제 사업 하나 잘 되자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이 업계를 위해, 나아가 이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씁니다. 대한민국이 얼떨결에 갖게 되었던 디지털 자산에서의 리더십을 하루하루 잃고 있는 사이, 금융 허브를 꿈꾸는 나라들이 빠르게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씁니다.

우리나라에 더 이상 성장 산업이 무엇이 있을까요? 모두 주지하다시피 글로벌 1위 하던 많은 품목들이 하나둘씩 중국에 추월 당하고 있습니다.

조선업도 끝났고 LCD도 중국과 동일한 수준에 왔습니다. 마지막 남은 반도체 조차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가상화폐 투기를 조장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더 먼저 관심 갖고 경험하게 된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산업화를 이끌자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만 해도 1년만에 110명을 고용했고, 지난 1년간 온갖 부정적 시선 속에서 탄생한 이 업종의 100여개 업체가 최소 2천명 이상을 신규 고용했습니다. 이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면 양질의 일자리 10만개는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거품이 크게 꺼지고도 18개월만에 시총 200조가 늘어난 초고속 성장 산업이라, 외국 자본의 국내 유치도 다른 어떤 산업보다 유망하다고 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블록체인/가상화폐 관련 행사만 최소 200여개가 넘습니다. 호텔/컨벤션/식당/클럽 등 이들 행사의 내수 시장 기여도 적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현상만 한탄하며 아무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바꿀 수 없습니다.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자와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분야 스타트업들이 나라의 정책에 의해 손발이 묶인채 숨죽여 지내는 사이, 중국계 기업들은 이 시장의 제도화를 점치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 진출해 로펌을 사서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제안합니다. 가상화폐를 넘어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입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가상화폐는 그 중 극히 일부입니다. (정부가 열어주어야 하겠지만) 언젠가 디지털 자산에 실물 자산이 담보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토큰의 가치 산정이 가능해지고 보다 건강한 투자도 시작됩니다.

전통 자산 담보 디지털 자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은 통칭해 이른바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라 불립니다. 최근 미국과 싱가폴, 스위스 등 주요 국가는 증권형 토큰을 제도화하는 엄청난 변화의 길에 들어 섰습니다. 기존 자본시장을 건드리거나 훼손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누군가에 의해 시작될 일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내가 먼저 하겠다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에 현격히 뒤쳐져서야 되겠습니까? 전세계 거래량의 30% 이상을 해온 우리가 자본시장이 ‘토큰화(Tokenizing)’라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의 길에 들어서는 지금 그냥 지켜보기만 해서 되겠습니까?

증권형 토큰의 제도화를 촉구합니다. ICO(토큰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의 단계적 제도화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제도화 역시 늦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진정한 핵심은 ‘가치 산정(Valuation)이 가능한 토큰의 개발’입니다. 증권형 토큰이 아닌 어떤 토큰도 ‘적정가치’가 없습니다. 오로지 수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토큰만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시장 건전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적정 가치 산정이 가능한 ICO, 적정 가치 산정이 가능한 토큰들이 거래되는 거래소라야 투자자에게 이 가격이 옳은지를 가이드 해 줄 수 있습니다. 가치 산정이 가능해야 기관 참여도 가능해지고, 기관이 참여해야 시장도 건전화됩니다.

개인들이 모인 팀 정도 수준으로 작전이 어려울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관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기관 참여 없이 시장 건전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가치 산정이 불가능한데 본격적인 기관 참여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증권형 토큰 없이는 가치 산정이 불가능합니다.

증권형 토큰과 ICO 제도화, 그리고 거래소 제도화가 다음 글의 주제입니다. 왜 해야하고, 할거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시하겠습니다. 현장의 중심에서 과연 어느 부분을 제도가 기능해 주어야 도덕적 시장 구현이 가능할지 제안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이 산업과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한 벤처기업인의 충심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18년 9월 27일
체인파트너스 대표이사 표철민

나의 공포는 누군가에겐 기회

Bear Market이 난리다. 내 기억으로 2014-15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000불을 넘겨 많은 사람이 달려 들었다가 230불까지 빠졌었다. 나도 당시 손해 본 대열 중 하나다. 2013년 당시 나는 한 IT 방송을 진행중이었는데, 작가들에게 강력 주장해 비트코인을 다뤘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 영상이 남아있나 찾아보니 역시나 있다. 방송일의 현재가는 135불이었다.

작년 초 시작된 Bull market 이래 두 세 번의 큰 조정기가 있었다. 이번에도 큰 조정기다. 이게 지난 두 세 번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다시 반등을 할지, 아니면 계속 맥없이 빠질지는 알 수 없지만 연초부터 빠져 왔으니 비트코인 가격이 250불 대에서 본격 반등을 시작한 2015년 4월 이후 3년여만에 가장 긴 하락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한주간은 투자자들이 거의 공포에 가까운 투매를 했다. 덕분에 작년에 ICO 광풍을 맞아 태어난 토큰들은 대부분 ICO 가격을 하회하며 처음 보는 가격 앞에서 당황해했다.

체인파트너스는 크립토 OTC 비즈니스를 한다. OTC는 Over the counter라고 하여 장외거래를 뜻한다. 거래액이 1억 이상 넘어가면 아무래도 시장가에 영향을 주며 사거나 팔아야 하는데, 정해진 가격에 거래를 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보면 되겠다.

주로 ICO를 통해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의 코인을 장외에서 팔아주거나 또는 반대편에 서서 코인을 사고 싶은 회사를 대행해 구매와 보관을 대리해 준다. 이런 일들을 하다 보니 특히 지난 한 주의 공포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개인뿐 아니라 ICO 프로젝트들까지 코인을 팔아 달라고 곳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러나 개인과 채굴자, 그리고 ICO 프로젝트들이 코인을 장외에 내놓는 사이 그 반대 포지션에서는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었다. 그간 코인과 전혀 관련이 없던 해외 업체나 전통 금융 기관들이 파는 물량의 거의 수백배나 되는 구매 의사를 타진해 왔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가 여러 차례 코인이 없어서 못 사줬다.

물론 코인 장외 거래 규모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장내 거래를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거래 당사자와 거래 규모에 대한 비밀주의로 인하여 전혀 장내 거래와 시장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장내 거래소만 놓고 볼 때는 대단한 공포이더라도, 우리가 또 밖에서 장외 상황을 보면 지금이 누군가에게는 기회이자 구매 타이밍으로 판단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2014년 이야기로 시작을 했는데 나도 그때 1천불 넘는 가격에 비트코인을 샀다가 300불 근처에서 손해보고 팔았었다. 다시 또 2016년쯤에도 400불 넘는 가격에 샀다가 300불대에 손절했다. 그랬던 것이 채 1년 몇개월만에 2,400만원(19,000불)까지 갔었다.

코인은 원래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그걸 알기에 많은 사람들이 코인을 산 것이 아닌가? 그러나 up & down을 여러차례 겪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공포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경험과 내성에 큰 차이가 있다. 앞서 두 차례 나는 그런 공포를 견딜 배짱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또 언젠가 다시 Bull market이 올 것을 알기에 별로 괴념치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 직원들 중에서는 코인을 일찍부터 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말은 안하지만 요즘 같은 Bear market에 심정적으로 복잡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좀 적어 보았다.

또한 내가 EOS에 대해 갖는 믿음 때문에 EOS를 샀다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요즘 EOS 가격을 보면 그런 분들께 다소 미안한 감정이 든다. 내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사라고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기부터 EOS를 믿고 열렬히 지지해 온 한 사람으로 메인넷 런칭 후 두달간 EOS가 보여준 과정은 나 역시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EOS는 여전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현존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중 가장 빠른 것 중 하나이다. 여러 실수가 있었고 여전히 계속 실수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EOS는 언젠가 좋은 생태계를 갖출 것이다.

커뮤니티가 건강하고,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EOS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견고하게 EOS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이 점은 요즘의 EOS 토큰 가격이 어떻던 변함없는 사실이다.

Bear market은 모두에게 김새지만, 누군가는 이 때 조용히 장외에서 사고 있거나 좋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세계에서 진행된 ICO의 절반이 1억도 못모았다는, 프로젝트들에게는 청천병력같은 소식도 있지만 거꾸로보면 작년 4분기나 올 1분기에 진행된 ICO들은 모은 토큰의 가치가 거의 1/2 토막 또는 1/3 토막 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애초에 안 모은 돈이 아까울까? 내 돈이라고 생각했던 돈이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매일 급격히 줄어들고 있을 때 더 마음 아플까? 그런 점에서 나는 진짜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지금의 Bear market은 참으로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애초에 1억도 못모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이지, 명분 있고 기술 되면 오히려 올라갈 일만 남았을 때 일을 도모하는 편이 백번 나은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코인 투자자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첫 번째로 긴 Bear market을 만나 다소 사기가 꺾였을지도 모를 우리 직원들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다.

특히 나는 지금 그동안 시속 500키로로 정신없이 뛰어온 우리 회사에게 너무 좋은 내실 다지기, 숨 고르기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아무래도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는 지금 착실히 내실을 다진다면 우리 제품과 서비스 품질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머잖아 다시 돌아올 Bull market에 훌륭한 실적을 올리는 집이 될 것이다.

떡상이 있으면 떡락도 있고 가즈아가 있으면 존버도 있다. 공포가 있으면 해뜰 날도 온다. 코인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나도 1천불에 사서 300불에 팔때는 결국 공포였다. 존버 하다 휴지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시 또 왔다갔다 하여 지금은 6천불 언저리에 있다.

“10년쯤 보유하지 않을 주식이면 단 하루도 보유하지 마라”고 했던 워런 버펫 할아버지의 격언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들

소통은 나에게는 사명이다. 주주와의 소통, 직원들과의 소통, 그리고 외부 커뮤니티와의 소통 모두가 중요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외부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위한 글을 써본다. 몇가지 우리의 이야기들이다.

#1. 데이빗

데이빗은 당초 7월 1일 오픈을 예정하고 티저 사이트를 열었지만 8월 1일로 연기되었다. 당시의 연기 사유는 데이빗팀이 업무 규모 예측을 잘못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한 차례 9월 중순으로 연기되었다.

이번 연기의 이유는 후발주자로서 사업 모델을 더 날카롭게 하기 위함이다. 즉 이번에는 예정대로 출시가 가능했는데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팀이 고심 끝에 스스로 선택했다.

두번의 오픈 연기로 데이빗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은 단톡방을 통해 많은 걱정을 표했다. ‘약속 어기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며 방을 떠나신 분도 있고, 데이빗과는 큰 상관이 없는 EOSYS에 대한 BP 투표 철회를 하신 분도 계시다.

두번이나 연기된 것은 최종 책임을 지는 나의 무조건적 잘못이다. ‘이럴거면 티저 모집은 왜 그렇게 빨리 받았냐’는 비난도 다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데이빗은 매우 잘 개발되고 있다.

국내 최상위 거래소도 최근까지 지갑을 직접 개발할 여력이 없어 남의 지갑을 이용했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많은 거래소도 남의 솔루션을 사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데이빗은 기술 부채가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그만큼 유리할 것이다.

급하게 출시하기 위해 언젠가는 대체해야 하는 어떠한 남의 것도 가져다 쓰지 않았다. 거래소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내장했고, 심지어 무척 빠르다. 보안에 대해서도 각별히 공을 들였고 나중에 무엇 하나 덜어내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다.

지금 세상을 호령하는 듯한 바이낸스도 출시된지 채 1년이 안됐다. 거래소 비즈니스는 언제나 엎치락 뒤치락 하고, 여러 정부는 이제야 거래소 라이센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러 부분을 빌려다 쓴, 기술 부채가 허다한 거래소가 라이센스를 받게 될까? 아니면 기술과 보안이 완비된 거래소가 받게 될까?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너무나 죄송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정도를 걸으며 좋은 거래소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 시장이 알아주고, 반드시 빛을 보는 날이 온다는 것이 내가 지난 18년간 제품을 개발하며 배운 점이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진보된 기술로 만들고 있다. 시장이 우리 제품에서 명확한 다름을 느끼게 되면 반드시 널리 쓰이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날은 데이빗팀의 사기가 텔레그램 방에 올라오는 비난에 다소 영향을 받는듯 했다. 그래서 부득이 텔레그램 방을 관리자와 고객들간의 소통 채널에서 고객들 서로의 소통 채널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하여 어느 날부터 열심히 대답하던 관리자가 더 이상 응답하지 않는다.

외부 소통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관리자의 답장을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 무척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아직 출시되지 않은 거래소가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도 (마치 지금 오픈일을 예고했다 지키지 못해 실망시킨 것처럼)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부득이 이 부분은 더 이상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출시 전까지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2. EOSYS

우리가 지난 3월 1일 야심차게 EOS BP 선거에 출마한 이후 3개월간 한바탕 축제를 치르듯 선거를 치뤘다. 그 안에는 정치도 있고, 의리도, 낭만도, 또 어둡거나 음습한 부분도 많았다. 국회의원 선거는 한번 당선되면 4년을 가지만 이 선거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 치르는 선거다.

그러다보니 까딱하면 멘탈이 무너진다. A와 B가 연합을 하면 스트레스고, 다시 우리가 C와 연합을 할 수도 있다. 누가 누구와 친하게 지내며 무언가를 개발하면 우리도 다른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고 누가 누구와 클럽을 가면 우리는 다른 누구를 데리고 식당을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EOS 발전과는 무관한 정치와 친목과 접대, 때로는 향응과 패거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힘이 있는 누구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누군가 우루루 모여 새 체인을 만들 때 참여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EOS 발전과 연관되어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이 일에서 한발 물러나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이런 일련의 활동이 일 잘하는 것과 크게 관련이 없으며 결과 또한 너무 예측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누가 표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표가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인다고 찍어주지도 않는다.

다른 후보 누구와 친해져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모두와 친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또한 절친이 된다고 확실히 우리가 BP가 되는 것도 아니다.

BP들은 서로가 서로의 제품을 이겨야만 살아남는 똑같은 지갑과 블록 익스플로러를 만들고 있으며 어쨌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21위 안에 들어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을 내가 4년에 한번도 아니고 1년 365일 계속 하고 있을 수는 없다. EOS 블록체인은 충분히 새롭고 실용적이며 당분간 유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scalable한 블록체인이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심지어 언제까지 예측 불가능할지 조차 알 수 없는 일에 현실적으로 기업이, 그 기업의 대표가 계속 붙어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여 나는 EOSYS BP 팀에서 내려오고 최근 글로벌 EOS scene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Orchid Kim(김나은)님과 김홍욱님이 팀을 리드하고 있다.

나는 측면에서 NOVA 월렛과 EOSDAQ 탈중앙 거래소의 성공, 그리고 EOSYS Accelerator와 EOSYS Fund, 마지막으로 EOS Tower를 몇년에 걸쳐 하나씩 차근차근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주로 BP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글로벌 EOS scene에서는 EOSYS에 대해 ‘개발보다 마케팅을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지지난주 전세계에서 거의 모든 BP와 후보들, 그리고 핵심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고 우리가 저녁을 호스트하기도 했지만 나는 거꾸로 이렇게 느낀다. 모두가 지나치게 techie하다고. 어디에도 문과는 없고 개발자만 있다.

누가 EOS를 마케팅하며 누가 비즈니스적 감각이 있는가? BP 중에서 Bitfinex와 Huobi 등 거래소가 직접 출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전세계를 통틀어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제일 큰 회사다. 1,2등 BP인 뉴욕이나 캐나다도 3명 내외의 개인회사다.

8조원짜리 블록체인에서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모이면 다 기술 이야기, 거버넌스 이야기만 하지 누가 다른 블록체인과의 비즈니스적 경쟁과 생존을 이야기하고 차별화와 전략을 논하는가?

그런 비즈니스적인 것들은 Block.one에게만 맡기고 손 놓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블록체인은 잘못됐다. 21명의 BP 역할이 정말 블록 생산에만 있는거라면 상관 없지만 내가 오랜시간 따라온 Dan Larimer의 철학에 의하면 EOSIO 소프트웨어 기반 블록체인에서 21명 BP의 역할은 운영자이자 해당 블록체인 발전을 위한 대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찌 BP들이 모두 기술만 논하고 있는가?

그런 점에서 진정으로 21명 안에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기술은 기본이요 블록체인을 키울 수 있는 비즈니스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라야 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위에 컨텐츠는 저절로 얻어지는게 아니다. 아이폰 만든다고 앱스토어에 사람들이 저절로 앱을 올리지 않는다. Ethereum과 EOS와 같은 플랫폼 블록체인에게 DApp의 숫자와 품질은 프로토콜의 생명과 직결된다.

진짜로 의미있는 규모의 회사를 유치하고 그들이 Mass Adoption을 일으킬 수 있는 DApp을 개발해 올리도록 설득하고 도와줄 수 있는 주체가 BP가 될 때 진정 그 블록체인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EOS에게 필요한 것은 Balance다. 적절한 지역 안배, 적절한 기술과 비즈니스/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BP들이 21명 안에 공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조화로운 이상이 실현되기에 현재의 EOS는 이해관계자가 다소 많다. 그런 점에서 다행히 EOSIO 소프트웨어는 fork를 통한 Multiverse(다중세계) 가능성이 권장되어 있다. 따라서 EOS가 실현하지 못한 이상은 다른 이름의, 다른 거버넌스를 갖는 체인이 대신 이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벌써 실망할 때는 아니며 EOSIO 생태계는 이제 서막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지난 한달간 그랬듯이 앞으로도 숱한 문제와 갈등, 해결과 봉합, 타협과 합의, 포크와 독립, 경쟁과 견제, 걱정과 불안감, 호재와 희소식들, 대규모 적용과 실패, 성공작의 탄생과 발전은 계속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EOS의 르네상스도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 나는 그래도 이 체인이 상당히 좋은 개발자들과 커뮤니티의 협업과 상호 견제, 엄청난 노력과 자발적인 참여로 건강하게 시작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EOSYS도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거버넌스적으로도, DApp을 직접 개발하거나 큰 회사들을 설득해 참여시키는 엑셀러레이터로서도 의미있게 이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적어도 하나쯤은 우리같이 비즈니스적으로 영향력이 있거나, 비즈니스를 해봤거나, 조금은 줌 아웃해서 길게 보고 이 생태계를 끌어가는 팀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3. 노하우

EOSYS가 한국에 EOS를 알리고, BP 선거를 소개하는 컨텐츠를 배포하고 커뮤니티 빌딩을 해가는 작업을 본 다른 블록체인들이 지난 몇달간 나에게 여러 부탁을 해왔다. 요는 EOSYS 같은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를 자기 블록체인을 위해서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우리가 EOS에서는 처음 런칭 당시 14위를 기록한 이래 줄곧 중국/북미 후보들의 자국 밀어주기로 현재 39까지 밀렸으나 자기 블록체인에서는 그런 고초를 겪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연락들을 받으며 그래도 EOSYS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꿋꿋이 우리가 EOS에서 계획한 것들을 해나갈 것이다. 어쨌든 여전히 우리는 한국의 압도적인 1등이고, 지금껏 이렇게 시가총액이 큰 블록체인에서 한국팀이 다리라도 걸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쪽 다리 겨우 걸친 수준이지만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글로벌 EOS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고, 이 생태계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제대로 만들고 있다. 이런 노력을 계속해 가면 결국엔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다. 만약 EOS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다른 블록체인이 알아줄 것이고, 지금보다 더한 러브콜이 우리의 노력을 보고 올 것이다.

우리는 그 사이 DPoS 선거를 두번이나 치렀다. ‘1토큰 30표’제인 EOS도 치렀고, 우리 자회사인 코인덕팀이 별도로 ‘1토큰 1표’제인 TRON BP 선거도 치렀다. TRON 텔레그램 방에는 코인덕의 경쟁자들이 코인덕과 EOSYS 두 팀이 전혀 겹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코인덕팀을 헐뜯기 위해 ‘체인파트너스가 EOS 안될거 같으니 트론 나왔다’고 힐난했다. (나는 이제 이 업계에서 비난은 그냥 당연한 김치나 밥 정도로 생각한다.)

코인덕팀은 결과적으로 떨어졌고(물론 모든 DPoS 선거가 그렇듯 현재 진행형이다) EOSYS는 많이 밀려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3개월 사이에 벌써 DPoS 선거를 두개나 치렀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 진행되는 Cosmos Validator 선거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의사 결정을 했다. 그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거래소에서는 나에게 왜 나가지 않는지를 물었고 그간의 배움들을 간단히 전해 주었다.

이제 그 노하우는 우리 회사에 오롯이 쌓였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로서 우리의 미션은 이미 BM이 검증된 거래소나 ICO 투자 외에 이 분야에서 아직 확인된 적 없는 새롭고 의미있는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것이 남들이 볼 때는 ‘이것 저것 다한다’거나 욕심이 많다거나 무모한 시도를 한다거나 여러가지 시선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계속 시도하고 도전할 것이다. 새로 태동하는 산업과 사업에서 분명 10개를 찍으면 한두개는 의미있는 성공이 발견될 것이고 나머지 여덟개는 왜 하면 안됐는지, 언제 하면 승산이 있을지에 대한 노하우를 누구보다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이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20년은 갈텐데 지금 깨지고 망가지고 잠깐 실패하거나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그런 일은 어쩌면 남들보다 더 빨리 많이 제대로 배울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 불법은 있으면 안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크립토와 블록체인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일 먼저 모색하고 연구하고 실험해 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 비록 정부의 스탠스는 작년 투기 광풍 이후 일관되게 부정적이지만 크립토와 블록체인의 시대는 반드시 온다. 우리는 회사가 이사를 가려고 해도 건물주들이 크립토 회사라고 거절해 이사 하나 쉽게 못가는 회사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ICO를 지금껏 한번도 안하고 직접 매출을 내자는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의 크립토 분야 경쟁력이 아주 바닥을 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노하우를 얻은 사람들이 천천히 업계 전반으로 나가 다시 이를 전수할테니 말이다.

머잖아 다시 나라에서 ‘크립토와 블록체인의 국제 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의 몇% 수준에 불과하니 그 격차를 몇년 내에 끌어 올리겠다’며 온갖 정책을 발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우리가 탄압받고 고군분투하며 쌓은 노하우가 이 나라의 격차를 좁히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4. POLARIS

EOS는 Ethereum의 약 15 TPS 대비 월등히 빠른 약 3,000 TPS 내외의 속도를 가진 블록체인이다. POLARIS는 EOS를 포크해(정확히 말하면 EOSIO 소프트웨어를 포크해) 기업들이 보다 사용하기 편리한 정책과 기술을 추가한 우리 회사의 독자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지난 3월 이 블로그를 통해 처음으로 계획을 밝힌 이래 5개월여간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 백서 1.0을 5월에 냈고 이달에 2.0 버전을 새로 낸다. POLARIS는 일반을 대상으로 한 ICO는 없고 기관을 대상으로 개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 유치만 있을 예정이다.

POLARIS는 EOS가 출시 초기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되어 어느 정도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런칭하기 위해 전체적인 일정을 순연해 왔다. 역시나 6월 초 EOS 메인넷이 나오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 있어 왔다.

다행히 빠르게 문제가 해결되어 조금씩 안정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9월 정도가 되면 EOS 메인넷은 많이 안정화되고 그간 문제가 됐던 RAM이나 CPU 값 폭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책이 나오리라 본다.

POLARIS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게 OS를 연구해 온 Tmax Core에서 일해온 핵심 개발진이 합류해 EOS를 바닥부터 뜯어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책만 바꾼 EOS 체인을 생각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EOS에 더 나은 기술과 기능을 역제안하고 기여하는 체인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의 큰 회사들도 EOS를 직접 쓰기 보다 기술 지원이나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Customizing이 가능한 POLARIS를 사용하는 것을 많은 곳에서 검토하고 있다. 그렇기에 남이 만든 소스코드 가져다 체인만 런칭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체인파트너스는 무엇이든 쪽팔리지 말고 정석대로 제대로 하자고 이야기하는 회사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투자자가 아닌 제작자다. 따라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자존심이 어느 팀이든 깃들어 있다. POLARIS도 그러하다. EOSIO 소스코드를 가져다 런칭하는 체인이 앞으로 쏟아지겠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달라야 하며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야만 한다.

따라서 황급한 최초가 되기 보다 누가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팀과 체인이 되기로 했다. 그것이 POLARIS를 EOS 메인넷 런칭 이후 급하게 따라 내지 않은 이유다. 우리는 최고의 개발팀을 구성해 가고 있고 더 나은 거버넌스와 정책, 기술을 고민해가고 있다.

토큰 판매를 언제 하고, 상장을 언제 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는 POLARIS가 EOS 기반의 DApp을 만드는 주체들이 정말 쓰기 편하고 안전한 체인이 되기를 바란다. 이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시간은 많다.

체인(=프로토콜=플랫폼)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고 DApp(=컨텐츠)은 그중에서 가장 좋은 체인을 선택해 갈 것이다. 조급한 출시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준비된 체인의 개발이다.

적어도 EOS 생태계에서는, POLARIS 하면 일사분란한 운영 정책을 갖는 보다 의사결정이 빠른 체인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EOS 메인넷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보안과 속도를 전세계의 DApp 개발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5. Advisor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ICO 프로젝트의 Advisor로도 참여하지 않았다. ICO 프로젝트들의 기회주의적 행태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정말 믿거나 사회적 기여가 있거나 이게 잘 되면 블록체인 세상이 크게 발전하는 경우에는 전면에 나서 Advisor로 더 책임감을 갖고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나 토큰 몇 푼을 받을 수 있다고 결코 아무거나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끝까지 그 프로젝트의 성패에 내 평판을 걸 자신감이 있을 경우에만 허락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는 HARA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개인 Advisor로 이름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는 핵심 산업이 농업인데,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산지에서 파는 가격과 소비자가 사는 가격에 심각한 차이가 난다. HARA는 이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2억 7천만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탈중앙 세상을 믿는 사람으로써 기꺼이 안도와줄 수 없는 지역성과 공익성을 띈 프로젝트다. 당연히 Advisor role을 수행하고 받는 토큰은 전량 회사로 귀속된다.

나는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의 Advisor를 맡더라도 개인적으로 토큰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은 대부분 회사에서 오기 때문이다.

#6. 미디어

내가 요즘 연락이 잘 안돼 기자들이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전해 들었다.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신방과 나왔고 위아래로 선배, 동생, 친구하며 20년 가까이 기자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런 나인데도 잠깐 연락 안된다고 금세 ‘변했다’며 벼르고 있단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올 초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에 다 응했더니 기사를 본 사람들은 “실체없이 말만 앞선다”고 비난을 했다. 바이낸스 건도 그 일환이었다. 잦은 인터뷰 중에 당시 진행중이던 일을 언급했는데 그 딜이 중간에 어그러졌다. 졸지에 새빨간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됐다. 이후 딱히 할말도 없고 해서 모르는 번호에서 오는 전화는 거의 안받고 묵묵히 제품 준비만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원치않게 사람들을 실망시키기 싫어 제품 출시 전까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두 달 정도 전화 피하고 살았더니 기자들이 변했단다. 참으로 한국사회가 어려운 곳이라고 다시 한번 느낀다.

인터뷰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돈 안들이고 우리 이야기 소개해주는 것이니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이게 너무 잦으면 사람들은 식상해 한다. 모든 인터뷰 요청과 언론의 궁금증에 다 응대하다가 정작 제품이 못 나오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더는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그걸 지난 18년간 숱하게 겪어왔기 때문에 지금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누가 나를 변했다 하든 지금 중요한 것은 반드시 성공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욕하는 것까지 다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어릴 때는 ‘착한 사람 컴플렉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다보면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순간 좀 오해를 받더라도, 반드시 1분 1초의 시간을 지켜 위대한 제품과 서비스, 훌륭한 내실이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본질이고, 비난과 오해와 ‘누가 나를 조지려고 벼르고 있다’ 하는 일견 두려움을 갖게하는 말들도 실은 다 지나가는 일이다.

온갖 비난과 오해 속에서도 결국 내가 좋은 제품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널리 쓰게 되면 나를 추락시키려 했던 사람들도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도리가 없어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맨날 인터뷰 응하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 다 해주다가도 결국 좋은 제품 못 만들어내면 금방 잊혀진다. 나를 믿고 온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며 만들고 있는 제품과 회사도 그만 동력이 꺾이고 추락한다.

그것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반드시 쓰기 좋아야 하고, 사업은 성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렵게 팀을 꾸려 일하는 본질이고, 주변의 많은 우려를 무릅쓰고 불확실성이 큰 이 업에 투신한 이유이다.

따라서 나는 아무리 잘못한게 없어도 여전히 그런 협박같은 말들에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나의 미래를 위해, 함께하는 멤버들의 소중한 시간을 인생의 보람으로 돌려주기 위해, 줄곧 탄압했던 대한민국에서도 훗날 세계적인 크립토 회사가 탄생했다는 이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부득이 내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원래 나는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미디어를 사랑하고 기자들과 평생을 가깝게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일일이 직접 대응하다가는 어떠한 사업적 진전도 이룰 수가 없다.

옛날에 같이 막걸리 한 잔 기울이던 수백명의 친구와 선배 기자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내 처한 상황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꼭 세계에 자랑할만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나중에 자리 잡고 한 잔 기울이며 서운함을 풀 시간은 우리에게 얼마든지 있다.

#7. 고마움

어제 세계 첫 iOS용 EOS 지갑인 NOVA가 출시됐다. 내가 2006년에 창업한 위자드웍스가 개발하고, 다시 내가 2018년에 설립한 EOSYS가 퍼블리싱을 맡은 모바일 앱이다. 오늘날 나의 분신이 과거 나의 분신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제대로 봐줄 시간이 없었다. 걱정이 많았는데 출시하자마자 커뮤니티의 반응이 너무 좋다. EOS 분야의 가장 유명한 개발자들과 해외 개발사들도 지갑 UI/UX에 대한 호평을 해오고 있다.

사실 나는 작년에 Ethereum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갑인 MyEtherWallet이나 Metamask를 보고 여전히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제작진과 함께 들어가면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보았다.

일년여가 지난 지금 드디어 우리가 세계적인 블록체인의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을 글로벌하게 주도하는 위치에 있음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보람이다. 우리는 투자사가 아닌 제작사다.

크립토 시장에서 돈은 투자자가 더 많이 벌지 몰라도, 나는 그보다 실제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으로 이 세계를 보다 편리하게, 쉽게, 의미있게 바꾸어 가는데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체인파트너스와 그 주변 생태계에 힘을 모으고 있음에 제작자로서 큰 기쁨을 갖는다.

비록 우리가 한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생태계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우리와 주고 받는 크고 작은 영향으로 인해 더 나은 사용성을 추구하게 되고, 편리함과 빠름, 안전과 유용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마냥 어렵고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모를 블록체인과 크립토 시장에서 조금씩 환상과 거품을 걷어내고 실질과 의미를 찾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오전에 NOVA를 출시하고 저녁에는 DAYBIT 거래소의 데모를 처음보고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처음보는데 제품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서 혹자는 나에게 “대표님이 인복은 있는거 같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나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최고의 제작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믿고 그들도 나를 믿고 있다. 아직 이 시장은 마케팅 싸움의 시장이 아니다. 좋은 제품이 곧 전부일만큼 초기 시장이고,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 제작자들을 갈구하고 있다. 오래된 Legacy도 없고, 어떠한 충성제품도 없다.

오직 제품력으로 승부하고, 기술 본질로 승부를 걸 수 있기에 여전히 기회는 충분하다. 좋은 제작자를 모아 그들이 좋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결과는 아주 정직하게 나올 것이라 믿는다.

내가 아직도 좋은 제품에 목을 메는 제작자일 수 있음에 감사함을 가진다. 더불어 나와 동료들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제작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믿어준 우리 주주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 믿음이 반드시 큰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제품 만들겠다고 쟁이적 자존심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우리 체인파트너스 제작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낼 수 있다면, 시장은 반드시 합당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전세계 블록체인 scene을 주도하는 제작사가 되고 싶다. 우리 제품이 항상 벤치마킹되고 어디서든 회자되는 당사자가 되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체인파트너스의 최종적인 모습이다.

제작을 오래 해본 사람들이 블록체인 서비스 제작에 온 열정과 노하우를 쏟아 붓는 최고의 하우스.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겠다.

체인파트너스는 언제나 채용중이다. 누가 좀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강조하는데, 우리 대우가 금융을 포함 대한민국 어느 업계에도 뒤지지 않는다. Upside는 현재 그 어떤 업계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크립토를 사랑하는 110명이 모여 국내외에서 12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모여 있어야 더 많이 배운다. 배울 사람 천지인 이곳에서 ‘한국 크립토의 세계 진출’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갈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체인파트너스 세계경영팀 모집 FAQ

지난 글을 통해 세계경영팀 모집 공고를 올린 이후 많은 지원과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이에 조금 더 보강 설명을 드리기 위해 추가 안내를 드립니다.

체인파트너스 세계경영팀의 운영 방식은?

세계경영팀은 5-7명 내외로 운영되며 평소에는 사업 전략, IR, 해외 사업 기회에 대한 리서치 업무를 담당합니다. 내부 회의를 거쳐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현지에 파견돼 한동안 살면서 현지 팀을 셋업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블록체인과 크립토에 대한 이해가 처음부터 높으면 좋지만 모르더라도 입사 후 본사에서 집중 교육을 제공해 모든 팀원들의 이해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해외 지원이 가능한지?

세계경영팀은 현재 해외 체류중인 분도 지원 가능합니다. 오히려 현지 언어와 문화, 인맥이 많을수록 한국에서 파견가는 것보다 사업에 유리합니다. 또한 체류국가의 비자 서포트가 별도로 필요 없을 경우(시민권 또는 영주권 보유자)도 현지 사업 추진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이미 해외에 계신 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환영합니다.

글로벌 경영을 한다면서 왜 한인인가?

굳이 한국인일 필요는 없지만 한국어는 잘 해야 합니다. 본사가 한국이고 대부분의 직원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미팅과 회의, 한글 메일과 문서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야 별도의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어를 기본으로 하고 영어나 중국어 또는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는 멤버를 모시고 있습니다.

해외 팀 구성은?

해외 현지 팀 구성은 본사 파견 한국인, 현지 거주 한국인, 현지인을 다양하게 섞어 일하기 좋은 조합으로 구성할 것입니다. 한 나라 안에도 여러 사업팀이 존재할 수 있으며 각 사업에는 PO(Project Owner)가 존재합니다. 자기 사업팀 멤버 구성은 전적으로 PO가 알아서 책임집니다. (세계경영팀 멤버는 직접 PO가 되거나 또는 현지에서 PO를 뽑는 역할을 맡습니다.)

제공하는 보상은?

세계경영팀은 입사 후 평소 IR, 전략 관련 업무를 하다가 회사와 fit을 맞춰 ‘이 사업을 어느 나라에서 추진해 봅시다’하면 그 사업의 PO가 됩니다.

그렇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나중에 자기보다 PO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해당 사업을 넘긴 후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PO는 해당 사업을 자기가 얼마나 일구어 냈느냐 하는 기여도에 따라 해당 사업의 지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밖에 한국 수준(한국보다 생활비가 높은 국가는 해당 국가 수준)에 맞는 급여와 주재원으로서의 체재비, 사업추진비 일체를 제공합니다.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전략 업무를 맡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크립토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비전과 산업 지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우리 세계경영팀은 전략+IR+해외사업 추진의 세가지 업무를 한 곳에서 하는 부서이다보니 전략적 사고와 장표(Presentation) 제작 능력, 문서 작성 능력, 설득력과 기업가 정신, 끈기와 추진력이 고루 필요합니다.

또한 해외 현지에서 원하는 바를 빠르게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할지 찾는 창의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물론 입사 후 멤버의 재능이 전략, IR, 해외사업 중 어느 한 곳에 더 쏠린다고 판단이 되면 세계경영팀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업무분장이 나뉠 수 있습니다.

미션

체인파트너스 세계경영팀의 미션은 ‘한국 크립토의 세계진출’입니다. 그동안 해외 거래소들이 한국 진출한 적은 많아도 한국 크립토 회사가 해외 진출한 적은 없었습니다. 4월에 서울에서 열린 Deconomy나 최근 열린 Beyond Block 행사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이미 크립토 세계의 메카(중심)입니다.

거래량으로보나 ICO 참가자수로보나 한국이 단연 세계 최고의 크립토 관심 국가입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단 하나의 회사도 해외 진출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 꿈도 꾸는 회사가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의 길목을 막고 서서 해외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데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체인파트너스 세계경영팀은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 크립토의 세계진출’을 이뤄보고자 합니다. 중국이 세계진출 잘 하고 있는데 한국이라고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한국 거래량이 더 크고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더 많이 옵니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동종 업계 이직 금지 조항은 제거

지난 세계경영팀 모집 공고를 통해 우리 회사 모든 정보에 접근 가능하지만 2년간 동종 업계 이직이 제한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동종 업계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조금 과하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먼저 이 조항을 만들게 된 것은 이 분야가 갑자기 팽창하다보니 우리 회사 정보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멤버들이 우리 때문에 만나게 된 외국 회사들로부터 말도 안되는 오퍼를 받아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통보하고 다음주에 퇴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좀 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종 업계 이직 제한 계획은 취소하겠습니다. 우리가 울타리를 치면 다른 회사들도 울타리를 칩니다. 그러면 지식 교류를 통한 업계의 공발전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교류는 보통 모두가 울타리를 치지 않을 경우 돈 많은 곳으로 지식이 몰릴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돌고돌아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이 때를 잘못 만났을 수도 있고, 우리보다 다른 회사를 만나 더 빛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울타리를 치지는 않겠습니다.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이 업계로 열렬히 초대하고, 합을 맞추어 가겠습니다.

이상으로 세계경영팀 채용과 관련된 FAQ를 마치겠습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회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표철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