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블록체인 사업들에서 배운 것들

우리가 여러 블록체인 사업을 4년간 하며 느낀 것 중 아직 공유한 적 없던 이야기들을 잊기 전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한시간이 목표. (엄청 대충 휘갈겨서 한시간 반이 딱 걸림.)

# 토크노미아

토크노미아(Tokenomia)라는 이름의 블록체인 컨설팅 사업이 있었다. 2017년에 기획해 2018년에 시작했다. 15개 정도 프로젝트들을 백서 쓰는 것부터 자금 조달, 상장, 커뮤니티 빌딩 등을 체계적으로 도와주었다. 당시로나 지금의 관점으로 보나 서비스가 아주 전문적이고 혁신적이었다.

컨설팅, 은행 출신 인재들이 프로젝트에 붙어 필요한 Advisor 소개부터 밋업 개최, 프로젝트에 맞는 해외 컨퍼런스 참가까지 모든걸 도왔다. 그런데 이걸 몇년 하고 깨달은건 이런 서비스 조직은 항상 고객과 서로 기대수준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10가지를 잘해도 고객은 한두가지 아쉬운 것 때문에 비용 내는 것을 아까워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받는 에이전시가 아니라 돈을 넣은 투자사가 되면서 오히려 이런 서비스 중 한두가지라도 제공하면 고객이 훨씬 더 만족한다는걸 깨달았다. 우리가 진작 작은 펀드 하나를 만들어 투자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도왔더라면 훨씬 더 만족도가 높았고 수익성도 높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사업은 2019년 말 철수했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의미있는 비즈니스라 생각한다. 다만 돈이 있는 펀드가 돈을 넣어주면서 크고 작은 소개나 백서를 봐주는 정도의 (전통 VC는 하지 못하는) 도움을 준다면 우리가 돈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좋은 딜에 참여할 기회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때 우리와 미팅을 먼저하고도 대기업의 ICO 딜 자문은 다른 펀드에 빼앗기기 일쑤였는데, 돌아보면 그 회사는 자문료를 청구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투자해주면서 도움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우리가 다음 턴에서는 작게라도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시작하려는 이유다. 도울 수 있는 다른 부분들은 이미 해보기도 했고 가지고도 있으니.

# 이오시스

2017년 당시 우리 태생부터가 EOSscan.io 라는 웹서비스를 만들어 당시 이더리움의 경쟁자가 되리라던 EOS 커뮤니티의 국제적인 관심을 받으며 시작된 회사라서 EOSYS라는 EOS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했었다. 이더리움이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옆에서 지갑과 노드 등 이것저것 만들어주며 함께 성장한 Consensys라는 회사를 벤치마크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함께 성장하기를 꾀했던 사업이었다. 2017-2018 사이 2년간 우리는 EOS 지갑(NOVA), EOS 블록 익스플로러, 개발자 교육, 각종 EOS 교육 자료 제작(지금도 당시 자료가 Medium에 남아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시길), P2E 블록체인 게임(2019년에 이미 2종의 타이틀을 출시했었다), EOS 해커톤, 국내외 밋업, 노드운영자 선거 출마 및 정책 입안 활동(EOS 블록체인 처음 출범 당시 세계 15위의 운영자로 당선) 등 한 블록체인을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제반 엑셀러레이팅 활동을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발히 진행했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EOS 블록체인 헌법 제정 관련 논의에 아시아 대표로 참가해 발제하기도 했다. 이런 국제적인 블록체인 운영 경험을 가장 빨리, 그것도 가장 깊이 핵심 멤버로 했던 경험은 나에게나 우리 멤버들에게나, 회사에게나 아주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사실 이런 경험을 업계 전체로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는데 2019년 크립토 겨울을 맞으며 우리 코가 석자라 경험을 나누고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물론 그런 여유는 없지만 언젠가는 이런 우리의 경험을 나누거나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EOS 블록체인의 노드 운영자들이 담합하고 부패하며 서로 매표 행위를 하는 과정까지 낱낱이 지켜보았다. 블록체인 운영 정책이나 DAO 의사결정 매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개발사가 DAO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전세계 커뮤니티가 주목하던 훌륭한 블록체인이 그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너무 많은걸 베팅했기에 너무 슬프고 마음아픈 과정이었지만, 일찍이 한국 블록체인 업계 어디서도 겪지 못했던 국제적인 경험이었기에 이렇게 개인적인 배움이자 기억으로 사장되고 마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한다. 잘 해보려는 우리 팀과 다른 국내 팀, 전세계 커뮤니티의 훌륭한 리더들과 개발자들이 있었는데 EOS를 잘 되게 해보려 했던 DAO 멤버들과 토큰을 일찍 대량으로 구입한 고래들, 그리고 개발사(Block.one) 사이에 이해관계가 너무 첨예하게 갈려 도저히 의견 일치가 되지 못했다. 누구보다 많은걸 베팅했기에 누구보다 많은 손실을 입고 우리는 더 있다가는 회사가 날아갈 판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2019년에 철수했다. 그나마 우리는 뒤늦게나마 현실을 깨닫고 철수라도 해서 회사는 지켰지만, 아직 거기 남아 훨씬 큰 기회비용을 떠안은 커뮤니티의 동료들도 있다. 다른 블록체인과 달리 EOS는 토큰 하나당 복수의 리더를 뽑도록 허용한 것이 결국 진짜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는 리더가 아니라 단지 매표를 잘하는 리더에게 베니핏이 몰리도록 해 진짜 일하는 리더들은 모두 떠나는 치명적 결과를 낳았다.

# 폴라리스

당시 EOS 소프트웨어를 포크해 메인넷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사내에 있었다. 베어 마켓이 오고 사업을 줄이게 됨에 따라 그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는데, 그 팀이 그대로 떠나 훗날 다른 블록체인을 위한 이오시스 같은(그 블록체인에서 필요한 유틸리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블록체인은 지금 시총이 10위권 이내고, 그들이 만든 유틸리티는 이더리움의 Etherscan처럼 해당 블록체인의 킬러앱이 다수 되었다. 우리가 이루려던 일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 체인파트너스의 유산을 가지고 나간 여러 팀들에 의해 다소 실현되었다. 참으로 웃긴 사업의 역설이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좋은 인재를 모아 잘 준비한다 한들 중요한건 타이밍이다. 타이밍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니 나는 아무리 로켓 쏘는 속도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일하더라도 비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 사이클 플레이

투자사가 아닌 제작사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알리고 파는 것까지 해야하니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등 멤버가 서너배는 더 필요하다. 따라서 베어 마켓을 버티기 제작사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베어 마켓을 뚫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사이클에 극단적으로 좌우되는 블록체인 산업만큼 아웃소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곳도 없다는걸 깨달았다. 우리는 지금 분야별 협력사가 많은 점이 나름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일부러 그리된게 아니라 적은 인원으로 뭔가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아웃소싱이 생존의 도구였다. 지금은 오히려 그 점이 본사 규모를 제작사임에도 다른 사업을 할 때에 비해 현저히 적게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앞으로 큰 자본 조달을 하든 수익을 내든 그 점은 유지할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이 정말 겸손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잘해서 뭔가 남들보다 잘되고, 뭘 특별히 잘 못해서 안되는 것은 실상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직 사이클만 있는 산업이고, 그 사이클 플레이를 얼마나 잘하느냐(떨어졌을 때 준비하며 사모아 두고, 올랐을 때는 나중에 다시 떨어질 때 사모을 총알을 장전하는) 하는 스스로와의 싸움이지 다른 이들과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혼자 뗏목 하나 띄우고 파도 올 때마다 파도 타기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 파도를 내가 만들었다거나 내가 예상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주의해야 할 오만함이다. 그런건 없고 그냥 운이다. 운도 물론 실력이지만 운이 나빴다고 해서 특별히 실력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요즘은 생각한다. 계속 하다보면 파도를 만나는 날도 있는 것일텐데 실력없다고 파도타기를 안해버리면 영영 다음 파도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크립토와 블록체인은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도 파도가 계속 올 것은 확실하니, 우리는 계속 작고 도전하는 기민한 제작사로서 다음 파도를 잘 준비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 우리가 타던 뗏목을 이어받아 엉뚱한 팀들이 바다로 나갔듯, 앞으로도 그런 파도는 계속 올 것이니 슬프고 한스러워도 훌훌 털고 과거의 일들은 그만 다 잊고 다시 홀연히 다음 파도를 탈 준비나 계속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탈 준비를 하고 있으면 분명히 그날이 온다. 도전자들 우리 모두 절대 포기하지 말자.

# 코인덕

2017-2018년 당시 우리는 코인덕이라는 코인 결제 사업을 한국에서는 또 아주 일찌감치 진행했다. 우리회사에서 가장 어렸던 20대 열기넘치는 팀이 직접 발품을 팔며 서울과 수도권의 가맹점을 1천개 모았다. 9시 뉴스에도 나오고 평창 올림픽 근처 가맹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가맹점을 유치해 Forbes에도 소개됐다. 삼성 C-lab Outside에 선정돼 삼성 블록체인 월렛의 첫 파트너사 중 하나가 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제 결제액이 제로에 가까워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당시 팀과 나는 여러가지를 배웠지만 결제사업은 그런 식으로(직접 가맹점을 모으며) 하는게 아니라는 배움이 가장 컸다. 앞으로 다시 한다면(이미 우리는 체인저로 추후 규제 환경이 좋아지면 크립토 결제 사업도 한다고 백서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 가맹점을 잔뜩 모아 놓은 PG사나 VAN사와의 제휴로 풀 것이다. 그런 점에선 그 팀도 나도 참으로 어리고 몰랐고 용감했다. 코인 결제는 수요도 전혀 없었다. 면세점, 카지노, 백화점, 성형외과 등 외국인 관광객이 크립토를 가지고 들어와 결제할 수 있다고들 보통 크립토 결제를 하겠다는 업체들은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실제 2년간 현장에서 해본 데이터는 처참했다. 이론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결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따금씩 크립토로 한국 중고차 등에서 깡을 하려는 외국인들이 있는데, 대체로 KYC를 못해 위험한 거래자들 뿐이다. 앞으로 코인 결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가격 변동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코인을 가지고 실제 리테일 결제에 써서 커피 한잔을 사먹는 사람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이미 대중화된 범용 포인트(OK캐시백, L포인트, 문화상품권, 네이버 포인트 등 전국민이 아는 것) 사이의 환전 정도를 고민하는게 좋을 것이다. 앞서 배움대로 우리가 가맹점을 모으는게 아니라 이미 대중적으로 쓰이는 포인트와의 환전만 열려도 크립토 결제 가맹점이 확 열리는 셈이니 크립토의 환금성이라는 원래 의도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것도 체인저 백서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코인덕은 못했지만 그 배움으로 우리는 몇년이 지나 다시 제대로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지금의 USDT 같은게 아니라 원화 기반의 앞으로 나올, 아직은 시장에 없는 무언가)과 범용 포인트 간의 환전 정도의 접근 외에 BTC, ETH 같은 크립토로 커피를 먹는 시대는 가능은 하더라도 그냥 딱 그 정도(‘가능하다’)일 뿐, 진짜 생활 속에서 대중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므로.

# 노바월렛

노바월렛은 우리가 EOS 기반으로 개발했던 모바일 지갑이다. 나중에 이더리움과 클레이튼도 지원하며 한때 노바를 통해 관리되는 자산이 2019년 당시 3천억 정도 되었다. 이 지갑을 만들기 전 우리가 회의할 때 Custody형으로 할까 Non-custody형으로 할까 고민하다 Dapp 이용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Non-custody형으로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글로벌 사업을 계속 지향해 왔기에, 계정이 필요없는 Non-custody 지갑이 해외로 나가기 더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Dapp 이용이 가능한 점은 큰 장점이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DeFi가 커지기 전이라 쓸만한 Dapp이 없었다. Private key를 기록해 두는 첫 설치 과정이 초보자에게는 아무래도 진입장벽도 되었다. 좋은 제품이었지만 결국 이 사업도 2019년 말에 회사가 어려워지며 접어야 했다. 모든 사업이 아쉽지만 이 제품 역시 참으로 아쉬운 점은, 2020년에 DeFi 열풍이 불며 이들 Non-custody형 모바일 지갑들이 사용자로서나 매출로서나 폭풍 성장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1-2년도 아니고, 서비스를 접고 딱 6개월만에 시장이 살아나며 마지막 불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가슴 속에 이 모든 일들이 너무나 단단히 응어리져 박혀서, 모두 다시 돌아온 불 마켓에 환희를 부르던 작년 나는 회사의 회생에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일년 내내 화가 나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아마 이 분은 평생 못잊을듯 하다.) 우리가 사업을 제대로 못찍은게 아니라, 제품을 잘 못만든 것도 아니라 오직 타이밍이었다. 타이밍도 실력이라 하면 눈물 나지만 할 말은 없다. 어쨌든 아직 그대로 가슴 속에 남아있는 이 응어리와 억울함을 원동력으로 삼아 얼른 과거의 노력들을 깨끗이 잊고, 다시 다음에 올 파도를 훌륭히 타기 위한 오늘의 준비를 다시 이어가야만 한다.

# 했던 노력을 반복하는 것

2017년 하루 평균 미팅이 10개씩 있었다. 아침에 시작해 밤 10시, 11시에 시작하는 미팅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키운 회사이고 모은 팀이었고 만든 제품인데 이제 다 사라지고 다시 또해야 한다는 점이 참으로 황망하다. 물론 우리가 정말 과거를 과감히 잊고 오직 오늘만 생각해서 작년 한해 다시 팀을 밑바닥에서부터 한명 한명 모아 체인저라는 제품을 시장에 잘 냈다. 이제 새해는 이걸 잘 추수하고, 더 디벨롭해서 정말 훌륭한 제품이자 사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2022년의 명확한 목표다. 나는 새해 서른여덟로 여전히 젊고, 아직 가진게 없기 때문에 굉장히 헝그리하다. 성공에 대한 열망도 크고, 도와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안팎으로 많아서 감사함에 더 일할 용기도, 동기도 가득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과거를 생각하면 아득하다. 우리가 4년 전에는 일을 열심히 안했나, 2년 전에는 나태했나, 작년에는 일을 덜했나. 어떠한 순간에도 계속 도전하고 일을 소홀히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작년에는 정말 부활을 위해 적은 인원이 사업 첫 해처럼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달렸던 것 같다. 그 결과 좋은 제품이 나오고 이제 밝은 새해를 맞이했지만, 어쨌든 도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일은 정말로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타이밍이든 뭐든 어떤 이유로운 간에 실패하게 되면 어제까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던 사업은 오늘부터는 싹 잊고 바로 다음 비전을 열심히 찾아 또 죽어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했던 노력을 똑같이 다시 하는 것. 참으로 말도 말되는 일이다. 그래도 그걸 계속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겨우 뭍에서 이를 갈며 다음 파도를 타볼 기회라도 다시 얻을 수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암흑 터널을 뚫고 나와 수천억짜리가 될 사업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새해부터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업만 유지하면서 중간에 타의에 의해 접어야 하는 일 없이 오래 운영해 개별 사업이 파도를 만날 확률을 높여보려 한다. 여러 배를 참 잘 만들었어도 바다에 띄워 놓은 기간 자체가 길지 않다 보니, 좋은 파도를 만날 확률이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래서 자꾸 새로운 배만 만드느라 온몸 축내며 고생하는 일은 확실히 줄이는 인생을 살려고 한다.

이제는 20대처럼 밤새 신나게 제작하고, 그런 제작자로 사는 내 모습이 즐거운 그런 사람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마흔 전에는 좀 더 진중한 선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하게 되며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끔찍한 기억이지만 다 지나고 돌아보면 배운 점도 많았던 데이빗 거래소 이야기와 같이 아직 다루지 않은 주제도 많지만, 이런 것들은 언젠가 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또 기억할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과거를 깨끗이 잊어야 오늘에만 집중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까닭에, 그 좋은 경험과 노력들을 모두 사장시켰다. 참으로 업계 전체에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 일부러라도 시간을 쪼개 날 것 같은 이런 글이라도 남겨 놓는다. 업계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NFT, 웹3, 메타버스에 대한 생각

해 넘어가기 전에 크립토 시장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을 남겨 놓기 위해 시간을 쓴다. 목표는 두시간 넘기지 않기. 시작!

NFT와 예쁜 쓰레기

이 유행의 끝엔 대부분의 NFT는 물릴 것 같다. 나도 물렸다. 올해 초였나 트위터 800만 팔로워를 가진 세계적인 DJ Steve Aoki가 당시만 해도 유명인 중에서는 아주 선도적으로 발행하는 NFT를 $4,500 주고 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NFT를 구매했던 NiftyGateway에 오랜만에 들어가보니 누가 나에게 고작 $100에 팔라고 오퍼를 보내놓았다. 거래소 수수료를 떼면 $84.70을 받는단다. ㅎㅎ

이건 지금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NFT들이 겪게 될 미래다. 여간해선 단언하지 않는데 이것만큼은 단언해도 될거같다. ‘일단 좋은거라니까 사고 본’ (나같은) 사람들은 지갑 속에 여러 예쁜 쓰레기를 갖게 될 것이다.

올 한 해 솔라나 블록체인 한 곳에서만 아래처럼 많은 NFT 컬렉션이 만들어졌다. 다른 블록체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CryptopunkBAYC와 같은 폭등 사례가 물론 있지만, 급조된 많은 컬렉션이 앞으로 당연히 위와 같은 일을 겪을 것이다.

https://solanafloor.com/

디지털 아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이 가격에 절대 작품을 팔 수 없던 많은 무명 아티스트들이 NFT 열풍을 타고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작가 입장에선 안만들 이유가 없지만, 구매자들은 정신차려보면 작가와 마켓플레이스 좋은 일만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재구매를 멈추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런 NFT 현상이 전혀 새롭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알트코인과 똑같다. 다만 5천개든 1만개든 NFT는 알트코인보다 유동성이 더 적고, 그마저도 5천개의 아이템이 각기 다 달라 가치가 동일하지 않다.

내가 팔고자 할 때 정확히 내 번호의 아이템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기는 알트코인 때보다 더 까다로울 것이고, 내가 특정 번호의 아이템을 사고자 할 때 반대로 정확히 그 아이템을 팔려는 사람도 만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알트코인 때보다 NFT에서 유동성 문제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스무디라는 NFT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는 이유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주로 커뮤니티 규모와 활동성이 성공 요인일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NFT와 디지털 아트는 살아남을 것이다. 부동산이나 시계, 널리 알려진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기초 자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NFT들은 좀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기초 가치보다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는 오버슈팅이 발생하지 않는 한, 대체로 이같은 자산들은 (물론 유동성 문제는 비슷하게 있겠으나) 기초 가치에 수렴하는 환금성이 부여되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또 정확히 그 지점-기초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을 크립토를 사는 사람들은 매력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가치를 아무도 몰라야 상승폭에 제한이 없으므로.)

Web2.0의 추억

2006-7년에 인터넷 업계에 있던 사람들은 웹2.0을 정확히 기억할 것이다. 당시 지금처럼 새로운 인터넷이 온다는 엄청난 기대감과 열기가 있었다. 그 열기 안에서 마치 이번 잭 도시의 트윗과 유사하게 ‘웹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일 뿐, 결코 웹이 분절적으로 2.0의 이름을 달고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웹2.0은 한낱 마케팅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때 기사를 링크하려고 살피다 2007년 영상을 찾았다. 그때 나도 이 자리에 있었는데 SBS가 매년 주최하던 서울디지털포럼이었다. 당시 웹2.0이 인터넷 업계의 가장 핫한 이슈였기에 에릭 슈미트 Google CEO를 서울로 초대한 자리에서 한 외신 기자가 웹2.0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어쩌면 영상 속 에릭 슈미트의 농담처럼 이 기자가 웹3.0의 창시자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면 영상을 보시길 ㅎㅎ)

그리고 2006-7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난 2021-22년, 거짓말처럼 웹3.0이 왔다. 개인적으로 웹브라우저에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JavaScript 패키지명이 Web3.js 여서 2017년 초 이더리움을 공부하다 굉장한 흥분과 기대, 동시에 ‘와 스스로 웹3라니 엄청 오만하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웹3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더리움을 필두로 한 블록체인 진형이 꿈꾸던 미래였는데, 이제 그것이 크립토 Hype cycle과 맞물려 실리콘밸리 전통 VC들과 Early Adoptor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끄는 것 같다. 그게 하도 지나쳐 식사 자리며 커피 자리며 할 것 없이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너도 나도 ‘웹3, 웹3’하니까 이제 2021년판 에릭 슈미트에 해당하는 일론 머스크와 잭 도시가 마치 그때의 에릭 슈미트처럼 ‘그만 좀 하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웹2.0 때처럼 모호해서 매력을 끄는 웹3

웹3는 무엇일까?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용어지만 일단 내가 생각하는 웹3는 서버와 같이 중앙화된 인프라 대신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해 무신뢰(=사람이 아닌 코드에 의해)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어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무신뢰로 동작해야 하니 데이터나 거래를 검증하기 위해 자원을 쓰는 이들에 대한 보상 목적으로 이제 크립토가 약방의 감초처럼 함께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된 자율조직)는 웹3를 구현하기 위한 조직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 생각한다. 코드를 믿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동작하면 국경 구분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운영자들의 형태도 굳이 모여서 일하거나 물리적 공간이 있을 필요가 없다. 또한 국가/대기업/포털 등이 가진 기득권을 일부 해체하려는 일종의 사회 운동과도 가깝다보니, 온라인 탄압이나 방해/검열의 가능성도 있어 DAO적 조직이 웹3 애플리케이션 운영에 더 맞는 형태라고도 느낀다.

하지만 이런 해석도 여전히 다소 추상적이다. 15년 전 참여, 공유, 개방을 이른바 ‘웹2.0 서비스’를 구성하는 3요소라 부르던 당시 개념이 추상적이었던 것처럼, 이번 웹3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래서 웹3는 참으로 간편하다. 또 하나의 비슷한 마케팅 용어인 ‘메타버스’에도 은근슬쩍 갖다 붙이기 좋고, 블록체인에도, 크립토에도, DeFi에도, 심지어는 AI나 VR/AR에도 어떤 ‘언젠가 오지만 아직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지금 준비를 시작해야 나만 뒤쳐지지 않을 것 같은 중요하지만 막연한 미래’ 뜻하는 의미로 갖다 붙일 수 있다.

크립토에서는 그걸 흔히 FOMO(Fear of missing out)라 부르고, FOMO가 낀 모든 테마들은 그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왔음을 우리는 지난 수년간 목격해 왔다.

웹3는 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개인적으로 2000년도부터 2002년 사이 닷컴 도메인 등록 대행업을 했었기 때문에, 웹3가 무엇인지, 웹3 서비스들이 정확히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 한가지 사례를 들어 극히 지엽적으로, 그러나 누구나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보려고 한다.

닷컴(.com) 도메인을 등록하려면 우리나라로 치면 후이즈아사달, 미국에서는 GoDaddyNamecheap 같은 회사에 평균 10달러 내외를 주고 사게 된다. 그러면 그 10달러는 이들 등록대행사의 마진 + TLD 운영사의 마진 + ICANN에 내는 세금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더 옛날에는 닷컴 도메인을 미국 정부가 인정한 한 회사가 독점으로 등록했었다. Network Solutions라는 회사였는데 그때만 해도 닷컴 도메인 하나 가격이 $70이었다. 그러던걸 ‘너무 비싸다’, ‘미국이 세계 인터넷을 독점한다’, ‘ICANN이 미국 한 회사에 과도한 이권을 준다’ 등의 이유로 지금과 같은 전세계 등록업체들의 경쟁 체제로 풀렸다. 이게 2000년도의 일이다.

1999년까지 도메인을 등록할 때는 개당 $70씩 비싸게 해야 했는데, 2000년부터 전세계 업체들의 경쟁 체제로 풀림에 따라 ICANN에 내야 하는 일종의 세금을 빼면 원가가 $6 정도로 떨어졌다. 이 원가가 수년에 한번씩 야금야금 오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신규 등록할 닷컴 도메인이 고갈됨에 따라 ICANN이 먹을게 없어져 이후 20년간 도메인 체제는 변태적 진화를 거듭해왔다.

1차 변화는 다국어의 도입이다. 그 결과 우리는 떡방앗간.닷컴 같은 순 한글 도메인을 등록하고, 실제 운영하는 사이트에 연결할 수 있다. 이 변화가 대략 웹2.0 시대 언저리쯤 있었다. 기억으론 2007-2009년 사이다. 벌써 옛날 일이다.

2차 변화는 수많은 신규 TLD의 도입이다. 이건 비교적 최근에 있었다. 사람들이 도메인을 등록해야 이에 비례해 세금을 뗄 수 있는 ICANN 입장에서는, 신규 TLD가 생기면 보다 많은 도메인 등록이 이루어져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말이 그렇다는거지 실제 세금은 아니다. ICANN의 수익이다.)

최근 몇년 사이 .finance, .fund, .exchange, .tech 등 .com이나 .net이 아니라 온갖 이상한 새 도메인이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쩜(.) 뒤에 붙는 새로운 그런걸 TLD(Top-level Domain)라 부르는데, 만약 내가 .chainpartners 라는 TLD를 만들려고 하면 ICANN에 등록비와 운영비를 매년 내야 한다.

최근 몇년 사이 저런 TLD가 수백개 생겼으니 ICANN은 새로운 큰 수익원이 생긴 셈이다. 또한 ICANN은 사람들이 새 TLD 위에서 도메인을 등록할 때마다 소정의 세금을 또 떼어간다. 즉 내가 chainpartners.finance 라는 도메인을 등록하게 되면 .finance 운영사 외에 ICANN도 소액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대체 이 ICANN이란 조직은 무엇이냐? 인터넷 도메인 정책을 만드는 비영리기구다. 실질적으로 미국 정부(상무부) 관할 안에 있고, 이런 사람들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 쓰며 지금 좀 찾아보니 역시 비싸다. 새 TLD를 등록 신청하는 비용이 18만 5천달러(신청비용일 뿐, 등록이 보장되는게 아니다.), 심사를 통과해 등록된다고 하면 초기 1-2년간 비용이 200만달러, 매 분기 운영비가 2만 5천달러(연간이 아니라 분기다!), 등록된 도메인이 5만개를 넘는 순간부터 연간 모든 도메인에 대해 25센트씩을 운영비로 받아간다.

ICANN은 친절히 재무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존재 자체를 모른채 지난 20년간 도메인 정책을 운영해 현재 6,900억 정도 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수수료 매출은 400억원)

FY22 Financial Reports, ICANN

이 ICANN 이사가 되면 전세계 휴양지를 돌며 회의할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은 코로나라 원격으로 이루어지지만, 원래는 아래 표와 같이 한번 미팅 때마다 50억씩 시원하게 쓰는 쿨한 조직이다.

FY22 Financial Reports, ICANN

도메인 정책을 잘 만들고 운영해 온 ICANN을 욕하고 싶은 의도는 없고, 그냥 이런 조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웹3는 이제 이런걸 없애려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Handshake는 자체 개발한 DNS 소프트웨어를 ISP(KT, SK브로드밴드, LG U+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각자의 망에 깔아주면 ICANN이 구축해 놓은 생태계를 우회해 .chulminpyo 처럼 아무나 아무 도메인이나 만들 수 있게끔 해주는 웹3 프로젝트다.

그러면 ICANN 체제를 거스르는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도와준 ISP에게 Handshake 재단이 HNS 토큰을 선물로 지급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실제로 HNS의 토크노믹스를 보면 상당량이 이런 파트너사들에 대한 선물로 배정되어 있는데, 미국 내 최대 도메인 사업자 중 하나인 Namecheap이 올들어 HNS 도메인을 적용하고 기존 서비스 UI 내에 자연스러운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HNS 토큰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Handshake에서 새 TLD를 등록하거나 Handshake 기반 도메인을 일반 사용자가 등록하려면 여기서도 역시 돈을 내야한다. 물론 이 돈 중 상당수는 Handshake 생태계 확대에 재투자되겠지만, 결국 HNS 토큰을 진작 왕창 사놓은 크립토 펀드나 Handshake 재단 측이 새로운 형태의 ICANN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탈중앙화가 아닌 권력의 이동 정도로 볼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잭 도시가 웹3를 탈중앙화가 아닌, 다른 주인을 가진 집중화일 뿐이라 비판하는 이유다.)

물론 재단은 그동안 ICANN이 가졌던 권력을 해체해 소비자들이 훨씬 낮은 비용으로 도메인을 등록하고, 인터넷 도메인 정책을 민주화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 비전이 실현 가능할 것이냐 아니냐 여부를 따지고 들기에 앞서, 이제 우리 평범한 시민들은 블록체인, 크립토, DAO, IPFS 등 여러 신기술의 조합으로 무려 22년만에 겨우 ICANN에 맞서 무엇인가 도전해볼 기회라도 얻게 되었다는 점에 바로 웹3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보면 참으로 희미한 도전이다. 이제 겨우 횃불 하나 들고 핵폭탄 가진 미국 정부에 쳐들어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을 응원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는건 지금까지는 자각이나 인식이 있어도 대체할 방법이나 기술이 없어 아예 도전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2006-7년의 웹2.0 때는 불가능한게 확실했다. 하지만 이제는 크립토와 블록체인으로 아주 희미하게나마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먹고, 극소수의 저항군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Next Big Thing을 찾아서.

도메인으로 예를 들었지만 웹3에서는 지난 20년간 당연한줄 알고 써왔던 인터넷의 기술적 근간들을 바꾸겠다는 시도들이 이미 활발하거나 막 시작되고 있다. 20년간 당연히 봐야했던 인터넷 광고를 선택적으로 켜고 그 보상을 얻도록 하겠다는 웹브라우저인 Brave, 브라우저 익스텐션을 깔아 놓으면 내 사이트 접속 정보를 수집(= 역시 20년간 인터넷 광고회사가 당연히 하던 일들)해 이를 원하는 사업자에 판매하도록 돕겠다는 Swash, 중앙에서 수수료를 받는 운영자 없이 데이터 주인이 소비자를 직접 만나 거래하는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는 Ocean Protocol과 같이 브라우저, 서버, CDN, 데이터베이스, 마켓플레이스 등 인터넷의 오랜 유산들에 도전할 새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이제 이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바뀔거라는 생각은 안하는게 좋다. 비트코인이 여기까지 오는데 10여년이 걸렸고, 인터넷은 훨씬 오래 거기 있었다. 비트코인은 안쓰던 새로운 무엇인데 반해 인터넷은 매일 쓰는 것이다. 매일 쓰는 것은 오늘도 쓰고 내일도 써야하기 때문에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을 바꾸기 더 어렵다. 그래서 웹3에 기대를 걸되 웹3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허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이 주제로 우리 직원들과 토론한 적이 있는데 결론은 제작자로서는 실제 유저가 쓸 생각을 해야하기에 웹3를 시작하기 부담스럽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투자자의 관점으로 보면 지금껏 크립토, 블록체인, NFT, P2E가 그랬듯 어쨌든 불이 들어오면 그리 사람과 자본이 모이기 마련이라, 당연히 초기에 들어가 유망한 것을 사모으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몰려 가치가 오르고 Exit할 기회만 생기면 되는 것이지, 본질적인 유저 규모와 지속 가능성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제작자인 잭 도시와 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웹3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Byline.network 기사 중

그런 지점이 실리콘밸리 VC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웹3와 DAO 투자에 혈안이 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기대감으로 인해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면, 지금으로서는 안될 일도 가능해지곤 한다. 우리는 인터넷의 역사 속에서 그런 일들을 너무나 자주 보아왔다. 그래서 웹3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웹2.0으로 돌아가보자. 2001년 닷컴 버블이 터진 후 몇년간 거의 암흑기를 보내던 인터넷 산업을 웹2.0이 구했다. 그것이 아무리 마케팅 용어였다 한들, 그때 인터넷 업계에 있던 사람들 중 이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자리에 똑똑히 있었는데 웹2.0 열풍은 몇년간 우울하게 침잠하던 인터넷 업계에 새로 드리우는 빛이었다. 그 Hype을 따라 들어온 새 자본들은 우리가 아직도 쓰고 있는 YouTube, Facebook, Instagram, 그리고 수많은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들을 낳았다.

웹3도 그러할 것이다. 많은 도전들이 고작 횃불이기 때문에 실패하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Next Big Thing을 얻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웹3를 찬양하며 올라타는 것도 맞고, 웹3를 실체없다며 욕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것이다. 얼마전 주요 인터넷 기업 대표님과 식사를 하다 이런 대화가 오갔다. “줄곧 웹을 다루며 살아온 웹 세대가 잘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고 있다”고. 그렇다. 웹1.0과 웹2.0 시대를 관통하며 제작자로 살아온 사람 중 ‘왜 지금 웹3가 왔는가’ 하는 시대적 소명과 기술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웹1.0, 2.0 시대를 그저 유저로만 살아온 이들은 ‘그래서 웹3가 뭔데? 메타버스야?’ 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것이다.)

웹2.0은 사실 웹1.0(실제 1.0 시절에는 1.0이라는 용어는 없었다. 그저 ‘웹’이었을 뿐.)의 연장이자 개선이었으므로, 기존 인터넷 업체들은 나름 신속하게 잘 적응했다. 물론 스타트업의 영역이 있었고, 그때 Facebook, Linkedin, YouTube, Instagram, Pinterest, Etsy 등등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회를 잡았다. 국내도 마찬가지였고.

2010년대에 들어서자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됐다. 스타트업들을 위한 큰 공간들이 발생했지만 이때도 전통의 인터넷 강자들은 나름대로 잘 적응했다. 고객이 보는 스크린이 단지 PC 하나에서 모바일로 확장된 것일 뿐, 사용자가 익숙하게 소비해 온 컨텐츠는 여전히 인터넷 기업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 나온 (뭔가 커질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스마트 TV 역시 그랬다.

하지만 웹3는 본질적으로 웹1.0 시대에 구축된 구조가 싫다는 것이다. 바꿀 수 있는 영역부터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저 감성도 다르고 이용하는 방식도, 소비되는 킬러 컨텐츠도 다르다. 따라서 기존 인터넷 업체들이 웹3 시대에도 스마트폰 때처럼 부드럽게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는 고객 접점의 확장이 아니라 기존 사업 구조의 파괴적 혁신으로 보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앞으로도 여전히 강하겠지만, 웹2.0 때 새로운 혁신 서비스들이 등장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듯이 전에는 없던 틈들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 일정한 틈들에 자라난 웹3 제품들이 의미가 있다면, 점차 커져 몇개는 인터넷 지형의 일부를 바꿀 것이다. 다시 15년쯤 지나 ‘웹4.0 시대 도래’ 뉴스를 보는 날에는, 지금 나오는 희미한 변화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있을 것이다. 2005년 당시 인터넷으로 전세계인이 매일 동영상을 본다는 꿈같은 말을 하던 YouTube가 오늘날 너무 당연해진 것처럼.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 미래

가벼운 글이 무척 무거워졌다. 두시간을 넘기지 않겠다는 목표는 대실패! 그래서 우리(체인파트너스)는 지난 4년간 블록체인 서비스 제작사로서의 오랜 경험과 배움을 살려 Web3 Enabler가 되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대로 20년 이상 현장을 떠나지 않고 웹을 다뤄온 제작자들의 경험이, 연속선 상의 웹3에서도 진가를 보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웹3의 영역이 너무 넓고 추상적이다보니, 우리는 요즘 스스로를 ‘DeFi 2.0에 특화된 Web3 Enabler‘로 정의하고 연일 관련 분야 제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웹3의 경우 앞서 도메인 사례나 서버, CDN처럼 20년 이상의 레거시가 있고 전통의 강자들이 있다. 매일 쓰는 웹이다보니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무너뜨릴 대상이 없는 Crypto-only 제품들이 먼저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의로는 아무거나 다 때려 넣을 수 있는 웹3의 전 분야를 통틀어 DeFi가 가장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하고, 금융업 특성상 수익 모델이 확실하며, 이미 지난 2년간 허허벌판에 도시를 짓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빨리 실현될 웹3의 큰 줄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의 1차 발전기에 DeFi는 예치/대출, 토큰 스왑, 현/선물 거래 등 CeFi 태동기에 등장한 가장 기초적인 금융 서비스들을 구현해왔다. 아직 한국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에는 이미 전통 금융을 닮은 더 고도화된 DeFi 서비스들이 활발히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조류를 통칭해 이른바 ‘DeFi 2.0’이라 부르는데, 웹3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용어라 치부하는 사람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뭐라고 하든 DeFi 시장은 어쨌든 지금보다 발전한다.)

이에 우리는 관련 서비스를 앞으로 계속 연구하고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가 2년 이상 준비해 지난주 출시한 체인저는 웹3 시대가 되면 중요해질 크립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토콜이다. CeFi만 하는 제품, DeFi만 하는 제품이 있지만 체인저는 올해 양쪽 시장에서 각각 최적 가격을 구현했다. 내년에는 양쪽 가격을 서로에게 제공해, 고객이 어디서 거래하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가격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크립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그런게 우리가 생각하는 DeFi 2.0 시대의 중요 제품들 중 하나다. DeFi 2.0 중심의 Web3 Enabler가 되려는 체인파트너스의 새로운 비전에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100명까지 갔다 5명으로 쪼그라들었던 우리 팀이 다시 조금 커져 올해 말 20명이 되었다.

한번 줄었던 팀이라 멤버들을 다시 모을 때 처음 팀을 꾸릴 때보다도 곱절로 힘들었다. 잡플래닛에 남겨진 떠난 이들의 부정적인 리뷰나 여러 관점의 평판들을 안고 좋은 인재를 모으기란 백지 상태일 때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오늘 하려는 일의 비전에 공감하는 블록체인 업계의 소중한 인재들이 어렵게 하나둘 다시 모였다.

참으로 힘든 지난 2-3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배운게 많다. 오히려 잘될 때, 가진게 많을 때보다 더 감사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한번 어려움을 겪고 뚫고 올라온 회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시장 앞에 한없이 겸손해질 수 밖에 없을듯 하다. 어려움을 뚫고 올라가는 기간동안 우리를 도와준 정말 많은 이들이 있다. 이제 겨우 다시 출발점에 선 것 뿐이지만 그분들 아니었다면 이런 날은 다시 만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언젠가 그분들께 여러분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분 한 분 찾아가 꼭 드리고 싶다.

내년에는 우리가 DeFi 2.0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Web3 DAO에 투자하는 투자사를 미국에 설립한다. 무모한 꿈이지만 앞으로 10년은 그게 마케팅 용어든 아니든 Web3 시대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기 때문이다.

체인파트너스는 이미 지난 2018년 한국 크립토 회사로는 선도적으로 미국 법인을 설립해 현지 네트웍을 발전시켜 왔다. 그 네트웍을 다시 살려 훌륭한 리서치/투자 팀을 미국에 셋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속한 투자 의사결정과 크립토를 통한 직접 투자를 위해 VC가 아니라 체인파트너스의 자회사인 일반 법인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새해에 시작하는 이 회사에 대한 투자(=즉 Web3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출자)에 관심있는 기업이나 자산가들의 문의도 기다린다. (web3@chain.partners)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 메타버스

메타버스 이야기를 듣다가 과거 싸이월드 미니라이프에 대해 써놓았던 글이 떠올랐다. 본질적으로 메타버스에서 유저들이 뭘할까? 친구 등록하고 만나서 대화하고 떠들고 놀고 일하고 정도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처음 나온게 아니라 1990년대에도 있었고 2000년대에도 있었고 2010년대에도 있었다. 그때마다 한 시대를 반짝 풍미했던 서비스들이 있었다.

진짜 대중화가 되느냐는 사람들이 이걸 정말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느냐인 것 같다. 그때는 특별히 못해서 망했고, 지금은 특별히 잘해서 되고는 결코 아닌 것 같다. 그저 모든 인터넷 서비스들이 다 때가 있다. 지금의 메타버스가 특별히 그때와 달라졌을까? 오큘러스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사봤는데 그냥 매번 기술의 진일보 정도였다. 여전히 메타버스는 10년 전, 20년 전과 동일하게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기술은 당장은 사라진다. 그리고 때가 될 때 다시 돌아온다.

게더타운을 멤버들과 잠깐 재미있게 쓰다가 금세 흥미들을 잃었다. 슬랙이나 줌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굳이 오프라인 감성을 넣어,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었다는 대화가 오갔다. 메타버스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중요한건 내용이지 형식이 아니다. 그런데 오프라인을 그럴듯하게 온라인상에 구현해 놓은 메타버스는 꼭 게더타운 같은 느낌이다.

이미 우리가 카톡과 슬랙, 유튜브나 인스타로 왠만한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시대에, 굳이 없어도 될 오프라인처럼 생긴 형식을 어색하게 뒤집어쓴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내용이 강화되면 당연히 좋은데, 내용은 그대로인 채로(즉 인간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 능력이 대단히 향상되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억지로 3D 공간에 아바타를 띄워 놓고 친구나 동료를 만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용이 그대로인 형식의 과잉이 내가 요즘 범람하는 메타버스들을 보고 경험하며 느끼는 실망감이다.

차라리 게임이면 메타버스가 아니라 그냥 ‘게임’이라고 말하기에 솔직하다. 하지만 단언코 메타버스가 게임보다 재미없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현상을(이들 역시 공교롭게 모두 게임이다) 보고 이를 메타버스 트렌드로 해석한 것이지, 주객이 전도되면 그 메타버스에는 필시 제작자들의 캐릭터만 인당 100평씩 차지하며 허공을 거닐게 될 것이다.

아마 많은 메타버스 제작자들은 이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트렌드에 올라타야하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어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내가 웹3의 기회와 위험을 소개한 것처럼 메타버스도 목적(내용)과 수단(형식)이 뒤바뀌어서는 웹2.0 시대의 메타버스였던 세컨드라이프나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한때 북적이던) 싸이월드 미니라이프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왜 리니지는 살아 남았으나 미니라이프는 잊혀졌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고, 그때의 답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임은 게임이니까 재밌어서 하는거지만, 왜 써야하는지 스스로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메타버스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역시나 외교적 마무리를 해야겠다. 메타버스도 NFT나 웹3처럼 역시 아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누군가는 현실 세계에 대한 단순 오마쥬나 카피를 넘어, 더 나은 재미나 보다 깊은(Rich) 커뮤니케이션을 달성해 스윗 스팟을 찾을 것이다. 그 과정에는 늘 그렇듯 거품과 Hype도 왕창 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뭐든지 내일 세상이 바뀔거라 맹신하지 말되 지금 모습만을 보고 무시해서도 안된다. 관심이 모이고 자꾸 회자되는 쪽으로, 어쨌든 세상은 나아가기 때문이다.

돈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위상 강화를 위하여.

요새 체인파트너스에서는 코딩 교육 1위 업체 멋쟁이사자처럼과 함께 국내 첫 디파이 렌딩 프로토콜인 ‘돈키(https://donkey.fund)’를 개발하고 있다. 만들다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오늘은 디파이 서비스를 만들려는 분들을 위해 그 시행착오를 좀 공유해 보려고 한다.

원래 돈키는 카카오의 블록체인인 클레이튼 기반으로 먼저 출시하려 했다. 아무래도 카카오톡에 내장된 ‘클립’이라는 지갑이 클레이튼을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로 전국민에게 지갑을 설치하라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점은 클레이튼만이 갖는 엄청난 강점이다. 이더리움의 가장 유명한 지갑이 메타마스크이지만 실제 국내 사용자가 아무리 많아도 30만명이 될까 싶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전국민이 쓰고 있으니 일단 전국민의 주머니 속에는 클레이튼 지갑이 들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돈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3대 거래소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코인을 디파이 상에 예치하고, 예치된 자산을 재원으로 하여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국내 3대 거래소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코인의 열 중 아홉이 이더리움 기반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클레이튼 기반의 렌딩 프로토콜을 제공하려면 우선 이더리움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 토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지스가 운영하는 오르빗 브릿지(https://bridge.orbitchain.io/)를 통해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의 KCT 토큰으로 1:1 전환할 수 있다. 업계 용어로 ‘브릿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브릿징이 상당히 까다롭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초보자에게는 너무 어렵다.

만약 내가 업비트를 쓰는 초보자라고 가장하자. 그러면 우선 이더리움 지갑인 메타마스크를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업비트에서 이 지갑으로 이더리움 또는 ERC-20 토큰을 보내야 한다. 그 다음 오르빗 브릿지에 접속해 메타마스크에 든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을 전문가들은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우선 이더리움 기반으로 오픈하고 클레이튼은 그 다음에 지원하는 것으로 순서를 조정하게 되었다.

클레이튼은 수수료가 현저히 저렴하고 검증인이 30인 내외의 소수이기 때문에 거래가 빠르다. 전국민에게 이미 지갑이 깔려있다는 비교 불가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토큰을 개발할 때 이더리움 기반으로 하는 것이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기 쉽고 사실상 업계 표준처럼 되어 있어 아무래도 자산 이동에 높은 장벽이 있다.

이는 비단 클레이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고빈도매매까지도 가능한 초고속 블록체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솔라나(Solana)나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BSC(Binance Smart Chain), 매틱(Matic) 등도 역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해당 블록체인으로 옮기는데 있어 같은 제약이 있다.

비유를 하자면 KTX가 나왔는데 여전히 전국 선로가 아직 새마을호여서 새 기차가 달릴 수 없는 것이다.

우리도 기왕이면 국산 블록체인의 디파이 생태계에서 첫 렌딩 프로토콜이 되고 싶었다. 낮은 수수료로 사용자들에게 편리함도 주고 싶었지만 자산 브릿징에서 막혀 순서를 조정하게 되었다. 이 점은 앞으로도 이더리움을 이기려 하는 많은 신생 블록체인들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이미 지난 4-5년간 글로벌 크립토 생태계가 이더리움 중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을 첫번째 기반 프로토콜로 정한 뒤 돈키가 마주한 두번째 문제는 가격 오라클의 부재였다. 어쩌면 앞선 문제보다도 더 큰 고민이었다. 국내 3대 거래소에서 인기있는 코인들의 실시간 가격 정보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있어야만 그 가격을 기준으로 담보 가치를 잡고 대출도 해주고 할텐데, 아무리 찾아도 국내 거래소 코인 가격 정보가 블록체인 위에 없었다.

BSC, 매틱, 솔라나, 클레이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더리움 위에도, 멀티 체인을 지원하는 1등 오라클 플랫폼인 체인링크 위에도 없었다. 가상자산이 하루 평균 2-3조원이나 거래되는 거래 강국의 코인 가격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서 불러올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BAT나 DOT 같은 알트코인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BTC나 ETH 같은 메이저 코인조차 한국 시장 가격은 2021년 8월이 되도록 블록체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에 디파이 서비스가 없는 것이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기준 가격이 있어야 그걸 가지고 예치/대출도 하고 보험 가입도 하고 파생상품이나 거래 등 다양한 가상자산 기반 금융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것인데, 블록체인에 중계되고 있는 한국 시장 현재가가 없기 때문에 응용 서비스가 나오기 불가능했다. 수도도 있고 전기도 있어야 그 위에 건물도 짓고 회사도 차리고 하는 것인데, 여기는 아직 수도나 전기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오라클을 직접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가 국내 3대 거래소 코인 가격을 불러와 24시간 거래액을 기준으로 가중 평균값을 만들어 이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1분에 한번씩 모든 코인을 이더리움 메인넷에 업데이트하게 되면 가스비만 월 1억 수천만원이 나가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 정책을 수립했다.

그래서 일정 기간 이상 충분한 평균 거래액을 가진 코인을 중심으로 업데이트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게 아니라 가격이 1.5% 이상 바뀔 때에만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지속적인 정책적, 기술적 조정을 거쳐 가스비는 출시 전 시점인 현재 월 200만원 미만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체인링크 수준의 높은 신뢰도를 갖는 국내 첫 가상자산 가격 오라클이 완성됐다.

렌딩 프로토콜을 만들려다 가격 정보가 없어 오라클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우리만 쓸게 아니라 이렇게 고민하며 만든 오라클을 남들도 쓸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디파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가상자산 거래가 많은 한국 시장 가격 데이터가 필요한 해외 디파이 서비스들도 이 정보가 동일하게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오라클 플랫폼인 체인링크는 가상자산 가격, 유가, 주가, 환율 등 다양한 가격 정보를 매일 블록체인에 중계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데이터는 가상자산 가격 정보다. 아무래도 가상자산 가격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디파이 세계의 수많은 댑(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들이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 가격 정보를 가져올 방법이 거래소를 직접 연결하지 않는 한 오라클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돈키가 운영할 한국 가상자산 시장 가격정보 오라클은 지금까지 클레이스왑 외에 거의 존재감이 없던 국내 디파이 생태계 확장은 물론 글로벌 디파이 시장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인식하고 편입하는데 있어 공용 인프라처럼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쓰는 2021년 8월 11일 기준으로 글로벌 디파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예치금을 가진 댑은 각각 에이브(AAVE, $14.92b)와 컴파운드(Compound, $10.06b)다. 둘다 가상자산을 P2P로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다른 필요한 가상자산을 빌리는 렌딩 프로토콜이다. 왜 렌딩 프로토콜이 디파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일까?

은행은 금융업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디파이 안에서도 P2P 거래소, 파생상품, 보험, 결제 등 전통 금융업을 닮은 여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은행만큼 높은 수익을 내는 금융사가 없듯이, 디파이 역시 모든 응용 서비스의 근간은 예치와 대출인 것이다.

실제 쓰임새를 보면 에이브와 컴파운드 등 글로벌 렌딩 프로토콜들은 다른 디파이 댑들이 연결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공용 인프라로 주로 이용된다. 이는 마치 현실 세계에서 은행에서 일으킨 대출로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파이에서도 다른 댑들이 렌딩 프로토콜을 가장 많이 연결해 여러 응용 서비스를 내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로 볼 때 가상자산 거래액은 아주 크지만 거래되는 코인의 종류는 글로벌 시장과 사뭇 다른 한국의 특수한 시장 상황 안에서 돈키는 앞으로 등장할 여러 디파이 서비스들이 연결하고 참고할만한 핵심 인프라 두가지-렌딩 프로토콜과 가격 오라클-를 먼저 상용화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을 기준으로 8월 11일 하루 거래량 2,625억원에 달하는 토카막네트워크(TON) 토큰은 지난 24시간 동안 한국에서만 99.8%가 거래됐다. 하루 거래량 1조 1,558억원에 달하는 칠리즈(CHZ) 토큰 역시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 한곳에서만 37.7%가 거래됐다. 이런 토큰들은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디파이 시장에서는 거의 어느 곳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돈키는 그 첫 길을 열고 있다.

한국형 디파이 렌딩 프로토콜의 시작이자 유일한 한국 가상자산 가격 오라클로서의 의미를 넘어, 돈키의 등장과 융성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가상자산들이 디파이 시장으로도 그 영향력을 넓히고 토큰의 유틸리티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래는 많지만 글로벌 영향력은 초라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위상 강화에도 직결되는 일이 될 것이다.

  • 돈키팀은 현재 5명이고, 기획자(PM)와 마케터, 디자이너를 새로 모시고 있습니다. 당연히 초기에 합류하는 팀원들에게는 그만큼 의미있는 규모의 토큰이 제공되니, 관심있는 분들은 pyo@chain.partners 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Global Crypto Market Transition and Future Options in 2021

Hello. This is Charles Pyo of Chain Partners, working hard on a new Changer project these days.

Compared to 2017 when we first started the blockchain business, the regulatory environment has been changed significantly for four years later. At that time, the world was almost unregulated. But now the crypto market has finally become an environment where the business could not go on without caring about regulations.

So today, we’re going to look at how things have changed and what options we have with the new blockchain business as of July 2021. I hope it will help those who are preparing for crypto business or interested in our Changer project to understand the market environment.

Exchanges outside the ring, where their place is becoming narrow

In the meantime, typical C2C exchanges like Binance, Bybit, and BitMEX etc. (Crypto-to-Crypto exchanges that do not deal with legal tender) have had their headquarters at offshore countries like Seychelles, Cayman, and Malta.

Offshore is a term that is distinguished from inshore, and is often called as tax haven. It means countries outside of control that are difficult or impossible to track transaction records and owners, and mainly the Caribbean Sea or small island countries like British territories correspond to this.

Getting a crypto license from the offshore is a piece of cake. There are a lot of countries that let you get a license for only $10,000. But these are in fact meaningless if they are not only for the customers of their country. It is same as becoming illegal to get a licensed realtor from Japan and come to Korea to operate. But so far, most C2C exchanges have been operated that way.

Although Binance, was known to move its headquarter to Malta in 2018, actually it is not known for which country it has the corporate credentials as the Malta government officially denied in the following year. (Usually, offshore exchanges can be easily identified where they are incorporated by looking at the terms and conditions. However, Binance is hard to find any sign of corporate credentials from anywhere in the terms and conditions.)

These exchanges, whose headquarters are vague, have made huge profits from around 2013 to the present with little regulation. However, on June 21, Canada Ontario Securities Commission(OSC) imposed a fine of up to $1 million with an order of business prohibition on Bybit, a crypto currency exchange registered in BVI(British Virgin Island), one of the major offshore company. The OSC also held hearing following Bybit on other offshore exchanges like Poloniex and KuCoin, which are receiving customers in Ontario, Canada to announce a withdrawal.

Surprised by the announcement of Bybit regulations, Binance announced a suspension of operation for Canada’s most populous Ontario customers on June 27, a week after the regulatory anouncement. If the fine for Bybit, which started much later than Binance, is $1 million Canadian dollar(about 920 million won), the fine for Binance will certainly be much bigger. If you read the OSC decision of Bybit, it notifies the violation of the Securities Act on the provision of unauthorized 100x margin to its citizens.

This regulatory trend is highly likely to spread to other developed countries. In June alone, Japanese and British financial authorities warned that Binance has been operating without the permission of their country. Also this month, the same argument began to be made in Korea. The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 has already issued an ultimatum.

What would be the proportion of Korean users in Binance? In fact, I just got an ad mail from Bybit, so I captured it. As of February this year, 300,000 out of 1.5 million customers are Korean. Since Binance is an exchange that Koreans use much more than Bybit, Binance’s Korean customer proportion will also be very high.

Of course, Binance, the richest exchange in the world, won’t sit still. This company is already working in major advanced countries such as the United States to authorize financial authorities, or in the United Kingdom to acquire licensed companies. Therefore, it is something to keep an eye on. But whatever the outcome, the number of exchanges that exist only in offshore is rapidly decreasing as of 2021.

Now, Binance must create separate corporations in each country and comply with the special law in Korea, and the new payment method which includes cryptocurrency regulation in Japan and Singapore. But this would be very embarrassing to run the current Binance.com. This is because under Korean policy, margin transactions cannot be provided, the number of listed coins will be limited, and ISMS certification is required to reveal all the server configurations in detail. Sharing of order books between Binance.com and Binance Korea has also been prohibited. Therefore, it withdrew the Korean corporation since the substantive operation seemed impossible.

Then what will be the direction for so many Binance Korean customers? Should we take over one of our big4? Still, it’s impossible to link with Binance.com. It would be very brainy to decide on an infinite loop like this.

By the way, is there only one regulation in Korea? Binance has been operating with customers all over the world except for the United States. Regulations vary from country to country, and if you set an A for one country, it can be a problem in another country. That’s why Coinbase, the largest exchange in North America, has not yet been subscribed to by Koreans.

Of course, it will help sales, but as soon as receiving, it must follow Korean regulations. That’s why the C2C exchanges, which have nestled in offshore and have been very pleased so far, have now of course faced – but was not sure when – regulations.

It’s getting harder to reverse the ranking inside the ring.

Then why do Koreans use Binance? There may be many reasons, but the biggest one is that there are many kinds of coins. Upbit became the overwhelming No. 1 player in Korea as a latecomer because there were much more listed coins in partnership with overseas exchanges from the beginning. What a great strategy.

By the way, the direction of regulation in Korea is facing to the reduction of coins. Japan’s precedent shows that Japan must pass strict screening by the Japan Virtual Currency Exchange Association(JVCEA) where exchanges are gathered to renew its listing. Once passed from the screening, it can list on 26 exchanges in Japan that have been licensed so far.

Google translation of the notice that Polkadot(DOT) has been approved by the association. In this way, the event manual is released under the joint name of the association.

So, what’s going to happen? Small exchanges are bound to remain small. Before going to a large exchange, putting it on a small exchange for a while and if it becomes popular and verified, then going to a large exchange would make the small exchange to make a living. But if we list all the same coin at the same time, are there any reason to use a small exchange?

Thus, there is no specific reason for large exchanges to reject regulations on reducing listed coins or controlling listing through association. Rather, these regulations will make it difficult for exchanges ranked below the third in each country, and if coin differentiation is not achieved, the market share gap will inevitably be widened.

This is because as long as it is on the regulation of same financial authorities, the 8th place can’t do margin transaction that 1st place can’t do it, or the 5th place can’t do coin operation which the 2nd place can’t do it. If it does, everyone does it, and if it can’t, everyone can’t do it. Therefore, it is not easy to change the ranking.

So, Japan’s sub-exchanges have already been buried and are often contacted. With the approval of Japan’s Financial Services Agency(FSA) and participating in all the self-regulatory organizations, 100% of the exchange shares can be bought at the current level of 25 billion to 30 billion won. In Korea, banks are still trading only big4, but these exchanges are licensed, so of course, customers can receive yen officially through major banks in Japan.

Nevertheless, the characteristic of the exchange industry is that if unusual coins are not listed, customers will eventually be attracted to the first class. It’s because the market with the most customers is easy and fast to buy or sell.

Therefore, if Korea follows Japan’s footsteps, it will be very difficult to reverse the ranking of latecomers. At least, Coinbit’s comet-like growth story seems difficult to reappear in Korea. Because the FSS is known to receive regular daily or weekly reports on the exchange’s operations in the future on which coins are listed and how much each coin is traded, if unlisted coins surge excessively or have a large transaction amount, it will naturally draw attention.

Currently, only exchanges with real-name bank accounts are allowed to advertise on Naver and Kakao. This story has already been a few years which is, if having no bank account, advertising would be impossible, and it won’t grow. Then if no growth, you won’t get a bank account, and then having no bank account means no advertising … This continuous loop is also the reason why ranking changes would be increasingly difficult.

Of course, there is one method that the latecomer can survive – or at least argue that it could survive. It is targeting other customers. Sadly, however, the top student is always good at math, physics and is also outstanding at music, art, and sports. For example, unlike the first and second place exchanges which target individuals, eighth and tenth places could claim that we target institutions. However, institutions would want to deal with the first and second places rather than dealing at a bad price with the eighth and tenth places.

If I’m the biggest buyer – so-called organization -, then I’ll go to Costco and get it cheaply, not from the local market. Of course, let’s say that for some reason, Costco still only deal with the individuals. So inevitably, I, the biggest buyer, go to the local market and take out the goods. But would this situation be sustainable?

Of course, the first and second places will also look around and talk to the regulatory about why we can’t do corporate business which 8th and 10th places are doing it. I’m sure there would be a lot of logic. Trading at a better price in a big market with institutions, making institutions to trade on a safer infrastructure, and so on, so the first and second places will eventually start agency operation. Costco have opened, so are there any big buyers who would stay in the local market and trade? Unfortunately, it’s only a matter of time.

It’s a side story, but the characteristic of the Japanese exchange that came for sale was that it was a specialized exchange for institutional customers. In the end, latecomers who have been pushed back in the competition to attract individual customers are forced to target institutional customers, but there are not many institutions that generate meaningful sales in Japan and Korea yet. By the time the agencies make meaningful sales, the Big4 will be releasing all their products. There is nothing that I can do that others can’t, and also impossible for others to do something that I can’t inside the regulation-ring. That’s why it’s getting harder to change the ranking.

Then what options do we have left?

Now, whether it’s heavyweight, featherweight, or lightweight, you have to be the first in your own ring or transition into a UFC player. If it’s a bigger ring like U.S., you can manage to get up to the third place. However, if your ring is relatively small, only the first and second place will make meaningful profits. If you fall behind the third place in this setting, it might be better to change to professional wrestling, kickboxing, or UFC, rather than playing the same game and remain in third place.

We have the same agony. After three years of operation, we decided to change our field and location, judging that the ranking competition is completely over among the Korean businesses. That’s why we turned to overseas markets at the end of last year to focus on the exchange market through Changer, especially between digital currency and foreign exchange.

Unlike trading, exchange is 1) immediate transaction (trading waits for the transaction to occur, but exchange works immediately according to the exchange rate) 2) Fixed rate (Exchange office determines the current price through negotiations between customers, but a currency exchange has the exchange rate announced unilaterally and decides whether the customer will accept the exchange rate) 3) Removal of the transaction fee (exchange office receives a certain percentage of the transaction fee. On the other hand, for currency exchange, the profit margin is already included in the exchange rate, so there is no additional transaction fee).

Of course, global demand is not as large as the exchange yet, but when the era of crypto utilization comes beyond the current era of crypto speculation, it will be more convenient to use the currency exchange than to use the common exchange. For example, suppose you use crypto for remittance or payment. The crypto price has to be fixed to make a safe transaction. If the crypto price changes throughout the payment process, everything’s going to be a mess. The same goes for remittances. Therefore, in the upcoming era of crypto utilization, the demand for currency exchange will increase significantly.

If you can be the #1 exchange in the world and for each country, sticking to the speculative demand of crypto will make your company grow bigger. However, as of July 2021, not only the world’s #1 exchange but also the #1 exchange in each country has already been decided. There are players who are good in the Philippines, Vietnam, and the Middle East, not to mention the United States and Korea, which have a large crypto market.

So instead of being one of the Top 100-200 global exchanges, we decided to become the #1 currency exchange and a long-term beneficiary when the era of crypto utilization arrives. That’s why we’re now trying to bring together scattered liquidity from both CeFi and DeFi to provide the best exchange rate for our customers. This is because the core competitiveness of currency exchange is none other than the best exchange rate.

Of course, crypto-crypto exchange is important, but the market where Changer focuses on is the crypto-foreign exchange. There are about 180 kinds of fiat currencies in the world, and there are about 10,000 kinds of crypto. Therefore, the smooth flow of exchange between them and securing the best exchange rate will be a global challenge in the future. As there are only seven legal currencies around the world which are exchanged with Bitcoin for more than $ 50m a day, the remaining 170 fiat currencies need a helper product like Changer to be exchanged for digital currency.

The Path that we have chosen

Judging from the recent changes in the regulatory compliance discussed earlier, it is now dangerous to license and operate offshore. If so, you must go to the country where you will actually operate and get a license, but if you are going to exchange currency that is not yet in demand, it will be difficult to produce results in small countries and small markets.

Therefore, we decided to pursue the license acquisition in the United States. 1) As seen from the Coinbase IPO and Circle’s merger of SPAC, the U.S. is the most recognized market for Crypto companies’ multiple. 2) There are large financial institutions and corporates that will be the primary target of demand for currency exchange. 3) Competition is relatively less fierce (Korea has more than 30 exchanges, but only 7 in the U.S.).

This is a very tedious journey that takes at least two years, but if currency exchange between digital currency and foreign exchange becomes important in the future, it is necessary to get a license to operate safely in the largest market.

We already established the U.S. corporation in 2018. In early 2019, we completed the development of the AML(Anti Money Laundering) program with the most influential global law firm in the crypto market, where Coinbase and others are its customers. In early 2020, we got registered as MSB(Money Service Business, Currency Service Provider) under 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 the bureau of the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We’ve been preparing for many years in the U.S. market, so even if it takes a long time, we are not starting from absolute 0.

However, as an exchange, there are many early starters, so we have to be #1 in other businesses. That’s as much a challenge for Changer as getting a license. In the United States, there are currently three legal ways of doing cryptocurrency business.

The first is to obtain a Money Transmitter license in 50 states. The second is to obtain a bank charter in Wyoming, which has recently introduced a large number of blockchain-friendly regulations. The third is to obtain a federal bank charter from the US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OCC). The latter the order, the longer it takes and the higher the level of difficulty, but the higher the degree of freedom.

Cryptocurrency service providers in the U.S. first start dollar deposit and withdrawal services in partnership with the state bank/truster’s license, and then have their own licensing strategies in the form of obtaining the remitter’s license in 50 states. Kraken, the #2 exchange in the U.S., is responding to regulations by skipping a remitter license and getting a bank charter right away in Wyoming.

The main goal of the Changer team is not to waste time just to get a license and miss the right timing to launch in the market. Fortunately, I have been researching the U.S. market for a long time, so I will try to avoid options that are too difficult or too time-consuming, and try to respond to the license with an approach that is as realistic as possible.

There are only three countries in the world that have implemented laws regulating the cryptocurrency industry on a nationwide basis: Japan, South Korea, and Singapore. The United States is still relatively less rigidly regulated, and COVID-19 has extended that period.

We’re bringing Team Chain Partners back again in the U.S.

If you write a long article like this, you end up with the topic of recruitment. But this time it’s a little bit special. Because I’m looking for Chain Partner U.S. team. We are looking for team members who will be in charge of obtaining licenses in the United States, driving the necessary business alliances, and gathering potential customers.

Rather than moving from another country, I’d like to give priority to people who already live in the United States and have the understanding of the business ecosystem of the United States. Full-time is good, a part-time or having two jobs is acceptable. It would be better if you have an understanding of crypto industry and business development/business partnership/sales work in general.

We will ensure enough Changer tokens to bet on the future, stock options for U.S. corporation, and a level of sufficient salary to live locally. The U.S. team’s office location will be San Francisco, and when it comes to hiring, one must be able to move from other cities in the U.S. to San Francisco or Bay area.

Of course, English should be at the level of a native speaker. Rather than simply looking for staff, we are looking for a leader to set up the U.S. team from scratch and grow it into the center of the Changer business. Therefore, I prefer someone who has entrepreneurship and leadership, and who can direct the recruitment of the American team.

If you are interested, please email pyo@chain.partners. I hope to have a face-to-face meeting with Zoom for enough time to get to know each other. I will sincerely explain what we are planning and what we are looking for.

First of all, we are planning to have sales, product planning, and PM positions in the United States who will be in charge of the business. Therefore, if you are interested in these various positions, please contact us.

It’s okay to say ‘I’m interested, let’s talk‘ instead of sending an email as if you’re applying right now. We need to get to know each other, so feel free to email us at any time so we can contact you and have a chat.

Thank you.

2021년의 글로벌 크립토 시장 변화와 앞으로의 선택지들

안녕하세요, 요즘 체인저 신사업을 열심히 진행중인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입니다.

저희가 블록체인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7년과 비교할 때 4년이 지난 지금은 규제 환경이 크게 변했습니다. 그때는 전세계가 무규제와 다름 없었지만 이제는 크립토 시장도 규제를 신경쓰지 않고는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마침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오늘은 2021년 7월 현재 다시 블록체인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어떻게 변했고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크립토 사업을 준비중이시거나 저희 체인저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분들의 시장 환경 이해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설 자리가 좁아지는 링 밖의 거래소들

그동안 Binance, Bybit, BitMEX 등의 대표적인 C2C 거래소(법정화폐를 다루지 않는 Crypto-to-Crypto 거래소)들은 셰이셸, 케이만, 몰타와 같은 역외(Offshore) 국가들에 본사를 두고 활동해 왔습니다.

역외라는 말은 역내와 구분되는 용어로서 흔히 조세피난처로도 불립니다. 거래 기록과 소유주 추적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통제권 밖의 국가라는 뜻으로, 주로 카리브해나 영국령의 작은 섬나라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같은 역외에서 크립토 라이센스를 받는 일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고작 $1만불 정도에 라이센스를 따게 해주는 나라들은 널렸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그 나라 고객만을 상대로 영업할게 아니라면 사실 전혀 무의미합니다. 일본에서 공인중개사 따서 한국 와서 영업하면 불법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하지만 지금껏 대부분의 C2C 거래소들은 그런식으로 영업해 왔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Binance는 2018년 본사를 몰타로 이전한다고 알려졌었지만, 이듬해 몰타 정부가 공식 부인하며 어느 나라에 법인격을 가졌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보통 역외에 있는 거래소들은 이용약관을 보면 어디에 법인격을 두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이용약관 어디에도 법인격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본사 소재지가 모호한 이같은 거래소들은 2013년쯤부터 현재까지 거의 아무런 규제없이 막대한 수익을 올려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21일 캐나다 온타리오증권위원회(OSC)는 역외 기업들의 주요 본거지 중 하나인 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암호화폐 거래소인 Bybit(한국에서 최근 사세를 크게 확장한 마진 거래소)에 대해 영업금지 명령과 함께 $10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였습니다. OSC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고객을 받고 있는 또다른 역외 거래소들인 Poloniex와 KuCoin에도 Bybit에 이어 청문회를 열어 철퇴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놀란 Binance는 Bybit 규제 발표 후 일주일이 갓 지난 6월 27일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 고객에 대한 영업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Binance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Bybit에 대한 벌금이 $100만 캐나다 달러(약 9억 2천만원)라면, Binance에 대한 벌금은 당연히 훨씬 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Bybit에 대한 OSC 결정문을 읽어보면 자국민에 대한 허가없는 100배 마진 등 제공에 대한 증권법 위반을 통보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규제 추세는 다른 선진국을 중심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난 6월 한달 동안만 일본영국의 금융당국이 Binance가 자국에서 허가없이 영업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달들어 한국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금융위도 이미 최후통첩을 마쳤습니다.

Binance 내 한국 유저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마침 Bybit에서 받은 광고 메일이 있어 캡처해 왔습니다. 올 2월 기준 총 150만명의 고객 중 30만이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Binance는 한국인이 Bybit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는 거래소라는 점에서 Binance의 한국인 고객 비중도 상당히 높을겁니다.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부자 거래소인 Binance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 회사는 이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금융당국의 허가를 진행하고 있거나 영국 등에서는 라이센스가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응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꾸준히 지켜볼 일입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역외에만 존재하는 거래소의 설 자리는 2021년 현재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Binance는 각국에 법인을 따로 만들고 한국에서는 특금법을,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암호화폐 규제가 포함된 새 결제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Binance.com을 운영하기 매우 난처할 겁니다. 한국 정책 하에서는 마진 거래를 제공할 수 없고 상장 코인의 갯수도 제한될 것이며 서버 구성을 모두 소상히 밝혀야 하는 ISMS 인증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Binance.com과 Binance 한국법인 사이의 오더북 공유도 금지되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 판단해 한국법인을 철수했지요.

그러면 그 많은 Binance 한국 고객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 빅4 중 하나를 인수해야 할까요? 그래도 여전히 Binance.com과의 연동은 불가능합니다. 이렇듯 무한 루프를 돌며 결정하기 매우 머리아플 겁니다.

그런데 또 규제가 어디 한국 하나뿐인가요? Binance는 지금까지 미국을 제외하면 전세계 고객을 상대로 영업해 왔습니다. 규제는 나라마다 다 다르고, 어느 한 나라를 위해 A를 맞추면 다른 나라에서는 또 그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아직까지 북미 최대 거래소 Coinbase가 한국인의 가입을 받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받으면 매출에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받는 순간 한국 규제도 따라야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까닭에 역외에 둥지를 틀고 지금껏 매우 행복했던 C2C 거래소들은 이제 당연히 올 것이었던-그러나 언제 올지는 불확실했던- 규제가 왔습니다.

링 안에서는 순위를 뒤집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럼 한국인들이 Binance를 왜 이용할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코인 종류가 많기 때문일겁니다. 업비트가 후발주자로서 한국에서 압도적인 1등이 된 것도 처음부터 해외 거래소와의 제휴로 상장 코인이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전략이었지요.

그런데 한국의 규제 방향은 코인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선례가 보여주는데 일본은 상장을 새로하려면 거래소들이 모인 자율규제기구(JVCEA)로부터 깐깐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현재까지 라이센스를 받은 일본 내 26개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할 수 있습니다.

폴카닷(DOT)이 협회의 승인을 받은 공지의 구글 번역본. 이런식으로 종목 설명서가 협회 공동 명의로 나간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작은 거래소는 계속 작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형 거래소에 가기 전에 잠시라도 작은 거래소에 먼저 올려 어느정도 인기를 끌고 검증이 되면 큰 거래소로 가는 구조여야만 작은 거래소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 같은 코인을 상장하게 되면 굳이 작은 거래소 쓸 이유가 있을까요?

그래서 각국마다 대형 거래소들은 상장 코인을 줄이거나 협회를 통해 상장을 통제하는 방식의 규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 특별히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규제가 생김으로 인해 힘들어질 곳은 각국에서 3위 아래에 있는 거래소들이고 코인 차별화를 하지 못하면 점유율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에 있는 한 1등이 못하는 마진 거래를 8등이 한다거나, 2등이 못하는 코인 운용을 5등이 자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면 모두가 하고, 못하면 모두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위를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하위 거래소들은 벌써 매물이 되어 종종 연락이 옵니다. 일본 금융성(FSA) 승인을 받고 모든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거래소 지분 100%를 현재 250억~300억원 수준에 살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은행들이 아직 빅4만 거래해주고 있지만 이런 거래소들은 라이센스를 받았으므로 당연히 일본 내 주요 은행을 통해 정식으로 고객의 엔화를 수신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코인을 상장하지 못하면 결국 고객은 1등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 거래소업의 특성입니다. 손님이 가장 많은 시장이라야 물건을 사든 팔든 쉽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후발주자의 순위 뒤집기는 매우 어려워질 겁니다. 적어도 코인빗의 혜성같은 성장 스토리는 한국에서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듯 보입니다. 어떤 코인을 상장하고 각 코인이 얼마나 거래되는지 앞으로 금감원이 일일 또는 매주 정기적으로 거래소 운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기로 알려져 있으므로, 다른 곳에는 상장되지 않은 코인이 지나치게 급등하거나 거래액이 많을 경우 당연히 주목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에 거래소 광고를 하려면 은행 실명계좌를 가진 거래소만 광고를 받아줍니다. 벌써 몇년 된 내용인데 은행계좌가 없으면 광고를 못하고 그러면 성장을 못하고 성장을 못하면 은행계좌를 못받고 은행계좌를 못받으면 광고를 못하고 … 계속 무한 루프 중인 점 역시 순위 변동이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딱 한가지 후발주자가 살아남는-또는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고객을 타겟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항상 전교 1등은 수학, 국어도 잘하고 음악, 미술, 체육도 잘합니다. 예를 들어 8등이나 10등이 개인을 타겟하는 1, 2등 거래소와는 달리 우리는 기관을 타겟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들은 기왕이면 1, 2등과 거래하고 싶어하지 8등 10등과 안좋은 가격으로 거래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바이어-이른바 기관-이라면 기왕이면 동대문, 남대문 가서 싸게 떼어오지 동네 시장 가서 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교롭게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직 동대문, 남대문이 개인만 상대한다고 치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바이어인 제가 동네 시장 가서 물건을 떼어 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이 지속 가능할까요?

1등, 2등도 당연히 눈치를 살피다가 8등, 10등이 법인 영업을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있느냐며 금융위에 이야기를 할겁니다. 여러 논리가 있겠지요. 큰 시장에서 기관들에 더 좋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다, 더 안전한 인프라 위에서 기관들이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등등 해서 결국 1, 2등도 기관 영업을 시작하겠지요. 동대문, 남대문이 열렸는데 동네 시장에 남아 거래할 큰 바이어가 과연 있을까요? 아쉽지만 시간 문제입니다.

여담이지만 매물로 들어온 그 일본 거래소의 특징이 바로 기관 고객에 특화된 거래소라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개인 고객 유치 경쟁에서 밀린 후발주자들은 기관 고객을 타겟할 수 밖에 없는데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아직 의미있는 매출을 일으키는 기관이 별로 없습니다. 기관들이 의미있는 매출을 줄 때쯤 되면 그때는 또 빅4가 모두 기관 상품을 출시하겠지요. 규제-링- 안에서는 내가 하는데 남이 못하는 건 단 하나도 없고, 내가 못하는데 남이 할 수 있는 것 역시 없습니다. 그게 순위를 바꾸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그럼 이제 어떤 선택지가 남았나?

이제는 헤비급이든 페더급이든 라이트급이든 각자의 링 위에서 1등이거나 아예 UFC 선수로 전향하거나 해야만 합니다. 한국처럼 좀 큰 링이라면 3등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작은 링에서는 1,2등만 의미있는 이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3등 밑으로는 프로 레슬링이나 킥복싱, UFC 등으로 종목을 바꾸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같은 게임을 하며 계속 3등 밑에 머물 바에는 말이지요.

우리도 같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3년간 해본 끝에 한국 사업은 서열 정리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고 종목과 위치를 바꾸기로 했지요. 그게 재작년 말 체인저를 통해 환전, 특히 디지털 화폐와 외환간 환전에 집중하기로 하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입니다.

환전은 거래와는 달리 1) 즉시 거래(거래소는 거래를 올려두고 기다리지만 환전소는 환율대로 즉시 교환) 2) 정가 거래(거래소는 고객들간의 협상으로 현재가가 정해지지만 환전소는 일방적으로 고시하는 환율이 있고 고객은 이 환율을 받아들일지만 결정) 3) 거래 비용 제거(거래소는 거래대금의 일정 %를 수수료로 받지만 환전소는 이미 환율 안에 수익이 포함되어 있어 별도 거래 수수료 없음)와 같은 특징들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세계적으로 수요가 거래소만큼 크지는 않지만 크립토 투기의 시대를 넘어 언젠가 사용의 시대가 오면 환전은 환전소를 이용하는 것이 거래소를 쓰는 편보다 편할 겁니다. 예컨대 크립토를 송금이나 결제에 쓴다고 가정해보지요. 크립토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결제하는 동안에도 내내 크립토 가격이 바뀐다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겠지요. 송금도 마찬가지이고요. 따라서 사용의 시대에는 환전소에 대한 수요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겁니다.

링 위에서 세계 1등, 각국 1등 거래소를 할 수만 있다면 투기 수요에 붙어 있는게 더 큰 회사를 만드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2021년 7월 현재는 이미 세계 1등은 물론 각국 1위 거래소가 확실히 정해진 상황입니다. 크립토 시장이 큰 미국이나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필리핀이나 베트남, 중동에도 각각 잘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글로벌 100위권 내지는 200위 거래소를 할 바에는 1등 환전소가 되어 사용의 시대가 올 때 장기적인 수혜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게 우리가 지금 CeFi와 DeFi 양쪽에서 흩어진 유동성을 모아 고객에게 가장 좋은 환율을 제공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환전의 핵심 경쟁력은 다름아닌 가장 좋은 환율이기 때문입니다.

크립토간의 환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체인저가 주목하는 시장은 크립토와 외환간의 환전입니다. 전세계 외환이 180여종이 있고, 크립토는 약 1만종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자유로운 환전과 가장 좋은 환율의 확보는 앞으로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직도 비트코인과 하루 $50m 이상 교환되는 법정화폐가 전세계적으로 7종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170여종의 화폐가 디지털화폐와 교환되기 위해서는 체인저 같은 제품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선택한 길

앞서 살펴본 최근의 규제 환경 변화들을 기초로 판단할 때 역외(Offshore)에서 라이센스 받고 영업하는 행위는 이제 위험합니다. 그러면 실제 영업할 나라에 가서 라이센스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은 수요가 크지 않은 환전을 할거면 작은 나라, 작은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에 우리는 미국에서의 라이센스 취득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1) Coinbase의 기념비적 상장Circle의 SPAC 합병에서도 볼 수 있듯 미국은 크립토 기업에 대한 Multiple을 가장 크게 인정해주는 시장이고 2) 환전 수요의 1차 타겟이 될 기업들과 대형 금융기관이 가장 많으며 3)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곳(한국은 거래소가 30개 이상이지만 미국은 7개 내외)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매우 지리한 길이지만, 디지털화폐와 외환간 환전이 앞으로 중요해진다면 가장 큰 시장에서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따는 길은 오래 걸리더라도 꼭 필요한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18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2019년 초 Coinbase 등이 고객으로 있는 크립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로펌과 함께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2020년 초에는 미 재무부 산하 FinCEN(미국 금융범죄단속국)에 MSB(Money Service Business, 화폐서비스사업자)로 등록되었습니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다년간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오래 걸리더라도 아예 제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거래소로서는 선발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업에서 1등이 되어야 합니다. 그 점이 체인저에게는 라이센스를 따는 것 못지 않은 앞으로의 도전 과제입니다.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사업을 하는데 있어 현재 세가지 합법적인 방법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50개주에서 송금업체(Money Transmitter) 라이센스를 따는 것이고 둘째는 최근 블록체인 친화적 규제를 대거 도입한 와이오밍주에서 은행 라이센스를 따는 것입니다. 셋째는 미 통화감독청(OCC)로부터 연방 은행 라이센스를 따는 것입니다. 뒤로 갈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난이도도 높지만 자유도는 그만큼 높아집니다.

미국 내 암호화폐 서비스 업체들은 우선 주 은행/신탁사 라이센스를 가진 회사와 제휴해 달러 입출금 서비스를 시작한 후, 자체적으로 50개주에서 송금업체 면허를 순차적으로 따는 형태로 라이센스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2위 거래소인 Kraken은 송금업체 면허를 건너 뛰고 바로 와이오밍주에서 은행 라이센스를 따는 식으로 규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체인저팀은 라이센스만 따느라 시장에 출시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 허송세월하지 않는 것을 주요 목표로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미국 시장을 오래 공부해 왔으므로 너무 난이도가 높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선택지는 가급적 지양하고, 최대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라이센스에 대응해 가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을 규제하는 법을 전국 단위로 시행한 나라는 아직 일본, 한국, 싱가포르 3개국 뿐입니다. 미국은 아직 상대적으로 훨씬 규제가 유연하며, COVID-19는 그 기간을 더욱 늘려 놓았습니다.

체인파트너스 미국 팀을 다시 일으킵니다

이런 긴 글을 쓰다보면 결국 마지막은 채용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특별합니다. 체인파트너스 미국 팀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필요한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잠재 고객을 모으는 일을 담당할 팀원들을 찾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주하기보다 이미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미국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모시려 합니다. 풀타임도 좋지만 파트타임이나 투잡도 관계 없습니다. 크립토 산업과 사업 개발/사업 제휴/세일즈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미래를 걸어볼만큼의 충분한 체인저 토큰과 미국 법인 스톡옵션, 그리고 현지에서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급여 수준을 보장할 것입니다. 미국 팀의 사무실 위치는 샌프란시스코가 될 것이고, 채용시에는 미국 다른 도시에서 샌프란시스코 또는 Bay area로 이주 가능해야 합니다.

영어는 당연히 원어민 수준이어야 하며 한국 팀과 협업하기 위해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준의 한국어는 가능해야 합니다. 단순히 직원을 찾기보다 미국 팀을 처음부터 셋업하고 체인저 사업의 중심지로 키워가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이 있는 분, 미국 팀 채용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분을 선호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pyo@chain.partners 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충분한 기간동안 줌과 대면 미팅을 가지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성심성의껏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이고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사업을 총괄할 멤버를 모시고 나서는 세일즈와 제품 기획, PM 포지션도 미국에서 모시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다양한 포지션에 관심있는 분들도 연락 부탁드립니다.

당장 지원하는 느낌으로 메일 주시는게 아니라 ‘나 관심 있다, 얘기 좀 나누어보자’는 정도여도 좋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메일 주시면 연락 드리고 대화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내에만 한인이 186만명이나 거주합니다. 캘리포니아주에만 무려 54만명이 삽니다. BTS 열풍이 대변하듯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고 있고 네이버 LINE, 웹툰, 웹소설 등 한국에서 시작한 인터넷 서비스들이 뒤늦게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미지가 세계 전역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좋고, 한국을 레버리지해 미국에서 사업할 경우 미국 내 스타트업이 갖지 못하는 여러 이점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크립토는 특히 국경 구분이 모호한만큼 여러분이 그동안 실리콘 밸리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창의적이고 속도가 빠른 한국 팀의 장점을 레버리지해 글로벌 크립토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 제품을 만드는 도전을 함께 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계속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체인파트너스와 표철민 드림

외환 시장과 디지털화폐가 만나는 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체인파트너스 표철민입니다.

저희가 2년간의 준비를 거쳐 마침내 지난주 디지털자산 가격 비교 서비스체인저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세계에 최소 300개 이상이 있습니다. 장외거래 회사도 최소 10개 이상 있어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가격이 다 다릅니다.

https://changer.io

그것이 그 사이 가격 차이를 추구하는 차익거래 펀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가격이 곳곳에 흩어진 시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최적 가격(Best price)을 알지 못합니다. 그 거래자가 기업이든 개인이든 전세계 모든 거래소와 모든 장외시장에 가입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거래를 원할 때 동시에 300개가 넘는 거래소 가격을 알아보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에게는 그 가격 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거래 규모가 크고 빈도가 잦은 기업이나 기관에게는 이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또는 처음부터 대규모 거래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 요인이 됩니다.

체인저는 이런 문제에 주목한 서비스입니다. 체인저가 먼저 300여개 거래소, 10여개 장외거래 업체에 연결해 놓고, 고객이 들어와 가격을 물어볼 때 연결된 모든 거래소 가격을 수집해 ‘지금 이 순간’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소개합니다. 고객이 직접 한두개 거래소를 이용할 때보다는 당연히 가격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거래 규모가 클 땐 어떨까요? 보통 거래소가 아무리 큰 곳이라도 한꺼번에 10억, 100억을 거래하면 당연히 내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관이라면 거래 금액이 100억 아니라 1천억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두 거래소를 이용하면 안됩니다. 동시에 수십개 거래소로 분산해 거래해야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체인저와 같이 이미 많은 거래소를 연동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야 대규모로 거래할 때 가장 좋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선례가 이미 외환시장에 있습니다. 외환이 딜러들끼리 주로 전화로 거래되다가 본격적으로 전자 거래를 시작한 것이 1990년대입니다. FXall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외환 거래의 전자화가 어느정도 끝난 시점인 2000년에 등장했습니다. 전자 거래는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전세계 시중은행은 너무 많고, 어느 은행에 가장 좋은 환율이 있는지 일일이 연락을 돌려보지 않는 한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지금 거래소가 너무 많은 크립토 시장과 똑같습니다.

FXall은 그 문제에 주목해 이미 전자화 된 전세계 은행들의 환율을 API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FXall을 설치하고 이제 이 소프트웨어 한 곳에만 물어보면 FXall은 연결된 전세계 거의모든 은행에 동시에 질의해 가장 좋은 가격을 찾아 고객에게 연결합니다. 당연히 기존에 친한 두세개 은행에 물어보던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은 가격을 고객은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쓰이고 있는 FXall의 거래 화면. 20년 전 향기가 물씬 풍기지만 한번 업계 표준이 된 S/W는 교체하지 못한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Apple은 전세계에서 아이폰을 파니 수많은 종류의 외환이 생깁니다. 하지만 직원 대부분은 미국에 있으니 급여를 주기 위해 수익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달러로 바꿔야 합니다. 그러면 Apple 외환팀이나 Apple을 대리하는 은행이 FXall을 통해 각각 유럽, 한국, 중국, 일본시장에서 벌어들인 10억 유로와 1천억 원, 1억 위안, 100억 엔을 달러로 바꾸면 얼마인지 질의합니다. 그러면 FXall에 연결된 전세계 주요 은행과 증권사, 대기업들이 각자 가격을 부릅니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부른 가격 중 가장 좋은 가격이 Apple에 제시되고, Apple이 ‘거래’ 버튼을 누르면 거래는 즉시 체결됩니다. 이것이 FXall이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FXall 소프트웨어의 하루 평균 거래액 (2021년 2월 기준 $457B.)

2000년도에 스타트업 벤처로 시작한 FXall은 2021년 2월 현재 하루 512조원의 거래를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는 외환만 다룹니다. 아직 암호화폐가 없습니다. 암호화폐는 FXall이 기존에 촘촘히 연결해 놓은 은행망은 전혀 쓸 수가 없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장외거래 업체들을 연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닥부터 다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체인저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만들었고, 앞으로 중요해질 문제이며, 우리가 이미 2019년 1월 아시아에서 세번째, 한국에서는 가장 먼저 암호화폐 장외거래업을 시작하며 쌓아 놓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장외거래 업체들과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FXall을 비롯한 여러 외환 호가 통합 소프트웨어들을 벤치마크하여 개발된 체인저 거래 화면

체인저 개발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들의 외환 딜링룸을 찾아다니며 딜러들을 소개받고 인터뷰를 하였는데 대한민국 원화는 소위 ‘G10 화폐’라 불리는주요 통화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의 외환 딜링룸에서는FXall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쓰는 로컬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역시 비슷하게 생겨 참고는 하였지만 글로벌 표준 소프트웨어들과는 거리가 있어 해외 딜러들을 인터뷰하고 공부해가며 만드느라 2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너무 어려우면 안되기 때문에 기관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개인들도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UI/UX를 최대한 쉽게 만들고, 기관끼리 쓰는 어려운 용어는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 수준으로 순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딜러들은 당연히 아는 용어인데 우리가 체인저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일부러 손을 댄 용어들은 P&L(-> Profit & Loss로 바뀜), Quantity(-> Amount로 바뀜), Trade Blotter(-> Recent Trades로 바뀜), CCY(-> Currency로 바뀜) 등등 곳곳에 녹여져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출처를 모아 가장 좋은 가격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다 발견한 또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하루 500억원 이상 디지털화폐와 자국 화폐가 교환되는 나라가 몇개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가 코인에 워낙 뜨겁다보니 다른 나라도 그렇다고들 보통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 원화를 비롯해 전세계 6개 화폐만이 비트코인과 하루 500억 이상 교환됩니다. 나머지 화폐는 몇개가 있냐고요? 지구상에 180여종의 법정화폐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174종의 법정화폐는 디지털화폐와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재작년 초 필리핀의 어느 대기업이 우리 회사가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암호화폐 취급 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합법적으로 인가 받은 회사를 통해 하루 수백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필리핀 페소로 환전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좋다고 했고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업비트나 빗썸, 코인원 등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하루 수백억 정도는 쉽게 원화로 바꿀 수 있었을텐데 필리핀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비트코인이 현지 화폐인 페소로 바뀌는 거래소가 몇개 있기는 한데, 거래량이 기껏해야 하루 1-2백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수백억을 거래하게 되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될 터였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일일 거래액이 꽤 컸기 때문에, 우리가 고민끝에 고안한 방식은 고객이 준 비트코인을 우선 미국 시장에서 팔아 미국 달러로 바꾼 뒤 다시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를 팔고 필리핀 페소를 사서 필리핀 대기업에 지급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의 비트코인의 거래는 24시간 셀 수 없이 풍부하고(이를 전문용어로 ‘유동성’이라 말합니다만 여기서는 쉽게 같은 의미로 거래가 풍부하다고 표현하겠습니다.),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와 필리핀 페소는 24시간 환전 거래가 굉장히 풍부합니다. 필리핀은 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아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거래로 인해 세계 네번째 국제송금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개발한 방식은 필리핀 현지의 턱없이 부족한 비트코인 거래액으로 인한 환전의 어려움을 외환 시장을 거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이같은 문제가 필리핀의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디지털화폐 시장은 나날이 커질 것이고, 필리핀의 그 회사가 그랬던 것처럼 자국 화폐와 디지털화폐간 교환을 원하는 회사들은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동일하게 자국 내 거래소 거래량이 부족해 원활한 환전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화폐 대중화를 위한 세계 공통의 문제를 우연한 계기로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체인저가 이 문제를 풀고 있는 방식이 바로 디지털화폐 시장과 외환 시장을 최적 경로로 연결해 환전하는 접근입니다.

LTC(라이트코인)가 HKD(홍콩달러)로 바로 바뀌는 시장은 Coinmarketcap 기준으로 현재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홍콩에 사는 개인이나 회사가 거래 목적이나 결제, 송금 등 어떤 이유로든 라이트코인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할까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굳이 하자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LTC를 BTC로 바꾼 뒤, 홍콩 현지 거래소로 BTC를 보내 다시 HKD로 바꿔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복잡한가요?

체인저는 이 과정을 단순화, 자동화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LTC에서 HKD로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최적 경로를 만들어 냅니다. 위 그림에 그 과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위 예시의 경우 LTC -> BTC -> HKD로 가는 것보다 LTC -> BTC -> USD -> HKD로 가는 가격이 더 유리하고 거래액도 풍부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자동으로 매칭해 고객이 원하는 디지털화폐와 법정화폐간 환전을 순식간에 가능하게 합니다.

이것이 지금 체인파트너스가 체인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두번째 문제입니다. 아직 체인저는 베타 서비스 중이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굉장히 높은 난이도의 기술적, 운영적, 법적 어려움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남들이라고 딱히 지름길이 없는 굉장히 정직한 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문제에만 온전히 집중해 온 지난 2년은 앞으로 상당한 기술적, 운영적 격차를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체인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크립토 시장의 USD 스테이블코인 쏠림 현상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19년(이게 최신자료) 발표한 전세계 외환 거래액 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는 전체 44.15%의 거래액을 갖는 1위 거래 통화였습니다. 하지만 유로(16.15%), 일본 엔화(8.4%), 영국 파운드화(6.4%), 호주 달러(3.4%), 캐나다 달러(2.5%), 스위스 프랑(2.5%), 중국 위안화(2.15%), 홍콩 달러(1.75%), 뉴질랜드 달러(1.05%) 등 나머지 화폐들이 그보다 많은 55.85%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크립토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USD 점유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습니다. USDT, USDC, BUSD, TUSD, DAI, UST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미국 달러 가치를 추종하고 있으며, TUSD를 만드는 TrustToken사가 TEUR, TGBP 등 Non-USD 외환 가격을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고는 있지만 발행량이나 거래액은 유명무실한 수준입니다.

서로 다른 스테이블코인끼리의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Decentralized Finance, 앱스토어에 여러 카테고리가 있고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많은 앱이 있듯이, 블록체인 위에도 수많은 앱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금융 카테고리의 앱들을 가르켜 디파이-탈중앙화된 금융- 앱이라 부릅니다.) 앱인 Curve Finance에서 지원하는 스테이블코인도 당연히 모두 USD 기반뿐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공급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크립토 시장을 미국 등 북미에서 주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 세계에서 44.15%의 점유율만을 갖는 미국 달러가 크립토 시장에서 100%를 차지한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환 시장을 연결해 수많은 디지털화폐와 법정화폐간 환전의 최적 경로를 찾아주는 시스템인 체인저를 응용해 체인저 DeFi(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앱) 버전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체인저에는 이미 A 화폐(그게 디지털화폐든 법정화폐든 무엇이든)가 B 화폐(마찬가지로 무엇이든)로 바뀔 때의 환율이 있기 때문에, 이 환율만 DeFi(블록체인) 세계로 전달하면 USD는 물론 전세계 170여종의 이종화폐까지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화폐 시장에 Non-USD 스테이블코인이 없다는 세번째 문제를 해결하고자 체인저를 지난 3월 말 베타 오픈한 서비스와 더불어 블록체인 기반의 DeFi 버전으로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체인저의 DeFi 버전은 USD와 Non-USD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세상의 외환 가격을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 ‘종합선물세트’를 크립토 세상에 공급하는 일에 앞으로 몇년간 집중할 것입니다.

체인저 DeFi가 꿈꾸는 비전: 주요 블록체인들의 DeFi 생태계를 위한 공통의 외환 레이어가 되는 것.

앱스토어도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원스토어 등 다양하듯이 앱을 올릴 수 있는 블록체인도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한국의 클레이튼 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블록체인들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각자의 DeFi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마치 아이폰에서 인기있는 게임이나 앱이 갤럭시에 좀 다른 이름이나 기능으로 존재하는 것처럼요.

이런 각각의 블록체인 위에서 서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나름의 DeFi(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앱) 생태계가 성장해 가려면, 우선 가장 먼저 나와야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 앱입니다. 화폐(=스테이블코인)가 곧 모든 금융 서비스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화폐 없이는 은행이 생길 수 없고, 거래소나 파생상품도 생겨날 수 없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그것도 미국 달러 가격을 1:1로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원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전세계 화폐와 가격이 고정된 다양한 외환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이 블록체인에 온전히 제공될 때 비로소 그 위에 의미있는 DeFi(블록체인 기반 금융 앱) 생태계가 꽃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이 체인파트너스가 체인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디지털화폐 시장의 문제들입니다. 다시 간결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의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순간’의 세계 최적 가격을 알지 못한다.

2) 전세계 170여개 국가 국민들은 아직도 자국 화폐로 비트코인을 사지 못한다.

3) 디지털화폐 시장에는 오직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 존재한다.

세가지 다른 문제를 풀지만 결국 열쇠는 디지털화폐 시장과 외환 시장을 연결해 간다는 것이며, 기술로 전세계에 파편화된 가격을 찾고 최적 경로를 발견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2년을 개발해 제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2-3년만 더 달리면 저는 정말로 이 시장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변화를 만듭니다. 디지털화폐 시장은 특히 그러합니다. 애초에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들고 나왔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과 10여년만에 이토록 시장이 커져 전통 금융권까지 비트코인을 다루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도전했고, 그걸 믿는 사람들이 전세계 70억 인구 중 한 두 명씩 나타나 비트코인으로 결제도 해보고 거래도 해보며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화폐가 하루 20조원이나 거래되는 놀라운 나라이지만 아직 하루 500억도 거래 안되는 나라가 지구상의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비트코인과 디지털화폐를 대단히 빨리 겪은 나라의 사람들이고, 이는 명백히 축복입니다. 우리가 싸이월드를 7-8년 먼저 겪고 나서 페이스북이 나왔고, 우리가 UCC를 겪은 뒤에 본격유튜브 시대가 왔듯이, 디지털화폐에 대한 빠른 경험과 수용은 앞으로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금융 혁명에 참여할 무수한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물론 이제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기회는 명백히 사라졌습니다. 아주 큰 일을 혼자 다하는 것도 지금은 어렵습니다. 이제는 현물거래 60% 이상의 점유율이 넘는 압도적인 세계 1위 거래소(Binance)도 있고, 대출, 장외거래, ETF, 파생상품 등 모든 면에서 이미 비트코인과 디지털화폐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들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동일하고요. 따라서 이제는 당장은 작아 아무도 하지 않지만,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 날카로운 문제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볼 때는 이 사업이고, 지난 4년간 거래소부터 코인 결제, 마이닝, 장외거래, 암호화폐 발행 자문, 노드 운영, 비상장 코인 P2P 거래, 블록체인 개발, Dapp 개발, 블록체인 미디어, 마케팅 대행까지 거의 이 시장에서 안해본 일이 없는 체인파트너스가 온몸으로 으깨지고 바닥까지 가서 딱 하나 집중해 만들어 온 사업입니다.

외환은 전세계에서 하루 6.6조 달러(약 7,458조 원) 거래됩니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그 어떤 상품도 외환에 비하면 세발의 피인 압도적 1위 금융 자산입니다. 디지털화폐는 현재 하루 160조원 거량 거래됩니다. 두 시장은 분명히 조만간 만납니다. 두 시장 모두 장 시작-종료가 없이 24시간 거래되며, 전세계 수많은 사설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기관이나 개인 누구나 거래에 참여합니다. A 화폐에서 B 화폐로 무엇이든 중간 매개를 거쳐 교환될 수 있습니다.

외환 시장과 크립토 시장은 분명히 하나가 됩니다. (준비중인 Changer DeFi Website 중)

두 시장의 특성은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디지털화폐는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환이며, 두 시장이 만날 때 누가 더 빨리 좋은 다리를 미리 만들어 놓느냐에 따라 미래 금융의 글로벌 환전 은행 역할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한국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주도해 본 역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는 우리나라가 빨랐고, 지금도 최소한 거래량으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합니다. 앞으로 올 좋은 문제를 찾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작고 날카로운 제품 하나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보는 일을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금융인이 아닙니다. 아직 젊지만 평생을 IT 서비스만 만들어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금융을 좋아합니다. 정확하게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추구하는 ‘돈’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해 공부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에는 금융권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 이 일을 하는데 있어 굉장한 핸디캡으로 느껴졌지만 오히려 지금은 제가 IT 출신이라는 것이 이 분야에서 큰 기회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이, 안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전통 산업을 혁신하며 어려서부터 봤던 LG나 현대보다 큰 회사가 되고 있고, 배송을 혁신한 쿠팡이나 전단지를 없앤 배민, 동네 거래를 활성화한 당근마켓까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전국 규모로 바꿔가는 것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IT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은 아직 IT의 영향력이 전적으로 발휘된 영역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여러 핀테크 기업들이 나오며 전통 금융사들도 덩달아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 IT발 금융 혁신은 ‘UX 개선(로그인이 쉬워지고 송금이 쉬워졌다)’ 정도였지 업 자체의 변화나 업의 재료가 되는 돈의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곳이 IT인 디지털화폐는 이제 단순한 UX 개선이나 응용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돈의 형태와 유통 방식이 바뀌면 그 돈을 이용한 응용 서비스의 모습도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해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확실시되는 것은 국경의 이탈입니다. 비트코인을 업비트 밖으로 보내 지금 당장이라도 리투아니아나 캐리비안의 섬나라, 또는 남태평양 원양어선의 선원에게 송금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디지털화폐 은행의 이자가 자국 은행 이자보다 높으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저에게 예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저는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화폐가 블록체인보다 100배는 더 커질 것’이라 예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1%도 변함이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우리가 유튜브를 재미있게 보면서 그걸 가능케 하는 통신 기술이나 스마트폰 OS, 앱 만드는 언어 등에 깊이 감흥한 적이 있나요? 어떤 통신 기술 회사도 유튜브보다 큰 회사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인류가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인증이든 농수산물 이력 추적이든 투명한 선거든 다양한 곳에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디지털화폐만큼 가장 완벽하고 이미 대중화된(그리고 앞으로 대중화될) 응용 서비스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물론 코인 가격의 이유없고 터무니없는 상승과 하락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고, 디지털화폐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결코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인류 역사상 전례 없었던 돈 그 자체의 모습이 변화하고 도전받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대에 디지털화폐에 관심이 많고 IT 서비스에 온 열정을 바치며 살았고, 금융과 돈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무지로부터의 순수한 호기심으로 쫓아온 저로서는 어떻게든 이 엄청난 시대적 변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고민하다 찾은 것들이 바로 앞서 소개한 세가지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디지털화폐 시장은 이제 시작이니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제가 찾지 못한 문제도 당연히 수두룩할 것이고요. 하지만 어쨌든 특정 문제에 집중해 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안믿던 사람들도 누군가 진득하게 풀다보면 호기심도 갖고 돕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안풀리던 문제도 풀리는 순간이 오고, 결국 어떻게든 답은 나오게 됩니다.

제가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문제를 못풀어서 걱정이 아니라 풀어도 생각보다 필요한 사람이 적은게 항상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느새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지 21년째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성공보다 실패 경험이 훨씬 많고 부족함이 가득합니다. 매번 실패하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지만 그때마다 ‘전보다는 더 나은 문제를 찾았는지’ 항상 걱정하고 고민합니다.

이번에 찾은 저 문제들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문제일까요? 앞으로 필요해질 문제일까요? 충분히 큰 문제라면 우리는 과연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능력있는 사람들일까요? 항상 고민하고 걱정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정의 내리고 도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능력이 부족한 팀일지도 모르나 문제를 정확히 찍어 깊이 풀다 보면 그 문제에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다보면 거의 항상 그랬습니다.) 충분히 좋은 문제인지, 충분히 큰 문제인지 모르겠을 때에도 정확히 문제를 정의해 집중해 가다보면 우리가 푸는 문제를 더 잘 보이게 해줄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 거의 그랬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우리가 경험한 실패 데이터를 종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풀었을 때 의미있는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거나 더 나은 문제로 교정해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일단은 우리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과장 좀 더해 문제 해결에 절반 정도 역할은 한다는 것이 제 일천한 과거에서 얻은 배움입니다.

그것이 또 문제를 찾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제가 오랜만에 다시 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유튜브와 클럽하우스의 시대에 누가 이렇게 긴 글을 자기 시간을 들여 읽을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줄 아는 것이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기고 사람들을 모아 같은 문제를 푸는 것 하나밖에 없어 다시 한번 글로써 제 계획과 의지를 전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체인파트너스는 사업을 꽤 해온 저로서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회사였습니다. 2017년에 창업해 설립 10개월만에 VC들이 경쟁적으로 140억원을 투자했고, 디지털화폐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10개 사업부 120명까지 갔다 다시 급격한 불황으로 2020년 초 5명까지 줄었던 회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지털화폐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작년 봄 우리가 하려는 일을 설명하고 30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소중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체인저를 개발했습니다. 그 사이 너무나 훌륭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동료들을 다시 새로 만날 기회를 얻어 지금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제 아주 보수적으로 운영하며 7명의 정직원, 1명의 인턴, 예닐곱명의 국내외 프리랜서들과 대단히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과정과 배움, 우리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만큼은 120명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이 배우고 명확해진 상황입니다. 회사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최소 3년 이상 운영 가능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2017년 시드 라운드부터 계속 투자해 온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2018년 시리즈 A부터 참여했던 프리미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코오롱그룹, 엔베스터 등 기관 주주들과 2020년 새로 주주가 된 3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의 흔들림없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 팀이 비록 7명 뿐이나 70명급의 사업 기회와 미래를 계속 추구하며 만들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파트너들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려고 하는지, 어떤 풍파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고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이 믿음을 견지하고 있는지 간략하게나마 정리했기 때문에 이제는 조심스럽게 다시 새로운 팀원들을 체인파트너스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풍파가 많았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실패를 많이 했지만 또다시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배워서 다시 시장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많은 분들이 이 시장이 어려웠던 2018년-2019년 2년간 이곳을 떠났습니다.

저는 체인파트너스 멤버들을 처음 모으던 옛 글들에서 ‘20년을 보고 뛰어들었고, 그 정도의 호흡으로 함께 도전해 볼 분들을 찾는다’는 언급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 분명 계셨으나, 제 불찰로 회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도록 만들었던 아픈 기억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 업계를 다녀보면 우리 회사 출신들이 다른 블록체인 회사들에서 팀장급과 임원급으로 그 능력과 경험을 출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어쨌든 모두의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경력을 단절시키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다녀야 하게 만들었던 사장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을 지금도 깊이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평생 무거운 짐으로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다시 새로운 멤버들을 초대하는 조심스러운 위치에서 다시 한번 초심을 상기해 봅니다.

디지털화폐는 지구상 여전히 은행 계좌가 없는 17억명 이상의 사람들의 경제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민들은 한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송금 수수료를 떼이며 금융 생활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체인저 백서를 확인해 주세요. 제가 1년간 연구하고 작성한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선진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 그것도 나온지 몇십년 지나 비효율이 잔뜩 낀 미들맨 위주의 금융 시스템을 혁신해 세계인을 보다 평등하게 만들 기회가 있습니다. UN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의 국제 송금 수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은 디지털화폐에 있습니다.

Visa/Master가 독점하며 전세계 모든 거래에서 3% 이상 떼는 카드 수수료를 1%나 그 밑으로 낮출 수 있는 해법도 디지털화폐에 있습니다. 그 혜택은 극히 일부 기업의 주주들을 넘어 전 인류가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결제든 송금이든 디지털화폐를 통한 전 인류의 금융 혁신을 이뤄내려면 이곳 저곳 파편화된 가격과 유동성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조건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고, 다시 한번 20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우리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기회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완수해내지 못해도 한 10보, 20보는 분명히 전진시켜 놓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다보면 한 10년, 20년 내에는 신용카드가 없는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보다 낮은 수수료로 결제할 수 있고, 외롭게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낮은 수수료로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할 수 있게 되며, 금융의 국경을 넘어 더 실력 좋고 비용 저렴한 전세계 금융사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계가 분명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이에 다시 한번 긴 호흡으로,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더 비장하고 조심스러운 마음과 무게로 함께 더 큰 일을 펼쳐갈 동료들을 기다립니다.

근무 장소, 근무 시간, 휴가 등 3종 자율 근무 제도전직원 스톡옵션체인저 토큰 팀 물량 지급, 경력직 이직 격려금 500만원 즉시 지급, 식사/커피/운동/책/통신비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매월 50만원의 복지 크레딧, 멤버들의 휴식까지 챙기는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왓차 3종 최상위 프리미엄 계정 제공, 직원 본인은 물론 가족 3인까지 매년 제공되는 최고급 건강검진소수 정예 팀을 위한 최상의 근무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5월 초까지 채용이 진행됩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과 서로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함께 대화 나눌 수 있는 YouTube 채용설명회도 진행해 체인파트너스 채널에 업로드해 두었습니다. 회사 채용의 요점 정리를 여기에 해두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고, 저의 주장만을 하지 않겠습니다. 함께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동료라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제 생각과 방법을 수정할 소중한 기회로 반드시 여기겠습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새기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꼭 헤아리며 일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디지털화폐의 순기능을 이용해 세상의 진일보에 기여한 회사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당신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신이 와서 인생을 거는만큼 충분한 보상이 따르도록 하고, 저 역시 당신의 성공에 제 인생을 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년 4월 홍대에서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올림

2021년, 토요산업공부모임을 (랜선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회원 모집이 연중 상시 모집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계속 신청 가능하십니다.

돌이켜보면 제 30대 인생은 공부모임에서의 인연을 통해 만들어지고 바뀌어 온 것 같습니다. 다시금 시작되는 이 모임이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는 작은 창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김동진 (모임 당시 AT Kearney 컨설턴트 / 현재 Eastend 대표)

컨설턴트 2년차, 제법 알 듯 하다가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성장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공부모임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창구가 되었습니다. 늘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며 같은 고민을 하던 저에게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시간이 즐거움인 동시에 성찰의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공부모임을 통해 만난 친구들의 응원과 (좋은 의미의) 압박, 그리고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지난 2015년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과감한 의사 결정을 한 덕에, 상상 이상으로 다이나믹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MBA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시작한지 8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SOS를 보냅니다. (그러면 답이 나오니까요) 울적할 때 수다가 필요하면 술을 사달라고 조릅니다. (어느새 업계 리더가 된 친구들이 기꺼이 쏩니다)

제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준, 따뜻하고 근사한 사람들로 가득한 공부모임이 여러분에게도 의미있는 계기가 되길 응원합니다.

– 최다혜 (모임 당시 BCG 컨설턴트 / 현재 Harvard Business School)

지난 2013년 저는 작은 공부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어려서부터 사업하느라 나이 스물 여덟이 되도록 아직 군대를 못간 때였는데요. 그런 저를 대신해 후임 CEO를 맡아줄 후보를 찾기 위한 개인적 이유를 가지고 만든 모임이었습니다. 물론 당시는 밝히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정작 저는 새 대표를 찾는 대신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2013년에 진행했던 자율주행차 세션. 주니어들이 매 격주 토요일 오전에 모여 함께 산업을 공부했다.

수혜자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모임은 주로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3년 내외의 주니어들을 주축으로 모집했는데 그러다보니 인생의 고민들이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부족한게 무엇인지, 이직은, 연애는, 결혼은, 등등.

저희는 2주에 한번씩 토요일 오전 10시에 만나 하루 두명씩 모임 회원이 돌아가며 자기가 요즘 관심있게 보고 있는 분야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당시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조차 익숙치 않던 때라 다른 스타트업을 경험한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모임 회원은 그나마 유관 분야라 느낀 VC, IB, 컨설팅, 대기업 전략 담당 등으로 한정해 모집했습니다.

모집 분야가 한정되다보니 자연스레 비슷한 분야에서 만날 일도 많고 서로 물어볼 것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몇년간 굉장히 좋은 인적 네트워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 모임을 통해 유리하게 밀어주고 끌어주며 이직한 케이스가 수두룩하고, 그 안에서 연애도 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도 있습니다.

공부가 준 영향은?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저는 지금 돌아보면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저희가 토요일마다 모여 다뤘던 주제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부펀드와 자산배분, 벤처와 스타트업 이야기, 시스템 반도체 분야 현황과 전망, 바이오 산업의 현황과 전망, Family office의 투자, 국내 은행 산업 분석, e-커머스 산업의 모든 것, 미국 교육시장과 스타트업 창업 사례, 셰일가스 산업 동향, LCD 기술과 디스플레이 산업 트렌드, 무인항공기 산업 동향과 전망, 스마트카, 테크와 자동차산업의 만남, 전기차 시승 체험, 국제 무역 상사업의 이해, 건설 기계 산업의 이해, 자동차 업계 신차 개발 프로세스, 얼굴 주사제 시장 동향 – 필러를 중심으로, 한국 대리운전 시장의 이해 등 (발표주제 더보기)

국부펀드와 Asset Allocation은 당시 KIC(한국투자공사) 다니던 친구가 발표했고,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무인항공기(드론), 전기차와 스마트카, 셰일가스, LCD 등의 주체는 VC 다니던 친구들이 자기가 요즘 관심있게 스터디하고 있는 분야를 발표하는 식이었습니다. VC가 아닌 저로서는 그들이 실제 검토중인 분야들의 내부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습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7년전에 드론 시장을 공부하고, SK이노베이션 본사에 방문해 전기차 시승 체험을 하며 스마트카 이야기를 나눈 것을 비롯해 다룬 주제들이 매우 미래지향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당시 종종 촉망받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초대해 발표도 하고 자연스레 멤버가 되기도 했는데 e-커머스 산업 발표는 현재 브랜디의 서정민 대표가, 미국 교육시장은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당시는 교육업체 KnowRe의 부대표)가, 그리고 핀테크 산업 발표는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우리 회원들만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주고 회원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반대로 컨설팅이나 대기업 전략쪽에 있는 친구들로서는 당시 접하기 매우 귀한 기회였습니다.

이 모임을 1년 반 정도 하니 한 두 번씩 발표는 다 돌아갔고 해서 멤버를 새로 충원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1기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2015년 2기를 모집해 활동했고, 이후 2년 반 정도 쉰 뒤 많은 회원들의 요청으로 다시 2018년 3기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1기 때 멤버들은 이제 각자의 회사에서 주니어를 넘어 가장 활발히 뛰는 멤버들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방문이 점차 뜸해지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2기 때는 종종 참여하다 3기부터는 아예 못나가게 되었지요. 결국 모임은 3기 이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2년 반 정도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팬데믹의 한가운데입니다. 백신이 나온다고 하지만 일러야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맞을 수 있다 하고, 우리나라는 오히려 대유행의 초입인듯 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듯 하고, 내년은 실물경제가 더 안좋아짐에 따라 현재의 투자심리나 반도체나 플랫폼/컨텐츠 등 일부 ICT 기업이 팬데믹의 수혜를 받는 것과는 반대로 큰 풍파를 겪는 업종도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가 지난 한해 사회 활동을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이게 되면서, 저는 배움의 지체를 느꼈습니다. 집에서 책을 나름대로 봤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관심있는 분야를 열심히 들추어도 직접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방문해 배우는 것 이상의 경험과 느낌, 배움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경험과 배움이 쌓이며 사람이 전보다 아주 약간씩 더 나아지는 것인데, 우리는 지금 전 인류가 공통의 성장 지체를 겪고 있는 것임은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모두에게 공평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애석하게도 배움과 능력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시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로 인해 더 많은 고객과 투자자를 만나고, 더 나은 사람을 모아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며, 그 덕에 더 많은 것을 사고 더 멀리 앞서갈 수 있게 된 ICT 업계와 경영진 일부는 명백히 코로나 덕에 더 많은 것을 배우며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지식 측면의 부익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다른 업종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지식 측면의 빈익빈이 진행중이고요. 고객이 없으면 배울 수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ICT로 재편되는 국제 경제는, 코로나로 인해 그 격차가 더 커지고 빨라졌습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가 공부모임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비대면이라 새로운 도전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서울뿐 아니라 지방이나 외국까지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2주에 한번씩 모여 함께 공부한 뒤 점심먹고 헤어지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니 실제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녁에 따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더 친해졌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그런 친밀감을 올릴 수 있는 활동이 제약되다보니 운영상에 변화를 좀 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처음이니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같이 개선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완벽한건 없지만, 약간의 문제가 걱정돼 시작하지 않으면 더 많은 기회를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 모임 일정: 2021년 1월부터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량 온라인으로 모임 진행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이하 하향시 오프라인 모임 진행 검토)
  • 프로그램: 회원 70%, 외부 초빙 30% 가량 비율로 모임 날마다 2명의 스피커가 각 40분 가량 강의 후 20분간 토론 진행. (총 2시간) 다음주 발표 주제는 일주일 전 공지.
  • 주제: 주제는 다채로우나 과거 해온 방식대로 주로 경제/경영, 스타트업,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하고 1) 대기업의 일과 관점 2) 스타트업의 일과 관점 3) 금융권의 일과 관점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부터는 문화/예술/+기타 분야도 교양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이 모임의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산업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내부자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 모임 인원과 초대 순서: 과거 오프라인에서 모일 때는 기수마다 30명 가량씩 운영했으나,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문호를 넓혀 최대 99명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다만 모임의 전통과 주제와의 적합성을 살려 초대 1순위는 VC, PE, IB, 컨설팅, 대기업 전략 업무 종사자로, 2순위는 스타트업 종사자로, 음악/미술/체육/패션/건축/법조/바이오/의료/공공/환경 등 모임의 다른 멤버들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실 수 있는 분들을 3순위로, 그 외 분야 종사자를 4순위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 회비: 오프라인에서는 그때그때 회비를 걷었는데 온라인에서는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므로 월 회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어디서도 듣기 힘든 주제와 회사 내부인과 직접 주고 받는 이야기, 집에만 있어 새로운 사람 만나기 힘든 시대에 99명의 나와 비슷한 공부와 네트워킹 의지가 있는 분들과 만날 기회에 지불하는 비용으로 월 99,000원을 책정했습니다. 모임을 트레바리처럼 키워갈 생각은 전혀 없지만, 후원없이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재원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회비로 급여를 받는 스태프가 들고 나는 회원을 관리하고, 양질의 강의와 번외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회원분들이 더 좋은 인연을 만들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터전으로 꾸준히 가꿔갈 수 있다면 아주 작고 탄탄한 커뮤니티가 하나 탄생하리라 생각합니다.
  • 참가 의무 및 회원 자격 유지: 토요일 모임 참가는 의무가 아니며, 별도로 출석 체크를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본인이 더 이상 모임 참여 의지가 없어 다음달 회비를 내지 않으면 대기중인 분을 초대해 꾸준히 새로운 회원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선 30명 이상이 모이면 2021년 1월에 모임을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늘려 99명의 회원이 넘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저는 모임에 참가하는 분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잘 알고 있습니다. 무조건 사람을 늘리기보다 하나라도 남들이 배울 점이 있는 분을 우선적으로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다보면 부득이 웨이팅 리스트에서 오래 기다리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요, 이는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분야와 회사, 연령, 지역, 성별 등 전반적인 균형을 맞춰 더 좋은 모임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오니 이 점 미리 깊은 양해를 구합니다.
  • 모임 이름: 원래 이 모임의 이름은 2013년부터 ‘토요산업공부모임’이었습니다. 주중 저녁에 할때는 ‘토요’를 빼고 잠시 ‘산업경영공부모임’이었던 적도 있는데 외우기도 어렵고 줄여 부르기도 어려웠습니다. 명색이 2021년에 랜선으로 다시 시작하는 모임이고, 전국에서(또는 전세계 한인을 포함해) 99명이라는 상징성도 있으니 새로 시작하는 모임의 이름을 ‘Society 99‘으로 부르고자 합니다. 향후 최소 10년간 멤버들의 주요 연령을 고려해 ’99학번부터 99년생까지’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 비전: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서울클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허세나 특권의식 없이 실제 배우고 경험하고 만나는, 각자의 성장에 실용적인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가 되고자 합니다. 온라인으로 시작하지만 건전한 자체 재정을 갖춰, 코로나 종식 후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회원들만을 위한 생일/크리스마스/할로윈 파티, 다양한 기업 현장 견학 행사를 운영해 갈 계획입니다.
  • 참가신청: https://bit.ly/society99 에서 가입 신청을 해주시면 순차적으로 초대해 드릴 예정입니다.
  • 모집기간: 연중 상시 모집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021년 내내 위 링크에서 신청 가능하십니다. TO가 날 때마다 순차적으로 초대드리겠습니다. 2020년 12월 15일 (화) 부터 2020년 12월 31일 (목) 까지 보름간 (기간 내 신청자는 모임 시작시 한꺼번에, 그 이후 신청자는 별도로 순차적으로 초대됩니다.)
  • 기타 문의: 모든과 관련된 모든 문의는 모임 스태프 김지환님(jihwan@so99.org) 앞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새해에도 좋은 분들과 만나 또 한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빌겠습니다. 좋은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초대자로서 노력하겠습니다.

참, 그러고보니 제 소개를 드리지 않았네요. 저는 표철민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아는 뚜렷한 성공은 거둔 적이 없지만, 새해로 21년째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작한 때는 젊은 창업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요즘 창업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훌륭한 선배들의 가르침을 거의 독차지하며 배웠습니다. 그 덕에 배움과 만남의 기회가 인생에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어설픈 성장기를 블로그에 10년 넘게 남겼고, 부족한 과정의 감정 그대로를 담은 도 두권 썼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부끄러움과 마음 속 결핍이 누구보다 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아직 서른여섯살이여서 언젠가는 제 차례도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래 일하면 상처도 주고 받고 마음과 달리 멀어지는 사이도 있게 마련이지요. 저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만남이 언제나 필요합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며 그게 점점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라 올해는 더욱 그러합니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밑천이 무엇일까요? 결국 사람입니다. 헤어져도 숙명처럼 또 계속 만나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시국에 모임을 다시 조직하는 이유입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미래는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런 용기가 어쨌든 21년을 밥먹고는 살게 한 원동력입니다. 부족함뿐인 호스트이지만, 여러분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Wirecard의 파산과 e-wallet 시장

개인적으로 너무 멋진 회사라 생각했던 Wirecard가 파산했다. 이 회사는 Visa, Master, Amex 등 주요 카드사들의 Tier 1 라이센스를 가진 발급 및 결제 대행사로, 전세계에서 이들 카드사 브랜드로 직불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중심으로 카드 시장이 형성되어 왔지만 개인 신용이 없거나 약한 유럽과 미국, 동남아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직불(Debit)이나 선불(Pre-paid) 카드 위주로 카드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 이 직불 카드가 모바일로 들어가 이른바 e-wallet이 대세가 되었다. RevolutVenmo, Uphold 같은 회사들이 대형 사업자이고 나라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수백개의 중소 핀테크 사업자들이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유사하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따기 쉬운(특히 영국 금융당국 FCA가 핀테크 회사들에게 주는) e-money 라이센스를 기반으로(고객 자산을 직접 들고 있지 않고, 제휴 은행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모바일 앱에 계정을 만들고 이 계정에 현금을 충전한 후 계정과 연동된 Visa, Master 직불 카드를 보내줘 전세계 수백만개의 Visa, Master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에 쓸 수 있도록 한다. (사례: 1, 2, 3)

글로벌 셀러들이 전세계 e-커머스 사이트에서 올린 매출을 정산 받을 수 있도록 돕는 Payoneer 역시 e-wallet이라 할 수 있다. Payoneer 계정에 내가 벌어들인 잔고가 들어있고 이와 연결된 선불카드가 있어 언제든 내 잔고를 이용해 전세계 Mastercard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NetellerSkrill은 벌써 20년이나 된 e-wallet의 원조격이다. 이들 두 서비스는 주로 인터넷 카지노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e-money이자 e-wallet으로, 역시 잔고를 국내로 안가져오고 제휴된 선불카드를 이용해 전세계 모든 Mastercard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바로 이런 업체에 Mastercard 발급을 해주는 회사가 Wirecard 같은 회사다. Mastercard라고 모를리 없다. 다만 카지노를 비롯한 모든 가맹점들은 EU 가입국 중 작은 섬나라 어딘가에서도 반드시 합법적인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

Neteller와 Skrill은 온라인 카지노 시장을 놓고 출혈 경쟁을 벌이다 지금은 한 회사 밑에 있다. 2017년 세계적인 PE인 Blackstone Group과 CVC Capital Partners가 두 서비스를 가진 모회사인 Paysafe Group을 2.96B 유로(4조원)에 인수하고 런던증시에서 상폐시켰다. 그 이후로 회사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2016년 마지막 실적 공시에서 매출 1B 유로(1.35조원)에 순이익 142M 유로를 신고했었다.

인터넷에는 크립토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사설 e-money가 존재하며 사용자간 지불에 활발히 쓰여 왔다.

이들 수많은 목적으로 존재하는 e-wallet 계정에 현금을 충전하는 방식은 전통적으로 계좌 이체나 신용카드 충전이 쓰여 왔다. 그러다 요즘엔 크립토 충전을 지원하는 사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4천만이 넘는 가입자를 가진 Venmo(Paypal의 자회사)는 크립토 지원을 준비하고 있고, 7백만 가입자를 가진 미국 2위 사업자 Cash(Square의 자회사)는 이미 2018년부터 크립토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아직 잔고를 크립토로 충전할 수 있는건 아니고 보유한 잔고로 주식 사듯이 크립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보유 크립토가 잔고에 합산되는건 언제든 할 수 있다). 유럽 1위 e-wallet인 Revolut도 위 Cash 앱처럼 잔고로 크립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이미 연동되어 있고 그 경쟁자 Uphold는 크립토를 계정 잔고에 아예 합산해 표시한다. Neteller도 크립토로 잔고를 충전하거나 인출하는 것을 지원한다.

이같은 움직임을 볼 때 앞으로 글로벌 e-wallet들의 잔고 합산이나 충전 방식, 그리고 거래 대상에 크립토가 들어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위 링크들을 타고 조금만 살펴보시면 그건 필자의 희망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다시 Wirecard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Wirecard는 몇년 전부터 e-wallet 사업자들과 제휴해 소비자들에게 모바일과 실물 직불카드를 만들어 주고 이들의 결제 처리를 담당해 왔다.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중간에서 수수료를 얻는다. e-wallet의 인기가 커지고 전세계에서 사용자가 늘수록 함께 수혜를 입는 구조다.

이 회사는 1999년 유럽에서 시작해 2007년 아시아에 진출하며 큰 성장을 거뒀다. 이 회사 실적과 주가는 지난 10년간 견고한 성장을 거듭해 작년에는 한때 독일 1위이자 세계 10대 은행 중 하나인 도이체뱅크의 시총을 뛰어넘기도 했다. 유럽 핀테크의 말그대로 ‘히어로’였는데 며칠전 있어야 하는 현금 19억 유로(2조 6천억원)가 분실된 사실이 밝혀지며 주가가 지난 6월 17일 104.5유로에서 오늘 종가 3.53유로로 96% 이상 빠졌다.

채권단이 이번주 금요일까지 19억 유로의 행방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2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금요일을 앞두고 목요일인 오늘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이 회사가 보고한 작년 3분기 현재 재무제표상 현금 보유는 38억 유로로, 19억 유로가 빈다 해도 19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1월 FT가 처음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한 이후 EY가 정밀 실사를 진행한 결과 19억 유로가 빈다고 발표한 것이기에 나머지 현금은 실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늘 종가 기준 시총은 436M 유로로, EY 실사 결과가 맞다면 19억 유로의 현금(물론 채권단이 20억 유로를 정말 일거에 다 회수하고 나면 가진 현금은 제로가 될지 모른다. 독일파산법원이 1부리그-DAX- 블루칩주에 편입되어 있는 종목을 그렇게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과 전세계에 걸쳐 탄탄한(그리고 특히 요즘 모바일 e-wallet 확장과 함께 특수를 누리고 있는) 비즈니스를 가진 회사가 실로 저렴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14.5유로에 거래를 마친 Wirecard는 오늘 Bank of America 애널리스트가 ‘1유로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리포트를 내며 장 개장과 동시에 85% 가까이 빠져 실제로 2.5 유로가 되었다가 약간 회복해 3.5유로로 거래 되던 중 파산 보호 신청과 함께 거래 정지됐다. 아마도 Wirecard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은 Bank of America 친구들에게 당분간 밥 좀 사지 않을까 싶다.

Wirecard가 워낙 잘나가는 핀테크 회사였다보니 웹사이트에 Goldman Sachs와 Blackrock, Morgan Stanley가 주요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이번 폭락과 파산으로 이들 금융사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다. Softbank는 작년 4월 Wirecard의 CB(전환사채)를 900M 유로 규모로 인수하며 당시 FT 보도 이후 이미 의혹을 받고 있던 Wirecard의 생명을 연장해줬다. 이 CB는 Credit Suisse에 의해 다시 구조화되어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으로 팔려 나가 Softbank의 위험 노출은 제한되었다. (물론 독일 검찰은 현재 Softbank가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떠넘긴 것이 아닌지 조사중이다.)

나는 이렇게 큰 회사가, 그리고 이렇게 좋은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할 수 있는 것인지 굉장히 의아했는데 이 글을 쓰며 조금 리서치를 해보니 전조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비즈니스를 곳곳에서 열심히 해서 거래액이 급격히 늘고 있었고 최근 Grab과의 결제 파트너십도 진행중이었는데 참으로 아쉬운 핀테크 유니콘의 몰락이긴 하다.

Wirecard의 2019년 9월까지 거래 규모. 전년 동기 대비 37.7%가 늘어난 124.2B 유로(약 167조원)다.

2019년 3분기 실적 개요. 물론 분식 회계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데이터인지는 사실 알 수 없다.

Wirecard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는 주요 주주 현황. 독일 투자사 Union Investment는 소송을 예고했다.

그 와중에 Buy나 Equal-weight, Neutral을 주장한 애널리스트들이 6월 22일까지도 있었다.

내가 이 사안을 살펴보게 된 계기는 우선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의 첫 파산이라는 점, 그 이유가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사로서 몹시 치명적인 분식 회계였다는 점, 오늘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 무려 10년 전부터 낌새를 느낀 이들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왔다는 점, 독일 역사상 블루칩 종목으로 편입된 회사가 파산한 첫 케이스이자 주가가 9일만에 96%가 빠질 수 있다는걸 보여준 역사적 사례라는 점 등 여러모로 향후 경제 서적에 등장할 사건이 아닐까 싶다.

지난 5년간의 주가 추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아야만 하겠다. 무엇보다 지금 Wirecard가 하고 있는 사업 자체가 매우 유망(실물 카드 + e-wallet에 들어가는 카드 발급과 이들 카드의 결제 처리)하고, 보유한 서비스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전세계 31만개가 넘는 기업들이 24시간 결제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역사적 특종을 하게 된 FT는 승리를 자축하며 스캔들의 모든 과정을 연표로 정리했다.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회사의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된다. 우리는 이제 나 포함 다섯명 남았다. 한때는 100명도 넘었지만 지금은 몸집이 많이 작아졌다. 하지만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도전을 했다. 목표로 한 산에 올라본 결과 기대한 산이 아니었다. 크게 낙담했으나 이내 다음 산을 찾아 가고 있다. 애초 거래소 밖에 없던 블록체인 산업에서 우리는 가장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빠르게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가 걸어온 여정을 결코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체인파트너스,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

내가 2017년-2018년 사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VC들을 설득해 138억원을 투자받은 논리는 이랬다. 비트코인에 이어 2등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40조원 넘는 시가총액을 갖게 되면서 이더리움 생태계를 처음부터 함께 만든 미국 회사인 컨센시스(Consensys)가 2조원 넘는 가치를 갖게 됐다.

2017년은 이더리움의 단점을 보완해 이른바 ‘3세대 블록체인’을 표방하던 이오스(EOS)가 태동하던 해였다. 2017년 초 나는 EOSScan이라는 이름의, 이더리움 진형의 대표적인 블록 익스플로러인 Etherscan과 비슷한 웹사이트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오스 개발자인 댄 라리머와 최대 토큰 홀더인 리샤올라이의 연락을 받았고, 이오스 진형의 인싸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우리 주주들에게 컨센시스 사례를 소개하며 만약 이오스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뒤를 이어 제3의 왕좌를 차지한다면 이오스 진형에서 가장 먼저 많은 유틸리티를 만들어 낸 회사가 ‘제2의 컨센시스’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 이오스의 시가총액은 1년간의 ICO를 거치며 빠르게 늘고 있었으므로, 컨센시스 가치의 절반-1조-만 될 수 있다 해도 갓 생긴 스타트업으로는 정말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 나오는 이오스 블록체인에 필요한 지갑부터 블록 익스플로러, ICO 플랫폼, 탈중앙화 거래소, DApp(쉽게 말해 블록체인 위에서 구동되는 앱) 플랫폼, 여러 DApp 게임 등 유틸리티부터 DApp에 이르기까지 이오스를 위한 모든 솔루션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우리는 이오스 블록체인의 설립 블록 생성자(Founding Block Producer)로 당선되었으며, 이오스 블록체인의 창세기 블록(Genesis Block)을 생성했다. 미국, 중국을 대표하는 블록 생성자들과 함께 이오스 블록체인의 운영 정책을 세우는 태스크 포스의 일원으로 위촉되어 세계 시총 5위 블록체인의 운영 정책을 세우는 한국의 첫 운영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오스는 애석하게도 출시 전 약속했던 것들을 제대로 시장에 전달하지 못했다. 매 거래시마다 수수료를 내야하는 이더리움 대신 사용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이상도 백서 내용과는 다르게 RAM이나 CPU 등 초보자가 이해할 수 없는 개념들이 등장하며 블록체인이 쓰기 어려워졌다.

수수료를 매번 내지는 않지만 그건 CPU를 어느 정도 담보(staking) 해놓은 계정에 한정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 백서와 블로그, 인터뷰에는 전혀 없었다. 세상의 어떤 초보자가 CPU, RAM 개념을 단번에 이해하고 스테이킹과 언스테이킹을 할 수 있을까? 두껑을 열어보니 이더리움이 더 쓰기 쉬웠다.

또한 블록 생성자 투표는 완전 비정상적이 됐다. 이오스 생태계에 전혀 도움을 못주는 블록 생성자들이 단지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 코인을 많이 가진 고래들과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21명의 블록체인 운영자가 됐다. 진짜 이오스 생태계를 위해 일한 지갑 개발사와 유틸리티, DApp 개발사는 50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오스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4조원 이상의 돈을 모은 개발사 블록원은 정작 이오스 생태계를 위해 자기 자원을 투자한 전세계의 우리같은 여러 업체들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움직임을 일년 가까이 가장 내부에서 지켜보며 우리는 이오스 블록체인을 출시 전부터 선택해 다양한 유틸리티와 앱을 만드는데 수십억을 투자해온 선택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오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일하는 업체에 투자와 지원을 공공연히 약속해 온 블록원을 믿고 기다렸지만 블록원은 끝내 아무런 개발사 지원 프로그램도 내놓지 않았다.

(이더리움 재단이 컨센시스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함께 서로 같이 성장한 것과는 완전히 대조된다. 블록원이 이오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출자한 EOS VC 자금은 ICO로 모은 자금에 비하면 극히 미미할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이오스 생태계에 환원되지도 못했다. 토큰 홀더들은 4조원이 넘는 ICO 모집금액이 대체 어디에 갔는지 물어본적도, 물어볼 권리도 없었다.)

블록체인 출시 후 일년 이상 지나자 블록 생성자 투표에서 우려했던 담합과 (당초 금지된) 투표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그런 움직임은 일부 블록 생성자들 사이에 암암리에 있었지만 일년쯤 지나니 그런 일을 하지 않는 블록 생성자는 21위 내에 들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제재를 가할 힘도 권한도 없었다.

블록원도 ‘우리는 소프트웨어만 만들었지 직접 블록체인을 출시한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의한 담합과 투표 행위에 간여할 수 없다’는 지극히 방관적 입장을 취했다. 가끔 ‘투표에 참여해 전체 코인의 10%에 해당하는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이는 번번히 선언적이기만 했다. 실제 블록원의 투표 참여로 담합한 블록 생성자들이 블록체인 운영에서 쫓겨나는 건강한 변화는 아직까지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이런 투표 상황은 우리가 바라고 상상하던 이오스의 모습과는 완전 달랐고, 투표 담합이 개선될리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이오스 생태계에 더 깊게 들어가는게 위험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2018년 가을이다. 우리도 높은 순위에 꾸준히 들려면 남들처럼 손에 흙을 뭍여야 하는데, 그건 우리가 지금껏 약속한 ‘건강한 시장 조성에 이바지하겠다’는 설립 이념과 완전히 배치됐다.

100억원을 쓰고 1조짜리 회사가 될 기회가 있었던 도전

그때 이미 우리는 이오스 생태계(EOS 코인을 산 것이 아니라)에 30억원 이상을 온전히 투자한 후였다. 지금와 철수하는건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지만 더 미적거리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과감히 행동해야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두 기대한대로 이오스가 이더리움을 넘어 훌륭한 ‘3세대 블록체인’이 되었더라면, 적어도 설립자들이 백서와 인터뷰에서 약속한대로만 내놓았더라면 우리는 이오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가장 빨리 양질의 지갑과 유틸리티, DApp을 개발한 회사로 ‘이오스의 컨센시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우리는 거래소가 아닌 블록체인 회사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조 단위, 또는 적어도 수천억 단위의 가치를 갖는 블록체인 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도전은 매우 생소했지만 당시 주어진 정보로는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지금 2017년 처음으로 돌아가도 ‘제2의 컨센시스’가 되겠다는 도전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실패하면 최대 100억원을 잃지만, 성공하면 Upside가 1조원 이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오스가 이더리움을 넘어 3세대 블록체인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지 출시 전에 보다 면밀히 검토해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뿐 아니라 나를 믿어준 한국에서 가장 투자받기 힘든 VC들의 판단과 결정이었다면,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모두들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한정된 상황에서 다른 결정을 내릴 근거도 충분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때 나는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높은 산을 발견해 제시한 것이고, 그 산을 믿게된 사람은 직원이 되고 주주가 되어 다같이 그 산에 가본 것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산은 막상 가보니 없었지만. 가볼만한 가치가 있던 여정을 이해하고 믿고 투자하고 함께 달렸던 모든 이들에게 진심어린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리의 그 도전에 투자했던 VC 심사역들은 ‘블록체인’하면 당시 거래소와 솔루션 납품밖에 없던 시절 다른 산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보았고, 치열히 공부해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렸다. 50대 이상의 임원들에게 블록체인 시장을 가르치고 설득해 실제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덕분에 우리가 그 산에 실제 가볼 수 있게 했다. 우리는 훌륭한 등반대원들을 꾸려 이오스 생태계의 최고 인싸이자 가장 높은 품질의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가 되었다. 이는 모태 펀드를 받아 쓰는 우리나라 투자 환경의 특성상 앞으로도 쉽게 없을 극도로 모험적인 도전이었다.

따라서 이 글을 빌어 우리가 이같은 여정을 해볼 수 있게 해준, 회사에서 많은 반대 의견을 이겨내고 투자에 참여했던, 우리나라의 다른 어떤 VC들보다도 블록체인을 깊이 공부한 우리 투자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또 가볼 가치가 있는 여정에 함께 올라타 준 인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남아있는 우리들의 도전이 멈추지 않는한 그들 모두의 선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보고자 하는 다음 산

블록체인 유틸리티 개발, DApp 개발, 메인넷 개발, 노드 운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해보고 나서 결국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시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현재는 우리가 롤모델로 삼았던 컨센시스조차 인력 구조조정과 제품 줄이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록체인 시장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비즈니스는 가상화폐 거래소다. 전에도 그랬지만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거래소는 세계적으로는 바이낸스가, 국내는 먼저 시작한 이른바 ‘4대 거래소’들이 선점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국 법정화폐를 취급할 수 있는 거래소들이 각 나라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들은 자국 내에서는 존재감이 크지만 나라 밖에서는 또 거의 영향력이 없다. 앞으로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거래소(거의 바이낸스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와 각국 법정화폐를 취급하며 살아가는 국가별 거래소들로 양분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거래소가 없는 나라에 가서 거래소를 빨리 차리거나, 아니면 거래소가 아닌 다음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거래소가 없는 나라는 시장이 매우 작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같은 외국인보다 자국민이 창업한 자국 업체가 나중에 생기더라도 법정화폐 취급에는 외국인보다 더 유리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거래소 다음으로 필요해질 서비스를 찾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막연한 블록체인 사업보다 더 뚜렷한 수익모델이 있는 서비스여야 했다. 또 갈수록 줄어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분야라야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디지털 통화 환전업이다.

지금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보내 이더리움을 가진 누군가와 거래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환전을 필요로하는 만큼의 물량을 가진 다른 거래 상대방이 그 순간 없다면 마냥 기다려야 한다. 만약 우리가 미국 여행을 가려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하는데,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자 하는 다른 사람을 직접 찾아 거래해야 한다면 여간 불편한게 아닐 것이다.

우선 중고나라에 나와 같은 금액을 맞바꾸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려두고 갓 미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남은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꾸려는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대방이 내가 원할때 내가 필요한만큼의 달러를 들고 바로 나타나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잘못하면 내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환전을 못하는 일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중간에 은행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은행을 찾아가 손쉽게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다. 은행에서는 내가 10만원을 가져오든 10억원을 가져오든 정해진 환율에 따라 즉시 달러로 바꿔준다. 나와 반대 수요를 가진 거래자가 올 때까지 은행 입구에서 기다릴 필요는 전혀 없다. 창구에 가면 앉은 자리에서 즉시 얼마든지 바꿔 준다. 은행에 달러가 없어서 내가 들고간 원화를 환전하지 못할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은행은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돈)을 가지고 개인 고객이든 기업 고객이든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팔아 달러를 벌면 삼성은 은행에 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 은행은 망설임없이 환율을 불러주고 환전해준다. 삼성전자는 환율 변동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벌어들인 달러를 손쉽게 원화로 바꿔 직원들 월급을 주고 광고비를 낼 수 있다. 이게 은행이 환전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효용이다.

가상화폐 시장에는 아직 이런 잘 갖추어진 환전 인프라가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대량의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바꾸려면 거래소로 코인을 보내 매번 가격이 바뀌는걸 보며 불안하게 거래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대량 거래자를 위한 가상화폐 장외거래(OTC) 서비스가 2013년 이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OTC 업체들은 가입 과정과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거래 금액이 보통 최소 10만달러부터다. 환율이 은행처럼 공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로 물어봐야 한다. 거래도 텔레그램으로 진행하고, 정산은 하루 한번만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사람 손으로 운영된다.

또한 고객들은 전세계 OTC에 모두 가입하지 않는한 시장에서 현재 가장 좋은 환율을 알 수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가상화폐 OTC 시장은 빠르게 커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OTC를 통해 거래해야만 공개된 환율에 따른 정가 거래, 주문 규모에 상관없는 대규모 거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이에 우리가 전세계 모든 OTC에 대신 가입을 하고, 고객들은 우리 서비스 안에서 전세계 OTC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그러면 모두가 현재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찾아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모든 거래자가 분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작은 거래들을 묶어 큰 거래 하나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10만불을 환전하지 않는 사람도 10만불을 거래할 때 가격으로 환전할 수 있다. 각자 개인적으로 거래소에서 환전할 때보다 가격이 현저히 유리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 한번만 가입하면 고객들은 전세계 OTC에 가입한 효과를 보게될 것이다. 또한 웹사이트에서 은행처럼 실시간으로 고시 환율을 보고 거래할 수 있다. 매번 텔레그램으로 가격을 물어볼 필요 없이 24시간 직접 환율을 확인하고 환전할 수 있다.

결국 거래의 목적이 투기가 아니라 환전에 있다면, 우리 서비스를 통해 거래소보다 더 싸고 편리하고 빠르게 환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환전은 왜 필요한가?

투기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거래소는 지금도 앞으로도 오랜 시간 매출 1위 카테고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상자산이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되며 기업과 금융기관이 시장에 참여하고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환전은 전체 블록체인/가상자산 시장에서 매출 2위 카테고리는 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통화 환전이 필요한 잠재 수요처들은 다음과 같다.

1) 전세계 거래소가 수수료로 벌어들인 코인을 팔 때. 거래소가 자기 거래소에서 자기 고객을 대상으로 코인을 파는 행위는 다소 불편할 수 있으므로 이럴 때 거래소가 환전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 실제 우리보다 제도화가 빨리된 일본에서는 정확히 그리 되고 있다.

2) 전세계 은행이나 온/오프라인 환전소, ATM, 핀테크 앱들의 가상자산 환전 서비스 파트너. 고객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나 전통 환전소, ATM 등은 가상자산을 다루어 본 적 없지만 제도화 후 수년이 지나면 분명 비트코인도 다른 외환과 같이 은행이나 ATM기를 통해 환전 가능한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때가 오면 이런 서비스들은 거래소가 아니라 환전소와 제휴해 고객들에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고객에게 환율을 미리 고시할 수 있고 금액의 크기에 관계 없이 즉시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거래소보다 환전소를 쓰는 것이 안전하므로.)

3) VIP를 유치하고자 하는 전세계 카지노 호텔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면 카지노들은 해외 VIP들을 유치하기 위해 분명 비트코인으로 게임 칩을 환전시켜줄 것이다. 그런 수요는 특히 환전 금액이 클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에 연동하기엔 환율과 체결시간 면에서 불안하다. 따라서 환전소를 붙이는게 훨씬 안전하고 싸고 빠를 것이다.

4) 대규모 즉시 거래가 필요한 기관 투자자들. 아직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없지만 규제가 생기고 제도화되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기관들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다루는 자산의 사이즈가 워낙 크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거래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래소의 유동성(거래 가능하게 실시간으로 깔려있는 주문들)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5) 빠른 차익 거래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 정가 대규모 즉시 거래는 동일 상품에 대해 서로 다른 시장 사이에 일시적인 가격 격차가 발생할 때 이를 쉽게 이익으로 취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거래소에서 차익거래를 할 경우 내 평단가를 거래가 끝나기 전까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환전소에서는 거래 전 미리 환율을 알 수 있어 다른 시장과의 가격 격차와 내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을 미리 계산해 볼 수 있다.

6) 전통 PG사를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들. 앞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일상 결제 서비스가 가상자산 제도화 후 봇물 터지듯 등장할 것이다. 거의 모든 PG사들이 보조적인 결제수단으로 가상화폐 결제를 지원해 이들 PG가 이미 들어가 있는 수십, 수백만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해지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이런 때에도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들은 반드시 누군가와 제휴해야만 한다. 비트코인 결제가 들어오는 즉시 받은 비트코인을 현재가에 팔아 원화로 조금의 손실도 없이 바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소에서는 실시간으로 시세가 변한다. 또한 결제 금액이 크면 당장 못팔고 거래 상대방을 마냥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결제 서비스로서는 큰 리스크다. 따라서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들은 거래소가 아닌 환전소와 제휴할 수 밖에 없다. 환전소는 거래금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정해진 환율로 즉시 환전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결제 서비스들이 우발적인 손실을 볼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7) 모바일 지갑 서비스들. 앞으로 가상자산은 물론 중앙은행 발생 디지털 화폐(CBDC), 지역화폐,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 바우처, 포인트 등 가치를 갖는 수많은 디지털 자산들이 스마트폰에 담기고 QR 코드나 NFC 방식으로 결제에 쓰일 것이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만큼이나 온/오프라인 간편결제가 일상화될 것이고 사용 가능한 모든 자산들이 스마트폰 지갑에 담길 것이다. 이들 지갑은 앞으로 디지털 자산간 경계를 허문 환전 서비스가 꼭 필요해진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비트코인을 롯데 포인트로, 다시 롯데 포인트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지갑들이 나올 것이다. 디지털 자산간 통합 환전 서비스를 모바일 지갑들이 제공하게 되면 각 디지털 자산의 풍부한 유동성과 좋은 환율은 지갑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 디지털 자산 환전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는 이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시작하지만 디지털로 가치를 담아 거래되고 유통되고 사용되는 모든 통화와 포인트, 상품권을 실시간으로 환전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지갑을 운영하는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지갑업체, 거래소들에게 환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다. 디지털 통화 환전의 경우 우리와 손잡아야만 충분한 유동성(거래 가능한 양)도, 좋은 환율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왜 디지털 통화 환전업인가? ‘디지털 통화’도 이제 시작이고(물론 거래소는 끝났지만 나머지는 이제 시작이다), 그 안에서 ‘환전업’은 아직 아무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전으로는 아직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비어있다. 거래소로 초기로 보자면 아직 바이낸스를 만들 기회가 환전 시장에는 남아있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당장은 거래소보다 훨씬 작은 시장이겠지만, ‘모든 디지털 자산/통화간 환전을 가장 싸고 빠르고 쉽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오랜기간 연구하고 노력하다보면 2, 3년 뒤에는 분명 세계적으로 큰 수요가 생길 시장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섯명으로 할 수 있는가?

우리가 모든 분야 일을 다하려 한다면 지금 남은 인원만으로 힘들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 환전 서비스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영원히 다섯명이 아니라 앞으로 보수적으로 자금을 쓰며 필요한 때 천천히 인원을 늘려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외주도 적극적으로 써서 모든걸 내재화하지 않고 계속 적은 고정비를 유지할 것이다. 그래야 오래 버틸 수 있고 오래 버틸 수 있어야 새로운 분야인 환전업의 수요가 생기는 과정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전 서비스는 우리가 기술적으로 자신있게 생각하는 데이빗 거래소의 백엔드를 어느정도 활용해 개발하고 있어 다시 맨 바닥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분명 좋은 제품은 나올 것이다.

우리는 이제 비용이 크게 줄어 환전이라는 한 분야를 오래 파볼 수 있게 된 구조를 잘 유지해 볼 작정이다. 인원이 줄어 생긴 단점도 분명 있겠지만 한 분야에 딱 자리깔고 앉아 최대한 오래 버티며 제품 발전시켜 갈 시간적 여유-시간의 여유는 곧 월 고정비용의 극단적 통제에서 생긴다-가 생긴 점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얼마전 과거 내가 열여섯살 때 도메인 등록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경쟁했던 대표님을 20여년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나도 돈을 잘 벌었는데 금방 소문이 나며 너도나도 도메인 등록대행에 뛰어들어 한때 경쟁사가 200개 넘게 생겼다. 2001년쯤 되자 모두 돈을 못버는 상황이 왔고 2년 넘게 지속됐다. 우리도 그 2년을 못버티다 망했고 그 대표님은 인원을 극단적으로 줄여 끝까지 살아남은 세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그 3개 회사는 근 20여년 동안 꾸준히 수백억대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했다.

결국 서울로 바로 가든 부산이나 광주 찍고 가든 잠시 대구에 머물렀다 가든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으면 다시 서울 갈 기회는 생긴다. 하지만 회사는 망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과정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섯명이 남아도 그동안 만들어 놓은 제품이 있고 소스 코드가 있고 우리가 이걸 통제할 수 있고 100% 이해하고 있고 그간 쌓은 전세계적인 관계가 다 살아있으면 언제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고 끝나고 나면 그간의 모든 시간과 성과는 그야말로 제로가 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지만 실은 지금 9부 능선까지 넘은 상황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언덕 넘어 문만 열만 성공인데 마지막 언덕에서 인원 좀 줄었다고 ‘끝났네’, ‘포기하네’ 하는 자세로는 절대 인생에서, 사업에서 원하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내가 볼 때 지금이 2001년의 도메인쯤 되는 것 같다. 20년 전에는 끝까지 버틴 이가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하지만 끝까지 버틴 사람은 그 후 20년간 독점적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내 삶에 오롯이 남아있으므로 이번에는 결코 중도에 포기하거나 먼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그동안의 모든 자료와 네트워크, 경험을 가진 CEO와 CTO, BD 디렉터와 경영지원팀장이 남아 있으므로 인원이 줄었다고 우리가 특별히 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일은 사실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나는 처음부터 체인파트너스라 회사 이름을 지은 이유가 블록체인 산업의 외부 업체들과 폭넓은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파트너스’를 넣은 것이다. 우리와 함께 꿈꾸었고 산을 올랐던 100여명의 훌륭한 동료들이 도처에서 일하고 있고, 우리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그들과 앞으로 외부에서도 힘을 모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자체적으로 인원이 많을 때에는 힘을 합치지 못하던 외부 업체들과도 이제는 폭넓게 협력하고 서로 잘하는 일을 밀어줄 수 있다.

작은 조직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산업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과감한 시도로 많은 공부와 경험을 했다고 하나 기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대단히 비용 비효율적이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주주들이 한결같이 견지해 준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훨씬 더 타이트한 운영 방식을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싶다.

앞으로는 추가로 큰 펀딩이 이루어지더라도, 우리가 좋은 매출과 수익을 내는 날이 오더라도, 비용 비효율적인 고정비 확대는 지양하고 폭넓은 외부 협력을 통한 효율성 중심의 조직 운영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2018년 1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의미를 갖게될 것이요, 지나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자산으로 남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래 메일은 우리가 모든 사업을 재조명하기 시작한 때 전사에 쓴 메일이다. 그 후로 1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똑같은 선택과 집중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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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게 부끄러운 것이지 끝까지 도전하는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행히 16개월이 지나 이제 우리는 어느 산으로 가야하는지, 가고 싶은지 명확해졌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 속에서 실적과 평판에 있어 많은 손실을 보아야했다. 이 고통이 무의미하게 끝나는 일이 없도록, 나는 남은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다시 회사를 건강하게 키워보고 싶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가 그동안 내가 해온 일 중 가장 어렵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가 재미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다. 16개월을 사람들과 계속 헤어지며 치열하게 찾은 산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산을 향해 100여명이 우르르 몰려가면 또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많은 경험을 함께 겪은 소수의 등반팀과 함께 천천히 우직하게 새 산을 한번 타보려 한다.

우리가 시작하려 하는 새 여정에 힘을 보태 함께 가보고자 하는 주주들을 새로 기다린다.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것을 처음에는 사실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고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새로 가려 하는 산을 기관 투자자가 이제는 두려워서, 이해하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더 믿지 못해서 투자하지 못한다면 공감하는 개인들을 주주로 초대해서라도 나는 가보고 싶다.

우리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투명하게 일할 것이고 회사가 가는 길과 실패, 배움들을 최대한 솔직히 외부와 나눌 것이다. 그러다보면 괜히 안들어도 될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왜 가려고 하는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우리 행보를 이해하고 같은 편이 되어줄 이들도 그만큼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비로소 우리가 소수의 인원으로 바라던 땅에 가 닿을 수 있고, 그 땅의 주인이 될 날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지, 도움을 부탁드린다.

체인파트너스,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일본의 디지털 금융 제국 SBI 그룹의 사업전략

소프트뱅크그룹의 금융 자회사로 1999년 시작한 SBI 그룹의 IR Presentation을 분기마다 보고 있는데 이 회사가 참 대단하다. 일본이라는 큰 나라의 디지털 금융을 거의 혼자 끌고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페북에 쓰려다 내용이 많아 블로그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시간이 없어서 소회는 최소한으로.

아래는 2019년 Annual Report에 나온 CEO 코멘트인데 디지털 자산에 기반한 생태계 구축을 그룹의 핵심 방향으로 서두에 적어 놓았다. 물론 증권, 은행 등 기존 캐시 카우에 기반한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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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IR 자료에서 소개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투자 및 운영 현황이다. 채권평가사 모닝스타와의 JV인 모닝스타재팬을 SBI가 가지고 있는데 여기를 통해 디지털 자산 평가도 할 계획이고 R3와 Ripple 양쪽 모두에 투자를 해서 일본 시장용 JV를 양사와 모두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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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분율. Clear Markets은 미국에서 라이센스 받아 합법적인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취급하려는 거래소이다. CoolBitX는 대만계 콜드월렛 제조사인데 최근에는 FATF 권고에 따른 Travel Rule 솔루션인 SignaX를 만들어 SBI 그룹 계열 거래소에 제공하는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SBI의 그림을 보면 디지털 자산 수직계열화를 꿈꾸고 있는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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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 CapitalBase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나 크라우디의 일본버전이다. 라이센스를 받아 2019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로 분류하고 있는걸 보면 향후 STO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할거 같다.

SBI는 Ripple 미국 본사 지분의 10% 남짓도 보유하고 있다. XRP의 대부분을 RippleLabs가 소유하고 있으니 그 지분법 평가 이익만 해도 최소 수천억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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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송금 자회사인 SBI Remit은 현재는 MoneyGram을 통해 송금을 처리중이나 Ripple과 만든 자회사인 SBI Ripple Asia와 이를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남의껄로 고객 먼저 확보 후 천천히 백엔드 자기껄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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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SWIFT도 올해 연내 모든 국제 결제가 30분 내 처리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핀테크 송금 업체들의 장점이 다소 상쇄될 것이다. 결국 아래 설명처럼 SWIFT는 범용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30분 내, 핀테크 업체들은 범용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수분 내 송금 완료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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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 그룹은 요새 핀테크 회사들의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묶어 API로 만든 다음 이를 일본 내 지역 은행에 제공하는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러면 미리 지분 투자를 해놓은 핀테크 업체들의 거래도 늘고 SBI는 중간에서 API 사용료를 받을 수도 있다. Money Tap 역시 SBI가 키우는 회사 중 하나. (SBI FinTech Incubation은 자기 생태계에 넣을 핀테크 회사를 육성하는 Arm이고 SBI Neo Financial Services는 지역 은행에 API화된 핀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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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해 T-Point(우리나라로 치면 OK Cashbag)라는 e포인트를 만들어 이를 전계열사에서 현금처럼 쓰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SBI Neo Mobile Securities라는 자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SBI가 재밌는게 그 자체가 미국의 Charles Schwab이나 한국의 eTrade증권이나 초기의 e미래에셋증권처럼 온라인 증권사로서 전통 증권사를 파고들어 승리했는데, 이제는 자기파괴적으로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한 Neo 뱅크와 Neo 증권을 자회사로 또 만들어 세그먼트별 접근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자기들이 밀고 있는 소액송금 핀테크 회사인 머니탭과 젊은 세대 공략용 증권사 네오모바일 증권, SBI FXTRADE(외환 중개사), SBI VC Trade(크립토 거래소)를 T-Point로 연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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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사인 소프트뱅크, 야후 재팬, 그리고 이제는 라인을 통해 네오 모바일 증권과 은행, 증권, 외환, 크립토, 송금, 소셜렌딩(P2P 렌딩)까지 T-Point로 연계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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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 증권은 현재 일본 내 2위 증권사다. 1위는 역사와 전통의 노무라. 그러나 성장 속도는 단연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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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재팬과 제휴를 해서 야후 재팬 계정으로 바로 SBI 증권에 계좌 개설과 거래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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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라인이 야후재팬의 모회사 Z홀딩스에 합병되면서 SBI 입장에서는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증권, 외환(금리가 마이너스인 일본에서는 개인이 재테크를 위해 일상적으로 외환 거래를 한다), 은행, 그리고 VC(가상화폐), 핀테크까지 SBI가 보유한 여러 자회사를 Z홀딩스 계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에 공급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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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BI는 SBI Crypto라는 마이닝 전문 자회사를 차렸다. 지도와 같이 여러 지역에서 채굴하고 있고 작년에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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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SBI는 채굴장에 이어 채굴장비 개발에도 직접 나섰다. SBI Mining Chip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한창 개발중에 있다. 이정도면 세상의 어떤 금융사보다 크립토 사업에 열성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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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 그룹의 IR 자료에는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어마어마한 정보들이 있다. 소프트뱅크도 그렇지만 SBI 역시 IR을 아주 잘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어느 금융사가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 전략들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감의 표현이거나 다른 회사는 들어오지 말라는 선전보고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SBI 실적은 매년 무섭게 늘고 있다.

일본 디지털 금융의 향방을 알고자 하는 분은 SBI의 자료들을 샅샅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요새 한국 금융그룹도 신남방정책으로 동남아 금융사를 많이 사고 있지만 일찍이 SBI만큼 많은 나라에 여러 자회사를 가진 아시아 금융사를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 SBI는 SBI저축은행과 벤처캐피털인 SBI인베스트먼트를 운영중이다. SBI저축은행은 당연히 그 다음 기회-인터넷 은행과 같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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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이만 줄인다. 한국에서 이 정도 디지털 금융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카카오와 토스가 유력하고, 한화가 Lifeplus라는 브랜드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SBI의 전선에 비하면 시작 수준으로 봐야할거 같다.

자국에서 디지털 금융이라는 테마를 20년 전부터 딱 쥐고, 이를 레버리지해서 지역 확장(국제적), 영역 확장(디지털 자산) 하는 모습은 다소 두렵기까지 하다. 다만 금융은 규제산업이라 로컬사업의 성격이 다분하여, 디지털을 잘 이해하는 회사가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회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