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그곳을 향한다

할 수 있는걸 다 하면 안된다. 우리에게 기회로 보이는 많은 것들은 실은 엄청나게 많은 오퍼레이션 코스트가 든다. 아주 큰 일 하나면 작은 일 수십개보다 훨씬 크게 세상에 영향을 준다.

돈은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눈을 그만 멀게 한다. 따라서 정말 높은 차원의 자아실현욕을 가진 사람들은 가정을 지킬만큼의 월급이 나온다면야 스스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마음을 굳건히 다잡아야만 한다.

당장 눈 앞에 몇 푼 벌 기회가 있다고 흔들려 그 일만 부나방처럼 쫓다보면 더 큰 일을 상상하고 준비할 시간과 기회를 금방 날려버릴지 모른다. 자기가 진정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지조차 모른채 말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알량한 돈과 오만함에 취해 사라져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나도 사람인지라 이따금씩 흔들리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다.

더 원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눈 앞의 모든 사소한 기회를 쫓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이 탐욕을 쫓을 때 철학을 세우고 거기 마음을 같이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건전히 하나씩 실행해 나갈 때 그 회사는 존재의 의미가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르게 실행할 것이다. 우리의 행보는 반드시 우리가 일하는 분야의 모든 회사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결코 무리한 탐욕에 빠지거나 불필요한 일을 오로지 돈 때문에 하거나 우리만 잘되자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경쟁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헐뜯고 우리의 본심을 깎아 내리려 하겠지만, 시간이 결국 모든 것을 증명해준다. 내가, 우리 팀이 얼마나 진지하게 다음 차원의 제품 수준과 윤리 수준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가는 먼 훗날 시간이 설명해 줄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건전하고 건강한 회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본격적인 첫 장을 이제야 시작한다. 준비하는 지난 반 년간 두 번은 다시 못할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그래도 아주 훌륭한 팀원들과 한 배를 타고 출발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를 믿고, 이 분야의 미래를 믿고 함께 한 배를 타준 능력자들에게 망망대해의 출발선에서 깊은 의지가 된다. 어떠한 어려움도, 어떤 원대한 꿈도 이들과, 그리고 계속 합류중인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라면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여기서 필요한 것은 조급함을 갖지 않고 계속 우리가 찍은 길을 가는 것. 그리고 그 길을 굳건히 잘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리는 것일테다.

또 한번 과분한 사람들이 우리 배에 오른다. 누군가는 타고 누군가는 못탈 것이다. 지금 팀이 열여섯이 될 때까지 적어도 삼백명은 만나 인터뷰를 했다.

화려한 스펙이 탐나는 사람도 아쉬움 잔뜩 안고 떨어뜨렸다. 열정 넘치고 이 분야에 푹 빠져있는 사람도 너무 아까워하며 떨어뜨렸다. 과거 위자드였다면 양쪽 다 당연히 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은 스펙이 너무 과해서 언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사람도, 이 분야에 너무 빠져 균형감을 상실한 사람도 아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은 이 분야를 좋아하되 한계를 냉정하게 아는 시각. 내가 이 분야 최고들의 집단에 합류해 맡은 사업은 1등 시키겠다는 명확한 목표. 그리고 다른 어디에도 갈 수 있지만 오직 이 곳에 합류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

이런 것들을 가진 사람이 다시 우리 배에 초대되어 가장 멀고 험난한 항해에 함께 도전하게 될 것이다.
경쟁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시장이 있어 보이는 곳에 일시적으로 많은 회사가 태어났다가 다시 먹을게 없어 줄어든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실력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살아 남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게임이다.

그러려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급한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배가 사라져야 하는 날까지 고려해 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찌 한 사람 한 사람 초대하는 일이 소홀해질 수가 있을까? 계속 우리 팀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조금의 타협도 없이 최고만을 태우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믿음이 또한 그대로 이 팀의 일원임이 엄청난 자부심이자 책임으로 각자에게 와닿으리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 또한 이런 팀의 일원임에 깊은 자부심과 용기를 갖는다.

지금으로부터 11년 5개월 전, 내 전 회사인 위자드웍스를 시작히며 블로그 첫 글을 아래와 같이 남겼었다. 신기하리만치 지금 감정과 동일하다.

나는 적어도 버티는건 바다 저 끝까지 가 보았는데, 이번 항해도 버티는건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있다. 버티다 보면 지금 같이 뛰는 선수들은 어느새 다 바뀌어 있다.

다시, 10년쯤 지나 이 글을 꺼내볼 날을 상상하며 기록해둔다.

“부디 앞으로 체인파트너스의 행보가,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이길 빈다.”

체인파트너스 전 분야 공개채용 (경력/신입)

한국 최초의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에서 전 분야 경력직 및 인턴 채용을 시작합니다.

체인파트너스는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이 설립 3개월만에 20억원을 시드 투자했고 Steem, Zcash, Sia, Qtum, EOS, Bitshare, Yunbi 등 세계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시드 투자한 InBlockchain 펀드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투자한 블록체인 회사입니다.

체인파트너스는 지난 2006년 위자드웍스를 설립해 위젯(1,700만명 사용), 솜노트(600만명 사용), 테마키보드(800만명 사용), 매직데이(300만명 사용) 등 10여년간 다양한 웹/모바일 히트작을 개발한 표철민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Google, Skelter Labs, Fast Track Asia, Yello Mobile, 신한금융투자, DS자산운용 등 IT와 금융 Background의 업계 최고 인재들이 모여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체인파트너스의 원칙과 철학, 우리가 바라보는 블록체인 업계의 20년 비전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세요.

1. 우리가 바라보는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20년 비전 – http://bit.ly/blocktoday
2. 체인파트너스의 Mission Statement가 담긴 글 – http://bit.ly/chaindesign
3. 체인파트너스를 시작하게 된 결심 이야기 – http://bit.ly/chainpartners
4. 우리의 근무 환경 – http://bit.ly/chainoffice

더불어 체인파트너스가 일반인들의 블록체인/암호화폐 학습을 위해 무료로 공개해 온 자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원 과정에서 참고가 되시기 바랍니다.

1. 우리가 연구한 전세계의 블록체인 비즈니스들 – http://bit.ly/chainbiz101
2. 블록체인과 컨텐츠 비즈니스의 기회 발표자료 – http://bit.ly/contentbiz
3. 암호화폐 입문자를 위한 공부 방법 자료 – http://bit.ly/chainbeginner

이번 경력직 및 인턴십 채용 부문과 지원 방법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체인파트너스 경력직 및 인턴십 채용 공고>

* 채용 부문

[경력직]

Ruby 개발자

– 블록체인을 이용한 웹서비스, API 서버를 개발합니다.
– Ruby on Rails 개발 경험을 우대합니다.
– RDS 설계 경험을 우대합니다.
– TDD 개발에 익숙하신 분을 우대합니다.

Elixir 개발자

– 대용량의 동시성이 요구되는 웹서비스를 개발합니다.
– Phoenix 사용 경험 있으신 분을 우대합니다.
– Erlang, Ruby, Clojure 등 유사 언어 사용 경험을 우대합니다.

Web Front-end 개발자

– JSON-RPC 와 WebSocket 을 이용하여 SPA를 작성합니다.
– React, Vue.js, Elm 등 최신 웹스택 사용 경험을 우대합니다.

Web Publisher

– 디자인을 완벽하게 HTML/CSS로 변환합니다.
– Adaptive layout, CSS animation 적용 경험을 우대합니다.
– Web Frontend 개발 경험을 우대합니다.

iOS 개발자

– 암호화폐 관련 iOS 앱을 개발합니다.
– Hybrid app 개발 경험을 우대합니다.
– Swift, Rx 등 최신 기술 사용 경험을 우대합니다.

Android 개발자

– 암호화폐 관련 Android 앱을 개발합니다.
– Hybrid app 개발 경험을 우대합니다.
– Kotlin, Rx 등 최신 기술 사용 경험을 우대합니다.

이더리움 개발자

– 업계 1위 기업들과 ICO 없는 토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 ERC-20 토큰 개발 및 Dapp 개발/Audit 업무를 담당합니다.
–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유경험자를 우대합니다.

UI/UX 디자이너

– 회사 브랜딩(Corporate Identity)과 제품 UI/UX 디자인을 함께합니다.
– 추후 디자인팀이 커지면 선호에 따라 분야를 나눌 계획입니다.
– 블록체인/암호화폐를 대중에 쉽게 전달하는 접점을 설계합니다.

– 웹/모바일 서비스 UI/UX 디자인 경력 2년 이상
– 필수는 아니지만 퍼블리싱이 가능하시면 더욱 우대합니다.

서비스 기획자/PM

– 우리의 얼굴이 될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 일정을 관리합니다.
– 서비스 스토리보드 작성과 UX 설계 경험이 있으시면 좋습니다.
– 암호화폐/블록체인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시면 좋습니다.
– 웹/모바일 서비스 기획 경력 2년 이상
– 포털/스타트업 경력자를 우대합니다.

Global Partnership / Biz. Dev.

– 체인파트너스의 해외 파트너십을 발굴/개발/확대해 갑니다.
– 항상 긍정적이고 딜 메이킹이 가능하신 분을 선호합니다.
– 파트너십/제휴/세일즈 분야 경력 2년 이상
– 영어 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어야 합니다.

서비스 마케터

– 암호화폐/블록체인 서비스의 마케팅을 담당합니다.
– 다양한 온오프라인 캠페인 진행 경험을 우대합니다.
– 에이전시/스타트업 마케팅 경력 2년 이상
– 퍼포먼스 마케팅 유 경험자 우대

Business Strategy / EIR

– 전사/사업 부문별 사업 전략 수립과 추진을 주도합니다.
– 자회사 설립시 대표를 맡는 CEO 상비군 역할을 합니다.
– 컨설팅/IB/포털/대기업 전략실 경력 2년 이상
–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Tokenizing Consultant

– 전통 산업군 비즈니스 모델의 토큰화(Tokenize)를 설계하고 제안합니다.
– 이미 매출이 큰 회사들과 토큰을 개발해 유통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갑니다.
– 암호화폐/블록체인 구조 및 백서에 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및 제안 업무 경력자를 우대합니다.

Researcher in Residence (사내 블록체인 연구원)

–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 Dapp 등을 연구하고 발표합니다.
– 리서치 및 백서 작성, 사내외 교육 및 교재 개발을 담당합니다.
– 블록체인/암호화폐 구조에 관한 해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경력/학력 무관. 오직 블록체인의 전문성만 판단합니다.

[신입]

신입 개발자 (Back-end/Front-end 무관)

–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웹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게 됩니다.
– Ruby, Python, NodeJS, Elixir, React, Elm 개발 경험이 있다면 우대합니다.
– 대학 졸업(예정)자, (재학중이라면) 휴학 가능자만 지원 가능합니다.

신입 UI/UX 디자이너

– 블록체인 관련 웹/모바일 서비스 UI/UX 디자인 업무를 담당합니다.
–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는 분을 우대합니다.
– 대학 졸업(예정)자, (재학중이라면) 휴학 가능자만 지원 가능합니다.

[채용 연계 인턴십]

IT 영업 인턴

– 비트코인 PG 서비스의 오프라인 사장님 대상 영업 업무를 담당합니다.
– IT 영업 업무에 대한 열의를 중시하며 성과에 따라 정직원 전환 가능합니다.
– 인턴 기간은 2017년 12월 20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입니다.
– 인턴 기간 중 월 200만원의 급여와 수료증을 제공합니다.
– 대학 졸업(예정)자는 물론 재학(휴학)중이라도 지원 가능합니다.

마케팅 인턴

– 암호화폐 거래소, PG, 모바일 앱 등 서비스의 마케팅을 담당합니다.
– SNS 마케팅 경험을 우대합니다. (지원시 기재)
– 인턴 기간은 2017년 12월 20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입니다.
– 인턴 기간 중 월 200만원의 급여와 수료증을 제공합니다.
– 대학 졸업(예정)자는 물론 재학(휴학)중이라도 지원 가능합니다.

UI/UX디자인 인턴

–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UI/UX 디자인을 담당합니다.
– 인턴 기간은 2017년 12월 20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입니다.
– 인턴 기간 중 월 200만원의 급여와 수료증을 제공합니다.
– 대학 졸업(예정)자는 물론 재학(휴학)중이라도 지원 가능합니다.

* 지원 방법 및 기간

2017년 11월 20일 월요일부터 12월 8일 금요일 밤 10시까지 저희 온라인 채용시스템(http://apply.chain.partners)을 통해 접수해 주세요.

개발자의 경우 이력서만 보내시면 되고 비개발 포지션은 자유 형식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또는 자기소개서를 등록해 주시면 됩니다.

(원티드에는 12/3 마감으로 등록되어 있으나 포지션 대거 추가로 저희 시스템을 통해 12/8까지 접수 받습니다.)

* 대우 및 혜택

주 5일 팀별 유연근무제 운영(팀 내 협의에 따라 근무 방식 자율). 자기 일만 잘하면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기업문화. 경력자 연봉 최대한 존중. 전 사원 스톡옵션 지급(경력별 차등).

인턴 포함 입사자 전원에게 업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블록체인/암호화폐 교육 프로그램 제공(사내 전문 연구원들과 표철민 대표가 직접 교육)해 최단기간에 업계 적응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

IT 장비 구입비(맥북/아이폰X 등 개인 선호에 따라 완전 자유) 재직기간 중 매월 10만원씩 제공(인턴 제외). 명절 때마다 암호화폐 선물 지급(지난 추석엔 Kyber 제공).

업계 최고의 동료들과 눈치 없이 일할 수 있도록 HR에 모든 창의적인 정성을 쏟아 운영.

* 채용 문의

recruit@chain.partners 로 관련된 모든 문의를 보내주시면 친절히 회신드리겠습니다.

체인파트너스에는 현재 16명이 있고 이번 채용을 통해 내년부터는 25명 규모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2018년에는 더욱 멋진 분들과 재미난 일들을 벌여갈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인생이 오는만큼, 우리 팀도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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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hain Partners Team

블록체인은 현재 어디쯤 와있나?

비트코인

바야흐로 블록체인의 시기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처음이자 최고의 성공 사례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하나당 $7,300을 넘어서며 시총 130조원을 넘어섰다. (주지할만한 사실은 불과 2년 전인 2015년 10월쯤엔 개당 $240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같은 화폐 발행주체나 시중은행 같은 신뢰 중개자 없이도 가치의 교환 또는 신뢰 거래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아직까지 익명으로 추정되는)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2008년 개발됐다.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컴퓨터들이 거래가 참인지 여부를 검증하도록 설계하여 적어도 9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큰 사고 없이 훌륭히 거래를 검증해 내며 현재 가치를 부여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은 계속 줄고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실제 생활에 쓰이고 있지는 않은 형편이다. 그저 아직은 투자 수요의 급증만이 가격 급등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BitPay와 일본의 GMO 등 비트코인 PG 회사들이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다. 그 결제액은 2017년 현재 각각 월 $1B(1.1조원)와 10억엔(100억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현재 전세계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거래액은 월 150조원 안팎으로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대안의 필요성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어느새 한참 되면서 많은 단점이 발견되었다. 초기 개발자가 매 10분마다 거래 내역을 모아 이를 거래 검증에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들이 나눠 갖도록 설계한 까닭에 단 한 번의 거래 검증에 최소 10분이 걸리는 문제가 가장 컸다.

하물며 거래당 비싼 수수료(11월 현재 6천원 내외)를 내야해 이체 수수료가 대부분 무료인 인터넷/모바일 뱅킹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또한 총량이 고작 2,100만개 밖에 안되고 대형 보유자들은 꼭 쥐고 내놓지 않아 시장에 깔려 거래되는 물량이 극히 적었다. 그러다보니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하는 사태를 자주 보였다.

이처럼 부족한 성능과 물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후발주자들이 계속 새로운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발표했다. 그 중에 이더리움도 있었다.

[개념설명] 여기서 ‘프로토콜’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말한다. 그렇담 ‘퍼블릭 블록체인’이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채굴(거래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해당 블록체인에서 통용되는 자체 코인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말한다.

반대편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주로 회사에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블록체인이며 회사의 내부 자료나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쌓인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의해 지정된 컴퓨터만 채굴(거래 검증)에 참여할 수 있으며 거래를 검증하는 컴퓨터에 대한 보상이 따로 필요 없거나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어 대부분 자체 코인이 따로 없다.

리플(Ripple)처럼 채굴은 회사가 지정한 노드만 참여할 수 있지만 자체 코인을 갖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프로토콜도 존재한다. 리플은 은행간 국제 송금에 쓰이는 SWIFT망을 대체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프로젝트여서 운영의 주체(회사)가 필요한 당위가 있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이런 경우를 ‘보다 중앙화돼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기형적인 케이스로, 일반적인 경우 퍼블릭 체인과 프라이빗 체인은 채굴 참여 여부와 코인 유무로 간단히 나누어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더리움

2014년 비탈릭 뷰테린에 의해 만들어진 이더리움은 총량을 비트코인의 5배 가량인 1억개 이상으로 늘리고 거래 체결 속도(1 confirm = 한 번 거래를 검증 받는 시간)를 1분 내외로 줄였다. (이 거래 체결 속도는 이후 3년간 꾸준히 개선되어 2017년 11월 현재 평균 20초 내외로 줄었다.)

비트코인의 전통적 단점들을 보완한 프로토콜은 사실 라이트코인 등 이더리움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코인 위에 스마트 계약을 얹었다. 스마트 계약은 기계가(정확하게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람간의 합의가 반드시 이행되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 계약은 1996년 암호학의 대가 Nick Szabo가 처음 개념적으로 제안했고 이더리움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현되기에 이른다.

가령 내일 아침 9시 이전 서울의 강수량이 10mm 이상일 때 A가 B에게 1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치자. 반대로 10mm 미만일 때는 B가 A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어느 한 쪽이 돈을 주기 싫어서 도망갈 수도 있고 계좌에서 돈을 미리 빼놓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이더리움에서는 양쪽의 계좌를 미리 담보로 걸고 반드시 해당 계약이 이행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그러면 A와 B는 상대방의 변심이나 부재를 걱정할 필요 없이 계약에 돈을 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보험사가 하던 일을 스마트 계약이 대신 할 수 있고 은행이 하던 대출업이나 증권사가 하던 거래의 중개 기능도 스마트 계약이 대체할 수 있다.

이더리움 프로토콜의 내부 화폐로 쓰이는 이더(ETH) 가격이 올들어 급등한 원인도 그런 기존 금융의 틀과 존재의 이유를 송두리채 흔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가능성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th
이더 거래가 시작된 2015년 8월부터 올해 가격이 급등한 구간의 그래프. 매우 가파르다.

특히 JP Morgan과 MS, Intel, Accenture, Santander, Credit Suisse, ING, BNY Mellon 등 세계적인 은행과 IT기업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구 모임인 EEA(Ethereum Enterprise Alliance)를 조직했다는 발표가 있던 2017년 2월 28일을 기점으로 이더리움이 블록체인계의 표준처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가격 급등의 구체적인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토큰

이더리움 프로토콜은 스마트 계약 외에도 개인이나 기업, 소모임이 자기 이름을 딴 코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이 기능은 이더리움 내에서 ‘ERC-20 토큰’이라고 부른다. 이하 우리도 비트코인(BTC), 이더(ETH) 등 프로토콜 상위 단위로 통용되는 코인과 구분하기 위해 보다 하위 개념의 ‘토큰’이라 부른다.)

이 기능을 쓰면 심각한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 없이 누구나 자기 토큰을 만들고 이더리움 전자지갑을 통해 주고 받을 수 있어 이더리움 흥행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무엇보다 복잡한 채굴(거래 검증) 과정을 설계할 필요없이 이미 엄청난 수의 컴퓨터가 검증에 참여하고 있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거래 검증을 위임하기에 처음부터 해킹 같은 보안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동작하는 ERC-20 토큰을 이용한 신규 암호화폐 발행(ICO, Inicial Coin Offering)이 올해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간단한 홈페이지와 A4용지 20장 내외의 간략한 컨셉 백서(Whitepaper) 하나로 몇십억에서 많게는 천억이 넘는 가치의 이더가 모금되자 점점 더 많은 팀들이 ICO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제각기 다른 꿈을 꾸는 수많은 ERC-20 토큰이 양산돼 2017년 11월 16일 현재 1.2만종이 넘는 토큰이 이더리움 위에 생겨났다.

ICO

물론 1.2만종의 토큰 중에는 테스트용이나 공부 목적으로 발행된 토큰도 있겠지만 이더리움의 토큰이 ICO 진입장벽을 크게 낮춤으로써 ICO 활성화에 불을 당긴 점은 주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EOS나 Qtum처럼 신규 프로토콜을 지향하는 블록체인들조차 우선 이더리움용 ERC 토큰으로 자기 코인을 내놓았다는 점(추후 자체 프로토콜이 오픈하면 ERC 토큰을 자체 코인과 1:1 비율로 교환해줌)으로 미루어 볼 때 마치 이더리움이 ‘ICO를 위한 프로토콜’로서 이 시장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ICO에 투자된 자금은(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투자액이 아니라 순수 신규 암호화폐 발행에 유입된 금액) 2017년 10월 7일까지 2014년 이후 3년간의 누적 ICO 투자액 $2.67B(2.94조원) 중 75%에 해당하는 $2B(2.2조원)에 이른다.

ico

그리고 ICO 열풍은 이제 막 시작됐다. 중국과 한국이 이미 올 여름 ICO 광풍을 경험했고 한 템포 느리게 올 가을에 와서야 비로소 MIT Technology Review, Business Insider, Re/code, TechCrunch 등 미국의 유력 테크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ICO를 다루고 있다.

그 사이 이미 진작에 Sequoia와 Andreessen Horowitz, Angelist의 CEO인 Naval Ravikant 같은 유명 VC들은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헷지펀드에 투자해 500~1,000%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0종 이상의 암호화폐가 새로 ICO를 진행중에 있고 Y Combinator 같은 실리콘밸리의 유력 엑셀러레이터도 본격적으로 블록체인과 ICO에 눈을 떴으니 앞으로 그 수는 계속 증가하지 않을까 한다.

특히 OmiseGOKik, Wax, Up.live, Playkey 등 이미 기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이 ICO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지점이라 생각한다. 실제 태국의 중소 PG사였던 Omise는 ICO 직후 경쟁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규제의 본격화

우리나라는 2017년 3월 전후로 개인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폭증하며 2017년 8월 기준 하루 거래량이 코스닥을 넘는 일까지 생겼다.

하루 수십~수백 %가 오르 내리는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오자 정부는 2017년 9월 1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위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처음으로 연다.

다양한 발표를 했지만 핵심은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가 부여된 가상통화(정부의 표현)의 발행을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앞서 지난 7월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앞으로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가 부여된 토큰의 ICO를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데에 결을 같이 하는 발표였다.

미 SEC와 한국 정부의 발표로 이미 국내외에서 ICO를 준비중이던 업체들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많은 프로젝트가 프로젝트 성과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 또는 전부를 토큰에 분배하는 일종의 배당권을 설계해 넣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생 ICO 토큰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넴(NEM) 등 이미 몇년의 역사를 지닌 프로토콜 코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시총이 낮게 형성된다. 또한 프로토콜 코인보다 DApp(프로토콜 위에 올리는 앱)에서 사용하는 토큰들은 상대적으로 장기 보유의 인센티브가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토콜 코인이 제공하지 않는 이익 분배 등의 보상을 설계해 넣는 것이 당시 ICO들의 주요 설계 방향이었다.

그런 식으로 탄생한 토큰이 분기별 운용 수익에 대한 배당권이 부여된 암호화폐 펀드 토큰인 TaaS나 카드 사용액의 정률로 토큰 보유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암호화폐 직불카드(Debit card) 토큰인 TenX PAY 같은 것들이다.

7월 25일 SEC의 발표로 미국 일부 거래소는 미국 시민에 한해 IC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의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중국 정부 역시 2017년 9월 4일 중국인의 암호화폐 신규 발행 및 투자를 금지한데 이어 9월 10일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전면 폐쇄를 발표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한다.

해도 되지만 해서는 안되는

9월 1일 한국 정부의 ‘증권화된 ICO 금지’ 발표는 거꾸로 시장에서 ‘그럼 증권화되지 않은 ICO는 허용해 준다는 말 아니야?’라는 의도치 않은 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한국에서 ICO를 준비하던 많은 팀들이 너도나도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를 뺀 순수 토큰으로 ICO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이 즈음 여러 국내팀들이 모금 규모 수백억에 달하는 ICO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전국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ICO를 줄이자고 발표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9월 29일, “권리 부여의 유무를 막론하고 모든 가상통화 신규 발행(ICO)을 전면 금지한다“는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는다.

업계가 모두 당황했지만 가장 애매한 것은 ‘그럼 발표 전에 ICO를 마친 프로젝트는 괜찮고, 발표 이후의 ICO만 금지되는 것인가?’하는 문제였다. 또한 발표내용은 ‘앞으로 규제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것이지 ICO 전면 금지의 법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많은 ICO 업체들이 로펌으로 달려갔다. 대답은 “사실 아직 법제화된 것이 아니니 형사처벌 받을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국이 하지 말라는 일이니 하게 되면 당국의 관심을 받게 될거 같긴 하다. 따라서 진행 여부는 전적으로 대표님 의사에 달렸다.”는 극히 모호한 대답들이었다.

통제가 낳은 풍선효과들

중국 역시 ICO를 통해 모금된 자금의 전액 환불과 암호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 조치는 오히려 암호화폐 거래의 음성화라는 역효과를 낳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9월 2일 $4,928달러 고점을 찍은 후 중국 정부의 ICO 금지와 거래소 폐쇄 방침이 연달아 알려지며 $3,387달러(9월 15일)까지 빠졌으나 다시 급상승을 거듭해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16일 현재 $7,31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당국의 거래소 폐쇄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개인들끼리 P2P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도시에서 오프라인 환전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손쉽게 위안화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종전 중국 당국은 거래소만 옥죄면 되었으나 대부분의 거래가 음성화되며 이제는 훨씬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의 많은 ICO 업체들은 포기 또는 강행의 기로에서 각자 선택하고 있다. 강행을 택한 프로젝트는 스위스, 에스토니아, 지브롤터,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 재단을 설립하는 형태로 정부의 금지 방침을 쉽게 우회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암호화폐 발행의 매력과 시장 성장의 속도를 각국 당국이 효과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여러 부분에서 풍선효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똑같은 상품을 전세계 수백개 거래소에서 취급하고 거래와 이동이 용이해 한 나라의 규제를 다른 나라를 통해 간단히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거시 경제 정책을 짜고 돈을 중앙은행이 발행해 시중 은행을 통해 풀며, 국가가 통합 운영하는 증권 거래소에서는 주로 자국 기업의 증권만 거래되어 온 기존 경제 질서에서는 ‘통제와 정책의 개입’이 대단히 요원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암호화폐 시장이 작지만, 만약 지속적으로 커진다고 감안할 때 한 국가의 정책이 원하는대로 작동할지 여부는 ‘동일상품의 세계 거래’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릉역 오피스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지난 4-5년전부터 다단계 조직들이 비트코인 소스 코드를 가져다(오픈 소스이다 보니) 이름만 바꿔 다양한 코인을 팔고 다녔다. 그나마 비트코인 코드라도 가져다 쓰는 경우는 양호한 편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인 경우도 있었다.

내가 최근에 놀란 장면 중 하나는 지난달 선릉역 오피스텔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거기 블록체인 스타트업 입주해 있어서 갔는데 그 회사 멤버 말이 이 오피스텔 곳곳이 ‘코인 하는 집’들이란다. 엘레베이터를 타서 최근에 OO코인에 투자한 이야기를 했더니 우연히 같이 탄 모르는 사람이 “안그래도 나도 그걸로 크게 벌었다”며 맞장구를 치더란다.

OO코인(프로젝트명은 이미 거기 투자한 수천~수만명을 보호하기 위해 밝히지 않는다) 일정기간 돈을 묶어두면 연간 30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전형적인 사기 구조의 코인이다. 투자 금액이 클수록 묶이는 기간이 줄어든다. 그들은 “트레이딩봇을 돌려 수익을 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한다”지만 실제로는 뒤에 들어온 투자자 돈을 앞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Ponzi) 사기다. (그 코인의 성공으로 또 그 코인의 구조를 똑같이 베낀 유사 코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그 분께 “매우 조심하시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저도 사기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도 6개월 중에 벌써 2개월이 지났다”며 “제가 아는 언니는 천만원 넣어서 6개월만에 몇억 벌어 수입차 타고 다닌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놀란 까닭은 사기 코인인지 몰라 참여하는게 아니라 알아도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런 참여자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저런 사기에 알면서도 동참하고 있을까 소름이 돋았다.

코인 사기에 관한 소식은 요새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올라오고 있다. (1, 2, 3, 4) 이 분야에 있다보면 환멸을 느낄 정도로 이상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백서나 웹사이트 하나 없이 카카오톡 ICO만으로 1,600억을 모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식당이나 매장 주인들에게 무슨무슨 코인 투자하라며 영업사원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곤혹스러운 당국자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천억의 사기를 내고 잠적한 ‘이더트레이드’를 비롯해 이미 코인 사기 규모가 조 단위를 넘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경이 파악하고 있는 규모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사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역설적으로 200억 정도 규모의 ICO 하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건전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정부 당국의 인식은, 실은 충분히 적확하다. 지난 10월 24일 서울경제신문 주최 조찬 모임에 참석했다. 당일 주제는 블록체인이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최 위원장은 연설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산업 전반, 특히 금융업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은 아마 여기 참석자들 중 아무도 이견을 다는 분은 안계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융위도 산업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구분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얼마나 많은 돈이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로 흘러 들어가는지 은행의 자금 흐름을 통해 파악하고 있고, (실제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얼마나 많은 코인 사기가 횡횡하고 있음을 보고 받고 있는 당국자의 곤혹스러운 입장 표명이 아니었을까 한다.

ICO, 결코 이 방법밖에 없는가? – 대안 1) 적격투자자 제도

업계학계에서는 산업 발전 저해를 주장하며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대판 적기조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ICO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미국 로펌이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들로부터 받는 투자는 50인이 넘어도 공모로 보지 않는다’는 자본시장법의 특례 조항을 발빠르게 찾아내 SAFT라는 우회 방안도 개발했다.

자산 규모 100만불 이상, 연 소득 20만불 이상이어야 적격투자자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만 모아 미국에서 진행하는 ICO에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로펌들이 미국의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Angelist와 협력해 SAFT를 도입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Coinlist를 만들었다. 거기서 진행한 첫 투자가 Filecoin이라는 ICO이고 이 프로젝트는 적격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달만에 $252M(2,770억)을 모았다.

우리나라도 이미 적격투자자 제도가 있고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서도 적격투자자의 투자는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49인에 카운트하지 않는다. 따라서 SAFT와 유사한 형태로 투자 리스크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투자하도록 하는 것도 정부 당국이 ‘산업 발전 저해’의 짐을 지지 않기 위해 검토해 볼만한 대안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lecoin은 더 안전한 진행을 위해 ICO를 마친 후 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미국에서 진행되는 여러 ICO들이 자발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는 SEC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적격투자자 제도 활용 방안은 현행 국내 자본시장법상 공모 조건에 카운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부가 ‘모든 종류의 ICO 전면 금지’를 선언해 놓았기 때문에 여전히 ICO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부 입장에서 산업 발전 저해 목소리에 타협하기 위해 검토 가능한 대안이라는 뜻이다.

대안 2) 공모 없는 토큰 발행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토큰 발행 모델은 공모(ICO) 없는 토큰 발행 방향이다. 비트코인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러했듯이 공모 없이 시장에 먼저 내고 추후 시장의 인정을 받으며 가치가 상승하는 모델이다. 이것이 토큰 발행 모델 중 가장 건전하고 진지한 방향이 아닌가 한다.

물론 공모를 해야만 자기 돈을 투자한 사람들이 열심히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응원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감이 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산형 슈퍼 컴퓨팅 네트워크를 개발하겠다는 Golem처럼 이른바 ‘로켓 사이언스’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에는 그만큼 많은 초기 개발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세계 어느 VC도 아직 백서뿐인 터무니없는 꿈에 개발비 수백, 수천억을 꽂아줄리 없으므로 ICO는 그런 초대형 프로젝트에는 분명 대체불가능한 자금 조달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ICO 프로젝트들이 필요한 돈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 자신 있으면 VC 투자 받아도 되는 프로젝트들이 단지 VC보다 ‘돈 받기가 쉽다’는 이유로 ICO를 택하고 있다. 만약 기존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나 Dapp들보다 획기적인 개선 아이디어가 있다면 ICO 없이 먼저 개발해 진검승부를 해보면 어떨까? 시장의 필요와 완성도를 입증 받아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ICO에 관한 오랜 고민 끝에 그것만큼 건강한 프로젝트 진행 방식이 또 있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돈을 투자해야 우리 제품을 열심히 홍보해주기에 ICO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럴수도 있지만 좋은 가치를 시장에 제공하지 못한 제작자의 부족함을 방증하는 핑계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별도로 신청 받아 토큰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그들을 중심으로 국가별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해 활동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토시가 ICO해서 지금의 비트코인이 됐나?

돈이 불필요하게 많으면 반드시 Spoil된다. (영어 표현은 지양하지만 딱맞는 한글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아끼면 1억이면 될걸 10억을 쓰게 된다. 그러다보면 본질보다 외형, 실제 가치보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이미지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따라서 ICO를 통해 돈을 왕창 ‘땡기고’ 시작하는 것의 문제는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약속한 가치를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깊게 연관된다. 역설적으로 10억을 모아주면 실제 약속한걸 제공할 수 있었던 팀이 100억을 모아준 까닭에 싸우고 와해되고 엉뚱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팀이 스스로 냉정하게 돈이 필요해서 프로젝트를 만든건지, 정말 그 프로젝트를 안하면 죽을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개발비가 필요한건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후자라면 그 프로젝트 할 정도의 돈은 다른 조달방식으로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그 팀은 필연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된 것일테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ICO 해서 지금의 비트코인이 된 것인지, 진짜 뭘 할 수 있어서 그걸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멋있는 팀은 이런 때에 어떤 액션을 취하는 팀인지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블록체인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ICO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면서 굳이 블록체인을 쓸 필요가 없는데 블록체인을 쓰겠다는 프로젝트가 너무나도 많아졌다. 나는 그것들을 ‘블록체인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꿈이 말은 되는데 굳이 블록체인을 안 써도 이미 인터넷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들은 ‘잘 안돌아간다’고 주장하지만 조금만 백서를 보고 생각해보면 허점 투성이다.

최근에 만난 한 VC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농산물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에 올려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있던데 실제 당근 1kg이 창고에서 중간에 다른 당근으로 바꿔치기 되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사실 없습니다.”

뭐 당근을 싸는 망에 붙은 스티커 바코드로 결국 일련번호를 체인에 올려 추적하겠지만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은 원초적으로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감사하고 추적할 재간이 없다. 해당 VC가 본 프로젝트는 아마도 Ambrosus일 것이다. 최근에 ICO를 마쳤고 이더리움의 Co-founder였던 Gavin Wood가 Advisor를 맡아 유명세를 떨친 프로젝트다. (당초 홈페이지에는 Gavin Wood 개인이 Advisor로 올라가 있었으나 부담을 느꼈는지 지금은 소속 회사인 Parity로 올라가 있다.)

블록체인은 아직 현실의 혼란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 프로젝트는 농수산물 외에도 의약품 유통 과정 역시 중앙화된 회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위에 올려 투명하게 누구나 추적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비전은 너무나 멋있고 공감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의약품을 실은 트럭이 중간에서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해 바코드 스티커만 옮겨 붙이거나 가짜로 체인에 기록만 올라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배제 못한다.

따라서 비전은 아주 멋있지만 실제 이루어지기까지 어마어마한 논리적, 현실적 모순과 허점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Ambrosus는 ICO를 통해 당당히 400억 가까운 돈을 모았다.)

Ambrosus는 그나마 매우 양호한 편이다. 가장 많은 블로그 글과 백서를 통해 리서치를 가장 열심히 공개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 그런 프로젝트도 아직 현실 세계와의 연결에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우리가 미래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에는 아직 허점이 너무나 많고 100% 이해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ICO로 사람들을 속이기 너무 쉽다. 물론 투자해서 손해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기왕 투자할거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스스로 보는 안목을 기르기를 바란다.

단순히 블록체인이 요즘 핫하니까 블록체인을 억지로 끼워넣은 문제인지, 진짜 블록체인이 아니면 풀수 없는 문제인지, 블록체인 문제라도 그것이 지금 가능한건지 몇년 뒤에 가능한건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스스로 미래에 꼭 필요하다고, 정말 좋다고 외친다. 하지만 실제 반드시 블록체인이라야 풀 수 있는 문제는 ICO하는 업체들의 채 5%도 안되는 것 같다.

만약 정말 좋은 문제라면 왜 ICO 마케팅 대행사를 쓰고(일부 대행사는 다단계와 연결된다), 비싼 호텔을 빌려 전국 설명회를 열어야 할까? 모르는 사람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하며 이게 매우 중요하고 미래니 혁명이니 하면 그런줄 안다.

블록체인이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

진짜 그들이 풀고자 하는 블록체인 문제는 전세계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공통적으로 의미있는 문제인가? 아니면 (암호화폐의 시총이 아닌)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글로벌 Top 10에 들 수 있을만큼 전 지구적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사회 문제인가?

(Ambrosus는 전 지구적 문제 중 하나로 예상되는 농수산물/의약품의 유통 문제를 풀려고 나온 프로젝트임에는 분명하다.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한 모순점이 있다는 것뿐이지 이 시장 자체가 워낙 초기이고 이제 시작이니 꾸준히 지켜보도록 하자.)

이 프로젝트가 블록체인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딱 하나인거 같다. ‘이거 원래도 되는거 아니었어?’, ‘블록체인 아니어도 돌아가던 그거 아니야?’ 싶으면 그건 필시 블록체인을 위한 블록체인 문제다. 블록체인 하고 싶어 억지로 블록체인을 끼워 넣고 왜 그게 필요한지 논리를 만든 것이다.

블록체인은 어디쯤 와있는가?

이 분야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지난 5월 이후 하루 19시간씩 일하고 블록체인 공부하면서 이 분야의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실제 회사에서 오래 연구하고 준비한 사람일수록 “아직 산업에서의 사용은 터무니없이 이르다”는 공통된 의견을 주었다.

개인이나 학생들이 바라보는 블록체인은 다를지 몰라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 기술적인 완성도가 너무 미비하더라는 것이다. 아직은 클라우드가 벡엔드 구성 측면에서 훨씬 더 비용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블록체인을 적어도 2년 이상 연구해 온 여러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말했다.

이는 결코 은행이 보수적이라서가 아니었다. 은행의 블록체인 연구조직들만큼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을 소스 단에서부터 뜯어 보고 산업적 적용을 오래 검토해 온 조직은 찾기 어렵다. 내가 만난 여러 시중 은행의 블록체인 분야 담당자들의 기술과 응용 비즈니스에 관한 이해도는 한국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블록체인 도입을 검토할 때 생기는 문제들

그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역시 어차피 거래 검증을 회사가 지정한 노드(컴퓨터)끼리 하므로 전국 전산실에 주기적으로 백업하던 때와 비교해 성능과 비용, 보안 면에서 굳이 바꿀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지 오래였다. 블록체인을 공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부를 충분히 해본 결과 아직은 전환의 효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 계약 역시 실제 은행권이나 기업 현장에서 쓰려면 Oracle 문제(만약 내일 아침 9시 서울의 강수량이 10mm 이상일 때 A가 B에게 만원을 지급하는 보험을 스마트 계약으로 만든다고 할 때 강수량 정보는 현실 세계의 DB 운영사로부터 받아오거나 사와야 한다. 이때 탈중앙화된 계약이 중앙화된 회사나 DB를 참조하게 되므로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사람의 개입으로 인해 데이터가 위변조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블록체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데이터 무결성 문제로 이를 이 분야에서 Oracle 문제라고 한다.)로 인해 데이터 무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할 경우 세무와 회계 처리는 어떻게 할지 아직 전혀 정해진 바 없다. (이런 프로젝트가 준비중에 있기는 하나 각국 정부의 인정을 받아 산업에서 쓸 때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고가 났을 때 중간에 매개자가 없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어떻게 가를지도 모호하다.

탈중앙화된 인프라 운영을 선택할 경우 데이터는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고민도 있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IPFS 같은 데이터 분산 저장 프로토콜이나 이더리움 기반의 데이터 스토리지 스택인 Swarm 같은 서비스가 개발중이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기초적인 문제들도 아직 해결이 안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블록체인을 활발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증이 상용화의 첫 테이프를 끊다

그러니 현재 가장 활발한 산업에서의 블록체인 적용 사례는 인증에 머물고 있다. 금융권은 블록체인이 위협이라고 하니 하긴 해야겠는데 위와 같은 우려들로 인해 실제 거래 원장에 쓰긴 어렵고 거래와 크게 관련이 없는 회원 DB 정도에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사실 이 역시 기존 인증이 블록체인 인증을 바뀐다고 하여 사용자 효용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그렇다고 블록체인이 아니면 그 효용을 절대 못주는 것이었는지, 왜 그게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도입의 주체도 사실 뚜렷한 근거를 대지 못한다. 그저 아직은 ‘우리도 블록체인으로 뭔가를 하고 있어’ 정도의 PR 소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 시대가 오겠지만 아직은 비용 비효율적이다. 프라이빗 체인은 클라우드와 심지어 중앙화된 구성보다도 인프라로서 특별히 노력해 바꿀만큼 아직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안 강화를 말하지만 위 은행 전산실 사례처럼 퍼블릭 체인이 아닌 한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퍼블릭 체인보다) 성능이 빠르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인터넷 인프라가 훨씬 더 빠르다.

아직은 모두 1부 능선에

퍼블릭 체인도 이제 시작이다. 프로그래머블 퍼블릭 체인의 진수격인 이더리움도 겨우 2015년 7월에 알파 버전이 처음 출시됐다. 아직 만 2년 3개월 정도밖에 안됐고 로드맵상 개발 단계의 중반부(총 네 단계의 로드맵 중 세 번째인 Metropolis 단계가 다시 1, 2단계로 구분되어 현재 1단계를 건너옴)에 와있다.

프로토콜이 아직 개발중에 있으니 그 위에 Dapp을 개발해 올리는 것은 여전히 실험적이다. (현재 Dapp을 조금만 복잡하게 설계해 이더리움 메인넷에 올리면 수수료가 높아져 Dapp 사용성이 저하된다.)

개발 진척도 당초 일정보다 조금씩(원래 Metropolis 적용 계획은 6월이었다) 늦어지고 있고 프로토콜이 완성된다 해도 좋은 Dapp이 그 위에 많이 올라와야 한다. 또한 올라온다 해도 인터넷 사용자들이 기다렸다 줄지어 건너오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블록체인 대중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일의 기회와 오늘의 한계

그런 온갖 현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이 미래라는 데에 필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가깝게는 인터넷 인프라의 미래이자, 조금 후엔 금융의 미래이고, 더 먼 미래엔 세상의 미래라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자 없이 신뢰 거래를 할 수 있는 초석을 깔았다.

이는 ‘중개회사가 대체 왜 필요한가?’, ‘중개자는 무슨 일을 하길래 그토록 많은 수수료를 떼어가는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을 우리가 세상에 던질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껏 부동산 중개인이든 차량 딜러든 은행이든 증권사든 서로 경쟁할뿐, ‘여러분이 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가요?’와 같은 근본적 질문은 고객들로부터 받아본 일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쉽게 말해 블록에 기록된 모든 거래 기록을 누구나 열어볼 수 있음)과 위변조의 어려움(업계에서는 이를 비가역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중개자 없이도 A와 B의 신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계약이 완성 단계에 이르게 되면(아직은 아니다) 업체들간의 수수료 경쟁은 무의미해지고 곳곳에서 수수료가 아예 사라지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블록체인이 바꿀 수 있는 것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암호화폐는 아직 금융이 발달하지 않아 은행 이용이 어려운 30억명 이상의 개도국, 후진국 국민들에게 금융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전세계의 가치 이동이 아주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1973년 출범해 현재까지 무려 40년간 느리고 비싸도 그대로 쓰고 있는 국제 송금 네트워크인 SWIFT망은 반드시 어느 시점에 암호화폐를 이용한 더 빠르고 저렴한 네트워크로 대체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아무리 클라우드를 도입해 IDC를 이용할 때보다 저렴해졌다지만 여전히 적잖은 비용을 내고 있는 인터넷 기업이나 어느 순간 웹/앱 서비스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훨씬 저렴한(사실상 제로 비용에 수렴하는) 서비스 인프라가 될 것이다.

앱이나 파일 딜리버리에 자발적으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 노드(컴퓨터)들에게 토큰 보상을 주도록 설계해 개발자는 단 100원의 비용 없이도 막대한 양의 파일과 트래픽을 처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날도 올 것이다.

어쩌면 가장 오래 존재할 유니버셜 로그인

인증 또한 블록체인에 기반해 한 두 업체 서버에 내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암호화되어 들어 있고 나는 이용하려는 상품과 서비스에 내 개인정보에 대한 1회용 접근 권한(Access token)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껏 인터넷이 그랬듯 모든 개별 서비스 서버에 내 개인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사이트 가입을 수십 수백번 따로 할 필요도 없다. 마치 지금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로그인을 다른 수많은 앱들이 사용하듯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블록체인 인증이 그런 유니버셜 로그인 환경을 구현할 것이다.

먼훗날 언젠가 페이스북이 망하면 페이스북 로그인을 사용한 수십만개의 앱들은 접속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은 그렇지 않다. 인증 서버가 어느 한 업체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수만, 수십만대의 노드(컴퓨터)들에 동일한 로그인 정보가 (암호화된 채로) 똑같이 한 세트씩 복사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영원히 동작하는 통합 인증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일이다. 이미 Civic 같은 프로젝트가 열심히 뛰고 있다.)

블록체인의 혜택은 현실 세계 연결을 줄일수록 커질 것

또한 익명성을 강화한 일부 체인을 제외하면 누구나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과 이미 검증이 끝난 과거 거래 내역은 훗날 절대 수정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의 비가역적(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특징은 향후 유통이나 해운, 항만, 물류, 수송 분야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Ambrosus 사례처럼 유통 과정에 현실 세계가 끼면 블록체인을 쓰더라도 여전히 빼돌리기와 위변조가 가능하다. 따라서 시작은 주로 디지털 컨텐츠의 유통이나 암호화폐를 이용한 지불 과정에서 시작해 블록체인은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유통에 기여할 것이다.

마찬가지 예로 블록체인이 기부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부자와 수혜자가 양쪽에서 법정화폐로 돈을 주고 받으면 설사 중간에서 암호화폐로 바뀌어 유통된다 하더라도 양쪽 말단의 유통 과정에서 돈이 샐 허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기부자도 암호화폐로 내고 수혜자도 암호화폐로 받으면 모든 기부의 전달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으로 이루어지도록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기부금이 엉뚱한 곳으로 중간에 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듯 블록체인이 유통 과정을 개선할 가능성은 중간에 법화로 바뀌거나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구간의 비율과 정확히 반비례할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은 후진국의 부정선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 개별 사안에 대해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만약 블록체인과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도 종이로 투표할 수 있는 등 블록체인을 선거의 유일한 매개로 활용하지 않는 한 여전히 결과의 신뢰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금보다 나은.

익명 거래에 있어서도 블록체인은 더할 나위 없는 가치를 선사할 것이다. 거래 내역을 섞어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Dash와 같은 프로토콜을 비롯해 영지식 증명(zkSNARKs)을 이용해 아예 더 고도화된 익명성을 제공하는 Zcash 같은 프로토콜까지 점점 추적이 어려운 거래를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주로 현금으로 거래하는 지하경제를 흡수할 것이다. 암호화폐는 현금보다 보관이 쉽다. 막대한 5만원권을 뭍어 놓을 마늘밭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해외로 돈을 옮기기 위해 금괴를 삼킬 필요도 없다. 보관과 이동의 용이성 하나만으로도 지하경제가 암호화폐를 제대로 이해나는 순간 엄청난 사용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아직은 ‘이게 신기하게 구현은 된다’ 정도의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아직 인터넷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성능과 전혀 인터넷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는 사용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딱 ‘이게 돌아가긴 한다’ 정도의 수준이다. 인터넷 수준의 사용성을 기대하면 울고 간다.)

더불어 탈중앙을 지향하지만 이미 채굴풀, 거래소, 지갑, PG 등 대부분의 관련 기능이 모두 특정 사기업에 의해 운영되며 대단히 중앙화되어 있다. 또한 기업이 운영하는 중앙화된 서비스일수록 사용성이 훨씬 더 올라가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려면 탈중앙의 가치는 지켜질 수 없다. 기업들이 독점욕과 탐욕을 가지고 이 시장에 점점 더 많이 뛰어들수록 고객을 위한 쉬운 사용성, 더 편리한 서비스들이 개발될 것이다. 개인에게는 기업을 뛰어넘을 정도의 탐욕과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기 어렵기에 결국 블록체인은 극도로 자본주의적인 성격을 띄며 매우 혼란스럽게 발전해 갈 것이다.

그밖에도 앞서 언급한, 현실 세계 데이터를 무결성을 지키며 받아올 수 있는가 하는 Oracle 문제, 분산형 서비스는 파일을 어디에 두고 다시 불러올 것이냐 하는 분산형 파일 스택의 문제, 높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수료, Dapp을 어렵게 설계할 수 없는 프로토콜의 수준, 아직 프로토콜 경쟁도 시작이라 Dapp 개발에 어느 프로토콜을 쓸지 결정하기 어려운 점, 빈번한 블록체인 주변 생태계 서비스의 해킹, 각국의 정책 이슈 등 블록체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잔뜩 존재한다.

당장 가장 앞서 있는 프로토콜인 이더리움만 보더라도 내년에 POS 전환과 샤딩 등 너무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어 여전히 ‘안정화된’ 프로토콜이라 말할 수 없다. 개발이 여전히 극 초기 단계에서 진행 중인 현실 위에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내일의 기회를 만나는 날은 결코 1, 2년 뒤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첫번째 메이저 서비스가 나오는데 적어도 3년은 걸릴 것

개인적으로는 대중화된 블록체인 기반 컨슈머 서비스(한국의 인터넷에서 최초로 대중화된 컨슈머 서비스로 일컬어지는 ‘한메일’ 수준의 인지도를 갖는 서비스)가 나오는데 5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회사가 부단히 노력할 점을 감안하면 3년쯤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대중화의 가능성을 비추는 서비스는 등장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과 보안, 사용성이 어느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러 상용(Commercial) 서비스를 설계하는 개발자가 자기 제품 인프라에 블록체인을 사용할지 본격 고민할 정도로 블록체인이 오늘날의 클라우드처럼 안정화, 보편화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거라고 본다.

그리고 바로 그 때가 블록체인이 Geek과 Minority를 넘어 진정한 Majority 시대로 진입하는 출발점이라 본다. 요즘은 거의 아무도 서버를 직접 사서 IDC에 놓지 않는다. AWS(Amazon Web Service)를 써서 필요할 때 필요한만큼 탄력적으로 빌려서 쓴다. 바야흐로 인프라의 서비스화(Infra as a service) 시대가 된 것이다.

아마 5년쯤 지나면 블록체인의 인프라화(Blockchain as a infra), 블록체인의 서비스화(Blockchain as a service) 시대도 본격 꽃을 피우고 개발자가 AWS, Google Cloud 등 클라우드 대신에 선택 가능한 대안 인프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 블록체인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실험적이거나 ‘우리도 블록체인 할줄 안다’하는 과시용이거나 일부 Geek들만 쓰는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나는 왜 블록체인을 택했나?

그럼 나는 왜 블록체인을 택했나? 그 시대가 오늘 내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조금씩 빨랐다. 인터넷 사업도 2000년도에 시작해 인프라가 되는 도메인 등록 대행업을 했지만 너무 빨리 시작한 탓에 그 뒤에 컨텐츠와 서비스가 꽃필 땐 빛을 못봤다. 스마트폰도 열리자마자 들어가 초기 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유틸리티를 만들었지만 결국 꽃이 핀건 컨텐츠와 서비스였다.

올 들어 블록체인에 엄청난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며 대중화되기엔 다소 이르다는걸 깨달았다. 두 번의 빅 웨이브에 큰 파도에 너무 빨리 올라타는 바람에 오히려 멀리 못간 나로서는 블록체인이란 파도도 아직 빠르다는 점을 공부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었다. 아직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도입하기엔 기술적으로 부족한게 너무 많고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 모순도 곳곳에 있었다.

그래서 이 일을 업으로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좀 빨라도 할 것인가, 취미로 공부하다 때를 볼 것인가? 나는 전자를 택했다. 하지만 과거 두번의 파도와 다른 것은 이제 조금 빠르게 올라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 인식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좋은 제작자가 없는 넥스트 인터넷

왜 좀 빨라도 뛰어들었는가? 이 일이 너무 재미있다. 95년도에 인터넷을 처음 만나고 숨이 막히도록 재미있었다. 지금 22여년만에 그만큼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인터넷의 미래가 될 것이고 금융을 무너뜨리고 세상의 토대를 바꿀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지금 우리 앞에 던져져 있다. 웹서비스 제작자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 이토록 가슴 뛰는 기회가 또 있을까?

지난 6월 말 일주일을 작업해 간단한 블록체인 관련 웹서비스를 개발해 띄웠다. 그랬더니 전세계 블록체인계에서 비탈릭 뷰테린(이더리움의 개발자)과 투톱으로 불리는 댄 라리머가 직접 메신저로 연락을 해왔다. 고작 일주일 작업한 페이지를 보고 중국의 블록체인 거물은 내게 “지분은 니 맘대로 줘도 되고 난 단지 니 팀의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하며 12만불을 바로 다음날 계약서 한장 없이 보내왔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아, 이곳(블록체인 업계)이 정말 쓸만한 제작자가 없는 모양이구나.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솜노트와 매직데이처럼 적게는 수백만에서 위젯처럼 많게는 1,400만이 넘는 사용자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 본 우리의 제작 경험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면 이 업계의 서비스 수준을 아예 다음 차원으로 진입시킬 수 있겠다’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블록체인을 택하고 여기에 다시 제작자로서 혼을 담아보기로 결심한 이유다.

탈중앙화된 세상의 꿈

블록체인이 대중화된다고 하여 당장 나라가 사라지거나 세상이 모두 탈중앙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검열 가능하던 것이 불가능해지고 나라의 비호를 받던 금융의 위상은 일부 흔들릴 것이다. 특히 라이센스가 갖는 배타적 권리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여러 거래에서 중재자를 건너뛰어 직거래하게 될 것이고 그 이익은 거래 쌍방이 고루 나누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 전통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도와주었지만 블록체인은 기존 전통 기업들의 존재 필요성을 다시 물을 것이다. 느긋하게 비즈니스를 중재하며 수십년을 먹고 산 회사들 중 일부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겠지만 소비자로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동일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 지금보다는 훨씬 더 탈중앙화된 세상이 될 것이다. 정부의 정보 검열이나 네트워크 통제가 어려워지고 의료정보 등 중요 개인정보는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통제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돈 없이도 유튜브 같은 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연산의 딥러닝을 돌릴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특정 기업과 정부에 집중된 돈과 힘이 일부 분산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빈익빈부익부가 고착화된 전세계의 소득불균형 구조를 흔들어 볼 어쩌면 마지막 희망이자 인류 전체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기업에겐 인터넷과 모바일보다 더 심각한 기술

20여년 전 인터넷의 등장은 과거 전통 기업의 영업을 도와주었다. 일부 기업을 해체시키기도 했지만 대체로 전통 기업들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온라인 커머스를 도입해 오히려 고객 접점을 늘렸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지점을 온라인으로 훌륭히 대체한 전통 기업들은 오히려 큰 기회를 맞았다.

10년 전 모바일의 등장도 인터넷 때와 같이 전통 기업들은 모바일 앱을 만들고 모바일 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팔아 적극적으로 대응해 살아 남았다. 어떤 기업들은 모바일로 기회를 잡아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조금 다를 것이다. 블록체인은 고객 접점을 늘려주는 기술이라기보다 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그 과정은 심지어 P2P이거나 익명 거래도 가능해서 검열이나 개입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일부 기업들에게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보다도 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직접적일 것이다. 인터넷도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직거래를 가능케 했지만 블록체인은 인터넷 때보다 더할 것이다.

그럼에도 조심해야 하는 것, 환상

블록체인은 개념이 다소 어렵지만 꿈꾸는 바는 원대해 사람들을 호도하기 참 쉽다. 탈중앙화니 자동화된 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니 하면 ‘잘 모르지만 왠지 내가 빠지면 안될거 같아’와 같은 헛된 생각에 암호화폐나 ICO에 돈부터 넣고 공부를 시작하기도 한다. 헛된 기대를 품고 블록체인 회사로 이직도 하지만 실제 들어와 보면 꿈과 현실은 차이가 크다.

앞서 말한대로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아직 개발중이고 오래 지적된 문제에도 아직 답을 못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본 철학이 ‘탈중앙’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합의에 이르기까지 중앙화된 업계보다 자주 더 오래 걸린다.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맘대로 서로 쪼개져(이를 Hard fork라고 한다) 나가기도 한다.

그러니 이 기술과 산업에 당장 헛된 기대는 금물이다. 시간은 아주 오래 걸릴 것이고 그 정도 긴 호흡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없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 오로지 실망만이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현실에 적응하고 천천히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큼 재미있고 미래가 찬란한 분야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

체인파트너스의 역할과 철학

우리 체인파트너스는 애초에 상업(Commercial)용 인터넷 서비스를 이기는 최초의 탈중앙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깊은 연구 결과 아직은 그 시대가 오지 않았다.

그런 꿈은 ICO를 통한 자금 조달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블록체인 문제(즉, 블록체인을 위한 블록체인 문제가 아닌)와 정교한 해결책 없이 막대한 자금부터 모으는 행위는 ‘잘 모르는 개인들에게 희망을 팔고 코인을 먹이는’ 사기와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2018년에 사람들이 바라고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를 우리가 감당 가능한 범위와 행태 안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버해서 제품을 만들어도 어차피 못쓰고 투자자로 가득한 시장에서 혼자 사용자 시장을 열겠다며 사용자를 가르치려 들어도 안된다. 너무 넓은 범위의 사업을 벌여도 날이 무뎌지고, 수백억의 개인 돈을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받을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공모(ICO) 없는 토큰 발행을 비롯해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사례를 우리가 만들 수는 없을까 연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가 감당 가능한 방식을 찾을 것이다. 우리가 무슨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구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똑같은 일을 하는 회사는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체인파트너스가 뚜렷한 철학이 있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은 제품을 통한 경쟁이야 회사의 숙명이다. 돈이 될만한 곳에 당연히 여러 회사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철학이 있는 회사는 그 안에서도 분명 빛이 날 것이다.

내가 ICO를 두려워하게 된 까닭

‘올 연말까지 ICO를 해야한다’라던가,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거나, ‘눈먼 돈 안 먹으면 바보’라느니(다 내가 실제로 ICO를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들이다) 하는 우려스런 이야기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더 긴 안목과 호흡을 지키며 흔들리지 말고 우리 길을 설계해 가는 것이 반드시 더 오래 살아 남는다는 것을 나는 온몸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기회를 쫓는 자에게 한탕은 있을지언정 장기적 비전이나 이 기술의 발전에 단계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진지한 계획은 없다. 우리는 최소 20년 이상 사업을 할 생각 없으면 이 분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첫 회사를 10년간 했다. 군대 문제로 부득이 정리했지만 군대 가서 다음 회사는 ‘100년 가게 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런 진지함 없이는 새 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길고 길 여정에 있어 나는 지금의 ICO ‘기회’라 불리는 것이 결코 기회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이자 ‘뇌관’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 간, ICO 하는 수많은 업체들과 팀의 자문 요청을 받았다. 거의 대부분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회신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이 글을 빌어 양해 말씀드린다) 왜 ICO 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자신있으면 왜 VC 투자로 가지는 않는지 묻고 싶은 문제가 하도 많았다.

심지어 무슨 프로젝트를 할지 보다 어떤 유명인과 하기로 했으니 도와달라는 팀도 있었고, 프로토콜과 Dapp의 차이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팀이 더 나은 새 프로토콜을 만들겠다 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도 어쩌다 만나게 되면 ‘ICO를 통해 돈이 왕창 들어오면 비로소 기술도 생기고 사업도 잘 되지 않을까요?’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쩌면 그런 발행 주체들에 대한 실망과 ICO 발행 주체의 일부 지인과 펀드들이 ICO를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먼저 사고 이를 다단계 형태로 먹이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 내가 ICO를 ‘뇌관’으로 바라보게 된 주요 원인이지 않았나 한다.

눈먼 돈은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돈을 왕창 받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1999~2001년의 닷컴 버블은 회사 이름에 ‘인터넷’만 들어가면 100억씩 우습게 투자 받았지만 테헤란로의 인테리어 업자 좋은 일만 시켰다.

살아남은 회사는 극히 일부고 나머지는 멋지게 돈을 뿌리고 사라졌다. 좋은 사람을 높은 연봉을 주고 뽑았으되 그 꿈 자체가 애초에 그리 똑똑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뤄도 망하고 못이뤄도 망하는’ 꿈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건 이 팀이 꾸는 꿈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꿈인가’다. 꿈이 스마트하지 않을 때 곳간에 쌓인 막대한 돈은 그저 엄한 길로 가는 속도를 앞당길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ICO 할 사람이 안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열 중 하나라도 ICO 없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그려 보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에게 체인파트너스가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당초 좋은 ICO 프로젝트를 발굴해 도우려 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ICO를 안하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심적, 물적인 우군이 되고 싶다. 그런 역할을 하는 집도 있어야 업계의 건강한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더불어 ICO에 공감하지 못하는 개인들 역시 체인파트너스는 함께 일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터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화려함이나 폭발성 있는 ICO라는 제도에 적극적으로 올라타지 않으니 그 체감 속도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상황이 반전되어 많은 로켓이 다시 전력으로 추락할 때 상대적으로 더 오래 살아남을 준비가 우리에겐 있을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2018년의 블록체인 = 1993년의 인터넷

나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현실이 인터넷으로 치면 아직 넷스케이프 출시(1994) 전이라고 본다. 넷스케이프 전에도 브라우저는 있었지만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처음으로 인터넷을 전세계에 대중화시킨 주역은 넷스케이프였다.

아직 블록체인은 프로토콜은 물론 Dapp, 전자지갑 등 관련된 어느 서비스도 일반인이 일상적으로 쓸만큼 쉬운 사용성을 가진 서비스는 없다. 송금도 난수 주소로 해야 하고 쉽게 만들겠다고 나온 ENS 같은 전자지갑 치환 주소 역시 일반인의 인식 수준으로는 어렵기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직 블록체인은 일부 투자자와 얼리 어답터만의 관심을 받으며 인터넷 초기에 그랬듯 ‘돌아는 간다’ 수준에 와있다. 기업이나 산업에서 자기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 검토를 해봐도 아직은 인프라나 사용자 저변이 없어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능함에서 쓸만함으로

가능함의 단계가 지나고 나면 점차 사용성의 단계가 올 것이다. 인터넷보다 편해야 하고 인터넷 사용자가 기존에 익숙하던 방식과 이해로 아무 무리 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뭘 새로 배우거나 거래 체결에 단 몇 초라도 기다려야 한다면 대중화될 수 없다.

앞으로 각 블록체인 컴포넌트가 진짜로 쓸만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등장하는 시점이 아니다. 속도가 지금의 인터넷 수준으로 빨라지고 사용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는 서비스 제작자이지 블록체인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때가 ‘서비스’로의 진짜 시작이지 그 전에는 실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20년 비전

지난 20년간 웹서비스 한 분야에서 일하며 인터넷과 모바일 두 큰 사이클을 경험한 주관적 관점과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계속 연구하고 있는 사장으로서 이 분야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기술 개발 현황을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다음과 같은 타임라인으로 이 분야가 발전해 가리라 전망한다.

1단계(2016년-2022년) – 암호화폐 단계

이 단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보다 암호화폐 자체가 투기적인 속성 때문에 인기를 끄는 단계다. 작전과 폭등-폭락 등 아주 혼탁한 양상으로 시작해 점차 제도화, 안정화되며 변동성이 떨어지고 플레이어가 정리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쪽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가 주로 살아남는다.

2단계(2020년-2026년) – Dapp 단계

암호화폐가 현재의 주식과 채권처럼 하나의 투자자산(Asset class)의 지위를 획득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성능과 사용성이 개선되어 블록체인 기반 앱들이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단계다. 인터넷에서 제공되기 어려웠던 불법적이고 검열이 어려운 앱이 큰 인기를 끌며 본격적인 Dapp 대중화 시대가 열린다.

3단계(2024년-2030년) – 프로토콜 단계

이 단계가 되면 인터넷에서 인기있는 서비스와 블록체인 Dapp으로 인기있는 서비스가 각자 영역을 확보하며 발전해 간다. 웹브라우저의 Dapp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며 사용자는 웹인지 Dapp인지 구분할 필요도 이유도 사라진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Dapp들에 브랜드가 형성되고, 킬러 컨텐츠 Dapp을 다수 확보한 프로토콜이 승자가 되어 프로토콜 경쟁도 어느 정도 끝난다.

4단계(2028년-2036년) – 완전 대중화 단계

뚜렷한 특징을 가진 소수의 프로토콜이 살아남고 개발자는 이제 자기가 만들려는 제품의 특성에 잘 맞는 프로토콜을 선택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이 대중화돼 더 이상 블록체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 대부분이 기업들이 자기 사업의 일부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위협하는 도전자도 나타난다.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도입하고, 할 수 없는 일은 잘 수성한 회사들이 살아남아 계속 비즈니스를 구가한다.

재미로 읽는 향후 10년간의 일들

조금 더 미시적으로는 향후 10년간 아래와 같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인터넷 업계에 있으며 온몸으로 겪은 패턴을 바탕으로 내게 요즘 모이는 블록체인 업계의 여러 소식과 정보를 취사 선택해 정리해 보는 지극히 주관적 전망이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읽으시고 10년 뒤에 얼마나 맞았는지 리뷰하는 글을 써보면 재미있겠다.

2019년 – 이더리움 샤딩의 안착 및 대중화 (등장은 2018년 말에 하지만 아직은 실험 단계). Thomson Reuter와 같은 기존 DB 판매업자가 운영하는 Oracle이 상용 서비스 개시. IPFS와 Swarm의 안정화를 통한 블록체인용 파일 스택의 준비 완료.

2020년 – 크롬/익스플로러 등 주요 웹브라우저들이 암호화폐 전자지갑을 직접 내장. 개발자들이 상업용 서비스의 인프라에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 개발과 마케팅을 거쳐 2021년 중반부터 몇몇 Dapp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기 시작. 탈중앙화 거래소 거래량이 중앙화 거래소의 거래량을 능가.

2023년 –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의 10%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대체.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자로 인해 기존 인터넷 중개 사업자 중 최초로 폐업하는 사례가 등장. 보안이 중요한 IoT, 자율주행차 등의 주요 사업자들이 블록체인 인프라를 상업용 서비스에 적용.

2025년 – 일부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보편화되고 전반적인 암호화폐의 변동성도 둔화되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인정. 은행들이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교환비율을 고시하기 시작. 은행 앱을 통해 손쉽게 법정화폐, 암호화폐 환전.

2027년 –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자로 인해 최초로 기존 전통 산업에서 폐업하는 사례가 등장. 2020년대 초반 건설이 시작된 화성/달 기지에서 암호화폐가 지구와의 공용 화폐로 논의되기 시작.

앞으로의 단기적인 일들

내년부터 우선 거래소가 대형화될 것이다. 자본금 50억 내외의 거래소들이 다수 등장해 스타트업이 참여하기 점차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다.

기존에 매출이 나는 사업이 있는 집들이 ICO를 많이 하겠지만 보통 업계 1위의 전략은 아닐 것이기에 지금보다는 낫다 뿐이지 객관적으로 비즈니스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토큰화(Tokenize) 한다고 안되던 비즈니스가 갑자기 잘될 수 있을까? 본질은 Tokenize가 아니다. 비즈니스다.

IPO 시장이 꾸준히 효율화 되어 온 것처럼 ICO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제 Pre-sale로 2-30% 할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물량을 생각하면 크게 돈은 안되는 때가 금새 올 것이다. 특히 펀드들의 싸움터가 되면 개인은 점점 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시장이 점차 효율화 되고 건전화 되어 가격 변동성이 몇년간 꾸준히 떨어질 것이다. 물론 최근의 비트코인캐시 폭등-폭락장처럼 수많은 풍파와 작전을 겪은 뒤일 것이다. 선물과 파생 시장의 등장으로 변동성에 대한 헷지가 가능해지면서 안전 마진을 추구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똑같은 일들이 향후 5년간 빠르게 일어날 것이고 다양한 암호화폐 파생 상품이 등장해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경제 규모를 만들어낼 것이다.

언젠가 블랙 먼데이 같은 날이 오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발전을 저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 뒤 다시 천천히 갈 것이고 처음부터 실체가 없었던 사기성 프로젝트와 개발할 필요가 없었던 무의미한 프로젝트들, 경쟁력 없는 제품들이 쓰러지며 정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프로젝트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프로젝트가 다시 희망이 되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펀더멘털을 갖는 진정한 2막이 열릴 것이다. 신 경제에 참여하지 않는 세력은 점차 힘을 잃어갈 것이며 현실적이고 똑똑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기회를 얻을 것이다.

보안 문제로 인해 향후 5년간(인터넷이 그대로 그랬듯) 수많은 시장 참여자가 해킹으로 자기 정보와 재산을 털릴 것이고 업계 참여자 일부의 문제로 업계 전체가 꾸준히 비난 받을 것이다.

끝 모를 투기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에도 업계 전체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떨어질 땐 다같이 욕먹을 거 우린 막장의 길을 가겠다’는 플레이어도 분명 나올 것이고, 업계를 대표하는 단일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는 한 그들의 탐욕을 억제할 효과적인 방법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업계 협의체조차 서로 경쟁하겠지만 엄청난 혼란과 사회적 비난을 정통으로 맞으며 마침내 어느 시점이 되면 통합 협의체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탄생할 것이다.

회사들도 아직 춘추전국시대는 시작도 안되었으므로 앞으로 수백, 수천개의 블록체인 회사가 태어날 것이다. 이들 중 많은 수가 2-3년 내로 힘들어져 합종연횡이 시작될테고 향후 5년 내에 대형화된 회사 몇 개가 사안에 따라 협력하고 또 경쟁할 것이다.

보안과 성능 문제 역시 숱하게 털리고 버그가 발견됨으로써 노하우가 쌓이며 천천히 고도화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인터넷이 걸었던 길을 거의 그대로 걸으며 앞으로 20여년간 천천히 발전해 나갈 것이다.

나가며

비트코인에 대한 개괄로 시작해 규제의 현황과 효과를 거쳐 ICO의 기회와 우려, 그리고 블록체인의 오늘과 내일,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마지막의 재미로 점쳐보는 타임라인까지 엄청난 분량을 달려 왔다.

필자는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인 체인파트너스와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공부하는 모임인 한국블록체인비즈니스연구회의 대표로서 이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표철민이라고 한다.

2006년 위자드웍스를 창업해 위젯과 솜노트, 매직데이 등 하루 수백만이 쓰는 서비스를 개발해 왔고 100만 미만의 사용자를 가진 서비스를 포함하면 100종의 웹서비스와 모바일 앱, 10여종의 웹/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 미루고 미루던 군 입대를 위해 10년간 운영한 위자드웍스를 매각하고 2015년 서른 하나의 나이에 현역 입대했다.

2017년 1월 제대 후 신규 사업을 찾던 중 블록체인의 미래와 한계, 그리고 우리의 기여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7년 8월 체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체인파트너스는 중국의 주요 거래소였던 Yunbi의 오너이자 Zcash, Sia, Qtum, EOS, BitShare 등의 초기 투자자였던 Li Xiaolai가 설립 직후 엔젤 투자했고 2017년 11월 한국의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이 시드 투자했다.

가격 광풍으로 본질이 흔들리는 한국의 블록체인 분야에서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을 가지고, 보다 건전하고 뿌리가 튼튼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고 키우기 위해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딛고 있다.

필자는 이 분야와 시장을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이는 말할 나위가 없다. 허나 또한 누구보다 가까이서 가장 혼탁하고 부정적인 모습도 목격하기에 오늘 우리가 당도해 있는 곳의 모습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또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열렬한 팬들은 어느 누구도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하지 못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헛된 기대와 환상이 끼고, 준비 안된 ICO와 알트코인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횡횡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것은 장기적으로 이 시장의 건강하고 빠른 발전에 좋지 않다. 누군가는 돈을 모으겠지만 누군가는 그로 인해 반드시 돈을 잃을 것이다. 작은 버블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손 치더라도 너무 큰 버블은 거품이 다 꺼진 뒤에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이 산업 발전을 3-4년은 뒤로 보낼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는 피해가 생겨도 가장 클거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이 블록체인을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마음에서 진정으로 업계를 사랑하는 충정을 담아 이 긴 글을 쓸 결심을 했다.

내가 비록 긴 글을 통해 ICO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는 하였으나 그들 중 정말 좋은 문제를 고른 진지한 팀 일부는 살아남아 세상을 바꿀 것이다. 따라서 ICO는 1~2년이 아니라 5년~10년 R&D를 해야하는 초고난도의 프로젝트들의 입장에서 돈 걱정 없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훌륭한 자금 조달 방식일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ICO가 모두 잘못되었다기보다 일부 기회와 돈만 보고 ‘설계한’ ICO들에 실망하고 그런 ICO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돈을 가져다 바치고 있는 투자자들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그런 비판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ICO가 제도적으로 정비되고 시간이 더 지나 ICO를 하는 팀의 전문성이나 프로젝트의 실현성이 월등히 압도적일 때 비로소 우리가 그 방식을 조심스럽게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현재의 ICO 시장과 애매한 제도적 토양 위에서는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이 차라리 ICO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팀들을 돕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잘나서도, 똑똑해서도 아니고 그저 다른 길을 택하고 가는 회사도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팀들의 선택을 비난할 마음도 이유도 전혀 없다. 우리가 저 긴 타임라인을 거치며 어느 지점에서 어떤 프로젝트로 잘 되면 우리 선택이 나름대로 가치를 지닐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말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한 우리가 대성공까지는 몰라도 이 시장에서 작게라도 자리를 잡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이제 다른 팀들이 택할 수 있는 작은 선택지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그런 신 루트를 한번 개척해보기 위해 좋은 동료들과 아주 긴 호흡으로 천천히 좋은 제품 만들며 치열하게 살아볼 것이다.

내가 느끼는 시장은 아직 1993년의 인터넷 상황이기에, 조금 먼저 한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시장일뿐 사용자의 시대는 시작도 안되었기에, 마지막에 가장 잘 만든 딱 한 팀만이 결국 모든 것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구글이나 네이버 전에 수도 없이 많은 검색엔진이 있었던 것처럼, 아이폰 전에 수백종의 휴대폰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1등하는 사업자도 실은 검색엔진의 심마니나 알타비스타일지 모른다. 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할 땐 1등이었지만 지금은 그런게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하며 긴 글을 마치고 싶다. 첫째는 인터넷을 하던 사람들이 이 분야에 오면 정말 빨리 블록체인을 혁신하는 제작자가 될거라는 확신이다. 내가 그렇게 환영받았듯, 이 분야는 인터넷 경험이 있는 제작자를 열렬히 기다리고 사랑한다.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은 승자가 정해졌고 순위와 격차가 바뀌기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인터넷을 만들던 실력으로 잠깐 뚝딱하면 업계 초고수와 직접 연락을 주고 받을 수도 있는 곳이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아무리 한국서 1년 내내 제품에 집중한다고 세계적인 VC인 DFJ나 Andreessen Horowitz에서 바로 연락오지 않는다. 네이버나 카카오에서조차 연락 안온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다르다.

내가 직접 겪었으니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인터넷/모바일에서 실력을 쌓은 제작자들은 지금 블록체인으로 오면 정말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절대 안늦는다. 앞서 20년 비전에서 제시했듯,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군대 갔다 와서 갑자기 블록체인을 하니까 원래 이 바닥에 오래 계시던 분들 중 일부가 내게 ‘사짜’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이제 이 사짜 꼬리표를 떼는건 전적으로 나의 몫일 것이다.

인터넷쪽 개발을 하던 사람들은 사실 블록체인에서 사짜일 수가 없다. 조금만 공부하면 이게 원래 하던 그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IDC에 있던 서버가 어느 순간 클라우드로 간 것처럼, 이제는 다시 분산형으로 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 프로그램이고 결국 고객 접점은 똑같은 모바일과 데스크탑이다.

따라서 그 별명을 지어준 사람들이야말로 얼마나 작은 것을 쥐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배타적 방어기제를 취하는 것인가? 오히려 그런 인식이 우리같은 도전자이자 언더독에게는 바로 기회이고 동기부여일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에는 인터넷 분야의 대선배들이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나는 그분들의 느낌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거 우리가 원래 하던 그것이기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미래이고 안보면 안되는 무엇이다. 인터넷을 오래 봐온 사람들 눈으로 딱 보면 아직 할게 너무 많고 오히려 20년 전 Netscape moment 전 어디쯤이라 매우 흥미롭다.

그런 좋은 선배들과 제작자들이 우루루 이 분야에 뛰어들어 수많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우리끼리 싸우고 경쟁하는건 진짜 의미없고 소꿉장난 수준이다. 이 분야는 나라 구분이 없고 전세계가 하나의 단일 시장인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에 진출 준비중인 이 분야 업체들은 설립 자본금만 100억씩 우습게 들고 들어온다. 국내 10대 대기업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총력으로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 좋은 제작자들이 서로 모이고 돕고 역량을 집중해 정말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비슷하게 구현만 하다가 서로의 시간을 잃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같이 힘을 모아 큰 일을 도모해볼 제작자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개발자와 UI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마케터까지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 온 베테랑들을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세계로 초대한다.

어떤 제품이 되든 그것이 생태계에 건전하게 기여하고 우리 모두의 평판과 성공에 가장 옳은 일이 되도록 나 역시 앞으로 20년간 눈 부릅뜨고 촉을 세우며 가장 쓸만한 선장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pyo@chain.partners

2017년 11월 16일 싱가포르에서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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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의 크립토밸리 탐방기 (4) – 종주국을 찾아 떠났던 시간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표철민 대표가 지난 2017년 8월 ‘블록체인의 성지’로 불리는 스위스 크립토밸리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4화에 걸쳐 소개합니다. 10월 7일(토) 1화를 시작으로 10일(화) 2화, 13일(금) 3화, 16일(월)에 마지막화가 업로드됩니다>


Facebook [표철민의 블록체인 이야기] 페이지를 구독해 두시면 앞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최대한 쉬운 용어로 올려 드립니다.


(3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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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을 마치고 나오는데 아이들이 카누를 몰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저런 스포츠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참으로 부러운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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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로 건너왔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오솔길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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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환전(FX) 플랫폼을 개발중인 Lykke의 CEO Richard Olsen을 만났다. 70대 중반의 노익장인데 90년대 중반 인터넷 환전 서비스를 개발 1억달러에 매각한 후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꿈꾸며 다시 창업을 했다.

Lykke 앱으로는 현재 법정화폐-암호화폐, 암호화폐-암호화폐, 법정화폐-법정화폐 등 다양한 pair의 환전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여러나라에 banking license를 따서 환전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에 둔 은행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은행 시스템을 이미 수십년간 봐오며 너무 옛날에 개발된 비효율적인 컴포넌트가 많아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면 1/100의 개발비용으로 동일한 신뢰수준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말을 했다.

은행들에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라고 계속 얘기했는데도 말을 안들어 자기가 직접 차렸다고 한다. 돈을 보고 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정말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혁신이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려고 시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역력했다.

물론 Lykke보다 더한 블록체인 기반 환전 서비스들도 현재 개발중이다. 0x projectKyber.network, Airswap 등 탈중앙화된 환전 서비스들부터 Shapeshift.io, Changelly.com 등 중앙화된 환전 서비스들도 잘하고 있다.

Lykke는 벌써 10여개국에 직원이 100여명 가까이 된단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고 열심히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Lykke 자체 코인은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68위에 랭크되어 있다. (현재 시총 9천만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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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Ethererum을 비롯해 Zcash, Bancor, Status, 한국의 BOScoin, ICON 등 스위스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ICO를 사실상 독점하는 로펌 MME를 만났다.

MME는 원래 매우 작은 스위스의 평범한 로펌이었는데 2014년 하반기 어느날 우연히 이더리움팀이 소개를 받아 찾아왔다고 했다. 그래서 법률자문을 맡았는데 그게 현재의 이더리움이 되었고 그 후 ICO 문의가 쏟아지면서 스위스 내 가장 핫한 로펌이 되었다.

현재 MME는 크립토 전담 팀에만 세명의 파트너와 8명의 변호사들이 있다고 한다. 최근엔 ICO 대행 때문에 직원이 크게 늘어 사무실도 큰 곳으로 옮겼다. 예전엔 두달에 한 건 정도 ICO 문의가 있었는데 요새는 하루 5건 이상의 ICO 의뢰가 들어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 한국 업체의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더니 회사 앞으로 찾아와 혀를 내두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주 비매너이니 무턱대고 찾아가지는 말도록 하자.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볼 때 한국 회사의 ICO 문의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미팅을 마치고 파트너는 아예 ICO 업체를 위한 패키지를 하나 보내 주었다. 거기에는 스위스 재단 설립을 위한 필요 절차와 서류, 셀프 체크를 할 수 있는 ICO 사전 점검 목록, 비용 구조 등이 자세히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MME는 ICO를 반복해 찍어내는 완벽한 프로세스를 정립해 놓은 것이다. 비용 또한 ICO의 설계 구조에 따라 5만~10만 스위스 프랑 이내로 거의 표준화되어 있다.

또한 요즘 스위스에서는 ICO라는 용어를 안쓰고 대부분 TGE라 칭한다 전하기도 했다. ‘Token Generation Event’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ICO가 ‘Initial Coin Offering’이라는 뜻이다보니 주식을 발행하는 IPO와 매우 유사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3화에 소개된 팔콘 프라이빗 뱅크 파트너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크립토 커런시(암호화폐)’보다는 ‘크립토 에셋(암호화자산)’이 더 적확한 표현이라며 꾸준히 크립토 에셋이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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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위스 출장이 끝났다. 이 모든 인터뷰를 3일만에 진행하느라 거의 녹초가 되었지만 아주 배운 것이 많았다. 나로서는 체인파트너스를 처음 시작하는 과정에서 종주국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사업 방향 정리에 좋은 참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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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현재 우리(크립토와 블록체인)가 어디쯤 와있는지 내가 나름대로 겪으며 느끼고 있는 바를 좀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무래도 이 업계에 다른 분들만큼 오래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더 오래 계시던 분들이 볼 때는 내가 당연히 사짜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동감하고 뭐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그게 사실이고 내가 천천히 배워가며 익히면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라는게 아주 아주 긴 호흡으로 봐야하는 것이고 내가 위자드웍스 10년 하면서 적어도 한 회사 가장 오래하는 것은 이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따라서 늦을 것도 없고 또 뭐 특별히 누가 빠를 것도 없을 것이다. 그냥 내가 이 바닥에서 10년 하면 아마 알아달라고 용쓰지 않아도 나름대로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내가 나이브한 생각으로 어설프게 1-2년 잠깐 할거였으면 여기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꾸준히 struggle하고 배우고 깨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냥 담담히 지켜봐 주시면 그걸로 충분할거 같다.

※ 긴 호흡으로 함께 블록체인 서비스를 연구하고 개발할 체인파트너스에서는 현재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모시고 있다. 원티드의 이 글을 참고하시어 ‘인터넷의 미래’에 남들보다 한발 먼저 이름을 올리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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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의 크립토밸리 탐방기 (3) – 스위스 은행이 중동 부호를 끌어들이다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표철민 대표가 지난 2017년 8월 ‘블록체인의 성지’로 불리는 스위스 크립토밸리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4화에 걸쳐 소개합니다. 10월 7일(토) 1화를 시작으로 10일(화) 2화, 13일(금) 3화, 16일(월)에 마지막화가 업로드됩니다>


Facebook [표철민의 블록체인 이야기] 페이지를 구독해 두시면 앞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최대한 쉬운 용어로 올려 드립니다.


(2화에서 이어집니다.)

Zug 주정부를 방문해 대체 왜 블록체인 회사들이 이 동네로 몰려들게 되었는지 물었다. 거기에는 어떤 정책적 지원이나 혜택이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주정부 건물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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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Zug 주정부의 세무정책국장이다. 결론은 특별히 블록체인/비트코인 업체를 위해 해준 것이 없단다. 세율도 가장 싼 주가 아니다. 스위스 전체 주로 따지면 밑에서 4번째란다. 다만 Zug주가 원래 ‘일단 너희 맘대로 해보고 문제가 되면 그때 얘기할게’하는 열린 기업정책을 지향하고 있어서 여기로 온 것이 아닌가 싶단다.

그런 연유로 비트코인스위스가 제일 먼저 와서 자리를 잡게 되었고(원래는 사장의 출신지인 스웨덴이나 금융 규제가 약한 싱가폴을 고려하다 막판에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스위스 Zug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자칫하면 이더리움 재단 본사가 싱가폴이 될뻔했다.) 다른 회사들도 따라오게 되었다.

2014년에는 Zug에 마침내 이더리움 재단이 자리를 잡는다. 현재는 Zcash, Cosmos, 우리나라의 BOScoin, ICON 등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재단 본사를 Zug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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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운좋게 시간이 맞아 Zug 시장을 만났다. 시청사 정문에 저렇게 ‘Bitcoin accepted(비트코인 받습니다)’ 스티커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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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친절히 Zug 시내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지도를 뽑아와 설명해 주셨다. 시에서 아예 저런 ‘크립토 밸리 맵’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었다. 시 차원의 지원이 있었냐는 질문에 자기도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그냥 비트코인스위스와 초기에 자리 잡은 몇몇 회사들이 시 차원에서 밀어달라는 요청을 해와서 시 자문위원회에 출석해 비트코인의 유용성에 대해 발표하게 했단다. 시 의회에서는 비트코인 산업 육성을 반대했지만 “어차피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이 작은 도시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득해 야당의 지지를 이끌어 냈단다.

그 이후 비트코인스위스의 도움으로 시청사에서 등기 수수료 같은 소액 결제에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더니 갑자기 CNN에서도 찾아오는 도시가 됐단다. 그 모든 일이 불과 지난 1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라 자기도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지금도 ‘잃을게 없으면 일단 도입해보자’는 취지로 계속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Zug시는 내친김에 비트코인스위스와 함께 주민등록을 블록체인에 올려 인증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암튼 시장님 연세가 많으신데 굉장히 오픈 마인드셔서 배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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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fi Müller Zug 시장님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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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에는 007 영화에서나 보던 스위스 은행을 방문했다. 정말로 삐까뻔쩍.. (아래 사진은 은행 입구에 붙어 있던 비트코인 현재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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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팔콘 프라이빗 뱅크)은 스위스 은행 업계 최초로 비트코인 취급을 정부(FINMA, 스위스 연방 금융감독당국)로부터 공식 인가받았다. 그래서 중동의 부호들이나 전세계 부자들로부터 법정화폐(Fiat Currency)를 받아 이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예치해 준다.

중동 부호들이나 큰손들이 비트코인의 Private Key를 보관하기 귀찮고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은행은 비트코인 구매와 Private Key 보관을 알아서 대행한다. 물론 직접 구매하지는 않고 구매는 Trading desk(실제 거래 처리 창구)인 비트코인스위스에 위임한다.

고객의 비트코인은 Multi-sig(다중서명)로 팔콘프라이빗뱅크-비트코인스위스-고객이 3자 서명을 해야만 이체가 되도록 해놓아 어느 누구도 뺄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해두었다. 비트코인스위스의 Private Key는 비트코인스위스가, 팔콘프라이빗뱅크와 고객의 Private Key는 팔콘이 원격지에 있는 은행 금고에 보관해 놓고 은행이 전액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다.

은행이 보증을 서면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고객은 헷지가 되므로 고액 자산가들도 믿고 거래할 수가 있다. 역시 스위스 은행답게 참 똑똑한 구조를 설계했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현재 비트코인스위스는 금융기관이 아니기에 직접 수신을 하면 안된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최근 핀테크 업체들에게 일시적으로 기회를 준 ‘Light banking license'(수신은 가능하되 대출 영업은 불가능한 라이선스)를 신청해 두어 2018년 초가 되면 인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단다. (우리나라도 이런 라이선스는 적극 검토해 보면 좋겠다.)

그러면 앞으로 비트코인스위스가 직접 중동 부호들의 자금을 수신해 구매대행-보관대행(이를 금융업에서는 Vault라고 부른다) 서비스를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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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비트코인 취급을 주도한 팔콘프라이빗뱅크의 파트너다. FINMA로부터 비트코인 취급 허락을 받기 위해 몇개월간 은행 내부 설득-비트코인 회계 처리-법률 검토-당국 설득 등의 수많은 물밑 작업이 있었다고 한다. 연내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캐시로도 취급 상품을 늘리고 내년엔 더 많은 알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게 왜 의미가 있냐면 현재는 정상적인 회계 처리가 어려워 기관이나 큰손들이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 어렵지만(마치 돈 세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문제) 정상적인 스위스 은행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계 처리와 AML/KYC법(Anti-money laundering, 유럽 의회가 강력히 제정해 놓은 돈세탁 방지 규제) 준수를 대신 처리해주면 암호화폐가 전세계 고액 자산가들의 새로운 투자 가능 자산(이를 금융업에서 Asset class라 부른다)으로 두루 확산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파트너는 헤어지며 “서비스 개시 한달만에 이미 준비기간 동안 들어간 비용의 10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화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환전 서비스 Lykke와 ICO를 사실상 독점하는 스위스 로펌 MME를 방문한다.

(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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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의 크립토밸리 탐방기 (2) – 블록체인 회사들은 왜 스위스에 둥지를 텄나?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표철민 대표가 지난 2017년 8월 ‘블록체인의 성지’로 불리는 스위스 크립토밸리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4화에 걸쳐 소개합니다. 10월 7일(토) 1화를 시작으로 10일(화) 2화, 13일(금) 3화, 16일(월)에 마지막화가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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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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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nport사를 방문했다. 이더리움 기반의 자산운용 Dapp(탈중앙화된 앱)을 개발하는 회사다. 올 2월에 ICO를 통해 227,000이더를 모았다. 그때 당시엔 35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773억원 가치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Zug 시내의 완전 깨끗한 호텔 건물에 막 새로 입주를 마친 뒤였다.

대부분의 크립토 재단들이 Zug에 재단 주소만 두고 실제로는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반면 Melonport는 모든 팀이 실제로 Zug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로 CTO(사진 가운데) 고향이 Zug란다. CTO가 스위스에서도 매우 들어가기 어렵다는 연방공대를 갓 졸업한 20대로, 사진 맨 우측의 CEO 말에 의하면 “He’s a genius”란다. CEO가 금융권 출신이라 둘이 의기투합해 자산운용 Dapp을 만들게 되었다.

아직 공개가 안된 개발중인 Dapp을 보여주었는데 완성도가 괜찮았다. 백서에서 밝힌 일정대로 모든 플랫폼을 탈중앙화 해놓은 후 팀 모두 떠날거라고 했다. 굉장히 쿨한 마이드다. “그래, Dapp 개발은 이렇게 해야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최근에 EOS를 만드는 Block.one 팀 역시 ‘우리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만 개발할거지 블록체인 자체를 런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Block.one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EOS가 아니라 무슨 EOS가 되었든 ABC가 되었든 전혀 다른 블록체인을 런칭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탈중앙화의 철학에 철저히 부합하는 이런 생각들은 한편으로는 너무나 멋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이 분야가 앞으로도 계속 엄청난 혼란에 직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혼란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넷 초기에도 혼란은 언제나 있어 왔다.

난 지금 블록체인 기술이 ‘1999년의 인터넷’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혼란 그 자체고 앞으로 정리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충돌과 변화, 필요한 자와 불필요한 자가 생기며 점점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너무 자연스런 순서고 순환이다. 지금은 초기 발명기를 지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태동기다.

태동기 뒤에는 경쟁력을 잃은 수많은 먼지와 점들이 서로 살기 위해 합종연횡을 이룰 것이다. 앞으로 1~2년은 훨씬 더 정신없는 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그 안에는 버블도 좀 더 낄 것이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다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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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g는 이런 모습이다. 스위스의 볼품없는 소도시를 상상했지만 실은 은퇴 후 살러오는 부촌이라고 한다. Zug 호수를 끼고 있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스위스는 참고로 독립적인 입법/사법권을 갖는 26개의 주가 연방을 이루고 있는 나라다. Zug시(City of Zug)는 Zug주(Canton Zug라고 불린다)의 주도다.

왜 스위스가 크립토를 선제적으로 받아줬는가가 이번 출장 최대의 화두였다. 결론은 정치 구조에 있었다. 스위스는 완벽한 지방자치제로 주 정부와 협상을 해서 세금도 깎을 수가 있단다. 저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협상이란다. 주마다 법인세/소득세율이 다 다르고 심지어 회사마다/사람마다도 협상 결과에 따라 다 다르다.

비트코인스위스의 Niklas 사장이 스위스에 비트코인을 ‘비즈니스’로서 처음 소개했는데 왜 Zug를 택했냐고 했더니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냥 ‘왠지 Zug가 Business friendly해 보여서’ 여기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 이후 비트코인스위스가 사업을 꾸준히 해나가자 ‘여기서 비트코인 사업해도 되는구나’ 하고 비트코인 관련 회사들이 왕창 모여 들어 7년만에 이른바 ‘크립토 밸리’가 형성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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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Crypto Valley Association(CVA, 크립토밸리협회)의 임원으로 현재 B2B 물류에 쓰이는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스위스를 따라 Zug에 자리를 잡은 비트코인 회사들이 작년에 모여 크립토밸리협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단다. 현재 총 8개 분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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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크립토밸리협회의 홍보분과장이다. 현재 세계적인 금융정보 판매 회사인 Thomson Reuters에서 블록체인을 위한 현실세계의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Oracle(현실세계의 데이터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과 Dapp(탈중앙화된 앱)으로 중개/전달해주는 분야를 통칭해 블록체인 세계에서 ‘오라클’이라고 부른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총괄이기도 하다. 톰슨로이터의 글로벌 본사가 Zug시에 있다.

크립토밸리협회의 8개 분과들의 활동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굉장히 활동적인 협회다. 우선 타 국가, 지역에서 온 회사/직원들을 위한 정착 지원을 하는 분과가 있다. 주거부터 세금, 아이들 학교 문제까지 정착 선배로서 1:1로 붙어 여러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그 밖에 이벤트 분과에서는 External/Internal로 나뉘어 세미나/연례 컨퍼런스/월례 밋업을 운영한다. 홍보 분과에서는 국내외 미디어 소통을, 정부 소통을 담당하는 분과와 멤버들간의 협력을 돕는 분과도 있다.

심지어는 Chapter Generation이라고 하여 크립토밸리를 Zug시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시에 전파하는 분과도 있었다. (혹시 크립토밸리의 한국 유치에 관심이 있으신 우리나라 지자체 관계자분이 있으면 위 페이스북 페이지 메세지를 통해 필자에게 연락주세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활동들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끈끈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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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Zug 주정부를 찾아갔다. 다음화에서 왜 블록체인 회사들이 스위스에 둥지를 텄는지 그 답을 마무리해 본다.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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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미래를 만들 운명의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안녕하세요,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입니다.

다른 모든 포지션이 다 중요하지만 저는 디자이너만큼 고객 접점에서 나머지 모두의 일에 날개를 달아주는 직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도 제작의 말단에서 빛을 발하지만 고객이 만나는 제품의 ‘느낌’은 결국 디자인이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금만 써보다보면 기능과 유용성이 제품의 히트를 판가름하지만 적어도 저는 디자인 때문에 한번 볼 제품을 두번 보게 되고, 한번도 안볼 제품을 한번이라도 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디자인만큼 즉각적으로 우리 회사와 제품에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부분도 없다고 저는 단언합니다.

디자인이 안좋은 제품을 좋게 만드는 마법은 못부리지만 좋은 제품을 정말 좋게 느끼도록 하는 능력은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디자이너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 철학을 22살 위자드웍스를 처음 창업하던 때부터, 아니 그보다도 훨씬 전인 첫 법인을 창업하던 16살 때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좋은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를 열심히 찾아다녔고 운좋게 과분한 디자이너들과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지난 십수년간 우리가 만든 제품과 회사 홈페이지, 홍보물, 명함,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예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만나 함께 운명의 파트너로 일했던 여러 디자이너들이 지금은 여러 훌륭한 회사의 CDO를 맡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리디북스의 CDO로 있다가 최근에 마이리얼트립으로 옮긴 배재민님이나 바풀의 CDO로 있다가 최근 M&A로 LINE으로 옮긴 유정환님 같은 분들이 대표적입니다.

항상 디자인 경영을 추구했고 디자이너가 ‘No’한 것은 절대 시장에 나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정해둔 가이드가 지켜지지 않은 PPT는 이미 시장에 깔린 것도 전부 회수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디자인에 목숨을 걸고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길을 갑니다. 블록체인이라는, IT 업계 종사자들이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대부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기술에 인터넷의 미래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직은 많이 관심이 없지만 5년안에 인터넷 서비스의 일부는 이미 블록체인으로 대체되어 있을 것입니다.

10년안에는, 블록체인이 지금의 인터넷과 같이 공기처럼 이 세상에 깔려있을 겁니다. 인터넷을 95년에 처음 접한 이래 22년을 업으로 매일 빠져 산 저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비트코인이 아닙니다. 이는 현재 멜론이 하고 있는 음악 중개자 역할을 없애고 음악 저작자와 청취자가 직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인터넷상의 중재자들을 모두 없앨 수 있는 기술입니다.

부동산114부터 게티이미지뱅크, 배달의민족, 지마켓 등 수많은 중재자가 나타나 인터넷은 소비자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이제 그들 중개자들조차 없앨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물론 기술적 기반이 완성됐다고 하여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없이 직거래를 한다면 차와 집이 손상되었을 때 중간에서 책임져줄 주체가 없을 겁니다.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언젠가는 분명 작은 분야부터 직거래가 시작될 겁니다. 직거래가 가능한 분야부터 훨씬 더 저렴한 수수료로 야금야금 인터넷의 중재자들을 하나씩 무너뜨려 갈 것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마치 AI/딥러닝이 인터넷 서비스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혁신을 제공할 것이 자명한 것처럼요. 블록체인은 오히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자체의 필요성을 묻는 더 근본적 존폐를 다룹니다. 반드시 배워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미리 적용하고 대응해 갈 필요가 있는 요소 기술이지요.

물론 블록체인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인 확장성 문제입니다. 하나의 거래를 모든 분산원장이 검증하는 것을 골자로 하기에 거래 검증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그 잠재력을 외면하면 안됩니다. 제가 괜히 인터넷과 모바일에 평생을 바쳐온 커리어를 떠나 블록체인에 투신한 것이 아닙니다.

머잖아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미래를 함께 만들고 앞당겨 갈 최고의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다시 우리가 만드는 것이 표준이 되고, 가장 먼저 뚫은 길이 되고, 따라서 모두의 박수와 부러움과 존경과 환호를 한 몸에 받을 최고의 디자이너를 기다립니다.

지금은 디자인 업계의 큰 별이 된 JOH 조수용 대표님, 배달의민족 한명수 이사님, 이모션의 정주형 대표님 모두 인터넷 1세대 디자이너 출신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머물러 있으면 절대 그분들만큼의 영광을 얻을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 1세대 디자이너가 되십시오. 장담컨대 10년 뒤 모바일이나 인터넷에 머물러 있던 디자이너들보다 훨씬 더 존경받고 오래가는 인물이 되어 있을 겁니다.

또한 기왕이면 디자인의 중요성과 그걸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의 소중함을 아는 창업자를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디자인의 힘을 믿고 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특히 어렵습니다. 알고 나면 별로 어려운 개념이 아니지만 알기까지 일반인들이 넘어야 하는 높은 장벽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는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앞다투어 블록체인 업계에 투신해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노력을 이미 몇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 결과 요즘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디자인 수준은 매우 비 기술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디자인을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왜 블록체인은 어려워야 할까요? 지금까지 왜 모두에게 어려웠던 걸까요? 이걸 제대로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회사가, 사이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그 역할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대중이 이해하는 언어로,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비주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22년 전 인터넷을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는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릴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22년 후 세상을 바꾸는 인터넷이 된다면 말이죠.

마찬가지 이유로 10년 뒤 블록체인은 또 한 차례 세상을 바꿀 것이므로 저는 이 일을 아무도 안한다면 우리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력 안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강력한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긴 글을 이렇게 정성들여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는 디자이너를 다시 한번 제 운명의 짝꿍으로 초대합니다. 블록체인을 모르는 99.9%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변화를 주도하며 표준을 만들어 나갈 주인공을 기다립니다.

결코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1세대 블록체인 디자이너로 세상의 명성과 그에 걸맞는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사업들에 깊이 있게 관여할 모든 기회, 제가 반드시 보장하겠습니다.

대우에 있어서도 삶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전 직장이 어디든 어떤 대우를 받고 계시든 제가 적극 검토해 예를 갖춰 대우하겠습니다.

실은 똑같은 이유로 훌륭한 개발자 역시 모시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공히 블록체인 자체를 깊이 알아야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제작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누구나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열망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블록체인이 차세대 인터넷의 근간이 될거라는 확신이 만약 다른 누군가에게 있다면 블록체인 자체를 몰라도 저는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날 때부터 블록체인을 알았던 제작진은 없으니까요.

우리의 디자이너와 개발자 채용은 상시 열려 있습니다. recruit at chain.partners 로 자유 형식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시거나 원티드를 통해 지원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원티드에 올라가 있는 공고는 이 글을 쓰기 이전에 작성된 내용이라 경력 1년 이상으로 표기되어 있어 혹시 우리가 주니어 멤버를 찾는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어 적어 놓습니다. 저희는 현재 Corporate Identity부터 서비스 UI/UX 디자인이 가능한 CDO급 멤버를 최우선으로 모실 계획입니다. 그러나 디자인팀에 한해 시니어부터 주니어까지 모든 포지션이 현재 열려 있습니다. 따라서 의지가 있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든 우선 메일로 문을 두드려 주세요. 각자의 경력에 따라 합당한 보상이 제시될 것입니다.)

초기 철학과는 달리 소수의 대형 업체들이 이미 독과점해버린 인터넷을 블록체인에 기반해 다시 해체시킬 투사와 혁명가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과분한 멤버들이 모이고 있는 체인파트너스의 창립 선언문(Mission Statement)과 우리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창립 선언문 (Mission Statement)>

“우리는 인터넷의 미래를 만든다.”

인터넷은 지난 20년간 소수의 운영 주체가 독식해 버렸다.

그들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 과도한 광고와 수수료로 매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또한 검열과 자의적 편집권을 행사, 여론을 움직일만한 힘을 얻었다.

이는 누구나 정보를 유통할 수 있게 하자는 초기 인터넷의 비전과 명백히 어긋난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와 자료를 중앙의 누군가가 소유하지 않는 분산원장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탈중앙화된(decentralized) 새로운 인터넷 생태계를 개발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우리의 목표는 운영 주체의 개입 없이 24시간 작동하며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탈중앙화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들을 개발, 상업적 레벨에서 기존의 중앙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대체하는 첫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서 사람들의 정보를 다시 사람들 스스로에게 돌려주고 일부 인터넷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며 인터넷을 다시 다양성이 숨쉬는 생태계로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그것이 체인파트너스가 꿈꾸는 미래이고 여기 모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천천히 설계하고 과감히 실행하여 한발짝씩 인터넷의 미래를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인재상>

1. 불굴의 의지와 실행력

세상의 룰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인터넷 업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미 20년간 고착화된 룰과 싸워 이겨야 하며 보통 수준의 사고와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전투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를 기다리며 반드시 이 어려운 꿈을 이뤄내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맡은 일은 무조건 되도록 만들겠다는 압도적 실행력이 있는 멤버들을 찾는다.

2. 탁월한 실력과 이타심

인터넷을 바꾸는 일에 개인의 실력은 인터넷 업계의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 분야의 1등이야말로 그 분야를 와해시키고 혁신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만큼은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을 1등 실력을 갖기를 희망한다.

그런 상호 실력에 대한 신뢰의 기반 하에서 다른 멤버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협동해 갈 때 비로소 우리가 꾸는 꿈은 천천히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3. 인내심과 조급함을 이기는 절제력

인터넷이 여기까지 오는데 근 25년이 걸렸다. 블록체인 기술을 위시한 탈중앙화된 세상 역시 완전한 대중화에는 긴 세월이 걸릴 것이다. 물론 인터넷 때의 이메일처럼 분명히 특정 분야부터 먼저 열릴 것이다.

우리는 최대한 먼저 대중화될 분야를 찾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천천히 열릴 열릴 것이다. 그 점을 미리 알고 조바심과 조급함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이처럼 거대하고 긴 과업을 수행하는 회사에 잘 동화될 것이다.

4. 엄격한 도덕성과 명확한 철학

규제가 완벽히 도입되지 않은 분야의 사업을 함에 있어 임직원들이 스스로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철학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때 회사는 건강히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건강한 정신과 철학을 소유한 사람들이 업계 발전에 힘쓸 때 비로소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더 빠르게 실현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도 철학과 도덕성을 갖추려 부단히 애쓰고 임직원도 반드시 스스로 공사 구분을 철저히 하는 업무 스타일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1등으로 가는 길에 적도 많고 방해자도 많을 것이다. 소탐대실하지 않고 엄격한 도덕성과 철학을 견지하는 자만이 비로소 맨 위에 서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제가 블록체인 회사를 세우겠다고 처음 밝힌 글에서 정정할 것이 있습니다. 거래소와 SI성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I 성격의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거래소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은 철회합니다. 지금도 거래소가 많고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을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거래소가 당분간 꼭 필요한 function이라는 내부 토론이 있었습니다. 아직 사람들은 암호화폐 투자 때문에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래소에 대한 기존 입장은 보다 긍정적으로 선회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저와 한 배를 타고 다시 운명의 짝꿍이 될 디자이너 구인글을 마칩니다. 제가 글 주변이 없어 매우 길어진 점 용서하십시오. 상시 채용이기는 하나 좋은 멤버가 구해지면 채용은 일찍 종료할 예정이니 빠른 지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길고 길었던 연휴를 마치고 모두 다시 힘찬 출발 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