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정리와 2019년 블록체인/크립토 시장 전망

글이라는 것은 자꾸 쓰지 않으면 쓰는 방법을 잊는듯 합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씁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지난지 모를 한 해였습니다. 연말엔 의례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을 쓰지만 올해는 정말 그랬습니다. 크립토 업계에 있던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올해 좋았던 일을 꼽자면 체인파트너스 동료들을 만난 일입니다. 이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헤어진 사람도 있지만 다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좋게 헤어진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락을 해야만 했는데 너무 바빠 못한 사람, 답장을 못한 사람, 대화하다가 끊긴 사람도 있습니다.

올 한해 제게 여러모로 서운했던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한동안 하루 서너시간 자면서 일만 했습니다. 운동은 상상도 못하고 제대로 된 점심 식사는 2주에 한 번 정도 했습니다. 그렇게 살았으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족해 올해 여러모로 많은 실망도 끼쳤습니다. 몇가지 생각해 보면 이오스 타워가 생각납니다. EOS BP로 출마해 국내외 후보들과 과도한 선거전을 벌이며 BP가 되면 이오스 노드를 유치한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특정 국가 후보들의 담합으로 국내 모든 후보가 BP에서 밀렸고, 전체 블록체인 시장의 거품이 빠지며 EOS 가격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블록체인의 성격상 생태계 지속성이 위협 받는 것이 이 세계이므로, 우리가 이오스 타워를 올리는 꿈은 지금으로서는 다소 멀어졌습니다.

이 점 많은 분들께 실망을 끼치게 되어 송구합니다. 하지만 이오스 타워를 제외한 모든 공약은 약속대로 착실히 이행해 가고 있습니다. EOSscan을 대체하는 EOS 이용 종합 포털인 EOShub가 출시되었고, 예고했던 NOVA 월렛이 출시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탈중앙 거래소인 EOSDAQ이 출시되었고, Tokenext도 나왔습니다.

다소 늦었지만 DAYBIT이 EOS 기축 거래를 시작하였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EOS 교육 프로그램인 We.D, 글로벌 DApp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인 DIA,  EOSYS 블로그를 통한 EOS 교육 자료 제작도 계속 했습니다.

EOS 생태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자원 임대 도구인 Chintai는 최근 BP들의 투표로 전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5명의 관리인을 선출했습니다. 여기에 당당히 EOSYS가 선출되어 Chintai 운영과 Chaintai에 모인 EOS 토큰을 활용한 대리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리인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단지 토큰 많은 사람이 좌우하는 EOS BP 선거가 아니라 전세계의 인정받는 BP들이 모여 그간의 노력과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선출한 관리인이기에 더욱 값진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블록체인계의 경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이렇게 큰 블록체인의 코어 그룹이 된 국내 회사는 없었습니다.

EOSYS는 EOS를 만든 Block.one의 부사장이었던 Thomas Cox가 좌장으로 있는 EOS Work Proposal Working Group에도 참여해 매년 새로 발행되는 토큰의 운영 방침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러 의미로 한국의 EOSYS는 EOS 블록체인 운영의 핵심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모두 지난 한 해 여러분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이오스 타워는 현재로서는 너무 송구합니다마는 우리는 약속을 지키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여건이 되는 날이 오면, 다시 꿈꾸겠습니다.

EOS는 완벽한 마지막 블록체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훌륭한 블록체인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블록체인이고 나머지 모든 블록체인 DApp이 일으키는 Transaction을 합한 것보다 많은 Transaction이 EOS 위에서 동작하고 있습니다.

즉 당분간 적수가 없는 블록체인이고 겨우 올해 6월에 나온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해 갈 것입니다. EOSYS는 그런 블록체인의 인사이더고, EOS가 커지는 혜택을 EOSYS가 그대로 받을 것입니다.

EOS는 애초에 오픈소스를 이용한 변형(Hard fork)을 권장한 체인입니다. 그러나 아직 변형이 많이 안나왔습니다. 우리는 애초부터 EOS를 이용해 기업이 쓰기 편하게 변형한 블록체인을 만들겠다고 예고해 왔습니다. 이름은 POLARIS입니다. 올 3월부터 꾸준히 조금씩 발전을 시켜왔고 최근 Position Paper 2.2 버전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어떤 블록체인을 구상하고 있는지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EOS 블록체인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쓰기 편한 부분을 강화한 일종의 EOS 산업용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하나씩 베일을 벗고 좋은 파트너들과 진짜 블록체인이 필요한 곳에 사용해 갈 것입니다.

요즘은 블록체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을 도입했다고 연일 보도자료를 냅니다. 기왕이면 우리는 아주 적게 쓰여도 POLARIS가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곳에만 쓰이기를 바랍니다. 블록체인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은, 불도저 몰고 레이싱 경주를 나가는 것만큼이나 비용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DAYBIT 거래소는 올해 두 차례의 연기 끝에 10월에 출시되었습니다. 몇 가지 실수가 있었습니다. 먼저 모 해외 거래소와의 제휴건이 있습니다.

해당 제휴는 실제 추진중이었으나 저의 부주의로 논의 과정 중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이후 딜이 지지부진해 깨졌고 기사를 보고 묻는 사람이 많아지자 해당 거래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데이빗과의 제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기꾼에게 엄정 대응하겠다”는 다소 강한 표현을 써서 마치 논의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해당 기사가 나간데 대해 직접 만나서도 사과했고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그런 트윗을 올린건 여전히 깊이 유감스러운 행동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기가 두 차례나 된 것은 모두 제 불찰이었습니다. 변명하자면 중간에 원화 수신 문제가 있었고 리워드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서 각각 한달과 두달 일정의 설계 및 개발 변경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온전히 저의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세번째는 오픈 이후의 일입니다. 리워드 프로그램을 위해 설계된 데이 토큰 가격이 상장 직후 크게 올랐다 떨어진 일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중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 토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저희에게도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가격을 우리 또는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띄우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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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4일 현재 제 데이 토큰 보유량. 평단 $0.122에 201,475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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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매도 거래 내역입니다. 데이 토큰은 단 한 번도 판 적이 없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해 거래소가 가져가는 수수료의 고정 비율을 낮췄고, 그간의 수수료 수입을 이용해 장내 고지 후 꾸준히 데이 토큰을 바이백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데이 토큰이 낮은 가격대를 횡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부러 펌프 앤 덤프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 두달 넘게 운영하며 데이 토큰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장기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데이빗 거래소가 본연의 건강한 거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개선은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 왔습니다.

그런 배움을 앞으로 서비스에 하나씩 적용해 갈 것입니다. 우리가 오픈 후 순차적으로 EOS를 상장하고 기축 마켓을 도입해온 것처럼, 이같은 배움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기간도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은 전혀 없는 데이 토큰의 기능도 하나씩 붙여갈 것입니다.

체인파트너스와 그 인접 생태계 전반에 걸쳐 데이 토큰은 단일 화폐이자 상품권처럼 실제 서비스를 구입하고 이용하는 용도로 널리 통용되도록 차근히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얼마전 주주 중 한 사람으로부터 ‘앞으로 시장에 아무 약속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습니다. 그간 우리가 너무 많은 약속을 해왔기 때문에 제 때 출시가 안되면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그냥 시장에 기대를 주지 말고 때 되면 내라는 말이었습니다. 약속한 대부분의 일을 실제로 하고도 욕먹은 걸 생각하면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약속을 거의 안합니다. 여느 언론 인터뷰에서도 주의하고 있고 제 약속의 산실이었던 이 블로그도 두 달 가량 아무 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를 만들어서는 안되겠지만 최소한 이 사람이, 이 회사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때때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처럼 계획과 비전을 빼면 아직 실체가 없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하지만 글의 끝까지, 또 앞으로의 글과 인터뷰에서도 큰 방향은 제시하되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은 약속하지 않으려 합니다.

데이 토큰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는 제가 최대한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 온 것과는 무관하게 살면서 가장 많은 욕을 들어먹었습니다. 올 여름께 국제적인 다단계 조직이 500억 어치에 해당하는 이더를 줄테니 데이 토큰을 통째로 팔라고 접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제안을 뿌리치고 새벽까지 일하다 집 앞의 24시간 분식집에 들러 만두 라면을 먹었습니다. 스스로 깨끗하게 살고 있다는 뿌듯함에 그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로부터 몇달이 지나 데이 토큰 가격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그 사진을 캡처해 저를 ‘표만두’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500억 거절했다고 스스로 우쭐해 놓고 정작 상장 후 가격 방어 하나 못해주다니 한심해 보였을 겁니다. 당시 제가 올린 글을 보고 “표철민은 맨날 똑같다. ‘나는 이렇게 잘하려 노력하는데 당신들은 왜 그리 몰라주느냐’고 우는 소리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자기 연민과 자기애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토큰 가격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데이빗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데이 토큰을 계속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특정 거래소가 마켓 메이킹 봇을 일정기간 사내에서 돌려 검찰에 기소되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데이빗은 그런 일은 없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누군가 들어와 자료를 다 열어 보아도 우리 스스로 자신있고 떳떳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실수하는게 있을지 몰라도 거래소 운영에 있어서는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하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습니다.

내년도 전망

내년도 전망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블록체인을 다루는 미디어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전통 미디어도 블록체인을 다루고 블록체인만 다루는 신생 매체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새해를 맞아 몇몇 언론사에서 내년 시장 전망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연말이라 몇군데 인터뷰도 했는데요.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제 발언의 취지가 더러 생략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여러 오해가 생길거 같아 부득이 직접 써서 본래 뜻을 전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루는 주제가 많아 글이 길지만 이 글을 읽으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해되실 겁니다. 누구를 서운하게 하려고 제 시간 들여 이렇게 글 쓰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배운 것들, 제가 블록체인 시장의 여러 정보가 모이는 곳에서 겪고 느끼게 된 것들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최대한 고민하고 나누어서 한국의 블록체인 업계가 각기 따로 시행착오하는 시간을 줄이고, 힘을 모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의 원년

내년에는 카카오 계열의 Klaytn과 라인 계열의 LINK, 그리고 두나무 계열의 Luniverse, 블로코 계열의 Aergo 등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들이 속속 나옵니다. 티몬과 배달의민족 등 여러 서비스에서 사용한다고 예고한 Stable coin인 Terra도 나옵니다. 이더리움은 제휴팀이 없지만 이런 프로젝트들은 제휴팀이 있어 파트너를 설득해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직접 DApp을 개발하거나 파트너사에 일정량의 토큰이나 현금 등 보상을 지불하고 DApp 개발을 시키기 때문에 순전히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더리움이나 EOS 생태계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중앙화 블록체인 진영보다 중앙화 블록체인 진영은 이미 기존 서비스에서 확보하고 있는 유저도 많고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도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카카오나 Facebook, Baidu가 만드는 블록체인이나 DApp이 이더리움이나 EOS 기반 DApp보다 쓰기 쉬울 가능성은 거의 확실합니다.

프로토콜뿐 아니라 지갑 같은 유틸리티도 기존 인터넷 기업들이 만드는 것은 훨씬 쉬울 겁니다. 탈중앙 철학에 다소 위배되더라도 지갑 앞 단을 중앙화하면 핸드폰 번호나 Facebook,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 시킬 수 있습니다. 알아 볼 수 없는 난수로 로그인해야 할 일은 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는 거의 사라질 겁니다.

또한 기존 사용자 기반이 없는 이더리움이나 EOS에 비해 자신들이 운영하던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를 유입시키기 훨씬 유리합니다. 따라서 단시간 내에 사용자수는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이 그렇지 않은 블록체인을 압도할 겁니다.

올해까지는 주로 운영의 주체가 없거나 운영의 주체도 그다지 유저를 부을 힘이 없는 블록체인들만 있었다면 내년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겁니다. ‘이더리움 대 EOS’가 아니라 ‘탈중앙 블록체인 대 중앙화 블록체인’의 경쟁 구도를 띄게될 겁니다.

아마 중앙화 블록체인은 지역색을 강하게 띌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카오 Klaytn은 한국에서, 라인의 LINK는 주로 일본과 대만 등 LINE 메신저가 강한 지역에서, 그리고 Baidu나 Alibaba가 만든다는 블록체인은 당연히 중국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을 겁니다.

Facebook도 블록체인팀이 200명이 넘는다고 하니, 내년에는 속속 준비중인 것들을 내놓으리라 생각합니다. Whatsapp에 Stable coin을 개발해 넣어 인도의 송금 시장을 노린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200명이 Stable coin 하나만 만들고 있을리 없기 때문에 Facebook과 Instagram, 그리고 Whatsapp 메신저를 가진 Facebook 그룹은 블록체인 대중화에 가장 큰 다국적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입니다.

Google과 Apple은 아직 조용히 있지만 블록체인 세상이 와도 사용자 접점은 모바일과 데스크탑에서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양대 모바일 플랫폼을 쥔 두 회사는 급할게 없습니다. 언젠가 Google이 모바일 Chrome 브라우저에 암호화폐 지갑 플러그인을 내장하면(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Google은 단숨에 세계 1위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회사가 됩니다.

Apple 역시 이미 있는 iWallet에 암호화폐 지갑만 추가하면 전세계 수억명의 사용자를 금방 흡수할 수 있습니다. 유저를 잔뜩 쥐고 있는 중앙화된 주체들은 사실 블록체인 혁명에 그리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탈중앙 진영이 만든건 오픈소스로 모두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지만 탈중앙 진영은 중앙화 진영이 가진 사용자가 없습니다.

물론 탈중앙 진영이 영원히 불리하기만 한건 아닙니다. 결국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하며 사용자를 얻을 겁니다. 그것은 주로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치적인 탄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에 있고 싶지만 있을 수 없는 서비스들이 블록체인으로 와서 사용자를 얻을 겁니다. 불법 영화 스트리밍, 온라인 도박, 마약 거래, 무기 밀매, 매춘, 포르노, 온갖 핍박받는 소수자 또는 음성적 커뮤니티가 그런 예입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수요가 높지만 인터넷에서는 서비스되기 나날이 어려워지는 것들입니다. 추적 기술이 발달하며 점점 두려움이 커가지만 수요는 오늘도 내일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들은 이런 서비스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안을 겁니다. 어쨌든 우리 생태계로 들어오는게 고맙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될 겁니다. 반대로 음성적인 서비스들 입장에서도 만약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정보를 블록체인 운영 주체에게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면 온전히 안전하고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진짜 블록체인이 필요한 서비스들은 운영의 주체가 없는 이더리움이나 EOS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일시적으로 양질의 DApp을 만들고 유명한 회사를 파트너로 참여시키고 기존 사용자를 참여시키는 일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중앙화된 주체들이 잘할 겁니다. 허나 시간이 한 두 해 더 지나고 나면 결국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운영의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에 둥지를 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안전하고 지역색 없이 보다 국제적인 블록체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이더리움이 성능 문제도 있고 해서 많은 DApp들이 갈 길을 잃었습니다. 그 사이를 EOS가 치고 들어왔고 내년에 나올 여러 블록체인들이 각자의 영역을 넓힐 겁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고작 2014년 12월에 나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겨우 말 배우는 수준입니다. 사람들은 당장 이더리움이 뛰어 다니거나 박사 학위를 따기를 바랍니다. 고작 3년 된 실험적 소프트웨어에게 말입니다.

내후년쯤 뒤에는 이더리움이 번듯하게 말도 하고 학교도 다닐 겁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DApp은 충분히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커뮤니티도 세계적으로 가장 큽니다. EOS는 물론이고 중앙화된 블록체인들은 이더리움이 아직 제대로 등판하지 못한 2년을 골든 타임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전세계 블록체인 진영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언제나 IT의 바로미터가 되는 북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이더리움이 시장을 평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획경제 식으로 단시간에 발전시키는건 자본을 투여해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전세계 커뮤니티의 고른 지지와 개발 참여는 자본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돈 주고 DApp 개발 시킬 수 있지만 돈이 무한정 있는게 아니면 언젠가는 멈추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블록체인이 끝내 살아남기 위해 가장 힘써야 하는건 견고한 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북미는 애초부터 이더리움의 Co-founder였던 Joseph Lubin이 창업한 Consensys가 뉴욕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이더리움의 텃밭입니다. 현재 EOS 기반 DApp 사용자는 보통 중국 4-50%, 한국 3-40%, 그리고 나머지 국가를 다 합쳐 1-20% 정도 나오는데 지역 확대는 EOS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입니다. 이를 넘지 못하면 결국 EOS도 앞으로 나올 다른 중앙화된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있는 체인에 머물고 말 것입니다.

이 산업에 들어와 항상 혼란스러웠던 것이 과연 블록체인이 말하는 ‘탈중앙성’은 소수 주인공들을 위한 명분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 코인을 만드는 것은 소수고 블록체인도 만들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이더리움이나 EOS 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우지한이나 로저버, 브룩 피어스처럼 개인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된 사람들은 이 시장이 존속하는 한 거의 지는 일이 없는 게임을 하게 될 겁니다. 대형 거래소들 역시 시장의 헤게모니를 움직이는 주체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들에게 과연 ‘탈중앙’은 어떤 의미일까요?

영화에 빗대자면, ‘블록체인 산업’은 빨간 약 먹고 매트릭스를 탈출한 사람들에게 다시 집 지어주며 재벌이 되는 아이러니한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내년은 중앙화 진영이 탈중앙 진영에게 도박을 제외한 건전한 DApp의 가능성과 아름다운 사용성을 한 수 보여주어 탈중앙쪽 혁신도 자극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디밴드들끼리 모여 자유롭지만 대중성은 없는 노래를 지어 부르던 마을에 갑자기 SM과 YG가 떨어진 상황이 된 겁니다. 마을 원주민들은 혼란스럽지만, 분명 대중성을 배울 것입니다.

다시 컨텐츠가 갑이 되어 모셔가는 시대

국내외의 중앙화된 블록체인들이 제휴팀을 가동하면 굉장히 많은 회사들이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속도는 아무래도 암호화폐 시장 열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다양한 실험이 여러 카테고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최근에 야놀자가 두나무의 Luniverse 플랫폼 위에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하겠다고 제휴를 맺은 것도 그런 예입니다.

이스라엘 체인인 Orbs는 한국까지 와서 제휴사를 찾고 있습니다. 벌써 Yes24를 비롯해 여러 기업과 지자체가 Orbs 체인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블록체인을 도입하지는 않을테니 블록체인 도입에 관심 있는 소수 기업들을 놓고 체인 간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어디랑 하기로 했다가 보다 좋은 조건으로 다시 빼앗아 오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 초기에 한때 앱스토어가 세계적으로 600개가 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중국에서는 일부 사설 스토어가 살아 남아 성업중이지만 이제는 Google Play와 Apple AppStore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이나 EOS, 그리고 앞서 열거한 중앙화된 블록체인들은 모두 양질의 DApp이 많이 올라와야 의미가 생기는 이른바 ‘플랫폼 블록체인’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앱스토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아이폰 초기에 신기하고 재밌는 앱을 쓰려고 아이폰을 산 사람이 많습니다. 즉 플랫폼과 컨텐츠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앱을 쓰려고 아이폰을 사고, 아이폰을 산 김에 앱을 씁니다.

물론 블록체인은 스마트폰 같이 고객 접점이라기보다는 아마존 클라우드 같은 백엔드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쓰는 서비스가 백엔드에 이더리움을 썼던 Klaytn을 썼던 전혀 알 필요가 없습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주로 DApp 개발자가 플랫폼이 주는 경제적 또는 마케팅적 인센티브, 그리고 자기가 구현하려는 서비스 기능을 가장 제대로 제공해 주는 플랫폼이 어디인지, 또한 자기 서비스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는 플랫폼인가에 따라 어느 블록체인을 선택할지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초기에는 많은 블록체인의 제휴팀들이 ‘파트너사의 필요에 따라 블록체인의 기능을 추가해 주겠다’고 제안할 겁니다. 레퍼런스도 만들겸 파트너사의 DApp 개발을 아예 플랫폼이 대신해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벌써 그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되면 결국 일반인이 누구나 아는 소비재 회사나 고객을 많이 가진 회사, 또는 양질의 컨텐츠를 많이 가진 회사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에게 ‘유치 1순위’가 될 것입니다. 서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독점’ 또는 ‘한시적 독점’ 제휴를 요구할 것이고 결국 금새 컨텐츠가 갑이 되어 블록체인을 고르는 입장이 될 겁니다.

컨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독과점 상태가 되면 헤게모니는 플랫폼이 쥐지만, 플랫폼이 난립할 때는 컨텐츠가 헤게모니를 쥡니다. 언제나 그래왔고 블록체인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진정한 블록체인 문제는 어디에.

지난 한 해 여러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나왔습니다.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이 지역화폐일 겁니다. 지난 지방선거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지역 사회에 통용되는 코인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실제 내년부터는 예산에 반영되어 아마도 활발하게 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 사업에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 뛰어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정말 블록체인 없이 못 만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지역 바우처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에 포인트를 충전해 줍니다. 이건 몇년간 블록체인 기반이 아니었지만 잘 돌아갔습니다.

지금 블록체인 기반이라 이야기하는 여러 지역화폐도 실제 동작 원리는 대부분 Off-chain(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게 아니라 추후 비동기식으로 기록)입니다. 즉 현재의 그리고 내년에 본격화될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는 실은 마케팅 용어에 다름 아닙니다. 블록체인 없이도 중앙화해서 할 수 있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넣는다고 특별히 개선이 있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송금은 어떨까요? 블록체인계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들은 사회적 문제가 ‘Unbanked people’ 즉, 아직 은행 계좌가 없어 돈을 주고 받지 못하는 인류가 1/3이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근처의 환전상에서 현찰로 돈을 주고 받기 위해 많게는 30%의 환전수수료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오히려 후진국일수록 자금 이동에 선진국 주민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이른바 ‘Poor tax’라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여러 블록체인 기반 송금 프로젝트의 꿈입니다. 참 멋지죠. 심지어 아프리카의 ‘Unbanked people’들에게 비트코인 원장을 중계하는 위성을 쏘겠다는 블록체인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우선 스마트폰이 있어야 합니다. 요새 저가형 스마트폰 많으니까 아프리카에 보급이 많이 되었다고 가정하죠. 그러면 더 이상 블록체인 기반 송금이 필요할까요? 스마트폰이 있다는 얘기는 당연히 이동통신망이 깔려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냥 WeChat Pay나 Alipay로 송금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블록체인계의 주장은 ‘중앙화보다 안전하다’, ‘중앙화는 부패됐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WeChat Pay나 Alipay가 사용자의 돈을 훔쳐간 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13억 중국 인구가 그토록 열성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죠. 길거리 노점상까지 받는게 WeChat Pay인데, 일대일로 전략으로 아프리카에 열심히 손을 뻗치고 있는 중국이 WeChat Pay나 Alipay를 아프리카에서 서비스하지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Facebook이 Whatsapp 메신저에서의 송금을 위해 개발한다는 Stable coin 역시 아프리카에 스마트폰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제공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블록체인이 해결하려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간의 송금 서비스는 이미 중앙화에서 잘 제공하고 있는 분야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나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송금이라면 또 모를까, 그것들이 있어야 하는 전제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은 중앙화된 송금 대비 어떠한 잇점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중앙화된 송금 서비스는 자사 사용자끼리 송금 수수료도 무료입니다.

물론 현재의 은행간 국제 송금 프로토콜인 SWIFT보다는 Ripple이 개발한 xCurrent 솔루션 같은 블록체인 기반 국제송금 프로토콜이 훨씬 비용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마는 이건 기관간 거래에 쓰이는 프로토콜입니다. 개인간 송금은 여전히 중앙화쪽이 훨씬 더 많은 답을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그런 식으로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공인인증서는 ‘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20년 넘게 사용해 온 공인인증서는 그동안 안전하지 않았던 건가요? 마치 앞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가 중앙화된 지역화폐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블록체인 기반 송금이 중앙화된 송금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블록체인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적용을 한 것입니다. 그랬기에 사용자는 잘 설득이 안됩니다.

내년 예산을 보니 많은 블록체인 국책 과제가 나왔습니다. 지자체도 블록체인 과제를 예산에 올렸습니다. 또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 블록체인으로 굳이 풀 필요 없는 문제들이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뭔지 굉장히 어렵고 멋져 보이는 수식어를 달고 개발될 겁니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분명 도움이 되지만, 블록체인’도’ 풀 수 있는 문제 말고 블록체인’만’ 풀 수 있는 문제에 예산이 가도록 해야 국비가 낭비되지 않습니다.

일년여전 글에서 제가 언급한대로 언젠가는 블록체인이 미들맨을 없애고 직거래하는 시대를 만들어 여러 산업을 전복시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앙화 집단이 바보가 아닌 한 그렇게 쉽게 자기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서 진짜 블록체인을 생각하는 사람과 회사는 블록체인을 마케팅 용어로 쓸 것이 아니라 전복을 꾀하는 산업에 우뚝 서있는 전통의 강자들을 물리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도박과 사행성 게임

아래는 EOS의 2018년 12월 23일 기준 실제 동작하는 인기 DApp 순위입니다. 유저수도 많고 24시간 실제 토큰이 왔다갔다한 내역은 압도적으로 도박 DApp이 많습니다. 카테고리의 빨간색이 모두 도박 DAp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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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실제 DApp이 돌기 시작한 TRON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기있는 대부분의 DApp은 도박입니다. 빨간색은 대놓고 도박이고 갈색은 사행성 DAp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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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같은 시각 이더리움의 DApp들 순위입니다. 이더리움 성능이 너무 떨어져 실시간성이 중요한 도박 DApp은 거의 없습니다. 이게 이더리움이 깨끗해서가 아니라 이더리움에 올리고자 했으나 성능이 떨어져 못올린 도박 DApp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EOS나 Tron을 찾아갔기 때문입니다. 도박 DApp이 없는 이더리움은 DApp별 24시간 사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EOS 대비 1/3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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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더리움 성능이 개선되면, 이더리움의 상위 DApp 순위도 빨간색이나 갈색이 대부분 채울 것입니다. 아직은 아이러니하게도 느려서 깨끗합니다.

비트코인은 DApp이 없지만 최근 24시간동안 가장 입출금이 많은 계좌 Top 25를 보면 그중 최소 10개 이상은 항상 비트코인을 베팅에 사용하는 도박 사이트들이 차지합니다. 결국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트랜젝션은 어김없이 온라인 도박 서비스가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데이터들을 놓고 볼 때 블록체인 킬러 DApp은 도박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의 첫번째 히트작이었다면, 두번째는 온라인 도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역화폐나 개인간 송금, P2P 음원 서비스, 농수산물 유통 등은 아직 아닙니다.

STO (증권형 토큰 발행)

이 시장의 많은 분들이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발행)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10조 달러(10 Trillion dollar)가 된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딜 가나 그 소리여서 대체 그 수치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한 증권형 토큰 플랫폼 회사가 ‘자체 추정’한 내용이 수백개 사이트에 인용되며 마치 STO 시장이 머잖아 그렇게 되는 것처럼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회사 멤버들과 함께 전세계 STO 시장 조사 자료를 뒤졌는데, 제대로 된 추정치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STO에 대해 나온 모든 전망은 근거없는 자료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NDA(비밀유지협약)가 있어 자세히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저는 몇달 전 두바이와 뉴욕의 중심지에 상업 부동산(빌딩)을 STO하는 자료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맨날 백서 수준의 ICO만 보다가 STO라는 신선함과 짓고 있는 건물의 아름다움에 반해 저는 너무 멋진 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증권사에서 온 우리 CFO는 딱 보자마자 “절대 투자하면 안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담보가 전혀 없는, 후순위 채권을 토큰화한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전통 자본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자연스러운 상업 부동산이 STO라는 독특한 자금 조달 수단을 택했을 정도라면, 어딘가 자금 조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STO 초기에는 그 자금 조달 방식의 생소함으로 인해 좋은 투자 대상일수록 선택을 꺼릴 것이고(전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쉬운데 굳이 새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아마 초기 STO의 대부분은 후순위이거나 무담보, 극도로 위험한 트렌치(=채권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O 초기에는 아무런 담보도, 지분도, 권리나 약속도 없던 ICO에 비해서는 훨씬 더 안전해 보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착시 효과로 인해(실제로는 위와 같이 극도의 위험자산일 가능성이 높지만) 판매는 성황리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제가 두바이에 신축하는 아름다운 건물의 전경에 매료된 것처럼 말이죠.

STO가 담보하는 자산이 건전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게 ‘증권’이라는 겁니다. ICO는 아무나 만들고 중개할 수 있었지만 증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증권중개업 라이센스가 없는 회사가 STO로 나온 토큰을 팔거나, 중개하거나, 소개하거나, (지금 다단계 업자들이 하듯) 리세일 하면 이것은 증권법 위반이 됩니다.

STO는 그 기본 속성이 증권을 중개(Brokerage)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중개 라이센스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는 증권사의 영역이지 스타트업이나 개인, 팀이나 리셀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비상장주식 분야 1등인 38커뮤니케이션이 20년이 넘도록 ‘삽니다’와 ‘팝니다’ 게시판만 열어 놓고 중간에서 중개를 못하는 이유도 바로 중개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STO에 대해서는 특히 이 업계에 있는 회사들이 과도한 기대나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TO는 증권이고 증권사가 아니면 취급할 수가 없습니다. 즉 STO 시장이 열린다고 해서(물론 열리기도 쉽지 않겠지만) ICO 때처럼 아무나 막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물론 그림이나 부동산 등 그동안 유동화가 어려웠던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큰이 갖는 장점이 많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STO는 마치 2017년 초의 ICO나 2015년의 AI와 같이 환상을 갖게 하는 용어입니다. ‘2022년 10조 달러 시장’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끼면 더욱 그럴싸해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매력적인 분야임에는 틀림없지만 세가지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토큰에 펀더멘털이 생기는 점입니다.

담보 재산이나 약속된 배당이 있기 때문에 그런게 없던 유틸리티 토큰보다 상대적으로 토큰 가치를 산정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유틸리티 토큰 때와는 차원이 다른 펀더멘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높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토큰 시장에게는 이게 약일수도, 독일수도 있습니다. 가치의 기준이 생기므로 더 이상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표시 자산의 건전성 측면입니다.

STO가 엄청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STO라는 낯선 자금 조달 방식을 선택한 투자 물건들은 대체로 전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즉, 전통 시장의 기관들은 절대 투자하지 않을 자산이나 트렌치를 잘 모르는 개인들에게 판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STO를 처음 접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마치 작년의 ICO처럼 열심히 팔아제낄 것입니다.

셋째, 발행의 주체와 거래자 모두에게 불편함이 커지는 문제입니다.

ST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은 증권사 라이센스를 가진 회사들이 브로커(중개인)로 활동하는 STO 전용 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일반적인 토큰 거래소에서 쉽게 거래하는 것보다는 훨씬 엄격한 비대면 본인확인, 자금 출처 확인 등이 필요할 겁니다.

요컨대 거래 과정이 지금의 토큰 거래보다 훨씬 까다로울 겁니다. 발행회사 역시 다소 간소화되기는 하겠지만 증권신고서에 준하는 내용을 규제당국에 제출해야 할 겁니다. 이는 몹시 거추장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담보 자산일수록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할 겁니다.

STO 시장 초기에 부실 채권을 담보로 한 토큰에 투자해 돈을 날린 투자자들은 금새 신중해 질 겁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점차 건전한 채권을 토큰화한 것에 투자하기를 원할 것이고 시장은 합리적이 될 것입니다.

그럼 전통 시장보다 자금 조달이 쉽거나 빠르지도 않고, 오히려 갖출 것은 다 갖춰야 하는 STO를 발행사들이 굳이 선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양질의 채권이 토큰화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듭니다. 토큰 거래가가 전통 시장 대비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토큰화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것이 STO입니다. STO는 마치 블록체인과 같습니다. 블록체인을 붙이면 뭐든 좋아 보이고 새로워 보이는 것과 같이, 시들해진 암호화폐에 활력을 불어 넣을 황금카드가 바로 STO로 보입니다. 그러나 결코 ICO 때의 착각과 피해를 되풀이하면 안됩니다. STO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초기 착시를 넘어 건전하게 대중화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물론 많은 크립토 회사들이 증권 중개 라이센스를 이미 샀거나 땄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STO 시장이 진짜 커진다면 이미 고객(투자자)을 가진 증권사들이 뛰어들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증권사 출신인 우리 CFO가 토큰 투자 검토를 오래한 저보다 앞서 STO 물건 분석을 훨씬 빠르게 해냈듯이, STO는 전통적인 부동산이나 VC 투자에 가깝기 때문에 전통 자본 시장에 있던 사람이 훨씬 잘할 겁니다.

이에 대해 전원이 증권사 출신인 우리 리서치센터에 물어보니 증권사들은 토큰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STO가 어지간히 커지기 전까지는 건드리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STO에 대한 대략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STO 시장 초기엔 상대적으로 위험한 실물자산이나 안전한 물건이더라도 위험한 채권이 토큰화될 가능성이 높다.
  2.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2-3년간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만 팔려면 중개 라이센스가 있어야 할거고 그게 없으면 STO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상장까지 전 과정을 돕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3. 다만 시장이 아주 커지게 되면(아직 STO 시장이 커질지는 불확실하다. STO가 기존 증권에 준하게 발행과 거래가 까다로워지면 발행사들이 발행을 꺼릴 것이기 때문-인터넷 소액공모 제도가 10억원 이상 모집시 증권신고서 제출토록 한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처럼-이다. 유일한 기대감은 상장의 용이성인데, 시장 진입이 유틸리티 토큰 거래소보다 까다로울 것이므로 충분한 거래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발행 자문에는 전통 IB가 들어올거고 중개도 기존 증권사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크립토 파이낸스

크립토 파이낸스의 영역에는 크게 OTC(Over the counter, 장외거래), Market Making(시장조성) 또는 Liquidity providing(유동성 공급-결국 같은 말이다-), 운용(Asset Management), 보관 및 자산관리(Custody & Treasury Management), 파생상품 개발/판매 등의 분야가 존재합니다.

운용은 모두가 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뚜렷한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에 주로 지인들 위주의 50인 이하 사모로 암암리에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법의 모호함으로 인해 정식으로 사모펀드 등록을 한 곳은 없고 그냥 암호화폐로 수신해 운용합니다.) 다만 홍콩 증권당국은 크립토 펀드 운영을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11/1 발표했습니다.

보관 및 자산관리 분야는 기관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대신 맡아 보관해줄뿐 아니라 무위험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 약간의 수익을 내거나 가격변동 노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Hedging)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시장에 세계적인 자산운용의 공룡인 Fidelity가 뛰어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암호화폐 보관의 거추장스러움으로 인해 많은 기관들이 현물보다는 선물이나 ETF를 담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Custody 시장이 생기긴 생기겠으나 고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파생상품 개발/판매는 비교적 최신에 등장한 분야인데 비트코인 가격에 기반한 장외 파생상품을 설계해 판매하는 해외 하우스가 생겼습니다. 주로 옵션 상품을 설계해 팝니다. 암호화폐 ETF를 White-labeling하여 ETF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에 공급하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하우스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ETF 운영을 OEM으로 하청주는 구조입니다.

크립토 파이낸스는 기존 금융의 영역을 빼닮아가고 있는데 재밌는건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기관들과 선수들(주로 증권사 출신인)이 실제 블록체인에는 거의 1도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얼마전 싱가폴 최대 크립토 파이낸스 하우스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를 만났는데 “하루 12시간 내내 크립토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요즘 블록체인쪽 이슈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지낸다”고 했습니다.

물론 운용역은 그러면 안되겠지만 이 친구는 OTC쪽이라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실제 크립토 파이낸스에 뛰어든 금융 선수들에게 이 자산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전통 자산과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신종 자산군일뿐입니다. 자산의 종류만 바뀌었을뿐 일하는 방법은 똑같습니다.

변동성이 큰만큼 수익률이 높을땐 아주 높지만 아직 전통 시장에서 많은 사람이 안들어갔기 때문에 효율화되지 않은 시장입니다. 따라서 아직 할게 많고 먹을게 많습니다. 그것이 그들을 자극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막상 들어와서 보면 쉽지는 않습니다. 밖에서 볼 땐 다 할 수 있을거 같지만 들어와 보면 밖에서는 모르던 고충을 알게 되니까요.)

요즘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국내 하우스들도 OTC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해외 하우스들도 국내 OTC 시장에 눈독 들이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OTC를 깨끗하게 하는 것과 위험하게 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한국의 크립토 OTC 시장은 이미 4-5년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개 위험하게 하는 것이었죠. 현금 박치기도 하고 수표도 끊어주었습니다.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크립토를 장외에서 가져야하는 사람은 돈 세탁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나 국내 자산을 해외로 유출하려는 사람들이 그간 국내 OTC의 주요 고객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체인파트너스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깨끗한 OTC를 해보고자 올 여름 OTC 데스크를 설치했습니다.

그간 우리가 저런 현찰 박치기 같은 요청을 거절한 건만 해도 수천억은 족히 될 것입니다. 반면 양쪽 거래 상대방이 본인 확인과 자금 출처 서류를 제출하는 깨끗한 거래 건수는 아직 국내는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크립토를 사는 기관도 별로 없을뿐더러 관심이 생겼다 해도 나라의 입장이 부정적이어서 구입을 망설입니다. ICO를 한 곳이 많아야 OTC 수요도 커지는데(모금한 토큰을 장외에서 현금화해야 하기 때문에), ICO를 국가가 막아 놓았기 때문에 그쪽 거래 수요도 대단히 적고요.

하물며 장외 파생같은 상품은 크립토를 상시 취급하는 기관(법인고객)이 많아야 수요가 생기는데 우리나라 크립토 파이낸스 하우스들이 건드리기에는 수요가 없습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결국 나라의 부정적인 입장이 ICO와 거래소를 넘어 이렇듯 최신의 배후산업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일일 거래량이 많은 미국이나 홍콩, 싱가폴의 OTC 하우스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국내 OTC 하우스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겁니다. (심지어 해외 OTC 하우스들이 최근 국내 은행에 계좌를 열어 속속 원화 결제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국내 하우스를 이용해 OTC 거래를 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OTC는 시작일 뿐이고 MM/LP 비즈니스, 운용, 보관, 파생 등 모든 분야에 있어 경험이 적은 국내 회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질 겁니다. 금융 허브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과 서울에 ‘크립토 금융 샌드박스’를 도입해 이런 분야들을 2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금감원이 주기적인 감독 권한을 갖고 KYC/AML 준수만 철저히 해도 대부분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크립토 시장이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제한적일 겁니다. 이미 음성적으로 4-5년간 국내에서 행해져 온 비트코인 OTC 거래를 양성화해 돈세탁을 어렵게 하고 세원을 확보하는 순기능도 있을 겁니다.

암호화폐가 원자재에 이어 수십년만에 신종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을 것은 여러 증거로 인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그 자산의 종주국이 될 기회가 아직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불씨가 꺼져가는데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의 많은 금융맨들이 크립토 파이낸스를 하는 하우스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 회사가 아주 많지는 않기에 아직은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오래 남아있지는 않을 겁니다.

블록체인 경쟁력 갈수록 잃어갈 한국

이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벌어들인 막대한 수수료를 다시 블록체인 개발에 투자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지갑이나 보안 등 관련 생태계에 투자합니다. 즉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 시장의 왕입니다. 해외에서는 Binance나 Huobi, OKEX가 똑같이 그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업비트나 빗썸이 그렇게 합니다.

그런 환경이 바람직하든 아니든간에 거래소의 기득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EOS BP로 Bitfinex와 Huobi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인 코인원도 코인원 노드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노드 운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거래소를 중심으로 파생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거래소로 시작한 집들은 계속 거래소의 동력이 꺼지지 않아야 다른 사업들을 추진할 추력이 붙습니다. 허나 국내 거래소들은 공격적으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열거한 해외 거래소들이 그토록 한국 시장에 쉽게 진출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최근 중국계 거래소인 OKEX는 한국에서 행사를 열고 비트코인 기반 파생상품(Perpetual Swap)을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자회사에서는 출시 안하지만 한국인도 OKEX에 가입해 거래 가능)

국내 거래소들은 나라에서 신용 공여를 통한 마진거래를 막아 놓았지만 해외 거래소들은 국내에서 우습게 다들 마진거래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파생상품을 팔겠다고 국내에서 행사를 열다니요.

비트코인 기반 파생상품은 무턱대고 만들 경우 국내에서 ‘도박장 개설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업계는 아무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파생시장을 못만드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나라 말을 듣기 위해 안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해외 거래소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내에서 상품을 알립니다. 이래도 되는걸까요?

국내 거래소들이 아무 것도 못하고 손발 묶여있는 사이 해외 거래소들은 한국 들어와 하고 싶은거 다 합니다. 그럼 결국 투자자들은 마진 거래 있고 파생 거래 있는 해외 거래소를 택할 겁니다. 국내 거래소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무너지면 배후 산업에 투자할 재원이 떨어지므로 블록체인 산업 투자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거래소 경쟁력 약화는 전체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집니다. 지난 일년간 국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투자한 주체가 누구인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민간 VC입니까? 아닙니다. 대부분이 거래소와 대형 블록체인 회사들입니다.

국내 거래소도 마진과 파생 거래를 할 수 있게 허용해 주거나 아니면 해외 거래소가 국내에서 마진이나 파생 거래 제공하는 것을 막아야만 합니다. 역차별도 이런 역차별이 있나요? 국내 업체들에게도 자유를 줄게 아니라면 Warning.or.kr 에서 마진이나 파생 거래 기능이 있는 해외 거래소 접속을 모두 차단해야 합니다.

국내 거래소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이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쩌면 대견한 일이 아닐까요? 물론 돈을 잘 벌어 기득권 때문에 못떠나는 것이겠지만 이런 모호한 규제 속에서 손발이 잘린 채 사업해야 한다면 신생 거래소는 처음부터 외국에서 시작하는게 나을 것입니다.

애국심이 가장 중요한 사업의 동기 중 하나인 저같은 사람도 이렇게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손 놓고 있다가 나중에 완벽하게 준비 마친 중국계 거래소들에게 우리나라 거래소 라이센스도 하나씩 다 내어줄건가요? 절대로 안될 말입니다.

가격은 상승 저항 있겠지만 여전히 높은 변동성 갖고 움직일 것

작년 말과 올 한해의 학습으로 현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보다 현명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이상 ICO를 했다고 해서 모은 자금을 다 토큰으로만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OTC를 통해 현금화 해놓거나 해외 파생시장에서 헤징이라도 해놓을 것입니다.

투자자들 역시 작년처럼 영원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안팔거나 올해처럼 반대로 끝없이 버티는 일은 적어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줄어들 겁니다.

또한 작년까지는 선물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Long only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선물 시장이 커져 가격이 떨어질 때 이익을 내는 투자자도 생겨 났습니다. 따라서 과거 비트코인이 2만불 갈 때와는 달리 떨어지는 쪽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으므로 이들이 가격 상승의 저항 세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는 다르게 여러 나라에서 법정화폐가 암호화폐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법인 모두 신규 자금의 시장 유입이 어렵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가 끝나기까지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아무래도 작년같은 시장 전반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긍정적인 측면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제도화가 되면 법정화폐 수신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것이고, 건전한 거래 환경이 점차 정착해 갈 것입니다.

아직은 인기있는 DApp이 도박이나 사행성 게임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제는 상상이나 백서만이 아니라 지표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점은 작년보다는 상황이 개선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지표도 아직은 인터넷 유저에 비교하면 극도로 초라한 수준이지만(이더리움에서 가장 인기있는 DApp의 24시간 사용자 수가 전세계에서 천명이 안되는 현실) 그래도 새해부터는 중앙화 블록체인들의 활약과 함께 블록체인 서비스 사용자가 분명 비약적으로 증가해 가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앞서 유저와 브랜드를 앞세워 중앙화 블록체인이 지역색을 강하게 띄며 내년의 대세가 될 것이라 점쳤지만 기업들의 한계는 뭉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서로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기 때문에 남과 힘을 모을 바에는 자기만의 것을 하나 새로 만든다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하는 생각입니다.

그게 중앙화 블록체인의 한계이자 탈중앙 블록체인의 전략적 기회가 될 것입니다. 추적의 어려움과 탈지역성, 그리고 특정 기업이나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는 건강한 거버넌스가 다소 느리더라도 탈중앙 블록체인이 이 세상에서 끝내 승리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요컨대 이 긴 글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운영의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이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기겠지만,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문제는 대체로 운영의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나가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체인파트너스와 데이빗이오시스폴라리스토크노미아비하인드리서치센터, CP OTC는 내년에도 급변하는 시장에 잘 대응하며 좋은 파트너들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체인파트너스는 새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소비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사내기업가(EIR, Entreprenuer in Residence) 겸 PO(Product Owner)/PM(Project Manager) 포지션을 신규 채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추진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 신사업을 한 사람이 하나씩 맡아 이끌어가는 소사장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전략적 사고와 강인한 실행력을 가진 인재들을 기다립니다. 특히 EIR/PO/PM 포지션은 이 분야 최상위 정보를 접하며 저와 함께 토론하고 사업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블록체인과 크립토가 좋은건 아직 글로벌 기업이 될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힘을 모아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회사를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분야는 아직 누구도 걸은 적 없기 때문에 종종 실수가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일 시작한지 일년 반이 넘었는데 원채 잡음도 많고 소문도, 오해도 참 많습니다. 예전엔 그런게 싫었는데 이제는 그냥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년에도 실수가 있을 겁니다. 실수한다는건 저희가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계속 지켜봐 주시고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항상 윤리적인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빕니다. 새해에도 체인파트너스 멤버 일동, 한국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2월 27일 표철민 올림

토큰 홀더들에게 드리는 편지 (1)

데이빗이 출시된지 이제 갓 3주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왜 업데이트가 없나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듯 합니다. 저희가 예고드린대로 데이빗은 계속 제품 개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놀러갔느냐는 말도 나오는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 안놀러갔습니다.

개선된 여러 부분이 눈에 확 띄지 않는 부분들이라 무엇이 바뀌었는지 잘 모르십니다. 이 부분을 정확히 알려드리기 위해 곧 Update log를 웹사이트에 추가해 어떤 부분이 개선되고 있는지 계속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신규 거래소는 토큰 상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신규 토큰 상장 프로젝트팀들을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데이빗에 최초 상장할 해외 프로젝트도 유치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일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마냥 최초 상장만을 기다릴수는 없으니 우선 국내외에서 거래량이 많지만 아직 데이빗에 없는 ERC-20 토큰들부터 상장시키려 합니다. 하나 둘 상장시키면서 프로세스가 정립되면 점점 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돌아오는 주부터 그런 토큰 상장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리워드 프로그램은 그동안 특정 거래 쌍(pair)이나 특정 시간에 쏠림이 심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를 안전하게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고 머지 않아 거래 쌍이나 거래 시간을 보다 균일하게 만드는 개선된 리워드 프로그램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약속드린대로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손을 대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커뮤니티로부터 리워드 프로그램을 특정 고래가 독식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심지어 그 고래가 데이빗 거래소라고 오해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는 약속대로 Unlock된 물량만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장내에서 데이 토큰을 사지도 않았고 팔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보유한 토큰 수량에 변동이 생기면 지체없이 보고할 것입니다. 아직 변동이 없으므로 보고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고 지금도 다시 한번 명확히 말씀드리지만 데이빗 거래소는 데이 토큰의 펌프 앤 덤프는 물론 어떠한 가격 변동에도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데이빗이 보유한 데이 토큰 일부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한다거나, 또는 거래소 수익의 일부로 데이 토큰을 장내에서 매집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계획과 일정도 미리 말씀드릴 것입니다. 사전 공지 없이 그냥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거래 대금도 그렇고 거래자 수도 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는 출시 3주만에 하루 천억 내외의 거래 대금을 보일지는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초 예상치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거래자 수가 주는 문제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래자 수는 아무래도 신규 토큰을 빠르게 상장하다보면 점차 다시 늘어날거라고 봅니다.

또한 신규고객 유입 마케팅도 매우 중요한데요. 사실 당초 계획되어 있던 초기 마케팅이 대부분 데이 토큰을 에어드랍하는 이벤트였습니다. 그러나 데이 토큰의 유통량을 마구 늘리면 안되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는 대부분 백지화했습니다. 하여 다른 이벤트들을 준비하느라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데이 토큰 가격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으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런 이벤트가 앞으로도 절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파이를 크게 키우는 것이 토큰 가격을 방어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훨씬 좋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케팅도 마케팅이고 보안쪽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점점 더 고도화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거래소들은 운영한지 1년 이상 되었습니다. 데이빗은 이제 갓 3주 지났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시간을 주시면 모든 분야에서 세계에 내놓아 손색없는 거래소로 발전시켜 갈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능력있는 멤버들이 오픈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여전히 카톡방/텔레그램방/고객센터 채널을 다 살펴보면서(저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부득이 SNS를 나왔지만 멤버들은 읽고 있습니다.) 계속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거래소 만들지 상의하고 있습니다.

명확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정직한 거래 환경, 빠른 거래 환경, 안전한 거래 환경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적어도 한국에 있는 거래소들 중에는 아직 저희 마음에 드는 거래소가 없습니다. 저희가 일년만 지나면 한국에서는 단연 가장 좋은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거래환경, 좋은 거래소 만들게 되면 그 거래소의 토큰 역시 당연히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 저희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토큰을 매집하거나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로지 지금 저희가 집중해야 하는 목표는 좋은 거래소 만드는 , 그 하나 뿐입니다.

누군가 텔레그램에 있는 체인파트너스 커뮤니티 그룹에 “매일 거래하는 700명의 정예멤버가 데이빗과 함께하고 있다”고 남겨주신 기억이 납니다. 그 700명의 믿음이 반드시 기쁨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와 저희 데이빗 멤버들 모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루 이틀의 가격 변화에 너무 슬퍼하거나 흔들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긴 흐름에서 결국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살아남게 되어 있고, 좋은 인재를 모은 회사가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 첨언 드리면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희가 일은 하고 있는지, 하고 있다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설명 드리는 글입니다. 앞으로도 거래소 이용자나 토큰 홀더들이 궁금해 하실만한 때가 되면, 이따금 이런 편지를 드리겠습니다.

미세먼지가 가득하다는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18년 11월 6일
DAYBIT 대표이사 표철민 올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가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1:N으로 욕을 먹으니 보다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 ‘꼭 지옥가라’는 메세지를 보고는 그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실명이고 나머지 수백명은 다 익명이었기 때문에 읽고 있으면 심장이 멎을거 같은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데이빗 카톡방을 나왔습니다. 제가 부방장으로 지정한 우리 멤버들이 그 방에 여전히 있고 대화가 가능하기에 방을 폐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일일이 소통을 못하고 그 방을 나오게 된데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을 부여잡고 그동안 다 읽어왔는데 그걸 보고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데이빗 팀은 정말 좋은 거래소 만들어 놓고 데이 토큰의 가격 하락으로 SNS와 커뮤니티에서 너무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우리 멤버들에게 SNS에서 나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해서 계속 좋은 거래소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좋은 거래소 만드는 것이 데이 토큰 가치를 올리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매일 아침 카톡방을 보고 충격을 받고 스트레스로 아무 것도 못하게 되면 이 상황의 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멤버들이 똑같이 텔레그램과 카톡방을 보고있기 때문에 사기가 말도 안되게 떨어진 것 또한 이 상황 해결에 역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다 나오라고 했습니다.

팀이 살아야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야 토큰 가치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빗은 출시 후 지금까지 데이 토큰을 하나도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우리 팀을 믿고 이 팀이 어디에도 없는 좋은 거래소 만들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가격 변동은 모두 투자자끼리의 거래입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저도 진심으로 안타깝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데이빗 거래소는 며칠간의 회의를 거쳐 리워드 프로그램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토큰 가격을 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데이빗 거래소의 유동성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 오더북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항상 의사결정의 방향은 건강한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자세한 공지는 준비가 되는대로 나갈 것입니다.

이오스 상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 지갑을 개발했기 때문에 입출금이 매우 빠르지만 지갑을 하나씩 추가해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거래소는 데이빗이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갈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급하다고 이오스를 스스로 안전함이 확인되기 전에 내는 일은 없습니다. 이점은 분명히하고 준비가 되는대로 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는 원화 수신도 벌집계좌가 아니라 최대한 실명계좌를 받아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준비가 되면 어느 거래소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오픈할 것입니다. 주먹구구식은 아닙니다.

다음주부터 신규 토큰 상장이 시작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데이 토큰으로만 살 수 있는 최초 상장 토큰도 소개할 겁니다. 그 토큰들을 사려면 반드시 데이 토큰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DAY 페어 마켓도 준비가 되는대로 오픈할 것입니다.

데이 토큰 홀더들이 20명씩 모여서 회사로 찾아온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회사로 찾아오시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겠지만 그런다고 데이빗 개발이 빨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 토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제품의 개선이고, 그러려면 진심으로 저희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저희 팀은 견고하게 30여명이 오픈 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데이 토큰 상장 후 SNS와 커뮤니티를 통한 비난으로 팀의 사기가 저하되었지만 그래도 팀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거래소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지 또렷이 알고 있습니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회사에 찾아오실 시간에 저희가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찾아오시면 대화를 하겠지만 그만큼 상황을 개선할 골든 타임은 점점 줄어듭니다.

저희가 해킹 당한 것도 아니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아니고, 오더북이 꼬이거나, 입출금을 막았거나, 고객센터가 전화를 안받거나, 무엇 하나라도 거래소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문제가 있다면 데이 토큰 가격이 떨어진 것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손실로 인해 깊이 화가 나시는건 알지만 제가 SNS 채널에서 나온 것을 무슨 ‘먹튀’라거나 ‘데이빗 포기’라고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데이빗에 집중하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먹튀한 적 없습니다. 데이 토큰 단 하나도 팔지 않았고 어디로도 도망가지도 않았습니다.

오늘 제가 단톡방을 나왔다는 사실이 무려 기사화까지 되었습니다. ‘펌프 앤 덤프 루머가 퍼지고 나서 단톡방을 폐쇄했다’는 프레임은 지나치게 현상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데이빗 단톡방에는 여전히 우리 직원이 관리자로 있습니다. 펌프 앤 덤프? 제가 거기 관여했나요? 필요하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사를 받겠습니다.

소통이 1도 안된다는 이야기에 다른 거래소는 어떻게 하나 조사해 보았습니다. 국내외 대부분의 거래소가 SNS 채널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표가 직접 나와서 대화하는 곳은 더더군다나 없습니다.

거래소 오픈 전후로 여러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방을 만들어 제가 직접 대화하다가 데이 토큰 상장 직전 ‘토큰 상장 후에는 아무래도 여러분이 가격 변동에 민감해지실 것 같아 앞으로 제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참여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갖은 욕을 하십니다. 그러면 제가 나타나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까요?

제가 가격을 올려 드리겠다고 해야 합니까? 거래소가 가져가는 이익을 줄여 달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 이익을 줄이면 토큰 가격에 일시적으로 반영이 되겠지요. 그러면 가격이 올랐다가 또 다시 떨어지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러면 또 저에게 단톡방에서 무슨 일이든 해달라고 하시겠지요. 더 이상 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을 때까지 그런 요구는 계속될 겁니다.

제가 사과는 해킹이나 명백한 거래소 운영 잘못이 있을 때 할 것입니다. 지난번 우리도 전혀 몰랐던, 해외에서 유료로 가상의 폰 번호를 만드는 방법으로 어뷰징을 한 유저들이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드렸습니다. 그걸 막았더니 어뷰징 계정을 커뮤니티에서 파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역시 황당한 방법이라서 몰랐지만 어쨌든 몰랐던 것 또한 사과드렸습니다.

그러나 토큰 가격이 빠지는 것은 제가 단톡방에 들어가 일일이 사과하거나 공지사항으로 올릴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단톡방에서 나온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가 처음 토큰 경제를 설계할 때는 두가지 잘못된 전제가 있었습니다. 1) 거래 규모가 이렇게 빠른 성장을 이룰지 몰랐고, 2) 리워드를 위한 거래보다 일반 거래 비중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커진 거래 규모와 리워드 목적의 거래가 훨씬 큰 현재 상황을 반영한 리워드 프로그램 개선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물론 이 이후에도 토큰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저희에게 계속 요구를 하시겠지만 저희는 토큰 가격을 띄우는 것이 제1 목적이 아니라 거래소를 건강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이 제1 목적입니다. 항상 그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만을 취해갈 것입니다.

단톡방에 계신 분들이 바라는대로 제가 지옥에 갈 수도 있겠고 스스로 사기꾼인지 모르는 사기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저희 팀이 거래소를 잘못 만들었거나, 공표된 내용과 다른 운영을 했거나, 제가 단 한 푼이라도 개인적으로 돈을 벌었거나 하면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제가 지옥이든 감방이든 갈때 가더라도 일하고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반드시 제품 만드는 것이 제 소박한 바램입니다. 좋은 사람들 모아서 좋은 회사 만드는 것이 제가 꿈꾸는 전부입니다.

정말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에 기여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 꿈은 변치 않습니다. 이렇게 모욕적으로 저와, 함께하고 있는 멤버들의 의지와 목표가 호도되고 왜곡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진짜로 여러분이 가진 토큰이 오르길 원한다면 도와주십시오. 단톡방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저를 ‘표철회’라고 조롱할 시간에 데이빗의 장점을 커뮤니티에 알리고 가짜 소문이 나오면 적극 대응해 주십시오. 조금만 데이빗에 좋은 소리하면 알바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데이 토큰을 가진 사람들일까요?

진정으로 주주라면 공개적으로 회사 욕을 하고 대표 조롱을 일삼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대응해야 하나요? 진지하게 묻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는 적극 들어야 하지만, 익명으로 지옥 운운하는 사람들은 고객이 맞긴 맞을까요?

우리가 그들에게 일일이 대응하며 시간을 날릴 때, 좋은 거래소 만들겠다는 꿈은 그때 진짜 날아갈 겁니다. 여러분 주객이 전도되면 안됩니다. 좋은 거래소가 있을 때 데이 토큰은 살아날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분을 비롯해 제가, 심지어 우리 회사까지 데이빗 거래소가 아닌 데이 토큰에만 신경쓸 때 이 거래소는 진짜 미래가 없고 한국 블록체인 산업이 기술로 압도하는 거래소 가질 기회는 사라집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 직원들이 개선에 집중할 수 있게, 그래서 토큰 홀더인 여러분과 저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맞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욕받이 하다가 진짜로 멘탈을 놓아버리는 일이 없도록, 그래서 또렷한 정신으로 모두가 보고 있는 이 중요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소통을 단톡방에서 가까이하지 못하고 이렇게 한발짝 떨어져 이야기하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더불어 토큰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데 대해서도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를 믿고 전세금을 털어 넣으셨다는 분들,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분들의 메일까지 다 읽어보고 있습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래도 저까지 지금 자살을 생각하거나 손놓고 포기해 버리면 안됩니다. 나쁜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 멈추시고, 언젠가 여러분이 웃으실 수 있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시는 것만이 우리가 다시 웃을 수 있게 되는 유일한 길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아마 데이 토큰 사신 분들이야 말로 가장 저를 믿으시는 분들일 겁니다. 그런 분들께 아픔을 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고비이고 심각한 위기이지만 포기 안하고 계속 흔들림 없이 가겠습니다. 제 주위의 모든 분들께 도움과 지원을 호소합니다.

데이빗에 상장을 고민중인 프로젝트들 역시 좋은 결정을 부탁드립니다. 고비는 누구에게나 오고, 결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체인파트너스가 지난 일년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께 아픔도 드리고 생채기도 남겼습니다.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더 주의하고 겸손히 가겠습니다. 제가 직접 나와 이름이나 얼굴을 비추는 일도 대폭 줄이겠습니다.

앞으로 시스템이 일하게 하고 각 사업 대표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내실을 기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 2018년 10월 29일 진행한 체인파트너스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데이빗과 체인파트너스가 만들어 갈 블록체인 생태계를 소개했습니다. 저희는 꿋꿋이 나아갑니다.

디지털 자산發 혁신성장을 위한 대정부 제언 (1)

안녕하십니까,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인 체인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는 표철민이라고 합니다. 컴퍼니 빌더란 ‘회사를 만드는 회사’를 말합니다. 설립 취지에 따라 창업 1년만에 11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10개가 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취해진 우리 정부의 ICO 전면 금지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하여 블록체인 분야 종사자 중 가장 중립적인 시선으로 ‘투기 과열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하루 12조원에 달하던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이 현재 하루 1조원 내외로 크게 줄어, 투기 과열이라 할 만한 근거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정부 정책이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차분하게 이 가상화폐라는 아이가 무엇인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쉽게 설명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모두가 신뢰할만큼 복제가 어려운 딱지를 만든 것입니다. 복제가 불가능한 이 딱지를 100만개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면 딱지를 더 많이 갖고 싶은 사람과 이걸 팔고 싶은 사람이 거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 딱지에 이름을 붙인 것이 ‘Cryptocurrency’, 이른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입니다.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이 ‘이것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 주장에 처음에는 대부분 관심이 없었지만 가격이 급등하자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많은 화폐학자들이 ‘그것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을 했습니다.

오늘날 비트코인 장외거래 시장에서는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갓 채굴된 비트코인은 시장에 유통되는 비트코인보다 5%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 됩니다. 비트코인은 과거 어느 거래에 사용되었는지 누구나 열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느 거래소 해킹 사건 때 털린 비트코인이거나 마약 거래에 이용된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보유하기 꺼림칙해합니다.

이는 화폐의 기본 성격 중 하나인 가치 동등성(과거 어떤 거래에 이용되었던 화폐이든 액면에 표기된 가치는 모든 화폐가 동일하게 반영해야 한다)에 위배됩니다. 이뿐 아니라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서 그 가치의 크기가 과도하게 출렁이는 문제 등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추구하는 화폐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스스로 감히 ‘화폐’라 주장하는 순간, 그리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이것이 언젠가 우리가 쓰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라 믿는 순간, 작년 JTBC 가상화폐 토론에서의 유시민씨와 같이 전통 경제학을 공부한 분들로부터 처절하게 난타당할 것은 뻔한 미래입니다.

실은 우리가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나 명품처럼 자산의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돌인 다이아몬드 가격은 땅 속에서 정해져 나온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현재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이 곧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됩니다. 루이비통의 백이나 애플 아이폰, 강남의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상품과 자산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합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비트코인은 작년 초에는 950불이었다가 작년 말에는 13,600불이었습니다. 현재는 6,600불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화폐가 아닌) 자산입니다. 요즘은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된 가상화폐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비트코인보다는 상대적으로 화폐의 성격이 훨씬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화폐 없이는 연동된 가상화폐 의미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용어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가상’이라는 말은 허구성이 느껴지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점차 퍼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를 제안합니다.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취급 라이센스인 ‘BitLicense’를 뉴욕주로부터 받아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북미 최대 거래소인 Coinbase도 최근 오픈한 서비스들에서 Currency라는 용어 대신 ‘Digital Asset’이라 표기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이라는 표현은 가상화폐를 일컫는 조금 더 광의의 표현입니다. 디지털 자산의 성격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제 나름의 분류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순수 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정확히는 이더리움에서 사용하는 화폐인 ‘Ether’), 리플(엄밀히 따지면 리플의 화폐인 ‘XRP’)처럼 현실세계의 화폐 또는 자산과 전혀 연동되어 있지 않은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이것들의 가치는 수요과 공급에 따라 무척 출렁이기 때문에 이것이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로 하여금 디지털 자산 전체의 가치를 폄하할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됩니다.

2. 법정 화폐 연동 디지털 자산: 미국달러(USD)와 가치가 1:1로 연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USDT(USD Tether)나 TUSD(True USD)류의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이른바 ‘Stable Coin’이라고도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티몬의 신현성 창업자가 IMF가 발행하는 국제 통화 바스켓인 SDR과 1:1로 연동되는 Stable Coin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원화(KRW)와 1:1로 연동되는 Stable Coin을 만들고자 구상해 왔지만 여러 규제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3. 전통 자산 담보 디지털 자산: 부동산이나 그림, 자동차, 금, 다이아몬드, 원유, 주식, 채권 등 우리가 돈 주고 소유할 수 있는 모든 전통 자산을 담보로 하는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100억짜리 그림이 있다고 치면 기존에는 100억이 있는 사람만 이 그림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빚을 내서 살 수는 있지만 최소한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담보로 100억개의 토큰(‘코인’이 일반인에게는 더 익숙하지만 코인이라는 용어는 ‘가상화폐’와 비슷하게 일정 가치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라 최근 해외에서는 조금 더 중립적으로 ‘토큰’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도 ‘코인’은 모두 토큰으로 표기합니다.)을 만들면 단돈 100원만 있어도 100/100억 만큼의 권리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산 투자의 혁명입니다. 부자들만 접근 가능했던 미술품이나 땅, 고가의 부동산에도 작게나마 일반인이 투자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그림을 팔려면 갤러리에 맡기고 중간에서 갤러리가 30%씩 수수료를 떼는 것도 예삿일이었습니다.

토큰으로 만들어 사고 팔면 권리의 직거래가 가능해집니다. 내가 가진 권리만큼만 거래가 가능하므로 모든 그림 소유자의 동의를 얻을 필요도 없습니다.

전통 자산의 거래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기회가 있습니다. 이는 화랑과 부동산 등 중개자를 제외하고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큰 혜택입니다. 일부 부동산이 REITs 상품으로 개발돼 상장된 경우는 있지만 여전히 이 세상 대부분의 부동산은 아무나 살 수 없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전통 자산은 유동화가 까다롭습니다. 돈이 필요한 주인은 권리를 손쉽게 쪼개 팔기 어렵습니다. 그림 하나를 통째로 내다 팔아야 합니다. 전통 자산 담보 디지털 자산은 자산 유동화를 비약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정도만 할 수 있었던 서민들도 이런 시대가 오면 클림트의 명작 <키스>를 담보로 만들어진 토큰에 투자하거나 이중섭의 <황소> 그림 일부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위례 이후 10년만에 조성된다는 신도시 땅 역시 서민들이 나누어 소유할 기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전통 자산의 권리 관계와 토큰의 권리 관계를 이어줄 회사는 필요할 것입니다. 기존 신탁사와 보험사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대는 당연히 올 것이고 이끌어 세상이 변화하는 기회를 잡느냐, 뒤쳐지느냐는 온전히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4.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에 투자하고 해당 사업 성과에 따른 배당 권리가 부여된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이는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의 기능과 유사하지만 훨씬 더 유연합니다.

한 회사가 신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사업마다 개별적으로 투자를 받아 해당 사업의 배당권이 부여된 토큰을 유통시킬 수 있습니다. 일주일짜리 전시나 공연 같은 단발성 사업 역시 토큰화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호흡이 길어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성 투자에 이용하기에는 불편합니다.

주식은 우선 유가증권 시장 상장 이전의 거래비용이 높습니다. 거래 상대방을 찾기도 힘듭니다. 배당도 1년에 한 번, 많아야 6개월에 한 번 이루어집니다. 토큰화된 자산은 배당을 매일 할 수도 있고 언제든 거래 가능합니다. 거래 상대를 찾기도 상대적으로 쉬우며 거래 비용도 비상장주식 거래에 비해 대단히 낮습니다.

주식회사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계획된 청산일이 되면 경영진의 뜻과 무관하게 잔여 자산을 모두 토큰에 배분한 후 자동으로 프로젝트가 청산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경영진이 지출하는 비용 내역을 모든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설계도 가능합니다.

프로젝트의 운영 방향이나 배당 성향을 투자자들이 직접 투표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처럼 주주총회, 감사, 사외이사 등 각종 견제장치가 선진국의 그것만큼 엄정하게 동작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큰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디지털 자산의 등장과 활성화는 기존 자본 시장, 또는 기업 환경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많은 정부가 아직 이 정도로 중요성을 인식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의 투기 열풍으로 인해 협의의 디지털 자산, 즉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순수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기 수요 억제와 장기적 제도화 정도는 필요하다 정도의 인식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정부가 아직 다른 나라의 상황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우선은 선제적으로 막아 놓았지만, 거래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도 아니고 ICO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외국 나가 진행한 많은 ICO에 철퇴를 가한 상황도 아닙니다.

저는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육성할 것이냐, 죽일 것이냐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스탠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최근 몇몇 나라가 이걸 육성하거나 적어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짓고, 하나둘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모든 나라가 발벗고 나서서 적극 육성 대열에 올라탄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보다 작은 경제규모 국가에서만 긍정적 육성으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싱가폴, 프랑스, 일본, 스위스, 홍콩, 호주, 미국의 일부 주가 변화를 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비트코인 거래량의 약 15%, 나머지 코인 거래량의 약 55%를 차지하며 전세계 코인 투기 열풍을 이끈 나라였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리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먼저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분야에서 늦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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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기준 전세계 거래량에서 원화가 차지한 비중. 각각 비트코인의 15%, 알트코인의 55%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디지털 자산의 긍정적 측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위 유형 중 수급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순수 디지털 자산’만이 현재 정부가 목격하고 우려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에는 가격 변동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는 유형도 있고, 담보물이 있어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대상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와 세계 주요국가들은 배당권이 부여된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에 대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이 오랜 시간 만들고 가꿔온 자본시장에 대한 도전이며, 자칫하면 전통 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증권 시장만 보더라도 증권사는 지극히 한정된 상황과 범위, 규모 내에서 법과 규제당국이 정한 틀을 준수하며 시장 조성(Market making)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에 처음 상장한 작은 종목은 아무래도 주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같이 규제를 준수하는 시장 조성자가 일정한 유동성을 공급해 수급에 따른 급등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나서서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다릅니다.

시장 조성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대부분의 코인 회사들이 시장 조성자를 고용합니다. 이들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이들이 코인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법정화폐를 이용해 디지털 자산을 산다면 기존 자본시장의 룰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정이 끼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심지어 기존 자본시장을 오래 운영해 본 결과 나타난 고질적인 문제점들(부자들만 고수익 자산에 투자 가능해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 자산 유동화의 어려움, 거래 비용의 문제, 주식회사 경영진 견제 장치의 오작동 등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크게 개선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수단이라면 말입니다.

우선은 편견없이 들여다보고 다같이 공부해 보아야 합니다.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심지어 스위스, 싱가폴 등 오랜 세월 금융 허브였던 나라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먼저 움직이고 있기에 더욱 시간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많은 국민들이 돈을 잃었지만, 어쩌다보니 전세계 거래량의 1/3을 차지하게 된 미래 금융을 그냥 이대로 버려서는 안됩니다.

만약 이것이 진짜 채권이나 원유 정도의 자산 중 하나가 된다면(저는 원유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거래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하루하루 잃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의 중심이었던 적 있을까요? 부산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디지털 자산이 금융을 이루는 여러 자산의 유형 중 하나가 된다면, 한국은 그 자산 유통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지만, 이대로 가면 그 기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전세계 펀드 매니저들이 이용하는 금융 정보 서비스인 Investing.com은 이미 올 초부터 암호화폐를 주식, 원자재, 외환, 채권 등과 동일한 지위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는 블록체인보다 디지털 자산의 효용에 더 주목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자산에 신뢰를 부여한 기반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탁월함에서 디지털 자산은 태어났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첫번째 글로벌 히트작인 셈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이 시작된 이후 정보나 상품의 유통 과정을 줄여 또다른 독점적 중개자로 떠오른 여러 인터넷 사업자들의 권력을 빼앗는데 앞으로 20여년간 천천히 기여해 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다지 빠르지도, 결코 전복적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독점적 중개자들은 중개 수수료를 벌어갈만큼의 해자를 잘 파두었습니다. 그들은 블록체인의 도전에 영리하게 대응할 것이고, 아쉽게도 블록체인이 실제로 바꿀 분야는 생각보다 제한적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이 정말 뜰거 같으면 그들이 누구보다 먼저 그 일을 할 것입니다. (전혀 놀랄 것도 없이 이미 국내외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은 블록체인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기득권이 없는 새로운 것입니다. 물론 비트코인은 나온지 9년이 넘었지만 앞서 열거한 네 가지 유형의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이제 시작입니다. 법정화폐를 경쟁자라 여기지 않으면 특별히 전복시켜야 할 대상도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육성해야 할 대상이고, 가상화폐는 타도해야 할 사회악이라는 인식은 저는 오히려 완전히 거꾸로 되었다고 봅니다. 블록체인은 아직은 그리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386 컴퓨터가 처음 나왔는데 그걸로 가상현실 하자는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중개자를 모두 없애는 꿈은, 언젠가는 되겠지만 시간이 아주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허나 디지털 자산,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 만든 첫번째 히트작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200조원 이상의 적지 않은 시가총액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호하지만, 디지털 자산이 할 수 있는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법정화폐와 연동된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모든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천년간 쪼개 팔지 못하던 여러 자산을 손쉽게 쪼개 유통시킬 수 있습니다. 투명한 배당,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회사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디지털 자산이 제도화되는 순간 펼쳐질 수 있는 일들입니다.

디지털 자산, 가상화폐를 우리 국민들이 과도하게 투자했다고 하여 결코 탄압하거나 억제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미래의 돈을 넘어 미래의 주식이요, 채권이요, 땅 문서이자 자산 권리증서입니다.

다만 우리는 보다 건전하게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제도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과도한 기대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고, 거품기에는 필연적으로 탐욕과 미숙으로 가득찬 사업자들이 시장을 어지럽힙니다.

이 글은 2회로 나누어 올립니다. 오늘은 디지털 자산의 의미와 우리가 처한 상황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음 글은 한 축으로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육성 측면으로, 다른 한 축으로는 투자자 보호 측면으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이건 단순히 제 사업 하나 잘 되자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이 업계를 위해, 나아가 이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씁니다. 대한민국이 얼떨결에 갖게 되었던 디지털 자산에서의 리더십을 하루하루 잃고 있는 사이, 금융 허브를 꿈꾸는 나라들이 빠르게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씁니다.

우리나라에 더 이상 성장 산업이 무엇이 있을까요? 모두 주지하다시피 글로벌 1위 하던 많은 품목들이 하나둘씩 중국에 추월 당하고 있습니다.

조선업도 끝났고 LCD도 중국과 동일한 수준에 왔습니다. 마지막 남은 반도체 조차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가상화폐 투기를 조장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더 먼저 관심 갖고 경험하게 된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산업화를 이끌자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만 해도 1년만에 110명을 고용했고, 지난 1년간 온갖 부정적 시선 속에서 탄생한 이 업종의 100여개 업체가 최소 2천명 이상을 신규 고용했습니다. 이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면 양질의 일자리 10만개는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거품이 크게 꺼지고도 18개월만에 시총 200조가 늘어난 초고속 성장 산업이라, 외국 자본의 국내 유치도 다른 어떤 산업보다 유망하다고 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블록체인/가상화폐 관련 행사만 최소 200여개가 넘습니다. 호텔/컨벤션/식당/클럽 등 이들 행사의 내수 시장 기여도 적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현상만 한탄하며 아무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바꿀 수 없습니다.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자와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분야 스타트업들이 나라의 정책에 의해 손발이 묶인채 숨죽여 지내는 사이, 중국계 기업들은 이 시장의 제도화를 점치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 진출해 로펌을 사서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제안합니다. 가상화폐를 넘어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입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가상화폐는 그 중 극히 일부입니다. (정부가 열어주어야 하겠지만) 언젠가 디지털 자산에 실물 자산이 담보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토큰의 가치 산정이 가능해지고 보다 건강한 투자도 시작됩니다.

전통 자산 담보 디지털 자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디지털 자산은 통칭해 이른바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라 불립니다. 최근 미국과 싱가폴, 스위스 등 주요 국가는 증권형 토큰을 제도화하는 엄청난 변화의 길에 들어 섰습니다. 기존 자본시장을 건드리거나 훼손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누군가에 의해 시작될 일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내가 먼저 하겠다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에 현격히 뒤쳐져서야 되겠습니까? 전세계 거래량의 30% 이상을 해온 우리가 자본시장이 ‘토큰화(Tokenizing)’라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의 길에 들어서는 지금 그냥 지켜보기만 해서 되겠습니까?

증권형 토큰의 제도화를 촉구합니다. ICO(토큰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의 단계적 제도화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제도화 역시 늦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진정한 핵심은 ‘가치 산정(Valuation)이 가능한 토큰의 개발’입니다. 증권형 토큰이 아닌 어떤 토큰도 ‘적정가치’가 없습니다. 오로지 수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토큰만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시장 건전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적정 가치 산정이 가능한 ICO, 적정 가치 산정이 가능한 토큰들이 거래되는 거래소라야 투자자에게 이 가격이 옳은지를 가이드 해 줄 수 있습니다. 가치 산정이 가능해야 기관 참여도 가능해지고, 기관이 참여해야 시장도 건전화됩니다.

개인들이 모인 팀 정도 수준으로 작전이 어려울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관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기관 참여 없이 시장 건전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가치 산정이 불가능한데 본격적인 기관 참여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증권형 토큰 없이는 가치 산정이 불가능합니다.

증권형 토큰과 ICO 제도화, 그리고 거래소 제도화가 다음 글의 주제입니다. 왜 해야하고, 할거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시하겠습니다. 현장의 중심에서 과연 어느 부분을 제도가 기능해 주어야 도덕적 시장 구현이 가능할지 제안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이 산업과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한 벤처기업인의 충심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18년 9월 27일
체인파트너스 대표이사 표철민

배움과 아픔, 한발짝 한발짝.

#1. 실력으로 보여줄 것

나에게 우리가 가깝다는 인상을 준 대표가 뒤에 가서는 우리 회사에 오려는 사람에게 “거기는 특히 가면 안됩니다. 투자는 많이 받았지만 실체가 없어요.”라 말했단다. (결국은 우리 회사를 선택)

좋은 인재들이 바보가 아니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우리 회사를 택하는 것인데 우리가 정말 실체가 없다면 그들은 왜 이곳을 택하겠나?

이러니 업계가 뭉치지 못한다. 어쨌든 이번에는 순진하게 사람을 믿은 내 잘못이다. 슬프지만 믿을건 내 사람뿐이고, 남들과는 결국 주고 받을게 명확한 비즈니스뿐이다.

이걸 잘 알면서도 이 업계에 우정이나 의리, 전우애 같은게 있기를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전쟁중에 내가 좀 착각했고, 앞으로는 더 긴장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힘을 모아야 더 커지는데 아쉽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반짝 따라하는거 잘하지만 큰 회사 되지 못하는게 그런 점에서 기인하는듯 하다. 어떻게든 우리는 모범을 보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할 것이다.

항상 인재를 최초 발굴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군가 우리 회사를 떠나는건 무척 아쉽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도 우리는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

나는 그리고 요즘 다른 회사들 험담은 정말 안하려 하는데 남들도 주의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직접 피해 끼친 회사가 정녕 하나라도 있나? 실력으로, 좋은 제품과 팀으로 그냥 잘하면 되는 일이다.

돌아보면 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 팀은 특별히 언급할 일이 없었다. 그러면 우리가 그토록 신경 쓰이는 것인지? 그 시간에 글로벌하게 통할 제품 본질이나 인재들이 택하는 회사 만들기에 집중하는게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2. 나도 모르게 내가 미친 영향

내가 코인 사라고 한 적 단 한 번도 없고, 특정 ICO 밀어준 적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한 해 내가 전도사처럼 알려 온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설득되어 코인을 산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코인으로 돈 번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광풍 속에서도 나는 코인 투자를 안하고 그 시간에 회사 만드는데 집중해 왔다. 결과적으로 나를 제외한, 위에서 말한 나를 험담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ICO 열심히 돕고, Advisor하고 해서 코인으로 많이 벌어 왔다.

그런 사람들은 조용히 혼자서, 지인들끼리 했기 때문에 욕 안먹고 오히려 나같은 사람이 대중을 현혹(?)시켰다는 죄목으로 욕을 먹는 때인듯 하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있나.

나는 진실로 언젠가는 탈중앙화된 시대가 온다고 믿기에 그 가능성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그 시대는 먼 훗날 올 것이기에 코인 투자는 항상 신중하라고 이야기해 왔다.

사람들이 화풀이 할 대상도 필요하고, 내가 의도했든 아니든 나를 보고, 믿고 산 사람도 조금이나마 있을 것이기 때문에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진다.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더욱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무거운 마음도 생긴다.

#3. 데이빗, 늦어졌지만 모두의 이름을 건 제품

데이빗 프로젝트는 우리 CTO가 사실상 총괄해온 프로젝트여서 개발진이 정말 훌륭하다.

우리 이재철 CTO는 초기 pooq을 혼자 개발했고, 이후 Google과 산타토익으로 알려진 riiid의 CTO를 거쳐 작년까지 인공지능으로 유명한 스캐터랩스의 Tech lead로 있었다. 한국Elixir밋업의 공동조직자로서, 데이빗의 엔진이 된 Elixir 언어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정통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블록체인에 꽂혀 여러 큰 회사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할때 CTO로 모셔가고자 했다. 체인파트너스의 Co-founder에게 그러면 안되지 않나 싶지만, 그만큼 뛰어난 실력과 인품을 갖췄다.

이 CTO를 따라 현재 데이빗에는 여간한 스타트업 CTO급만 최소 10명 넘게 포진하여 거래소 하나를 만들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있던 블록체인 회사들에서 지원한 분들을 숱하게 면접에서 탈락시키고 엄선해 모은 개발자만 20명 가까이 된다. 당연히 국내는 물론 해외를 통틀어 현존하는 어떤 거래소보다 뛰어난 기능과 기술이 추가되었다. 본격적인 기술 기반 거래소인 셈이다.

그러나 기술 기반 거래소가 되어 프로젝트 주도를 CTO가 하다 보니 오픈 일정을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개발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이 알려주는 일정을 공표하였는데 그 일정이 여러 차례 늦어지게 되었다. 나로서도 참으로 면목없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부분이다.

당연히 공표할거면 일정을 무조건 맞추고, 일정을 못맞출거 같으면 공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개발팀의 말을 너무 신뢰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이 점은 전적으로 내 실력 부족이고 불찰이다. 결과적으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약속을 여러 차례 어긴 것이 되었다. 그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수익을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는 보상형 모델이 도입되고, 다른 곳에는 없지만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여러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서 오픈이 늦어졌다. 그러나 변함 없는 사실은 정말 좋은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가 지금도 많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나오고 있지만, 데이빗은 그 중에서도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데이빗이 이 험난한 시장에서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솔직히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제품은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사업의 본질 때문에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가 여러 사업을 한다지만 모든 사업을 동일한 비중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빗은 오픈과 동시에 바이낸스나 후오비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여러 기술적, 기능적 장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보상형 거래소는 데이빗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뛰어난 제품’ 그 자체이다.

어쨌든 승부는 시장에서 나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없던 캐셔레스트가 선전한 것을 보면 놀랍지 않은가.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당장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제품이 여러 알 수 없는 이유로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짝 성공은 누구나 한번씩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공은 결국 좋은 제품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반짝 인기를 얻은 나쁜 제품이 지속 가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우리가 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제품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지속 가능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데이빗은 오래 걸렸지만 결코 누더기가 아니다. 깨끗하고 완벽한 다이아몬드를 세공해 시장에 나간다. 지속된 연기는 사과할 일이지만 좋은 제품을 정성들여 만든 것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 한국도 언젠가 시작될 토큰 경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자신있게 한판 붙어볼만한 거래소를 곧 갖게 될 것이다.

허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팀에 대한 자신감이다. 데이빗은 그들이 자기 이름 걸고 주말도 반납해가며 만들고 있는 각자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무려 20년이나 실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고 한다. 어쩌면 이곳은 모두가 실체 없으니 서로가 서로를 실체 없다고 생각하는 곳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반드시 여기서 실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진짜 좋은 제품과 서비스, 존경받는 회사를 일구어 낼 것이다.

누가 ICO 안하고 지분 투자를 받았나? 누가 투자 수익이 아닌 1원이라도 직접 매출 내려고 분투하고 있는가? 누가 이 시장에 가장 많은 인재를 발굴하여 공급하고 있는가? 누가 과연 진짜인가?

루머

루머는 누가 만드는지 모르고 누가 퍼뜨리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야기가 그럴싸하면 가십으로 소비된다. 오늘 주주랑 밥먹다가 우리 여직원이 나를 미투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를 들었다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나는 원래 직원들에게 남녀 불문하고 사적인 카톡 하나 안보내고 악수 한번 하지 않는다. 그럴만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루머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거 같다. 다음에 루머 만드는 사람들은 나를 좀 공부하고 만드는게 좋을거 같다. 요즘은 시장이 안좋아서 그런지 경쟁사들의 행동도 선을 넘어가는 것 같다.

+ 루머에 대한 제보를 받으니 무슨 나가는 직원에게 쌍욕을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인거 같다. 녹취가 있으면 좋겠다. 당연히 절대 사실이 아니다.

또한 나는 여자 멤버랑 출장 갈때는 불필요한 오해 만들기 싫어서 대만 정도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식사도 둘이 들어가는 좋은 레스토랑 같은데는 오해 일으킬까봐 일부러 안간다.

보아하니 경쟁사로 이직해 평판이 추락한 친구가 자기 살자고 창작해 퍼뜨리는 지독한 악성 루머인거 같은데, 이런 가십말고 실력으로 증명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는 회사이고, 이런 흠집내기는 스스로의 평판에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