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다시 제품에 집중해야 할 때다. 한동안 홍보다 연말이다 해서 이래저래 또 신경을 못썼드랬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우리 제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냉정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 제품 개선의 시작일 것이다. 여전히 처음 깐 사람 중 3분의 1은 이 제품이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는 몹시 충격적이고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제품은 쉬워야 한다. 쉽지 않은 주제, 쉽지 않은 기능이더라도 이를 얼만치 쉽게 푸느냐가 제품을 잘 만드는 사람의 기준인데 그렇게 보면 네이버는 가히 그 분야의 천재다. 네이버가 만들다 만들다 이제는 개인개발자의 영역인 알람시계까지 만드는 현실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그들을 인정해야 하는건 그 100개가 넘는 모바일 앱들이 하나같이 쉽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앱보다는 처음 깔았을 때 난해한 것이 거의 없다. 이 점은 모든 PM을 비슷하게 훈련시켰거나, 디자인팀이 매우 빡센 UX 가이드를 잡아 놓았거나 또는 QA팀의 검수 기준이 너무나 엄격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답이 무엇이건 네이버의 제품들은 너무나 영특하다. 때론 애플과 구글의 UI 가이드라인쯤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는 푸시 메시지로 계속 새로 나온 앱을 추천하기도 한다. 허나 대부분의 대중들은 거기서 짜증을 느끼기보단 그냥 네이버가 일러주는 대로 새 앱을 깔아 쓴다. 네이버의 힘은 상위 10% 짜증내는 유저를 깡그리 무시하고 철저히 90% 일반 대중을 향한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에서도 푸시, 얼럿, 전면광고 등 사용자 불편 따위 싹 무시하고 다 띄우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영악함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자 제품을 파는 사람의 딱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써 네이버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회사도 어느 정도는 제품의 완전무결함을 마케팅을 위해 때론 적당히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뜨지 못하는 제품이 애플 구글 UI 가이드라인에 잘 맞춰 만들었다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히려 이론 같은거 잘 몰라도 수백만 다운로드씩 되는 본격 쌈마이 앱들이 훨씬 나은 것일 수 있다. 물론 우린 그런 쌈마이 앱이나 만들려고 모여있는게 아니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고귀한 기술적 일을 오래 하려면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당연히 먼저 아니겠는가. 우리는 제품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므로. 제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예술이 아닌.. 그러려면 일단 쓰기 쉬운 제품인가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위 3분의 1 유저들도 깔자마자 쓸 수 있을 정도로 UI/UX가 직관적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푸시, 얼럿, 레이어, 튜토리얼 등 무엇이든 넣어서 이해를 시키거나.. 하위 3분의 1 유저를 제대로 이해도 못시키면서 좋은 UI, 좋은 UX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 제작자들만의 착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가 왜 신나게 푸시를 보내는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이 유저들의 불편함과 어뷰징을 모를까? 결단코 아니다. 그들에겐 수치가 있기 때문이다. 어뷰징 때매 빠져나가는 유저의 수보다 어뷰징을 함으로 인해서 서비스로 유입되는 신규 유저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리 하는 것이다. 나보다 사람도 많고 돈도 많은 업계 1위가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업계 사람들만 보는 커뮤니티의 한 명의 비난자로 남을 것인지 실제 영향력을 갖는 시장의 성공사례가 될 것인지는 1등이 영악하게 하는 일을 보고 따라해보며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에 있다. 네이버가 마케팅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깔끔하지 않은 여러 장치, 행위들은 정말이지 우리가 감히 비난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최고의 기획자, UI디자이너, UX디자이너, QA팀, 데이터 분석팀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쓸지 쥐어 짜가며 만들어 낸 결과인 것이다. 비록 그 안의 개발자들 중에는 자기 제품이 깔끔하지 않게 변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을지 몰라도 결국 내가 만든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이 개발자에게도 더 보람찬 일 아니겠는가. 물론 오해하지는 마시길. 네이버 제품이 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좋든 안좋든 그걸 어떻게든 팔아먹는 저 어뷰징과 앱 추천의 교묘한 줄타기 사이에서 1등의 경륜과 노하우를 본다는 것이다. 1등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사람도 없는 우리로서는 저걸 어떻게든 배울 일이지 배척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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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1등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1. Steven Kim Avatar

    동감합니다. 표대표님의 경쟁상대 에버노트도, 우리 나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젤리버스도 보이지 않는 통계와 힘과 노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보기로는 그렇지 않게 보일 지라두요. 저도 1등이 되고 싶고,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하고 결과를 얻어내고 싶습니다. 좋은 글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

  2. 길동 Avatar
    길동

    “제품은 쉬워야 한다” 정말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3. 훌라라 Avatar
    훌라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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