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디지털 금융 제국 SBI 그룹의 사업전략

소프트뱅크그룹의 금융 자회사로 1999년 시작한 SBI 그룹의 IR Presentation을 분기마다 보고 있는데 이 회사가 참 대단하다. 일본이라는 큰 나라의 디지털 금융을 거의 혼자 끌고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페북에 쓰려다 내용이 많아 블로그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시간이 없어서 소회는 최소한으로.

아래는 2019년 Annual Report에 나온 CEO 코멘트인데 디지털 자산에 기반한 생태계 구축을 그룹의 핵심 방향으로 서두에 적어 놓았다. 물론 증권, 은행 등 기존 캐시 카우에 기반한 확장이다.

스크린샷 2020-02-09 오후 10.57.11.png

아래는 IR 자료에서 소개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투자 및 운영 현황이다. 채권평가사 모닝스타와의 JV인 모닝스타재팬을 SBI가 가지고 있는데 여기를 통해 디지털 자산 평가도 할 계획이고 R3와 Ripple 양쪽 모두에 투자를 해서 일본 시장용 JV를 양사와 모두 설립했다.

스크린샷 2020-02-10 오전 12.45.17.png

아래는 지분율. Clear Markets은 미국에서 라이센스 받아 합법적인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취급하려는 거래소이다. CoolBitX는 대만계 콜드월렛 제조사인데 최근에는 FATF 권고에 따른 Travel Rule 솔루션인 SignaX를 만들어 SBI 그룹 계열 거래소에 제공하는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SBI의 그림을 보면 디지털 자산 수직계열화를 꿈꾸고 있는듯 보인다.

스크린샷 2020-02-10 오전 12.45.25.png

SBI CapitalBase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나 크라우디의 일본버전이다. 라이센스를 받아 2019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로 분류하고 있는걸 보면 향후 STO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할거 같다.

SBI는 Ripple 미국 본사 지분의 10% 남짓도 보유하고 있다. XRP의 대부분을 RippleLabs가 소유하고 있으니 그 지분법 평가 이익만 해도 최소 수천억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샷 2020-02-10 오전 12.45.35.png

국제송금 자회사인 SBI Remit은 현재는 MoneyGram을 통해 송금을 처리중이나 Ripple과 만든 자회사인 SBI Ripple Asia와 이를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남의껄로 고객 먼저 확보 후 천천히 백엔드 자기껄로 교체)

스크린샷 2020-02-10 오전 12.38.40.png

흥미로운 점은 SWIFT도 올해 연내 모든 국제 결제가 30분 내 처리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핀테크 송금 업체들의 장점이 다소 상쇄될 것이다. 결국 아래 설명처럼 SWIFT는 범용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30분 내, 핀테크 업체들은 범용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수분 내 송금 완료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샷 2020-02-10 오전 12.37.08.png

SBI 그룹은 요새 핀테크 회사들의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묶어 API로 만든 다음 이를 일본 내 지역 은행에 제공하는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러면 미리 지분 투자를 해놓은 핀테크 업체들의 거래도 늘고 SBI는 중간에서 API 사용료를 받을 수도 있다. Money Tap 역시 SBI가 키우는 회사 중 하나. (SBI FinTech Incubation은 자기 생태계에 넣을 핀테크 회사를 육성하는 Arm이고 SBI Neo Financial Services는 지역 은행에 API화된 핀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스크린샷 2020-02-10 오전 12.34.27.png

스크린샷 2020-02-11 오전 11.29.28.png

스크린샷 2020-02-11 오전 11.29.41.png

또한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해 T-Point(우리나라로 치면 OK Cashbag)라는 e포인트를 만들어 이를 전계열사에서 현금처럼 쓰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SBI Neo Mobile Securities라는 자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SBI가 재밌는게 그 자체가 미국의 Charles Schwab이나 한국의 eTrade증권이나 초기의 e미래에셋증권처럼 온라인 증권사로서 전통 증권사를 파고들어 승리했는데, 이제는 자기파괴적으로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한 Neo 뱅크와 Neo 증권을 자회사로 또 만들어 세그먼트별 접근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자기들이 밀고 있는 소액송금 핀테크 회사인 머니탭과 젊은 세대 공략용 증권사 네오모바일 증권, SBI FXTRADE(외환 중개사), SBI VC Trade(크립토 거래소)를 T-Point로 연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스크린샷 2020-02-09 오후 11.21.03.png

관계사인 소프트뱅크, 야후 재팬, 그리고 이제는 라인을 통해 네오 모바일 증권과 은행, 증권, 외환, 크립토, 송금, 소셜렌딩(P2P 렌딩)까지 T-Point로 연계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스크린샷 2020-02-11 오전 11.30.34.png

SBI 증권은 현재 일본 내 2위 증권사다. 1위는 역사와 전통의 노무라. 그러나 성장 속도는 단연 1위다.

스크린샷 2020-02-11 오전 11.39.46.png

야후 재팬과 제휴를 해서 야후 재팬 계정으로 바로 SBI 증권에 계좌 개설과 거래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스크린샷 2020-02-09 오후 11.41.38.png

그리고 이번에 라인이 야후재팬의 모회사 Z홀딩스에 합병되면서 SBI 입장에서는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증권, 외환(금리가 마이너스인 일본에서는 개인이 재테크를 위해 일상적으로 외환 거래를 한다), 은행, 그리고 VC(가상화폐), 핀테크까지 SBI가 보유한 여러 자회사를 Z홀딩스 계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에 공급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스크린샷 2020-02-09 오후 11.41.36.png

2018년 SBI는 SBI Crypto라는 마이닝 전문 자회사를 차렸다. 지도와 같이 여러 지역에서 채굴하고 있고 작년에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스크린샷 2020-02-09 오후 11.33.15.png

2019년 SBI는 채굴장에 이어 채굴장비 개발에도 직접 나섰다. SBI Mining Chip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한창 개발중에 있다. 이정도면 세상의 어떤 금융사보다 크립토 사업에 열성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스크린샷 2020-02-09 오후 11.33.45.png

SBI 그룹의 IR 자료에는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어마어마한 정보들이 있다. 소프트뱅크도 그렇지만 SBI 역시 IR을 아주 잘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어느 금융사가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 전략들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감의 표현이거나 다른 회사는 들어오지 말라는 선전보고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SBI 실적은 매년 무섭게 늘고 있다.

일본 디지털 금융의 향방을 알고자 하는 분은 SBI의 자료들을 샅샅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요새 한국 금융그룹도 신남방정책으로 동남아 금융사를 많이 사고 있지만 일찍이 SBI만큼 많은 나라에 여러 자회사를 가진 아시아 금융사를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 SBI는 SBI저축은행과 벤처캐피털인 SBI인베스트먼트를 운영중이다. SBI저축은행은 당연히 그 다음 기회-인터넷 은행과 같은-를 보고 있다.)

스크린샷 2020-02-11 오전 11.30.57.png

스크린샷 2020-02-11 오전 11.31.17.png

시간이 없어서 이만 줄인다. 한국에서 이 정도 디지털 금융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카카오와 토스가 유력하고, 한화가 Lifeplus라는 브랜드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SBI의 전선에 비하면 시작 수준으로 봐야할거 같다.

자국에서 디지털 금융이라는 테마를 20년 전부터 딱 쥐고, 이를 레버리지해서 지역 확장(국제적), 영역 확장(디지털 자산) 하는 모습은 다소 두렵기까지 하다. 다만 금융은 규제산업이라 로컬사업의 성격이 다분하여, 디지털을 잘 이해하는 회사가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회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