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연말에 좋은 자료들을 많이 내주셔서 요즘은 이런 글을 점점 낼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그래도 매년 하던 일이라 간단히 정리해본다.
우선 전반적으로 올해 크립토 시장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작년 테라와 FTX로 촉진된 각국의 규제 강화와 거시 경제의 영향, 그 사이 특별히 변한게 없는 Web3 시장의 펀더멘털 등으로 인해 올해 크립토 시장은 작년보다 더 움추러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 내내 대기업과 금융권, 정부 등 각계에서 ‘크립토는 못건드려도 Web3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올해 Web3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Web3가 기존 Web1,2와 다른 것이 기존에는 사용자가 서비스 성공의 금전적 과실을 얻을 수 없었다면 이제는 그걸 가능하게 하겠다는 점이다.
그 보상을 가장 쉽게 줄 수 있는 방법이 크립토이기 때문에 크립토 빠진 Web3는 어딘가 어색하지만, 어쨌든 2018년에 회자된 ‘코인 없는 블록체인 기술 육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새해에는 대기업이나 정부가 Web3 분야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몇몇 대기업은 Web3 부서나 펀드도 만들고, 새해부터 대대적인 투자나 사업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Web3 트렌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다음 사이클은 어떤 키워드들이 시장 상승을 견인해 갈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비트코인이 새해에 얼마 간다’ 이런 류의 전망이면 대중이 좋아할지 모르나, 나는 단지 기술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주제들 몇개를 짚는 선에서 마치려 한다.
1. ZK (Zero-knowledge, 영지식)
블록체인이나 크립토하는 사람 치고 ZK(영지식) 이야기 안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7년쯤, 그리고 그 전부터 ZK를 연구하는 그룹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아직 ZK가 블록체인과 만나 서로 좋을 수 있다는 컨셉 정도만 있었다.
그러던게 작년과 재작년의 제2차 크립토 사이클(1차는 2017년)을 거치며 본격적인 프로젝트로 많이 태어났다. 중국의 크립토 거래 금지 이후 크립토 시장 트렌드는 이제 단연 미국이 주도하는데, 미국 Web3 씬은 이제 ZK에 올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3차 사이클이 온다면 단연 ZK가 주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 블록체인 위크 기간 UC 버클리에서 열린 행사 아젠다들을 한번 보라)
ZK 기술을 활용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꽤나 많은데, 이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더리움 위의 컨트랙을 그대로 ZK 연산 기반으로 돌릴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들이다. 그게 그동안 불가능했는데 zkEVM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zkSync, Starkware, Polygon, Aztec, Scroll 같은 프로젝트들을 주목해야 한다. zkSync와 같이 EVM 호환성을 중시하는 프로젝트들 대 EVM 호환보다 ZK 자체의 성능을 중시하는 Starkware 같은 프로젝트들이 경쟁하는 중이다. ZK에 관해서는 여기 좋은 글이 있다.
2. Interoperability (상호운용성)
블록체인에서 상호운용성의 역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내가 이 분야에 처음 들어온 2017년 초는 이제 막 텐더민트가 IBC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였고, 그 이후 폴카닷이 이종 블록체인간 상호운용성을 내세워 높은 금액의 IC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금 그 두 블록체인은 이제 이미 출시되어 코스모스의 경우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인 IBC(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기능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게 실제 출시되어 돌아가고 있는걸 보고 있으면, 5년만에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펀더멘털 없이 Hype만 있는 동네라지만,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Hype이 있을 때는 거침없이 있지만 분명 그 안에서 눈부신 속도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24시간 가격이 변하는 크립토라는 ‘성적표’가 있기 때문에, 다른 기술보다 개발 속도가 더 빠를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5년 전에는 상상뿐이던 Cross-chain Bridge니 IBC니 하는 것들이 이제는 실제 구현되어 모두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다음 사이클에 이 상호운용성은 ZK에 이어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이 많아지고 있고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서로 다른 블록체인 위에 있는 자산(토큰)과 서비스(스마트 컨트랙)간의 원활한 호환은 Web3 분야의 영원한 Killer App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다음 사이클에서는 코스모스 SDK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무수한 블록체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네이버 라인은 자체 블록체인을 포기하고 2022년 12월 LINK 블록체인을 코스모스 SDK로 다시 만들어 출시했다.
코스모스 SDK는 누구나 쉽게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툴킷이다. 몇명만 모이면 학생도 뚝딱 블록체인을 하나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코스모스 SDK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블록체인이 수백, 수천개로 늘어날 것이다.
필자는 코스모스 SDK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개별 블록체인보다 이들 수천개의 블록체인을 품을 코스모스 생태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스모스 IBC 기능을 이용하면 수천개 블록체인 사이에 자산(토큰) 이동과 통신이 아주 싸고 빠르게 가능해진다.
따라서 개별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보다 수천개 블록체인간의 원활한 자산 이동과 증식, 운용을 돕는, IBC 기능을 활용한 Cross-chain 서비스들이 앞으로 코스모스 생태계 내에서 크게 성공할 것이라 전망한다.
코스모스 생태계의 1등 DEX(Decentralized Exchange, 탈중앙화 거래소)이자 IBC 기능을 활용해 수많은 이종 체인간의 자산 교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Osmosis가 자랑스러운 한국 팀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훌륭한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3. Dynamic NFT (동적 NFT)
이름부터 흥미진진한 다이내믹 NFT는 앞으로 NFT 시장의 다음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지금까지의 NFT는 한번 만들면 진본성이 보장되는, 즉 변경이 불가능한 디지털 증빙으로 여겨져 왔다. 그 때문에 디지털 아트나 멤버십, 졸업장 등에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모두가 알듯이 작년 한해 지나친 거품을 만들기도 했다. (NFT에 대한 나의 견해는 이 글과 이 글에 충분히 밝혀 놓았다.)
앞으로 등장할 다이내믹 NFT는 현재의 NFT와는 다르게 한번 발행된 NFT의 속성, 즉 메타데이터가 변할 수 있는 NFT를 말한다. 그걸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 NFT를 지갑에 하나 가지고 있을 때는 능력치가 2인 단검이었는데, 방패 NFT를 지갑에 같이 넣게 되니 속성이 업그레이드 되어 공격력이 4인 장검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NFT를 만들 수 있다.
현재의 NFT(Static NFT)는 한번 만든 단검의 속성은 절대 변할 수 없지만 Dynamic NFT는 단검이 어느날 갑자기 장검으로 변할 수 있다. 발행 또는 소유한 기간, 다른 NFT와의 결합이나 합체, 심지어는 오프체인 데이터(날씨, 환율, 주가, 유가 등)의 변화에 따라 속성이나 능력, 기능, 외관까지 모두 변하는 NFT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럼 NFT의 기능과 역할을 훨씬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Dynamic NFT가 NFT 시즌 2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관련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좋은 글을 남겨 놓는다. 한글로 된 글도 딱 하나 있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이 작년 이맘때 전송이 불가능한 NFT인 이른바 SBT(Soul-bound Token) 개념을 소개한 이래, SBT를 이용한 서비스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Noox는 특정한 온체인 활동을 완료한 지갑을 확인해 해당 지갑에 다른 지갑으로 전송이 불가능한 뱃지를 달아준다. 일종의 지갑 ‘이력’을 인증하는 셈이다. 이 뱃지가 바로 SBT로 발급된다. 아주 잘하고 있는 한국의 Web3 팀 중 하나다.
한국 Web3 팀 자랑을 하자니 Catchmint를 빼놓을 수 없다. 전세계에서 발행되는 NFT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가장 빨리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NFT 시장이 핫할 때는 연결된 지갑수가 세계 5위 내외에 들었을 정도인데 이 서비스도 우리나라 팀이 만들고 있다.
4. MEV Resistance (MEV 저항성)
이더리움은 블록 생성 주기가 10~15초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일어난 거래는 일종의 거래 대기소(Mempool)에 모여 다음 채굴자가 거래를 검증(채굴)해주기를 기다리게 된다. 이 기다리는 동안 어느 사용자가 어떤 거래를 시도하는지는 대기소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점을 악용해 일종의 선행매매(Front-running)를 함으로써 사용자가 깨닫지 못하는 손해를 끼칠 수 있는데, 이같은 일련의 부정행위를 Web3 업계에서는 MEV(Maximal Extracable Value)라 부르고 있다.
당연히 사람 손으로 하는건 아니고 이런 부정행위 봇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자기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거래가 보이면 그 기회를 채간다. MEV 봇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게 이더리움 사용자가 알게 모르게 봇에게 뜯긴 금액은 지난 3년간 $686M(8,715억원)이나 된다. 아래 우측 그림을 보면 이같은 부정 거래 하나로 사용자로부터 $3.3M(42억원)을 취한 봇도 보인다.


사정이 이쯤 되니 이더리움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고 이 MEV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 이더리움 메인넷에서는 방지가 어렵고 Layer 2에서 오프체인 거래를 이용하거나 특정한 RPC(서버)를 써서 거래 대기소를 숨기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상호운용성 초기처럼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분명 Web3 대중화에 있어 사용성을 해치는 걸림돌이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이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MEV에 대해서는 디사이퍼에서 정리해 놓은 좋은 글이 있다.
한국에서는 Radius가 위에서 소개한 영지식 기술을 활용해 MEV 문제를 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5. On-chain Signing with Identity (신원이 결부된 온체인 서명)
Web3 거래를 하려면 그게 토큰 전송이 되었든 Dapp 사용(=스마트 계약 이용)이 되었든 반드시 온체인 서명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온체인 서명시 누가 거래를 하는지 신원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규제가 강화되며 DeFi나 NFT 거래/이용, 토큰 거래/전송 등 많은 Dapp 이용시 신원이 동반된 서명이 불가피해 질 것이다.
국제 제재 대상자가 자기 Dapp을 이용하면 운영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Dapp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신원을 동반한 서명을 요하게 될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관련 서비스들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물론 이 지점은 블록체인을 처음 만들었던 사이버펑크들의 철학과는 정면 배치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토네이도 캐시처럼 미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들어가 접속이 차단되는 일을 방지하려면 많은 Dapp들이 타협하게 될 것이다. 작을 때는 익명으로 운영하며 자유를 추구하더라도, 대형화된 Dapp들은 규제를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20-2021년에 왔던 DeFi 1차 붐 때는 DeFi 시장에 유입되지 않았던 기관 자금들이 다음 사이클에는 DeFi 시장에 일부 들어올텐데 그때 기관들은 내 돈이 신원을 알 수 없는 개인들과 섞이는데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서는 허가형 DeFi 시장의 성장을 계속 점치고 있다.
테라와 FTX 사태 같은 사건 사고가 터질수록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고, 다음 상승장에서는 허가형 DeFi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대표적인 DeFi 서비스 중 하나인 AAVE는 중앙화된 회사인 Fireblocks와 반중앙화된 형태의 허가형 DeFi 서비스를 출시했다. (거래 참여자 신원 확인은 중앙화 된 회사가 하고, 그 회사가 OK하면 그 다음부터 온체인 거래 가능)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건 이 5번을 DID와 동일시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DID는 한국에서만 떴지 Web3를 주도하는 다른 국가들에서는 의미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이 내용이 DID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신원이 결부된 온체인 서명’이라 칭한 것이다.
신원 인증은 100% 탈중앙화 할 필요가 없고 전세계 신원 인증 DB가 다 정부나 기업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현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원 확인은 중앙화 된 DB에서 하고, 온체인 지갑 주소와 해당 신원을 연결(Mapping)만 하여 온체인 서명이 시도될 때마다 중앙화된 DB에 신원 유효성을 검증하는 반중앙화 형태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에서는 업비트가 메타마스크 지갑 주소와 회원 DB를 연결하기 위해 거래소에서 한번 메타마스크 서명을 진행하는 형태로 구현해 놓은 딱 그 정도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원이 결부된 온체인 계정의 모습은 DID와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DeFi나 NFT, DAO 등 거의 모든 온체인 거래에 대해 범세계적 규제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 역시 다음 Web3 사이클을 주도할 인프라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6. Wallet Address Risk Assessment (지갑 주소 리스크 판별)
이 분야는 이미 Chainalysis, Elliptic, CipherTrace 등의 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분야이지만 현재 이 기업들이 받고 있는 비용이 너무 높다. 거래소들은 출금 전에 이 기업들 API를 호출해 고객이 출금 신청한 지갑 주소가 문제 있는 지갑 주소인지 묻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회당 수백원에서 수천원의 비용을 낸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아직 지갑 주소 스크리닝 분야가 탈중앙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프로젝트들이 시도하고 있으나 불량 지갑 DB를 모으는 것이 워낙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보니, 아직 이 분야는 소수 기업들이 독과점의 혜택을 누리며 비싼 값을 받고 있다.
하지만 Web3 정신이 ‘독점적인 기업들이 돈 많이 버는 횡포를 못보니 그걸 탈중앙화해 프로토콜 발전에 도움주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며 대안 체재를 만들어 보겠다’이므로 이 분야에서도 그런 서비스(=프로토콜)들이 많이 등장해 독과점 기업들의 헤게모니를 일부 빼앗아 올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앞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위 5번과 더불어 지갑 주소 스크리닝 수요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미래에는 대부분의 Dapp들이 불량 지갑 주소가 자기 컨트랙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수용할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필연적으로 이 스크리닝 수요가 높아질텐데 전세계 몇개 기업이 비싼 돈을 받고 처리하기에는 Web3 답지 못하다. 따라서 이 분야가 성장할 것이고, 대안 시스템이 앞으로 다수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위 5번과 더불어 이런 규제에 대응하며 성장하는 인프라들에 다음 사이클을 주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7. Metamask Snap (메타마스크 익스텐션)
아직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사용자 기반을 가진 개인용 Web3 지갑 Metamask가 새해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한다. 이를 Metamask Snap이라 부른다. 크롬 익스텐션을 생각하면 편하다.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공개되었던 Metamask API 공개 범위가 넓어져 이제 외부 개발자가 사용자의 Metamask 지갑에 들어있는 자산과 비밀키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분명 소규모 Web3 개발팀이나 스타트업들에게는 아주 큰 기회다.
앞으로 이 기능을 통해 Metamask가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부가 기능을 개발해 Metamask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1) Metamask 서명 전에 거래 상대방(지갑이든 DeFi나 NFT 서비스든)이 피싱이나 사기에 연루된 계정인지 미리 경고해 주는 서비스
2) 이더리움 계열(EVM) 블록체인만 지원 가능한게 Metamask 지갑의 최대 단점이었는데 이제 비이더리움 계열(Non-EVM) 블록체인에서도 Metamask로 스마트 계약 이용과 토큰 전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 지갑 서비스 개발
3) Metamask와 연계된 비밀 메모장이나 디지털 파일 금고 서비스
4) 모바일 앱에서 보내는 알림처럼 실시간성이 중요한 Web3 서비스(ex. 파생 거래 Dapp)가 Metamask에 알림 노출
그리고 Metamask에서 Non-EVM 계열의 블록체인을 제어하는 일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이미 Non-EVM 체인인 Filecoin과 StarkNet을 Metamask로 제어하는 Snap도 개발되어 있다.

크롬 익스텐션이 생기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Web3 세상의 가장 큰 브라우저(Web3에서는 지갑이 곧 브라우저다)가 열리는 기회이니 만큼 개발자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굉장히 많은 팀들이 Snap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조용한거 같아 자세히 언급해 본다.
내 올해 목표 중 하나가 Web1과 2 때 있던 일들을 Web3만 아는 세대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세히 못다루지만 Web1과 2 때도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MySpace나 Facebook이 플랫폼을 외부 개발자들에게 열어 Zynga를 비롯해 수천만명의 유저를 가진 3rd party 앱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Kakao도 게임사에 for Kakao 계정 로그인을 열어주며 서로 수익모델을 얻었다. 네이버나 과거 다음도 블로그/카페 사이드에 붙이던 위젯을 외부에 공개해 누구나 위젯을 만들어 올릴 수 있게 했다. 대형 플랫폼이 문을 열 때 들어가 커진 스타트업들의 사례는 굳이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너무 많다.
Web3에서는 이번 Metamask Snap이 처음으로 개방되는 그런 대형 플랫폼의 문호가 아닐까 한다. 스타트업이 혼자서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구축된 수억명의 사용자 기반을 가진 Metamask 위에서 그들이 직접 제공하지 않는, 그리고 앞으로도 직접 내장할 것 같지 않은 분야를 잘 골라 아주 날카롭고 깊게 만들어 버리는 것도 스타트업에게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롬 브라우저가 직접 제공하지 않는 사이트 줄 긋기, 메모 달기 등(IT 업계 용어로는 Annotation tool이라 한다)의 기능을 익스텐션으로 만들어 제공한 스타트업 LINER가 그런 전략을 잘 활용해 아주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선례가 있다.
이를테면 Web3계의 LINER를 만들어 볼 기회가 온다. 물론 이미 많은 팀이 뛰어들었으나, 다행인 것은 아직 이 익스텐션이 Metamask 개발자 버전에만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아직 일반인들은 이 기능을 쓰지도 알지도 못한다. 따라서 지금 만든다고 늦는 것은 아니다.
Metamask가 워낙 큰 플랫폼이기에 Snap을 통해서만 여러 프로젝트가 다음 사이클의 승자가 될 것이라 생각해 이 목록에 추가해 보았다. 또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약진을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도 들어가 있다.
8. Infura Marketplace
Metamask를 운영하는 Consensys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노드 서비스 이름이 Infura다. 아직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걸로 보아 공개된 정보는 아닌듯 보이지만, 곧 이 Infura도 플랫폼을 외부 개발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AWS를 보면 아마존이 직접 만든 솔루션도 있지만 외부 개발사가 만든 솔루션을 플러그인 형태로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금도 AWS에 통합되어 정산된다. Infura는 이런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듯 하다. 어차피 Web2의 AWS나 Web3의 Infura나 그 사용법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AWS Marketplace와 유사한 형태로 나올 것이다.
Infura가 플랫폼을 외부 개발사에 열면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하게 열 것이기에 나는 여기서도 다음 사이클의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글로벌 Top-tier가 된 Web3 플랫폼사들이 저마다 자기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면 그 위에서 Web3 솔루션을 B2B로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Web3 프로젝트들을 위한 SaaS 등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팀들은 Infura Marketplace와 그 유사 플랫폼들의 등장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 생각한다. Tax나 Accounting, DAO 관련 도구들이 그런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9. Account Abstraction (계정 추상화)
현재 이더리움 계정은 Metamask와 같은 일반적인 사용자 지갑에서 만들어지고 서명되는 계정(EOA, Externally Owned Account라 부름)과 스마트 계약이 만드는 계정(CA, Contract Address라 부름) 등 두 종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CA 작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EOA가 서명을 해주어야 해서 그동안 여러 불편이 존재했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지갑은 EOA가 아니라 CA가 되는 형태의 이더리움 개선 제안 EIP-4337이 제출되어 있다. 2021년 9월 정식 제안되었고 비탈릭이 지지하며 작년 한해 보안 감사가 진행되었다. 앞서 소개한 영지식 기반의 주요 이더리움 레이어 2인 StarkWare와 zkSync에는 이미 AA가 메인넷에 적용되어 있어 이더리움 메인넷 적용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이 기능(Account Abstraction, 이하 ‘AA’)이 가진 파급력은 생각보다 매우 큰데 그동안 불가능했던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1) 이더리움 가스비 대납 (언제나 최종 사용자가 내야했던 가스비를 이제 Dapp이 사용자 확대 목적으로 대신 내주거나 다른 사용자가 내줄 수 있게 된다)
2) ETH가 아닌 ERC-20 토큰으로 가스비 지불 (현재는 반드시 지갑에 ETH가 있어야만 그걸로 가스비를 낼 수 있지만, 앞으로는 USDC나 USDT 등 다른 토큰으로도 이더리움 메인넷에 가스비를 낼 수 있게 된다)
3) 비밀번호 찾기 기능 구현 (그동안은 Private Key를 분실하면 영영 계정을 찾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2명, 3명의 지인이 동의해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내 Key를 복구하는 지갑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4) 현대적인 Key 관리 (현재는 Private key가 있거나 없거나 둘중 하나인데 이제는 2시간만 유효한 Key를 생성해 다른 사람에게 내 자산 전부 또는 일부 접근을 허용하거나, 2명 이상이 서명해야만 내 자산을 인출할 수 있게 하는 등 계정에 대한 통제권을 다양하게 설계 가능)
이 기능은 지금까지 Metamask 등 EOA 기반 지갑이 할 수 없었던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뛰어들어 있다. 한국 팀 중에서는 FLUVI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Metamask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점, 그리고 지갑이 Web3의 브라우저라는 점에서 AA는 매우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EIP-4337이 도입되면 AA를 준비중인 전세계 모든 회사들이 유사한 장점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거라는 점, Metamask 역시 Snap이나 Portfolio 사이트와 같은 형태로 AA에 충분히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앞으로 AA를 준비중인 팀들이 고민하며 풀어갈 숙제라 생각한다.
Visa는 역시 발빠르게 이미 AA를 연구해 유저의 서명에 의한 Push 방식 결제만 가능하던 기존 블록체인 결제 방식을 탈피해 Pull 방식 결제를 StarkWare 위에 구현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였다. 내용에 따르면 정기결제, 자동이체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결제 방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Visa가 AA를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AA의 잠재력은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영역으로도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A에 대한 글은 여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10. Web3 Business Infra (= A.K.A. 리바이스 비즈니스)
Web3 프로젝트를 직접 하는 사람들에게 B2B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앞서 소개한 Infura도 그런 서비스이지만 어느새 블록체인 노드나 수탁 인프라는 너무 보편적인 사업 아이템이 되었다.
다음 사이클에는 아직까지는 없었던, 그러나 블록체인 노드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문제를 푸는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다수 등장할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애플리케이션(=Dapp)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군이 인기를 끌 것이다.
예컨대 온체인 데이터를 실시간 캐싱해 전통적인 방식(REST API)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들(nxyz 같은), No-code 또는 Plug & Play 형태의 스마트 컨트랙 개발도구, 3rd party 앱 내장형 지갑(Biconomy 같은)과 같은 서비스들이 앞으로 풍부한 고객과 실제 사용 사례를 바탕으로 다음 사이클을 주도해 갈 것이다.
11. DeFi 2.0
급격하게 성장했던 DeFi 1.0이 역시 비슷하게 성장한 NFT 1.0과 함께 요즘 나날이 무너지고 있다. 모두가 광장을 떠난 뒤 잊혀졌던 DeFi가 다음 사이클과 함께 돌아오게 되면, 그때는 1.0 때 흥했던 기초 금융 상품들에 이어 보다 금융공학적이고 전통 시장을 닮은 프로토콜들이 대거 등장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1.0 때는 스테이블코인(우선 돈이 있어야 하고), 예치/대출(만든 돈으로 서로 빌려주고 빌려가고), 거래(내가 가진 돈을 다른 원하는 돈으로 교환)가 Killer App이었다. 다음 사이클의 이른바 DeFi 2.0이 오면 그때는 고성능 선물/옵션, Passive/Active 운용, 보험/재보험, 크립토 ETF, 크립토 ETN과 같은 장내 구조화 상품, 외환 Spot/Swap, VIX, CDS, 장외파생상품 등으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실은 여기서 언급한 거의 모든 제품이 DeFi 시장에 (지금 시장의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요즘도 하나씩 조용히 출시되고 있거나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이런 서 비 스 들
다음 사이클이 오면 DeFi는 분명 더 정교하게 다시 돌아온다. 디지털 돈을 만들었으면 그 디지털 돈을 이용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DeFi에도 규제가 생기긴 하겠으나, DeFi 시장 자체가 사라지거나 규모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지금 DeFi 2.0을 착실히 준비하는 회사가 다음 사이클에 반드시 크게 거둘 것이다.
12. DAO Tools
거의 모든 Web3 프로젝트는 규제 때문이라도 DAO화 될 것이다. 실제 업계는 작년 한해 테라와 FTX를 통해 중앙화된 의사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여실히 목격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그런(탈중앙화된) 형식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훨씬 더 노력해 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 DAO 운영을 쉽게 도와주는 도구들이 다음 사이클에서 중요한 테마로 떠오를 것이다. 이런 서 비 스 들이 을 참고하기 바란다. 각각 DAO 커뮤니티 보상 도구, 투표 도구, 그리고 회계/정산 도구, 21가지 이런 Tool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더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너무 버티컬하게 좋은 서비스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정말 Web3 시장이 신속히 포화되고 있다.
13. Modular Blockchain (모듈형 블록체인)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 블록체인은 거래를 합의하는 기능, 거래 요청을 받아서 실행하는 기능, 스마트 컨트랙트(앱)를 올리고 운영하는 기능, 그리고 사용자의 계정을 생성/운영하는 기능 등 여러 기능이 합쳐져 작동한다.
이더리움, 솔라나, 카르다노 등 지금 인기있는 블록체인들은 이같은 여러 기능이 하나로 짬뽕된 블록체인이다.
그런데 이런 니즈가 생겼다. 이더리움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기에 다른 블록체인보다 보안이 쎄다. 그런데 느리고 비싸다. 그래서 이더리움의 보안은 이용하되 앱 실행은 다른 빠른 블록체인을 쓰고 싶다거나, 데이터를 이더리움에 올리면 느리고 비싸니 데이터만 제3의 블록체인에 올리거나 하는 상상을 사람들이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만들어지는 미래의 블록체인은 현재의 모든 기능이 짬뽕된 ‘일체형’ 블록체인이 아니라 각각의 기능을 분리해서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은 이건 현실성이 떨어지고 이제 막 연구/개발을 시작한 단계다. 그래서 당장 다음 사이클보다는 다다음 사이클 정도에 이 모듈형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방향을 독자들이 이해하시도록 하기 위함이다.
원래 맛집은 메뉴가 많지 않다. 그런 것처럼 블록체인이 고도화될 수록 모든 기능이 다 좋은 블록체인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보안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포기해야 하는 등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를 블록체인 트릴레마라고 부르는데, 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지금은 만약 고성능이 필요한 파생상품 거래소 앱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구동할 때 엄청 느리고 많은 가스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의 블록체인은 보안만 이더리움에 의존하고, 빠른 성능과 낮은 가스비가 필요한 연산 부분은 연산만 전문으로 하는 고성능 블록체인을 블록식으로 조립해 쓰자는 것이다.
앱마다 필요한 기능이 저마다 다를 것이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반의 유튜브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비디오 파일을 엄청나게 많이 저장해야 하는데 그걸 이더리움에 올릴 수는 없다. 이 경우 보안은 이더리움에서, 빠른 연산은 연산만 전문으로 하는 고성능 블록체인에서, 그리고 비디오 파일 저장과 불러오기는 데이터만 전문으로 다루는 대용량 블록체인에서 각각 맡자는 것이다.
그러면 유저는 Web2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준으로 빠른 Web3 서비스를 Web2 수준의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게 미래의 Web3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미래 블록체인 환경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려면 앞으로 5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모듈형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14. Transaction Gateway
과거를 회상해 본다. Web 1과 2에서 유저는 브라우저를 거쳐 개별 사이트를 소비했다. 처음에는 사이트가 많지 않았으므로 직접 URL을 치고 들어갔다. (내가 인터넷을 처음 쓴게 1995년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가 몇개 없었다) 간단히 도식화화면 처음의 인터넷은 다음과 같았다.
유저 -> 브라우저 -> 개별 사이트
그러던 것이 사이트가 많아지며 검색엔진이 나왔다. 초기 검색엔진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 디렉토리 형태였다. 전화번호부처럼 사이트 목록이 주제별로 쫙 나열되어 있고,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접속되는 게이트웨이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구글이 나오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도식화하면 검색엔진 이후의 인터넷 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유저 -> 브라우저 -> 검색엔진 -> 개별 사이트
그러던게 Web3로 오면서(물론 Web3 용어 자체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입장도 잘 알고 있다. Web3가 허상이 아니라 실질을 추구해야 한다는 나의 입장은 작년 6월의 이 발표 영상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Web3 유저는 메타마스크와 같은 지갑을 이용해 DeFi나 NFT 같은 개별 스마트 계약(=Dapp)을 이용한다.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유저 -> 지갑 -> 개별 Contract(Dapp)
우리는 이게 머지 않아 Web1과 2 때처럼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Dapp이 별로 없어 직접 들어가 지갑을 연결해 쓰지만, 인터넷처럼 앞으로 컨트랙이 많아지면 과거의 검색엔진과 같은 역할을 할 서비스가 필요해진다.
더불어 서비스 이용 방식이 바뀌었다. Web1과 2에서는 브라우저를 이용한 접속과 열람이 곧 서비스 이용을 위한 과정이자 수단이었다면, Web3에서는 지갑을 이용한 연결과 거래가 곧 서비스 이용을 위한 과정이자 수단이다.
이것은 일견 특별할게 없어 보여도 Web3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고로 다음 문장은 오늘 이 글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Web3에서의 거래 = Web1과 2에서의 브라우징
Web3 서비스 이용은 브라우저를 통한 열람이 아니라 지갑을 통한 거래로 이루어지므로, 기존 검색엔진과는 다른 Web3만을 위한 검색엔진이 새로 필요해진다. Web3 검색엔진이 다루어야 할 것은 정보일까 거래일까? 당연히 거래다.
다음은 전통 검색엔진인 구글의 미션이다.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Web3 검색엔진에서 이 미션은 다음과 같이 대체되어야 한다.
Organize the world’s transactions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정확히 Web3에서의 구글 대체제는 ‘검색’엔진이 아니라 ‘거래’엔진에 가까울 것이다. 아직 이 분야에 대한 뚜렷한 키워드가 없어 나는 이 분야를 Transaction Gateway라 부르기로 했다. 이걸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유저 -> 지갑 -> Transaction Gateway -> 개별 Contract(Dapp)
다시 말해 앞으로 Web3 시대가 본격화되면 컨트랙이 많아질 것이고, 그럼 지갑이 직접 컨트랙과 거래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은 마치 95년의 인터넷처럼 지극히 과도기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따라서 5년 뒤의 미래를 그리라고 한다면 마치 지금 우리가 모든 사이트를 네이버나 구글을 통해 접속하고 있듯이, Web3 거래도 거래를 관장하고 통합/통제하는 엔진을 통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갑을 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브라우저를 통해 다이렉트로 개별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아니듯이. 포털이 필요하다. Web1,2에서는 정보 포털이었고, Web3에서는 거래 포털이다.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거래를 잡는 사람이 Web3의 모든 것을 잡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는 이미 좀 앞서간 팀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Web3 거래 통합)의 중요성을 Mesher 팀이 굉장히 빨리 깨닫고 여기에 도전하고 있다.
Mesher 팀이 이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초기 아이디어 Swallow는 Google, Meta 등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2천여명(284개팀)이 참가해 2022년 11월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린 ETH San Francisco 해커톤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즉, 한국팀이지만 아직 Web3의 심장에서 충분히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말이다.
앞으로 잘만 구축해 간다면 Web3 분야의 구글을 만들 기회가 우리나라 팀에 있을지도 모른다.
15. Digital Asset Gateway
앞서 Transaction Gateway가 횡으로 사용자(지갑)와 서비스 사이를 잇는 ‘거래’ 허브 역할을 하는 서비스라면, Digital Asset Gateway란 종으로 그런 거래의 ‘재료’가 되는 디지털 자산을 통합/정리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모든 재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모든 요리(=Web3에서는 거래, Web1,2에서는 브라우징)를 만들 수 있기에 Transaction Gateway와 Digital Asset Gateway는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진다.
모든 Web3 거래의 재료가 되는 디지털 자산을 통합/제공하기 위해서는 흩어진 재료들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앙화 거래소, 탈중앙화 거래소(EVM, Non-EVM), 크로스체인 브릿지, 장외시장(OTC)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자산은 온갖 곳에 흩어져 있으므로 모아야 하는 대상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된 디지털 자산에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이 Web3 거래 재료(=디지털 자산) 통합 분야는 한국에서 필자의 회사인 체인파트너스가 준비하고 있다.
다시 구글의 미션을 가져오면 이 분야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Organize the world’s digital asset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A 토큰은 B,C 거래소에만 있고, D 토큰은 E,F 거래소에만 있으므로 모든 거래 재료에 접근하려면 수백개 거래소를 연결해야 한다. 거기에는 연결 속도 문제, 각 거래소와의 관계 문제, 서로 다른 기술 규격을 맞추는 문제 등 너무 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구나 생각하기는 쉬워도 막상 뛰어든 회사가 별로 없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의미와, 어떤 Web3의 거래 재료(디지털 자산)라도 고객이 원하면 바꿔주겠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체인저‘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2020년 초부터 꼬박 3년간 이 분야에만 천착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드디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Binance가 취급하는 토큰이 2023년 1월 2일 현재 383종, Coinbase가 237종이다. 하지만 체인저는 오는 2월부터 당장 1만종의 토큰을 취급한다. 고객이 누구든간에, 어느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고 싶던간에, 체인저는 가장 커버리지가 높은 Web3의 길목(Gateway)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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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나누는 기쁨
지난해 테라와 FTX로 점철된 두 방의 큰 악재는 Web3 시장 분위기를 크게 가라앉혔다. 하지만 지난 가을 다닌 일련의 해외 출장들에서 나는 오히려 지금 좋은 프로젝트들이 기초 체력을 키우며 개발되고 있고, 그런 분야들에 자본이 몰리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분명히 다음 사이클이 온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사이클이 온다면 그때는 어떤 주제들이 주도하게 될지 귀국 후 몇달간 나름대로 공부하고 사람들 만나 토론하며 얻은 현재까지의 결론이 오늘 쓴 글의 내용이다.
당연히 주관적이고 편협한 내용이다. 모르는 것이 항상 새로 나오는 크립토 시장이고, 나도 항상 보고 감탄하는 젊고 유능한 리서처들이 요즘 업계에 참 많다. 그러니 그냥 체인파트너스가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듯 하다.
어쨌든 연말/연초에 시간을 들여 시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 이 일을 매년 잊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
슬쩍 과거 글들을 다시 보니 슬픈 일도 힘든 일도 참 많았던거 같다. 다양한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폐도 많이 끼쳤고 미안한 마음도 많았다. 그래서 더욱이 여기 남아 있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직하게 하고, 끊임없이 하고, 도우면서 하고, 이 세가지 원칙은 계속 지키려고 한다. 결국 그게 우리를 아직까지 남아 더 큰 꿈을 꿀 기회를 준 원동력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도 2023년을 시작하며 한 장을 더 얹는다.
더 나누기 – Web3 Korea 영상 무료 공개
체인파트너스에서는 지난해 6월 Web3의 허와 실을 정확히 알려 거품을 줄이고 의미있게 성장시켜 가자는 취지로 <Web3 Korea 2022>라는 3일짜리 본격 공부형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스폰서를 해야 발표 슬롯을 주는게 행사들의 일반적인 관례인데 반해 이 행사는 아예 스폰서를 받지 않고 100% 입장권 판매로만 행사를 치렀다. 그렇게 한 이유는 강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즉, 돈만 낸다고 들을 가치가 없는 내용인데 무대를 배정받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입장료를 내고 참가한 청중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지금까지도 행사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시간이 6개월 가량 지났으므로, 새해를 맞이해 이 영상 전체(32개)를 Web3 Korea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이 재생목록에서 3일간 진행된 Web3 Korea 2022 행사 영상을 확인하고 시청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Web3 관련 자료를 업로드 할 예정이니 많은 구독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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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부하기
쓰다보니 또 긴 글이 되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Web3에 관심이 아주 많은 분들이라 생각해 앞으로 공부를 계속 같이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 Web3 공부 텔레그램 채널
그래서 텔레그램 채널을 하나 만들었다. 여기에 새해부터 나와 우리 회사의 리서처들이 회사 슬랙에 올리고 있는 내용들을 공유해 볼 생각이다.
오늘처럼 정제된 형태가 아니라 그냥 Raw data에 가까운 뉴스나 논문들, 새로 나온 Web3 서비스들 소개일 것이다. 그래도 그런 Raw data들 덕에 오늘의 결론도 정리가 된 것이므로 더 빠르고 살아있는 공부를 같이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담이 생기면 올리는데 망설이게 되므로, 미리 말씀드린다. 그냥 우리 공부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 공유하듯 아무거나 올릴거니까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참여 부탁드린다.
2. Web3 업계 종사자 모임
크립토/블록체인/DeFi/NFT/DAO 등 다양한 Web3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과 만나기 위해 새해부터 월례 모임을 운영한다. 매월 만나 교류하며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필요하면 요즘 핫한 서비스 대표님을 초빙해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려고 한다.
이 안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모임 만들어 스터디도 하고, 가능하면 나중에 이 안에서 좋은 Web3 서비스도 탄생한다면 더욱 기쁠 것이다.
나는 주로 지난 십수년간 이런 모임을 꾸준히 만들어 왔지만 언제나 수혜를 보는건 내가 아니라 회원들이었다. 지금은 체인저하우스가 된 이 모임도 회원들끼리 서로 이직시키고 투자해주고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정작 그 안에서 10년간 단 한 명도 섭외한 적이 없다. 그러니 이 Web3 모임도 최소 내 걱정은 하지 마시길.
나는 언제나 사람이 모이는 판을 만들뿐,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는다. 이 모임의 목적은 그냥 각자 떨어져 일하는 Web3 분야 젊은 인재들이 서로 알아가자, 같이 공부하자, 도울게 있으면 도와주자, 친해지자, 우선 친해지면 다음에 할게 보인다. 딱 그 정도다.
다만 이 모임은 멤버를 다소 엄격하게 구성할 것이다. 그래야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배울게 많지 않겠는가. 그러니 미리 양해를 부탁드린다. 업계 종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텔레그램 참여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공부 자료들을 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아참, 이 모임은 체인저하우스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체인저하우스 인프라가 정말 좋기 때문에, 모임 회원들은 앞으로 공부 외에도 좋은 추억이 많이 생기게 될 것이라 믿는다. 모임 참가 신청은 여기에서 작성하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Web1부터 3까지 23년간 IT 업계에서 계속 서비스를 만들어 온 축복받은 사람인 관계로, 앞으로 이 모임에는 Web2.0을 주도했던 사람들, 나아가 Web 1세대 선배들까지 초대해 세대를 아우르는 모임으로 키워보고자 한다.
이미 사실 Web2.0 시대를 재미나게 살았던 멤버들과 요즘 ‘웹2×2’라는 재미난 월례 모임을 하고 있는데, 나는 Web3에 더 가까우니 그 둘을 만나게 한다면 서로 배울 점이 많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