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TOKEN2049 리뷰

싱가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는 TOKEN2049에 1박 2일로 잠깐 다녀오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놓고 요즘 고민이 많아 공짜 표 구해서 이코노미 타고 공부하러 왔다. 파티도 하나 참석 안하고 어제 하루 2만보 걸으며 부스만 열심히 돌아다녔다.

우리 His Excellency 저스틴 선 아저씨는 언제나 일관되다. 웃긴 것도 계속하면 힘이 된다.

그마저도 원래는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우리에게 일년 외주 일감을 주기로 했던 회사가 오늘 회사 사정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선언하는 바람에 급히 귀국 표를 바꿨다.

이 업계는 단 하루도 방심하게 놔두질 않는다. 또 다시 길을 찾아가야지. 어떤 방향으로든 회사가 살아있는 한 우리 CNG 토큰 홀더들에게 혜택이 가는 방향으로 설계해 갈 것이다. 모두가 웃는 그날까지 끝까지 챙겨갈 것이다.

아래는 어제 하루 TOKEN2049의 모든 부스를 돌아다니며 내 관심을 끈 프로젝트들이다. 당연히 훨씬 많은 부스가 있었으나 공부하러 온거기 때문에 새롭거나 내 관심 분야가 아닌 것들은 소개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NFT나 Web3 Gaming 같은 것들은 내 관심사가 아니고, 주로 DeFi나 Institutional Crypto Finance가 내 주요 관심사다.

Nansen과 유사한 On-chain data analysis 회사들은 이제는 뻔한 주제가 되었으니 사진은 찍지 않았다. 새로운 것들만 사진 찍어와서 밤에 사이트 들어가 공부하며 리뷰해 보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진은 따로 안올린다.

Middle/Back Office SaaS for Insitutional Crypto Finance

(배경 설명: 전통 금융에는 보통 Front office 부서(= Trading desk)와 Back office(= Settlement, Operation, Tax 등) 부서가 반드시 있고 일부 큰 기관에는 Middle office(= Compliance, Reporting) 부서도 있음. 크립토도 Front office는 지난 5년여간 많이 생겼으나 아직 기관들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러나 언젠가는 갖춰야 하는 공통 function인) middle/back을 SaaS 형태로 대신 해주겠다는 회사. 산업이 성숙하면서 앞으로 규제도 엄격히 지켜야 하고 고객(또는 LP=쩐주) 관리(주로 보고)도 해야하니 middle/back 업무가 점점 더 필요해질 것임. 아직 기관 크립토 금융 시장 자체가 크지 않지만 이런 시도가 나오는 것은 시장 성숙의 한 장면으로 보여짐.)

여기에 더해 굳이 신박하지 않아서 사진까지 찍지는 않았지만 Ultra Low Latency 이야기를 하는 회사가 세개나 있었다. 크립토도 이제는 차익거래를 위해 거래소 서버와 얼마나 가까운가 하는 Latency를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전통 금융 시장은 이미 그렇게 된지 오래 되었다. 관심있는 분들은 Flash Boys를 읽어보시길.

개발자들이 IPFS를 보다 쉽게 제어해 탈중앙화된 스토리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자동화된 DeFi + Active Asset Management 모델을 섞은 모델. (사용자 자산은 DeFi Vault에 들어가지만 운용 전략은 전문가들이 짠다. 물론 전략만 짤뿐 실제 운용은 DeFi 상에서 이루어짐. ex. 퀀트 전략 계산에 따른 가장 자본 효율적인 DEX 유동성 리밸런싱)

Fireblocks copycat. Policy 설정부터 Custody로 DeFi 이용이 가능한 것까지 Fireblocks와 거의 똑같다. 3년 전 MPC 기술을 탑재한 Fireblocks 지갑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정말 신세계였다. 이제는 Fireblocks가 MPC-CMP 기술을 오픈소스화 하기도 했고, 브랜드도 생겨 MPC 지갑을 너도 나도 시작하고 있지만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 시장을 쓸어버리려면 disrupt한 기술과 Sales/marketing 역량이 둘다 필요하다. Fireblocks가 정말 그런 회사였다. 한국의 첫 client가 우리인데, 아직도 3년 전 첫 미팅할 때 제품 보고 한번 크게 놀라고, Web3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완벽에 가까운 세일즈 숙련도에 두번 놀란 기억이 난다. 그땐 아주 작은 회사였는데, 지금은 글로벌 최상위 회사가 되었다.

금융 서비스를 위한 블록체인(L1). 금융 서비스 구축을 위한 Pre-built API 제공, 저렴한 수수료, 빠른 Finality 강점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더리움 등 경쟁자의 생태계가 워낙 크다는 점이 맹점. 더군다나 이더리움 계열 체인들이 L2, L3까지 나오니 빠르다는 강점이 상당 부분 잠식 당할 수 있다.

보안감사를 오픈 플랫폼에서 컨테스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회사. 이런게 몇개 나오고 있는데 이 회사는 싱가폴 베이스로 작년 11월에 출시했다고 한다. 미국에도 같은 아이디어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고 작년에 한국에서도 어느 해커톤 심사하러 갔다가 같은 아이디어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 나온 것은 보지 못했다.

블록체인 White-label solution의 명가 Chainup이 오랜만에 부스에 나왔는데 못보던 몇년 사이 거의 없는게 없는 White-label 만물상이 됐다. 전에는 거래소만 있었는데 이제는 NFT, DEX, Custody, Liquidity, KYC, KYT 솔루션까지 그냥 다 판다고 한다. 이번에는 요즘 Web3에서 유행하는 RWA(Real World Asset = 우리나라에서는 AKA ‘토큰 증권’) White-labeled Solution을 특화해 가지고 나왔다.

OP rollup보다 장점이 많아 장기적으로 zkRollup으로들 갈 것으로 보이는데, zkRollup은 ZKP 생성을 위해 고사양 하드웨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하드웨어를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외부 노드들에 의한 PoW로 해결해 zkRollup-as-a-Service를 하겠다는 프로젝트. 재미있는 발상이고, 이미 만들어진 제품도 봤는데 정말 훌륭하다. SaaS 형태로 누구나 쉽게 L2/L3 appchain을 Modular로 조립해 만드는 미래를 어렴풋이 체험할 수 있었다. (아래 이미지를 자세히 확대해 보시길)

요즘 너무 많이 보이는, 그러나 Next billion users 인입을 위해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Social login 기반 Non-custodial wallet. Circle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Fireblocks도 뛰어들었다. 이번에 동남아 슈퍼앱인 Grab에도 in-app wallet이 탑재되어 사용해 보았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되겠구나 싶다. Web3 이용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지고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워낙 예전부터 보아왔지만 Institutional Crypto Staking이라는 영역으로(against retail crypto staking) 차별화해 잘하고 있는 회사. 점점 커지고 있다.

이 회사는 꽤 재미있다. 그러니까 결국 토큰 거래소인데 뻔한 차트 넣고 어두운 배경에 그런 거래소가 아니라 Next billion users를 위한 새로운 컨셉의 거래소다. 초보자들은 각각의 토큰이 뭔지 잘 모르니 딱 한 문장으로 토큰을 설명해주고, 앱에서 Fiat onramp 통해 바로 살 수 있게 했다. 다른거보다 도메인이 너무 좋다. Token.com이라니.

ZKP를 활용한 크로스 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 결과적으로는 Chainlink CCIP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데 구현 방식이 다르다. UC버클리에서 유명한 Dawn Song 교수가 지도한 학생의 프로젝트.

프로젝트는 작년 이맘때 처음 봤는데 그 사이 무려 Sequoia에서 투자 받고 커졌다. 보통 On-chain data 분석 회사는 많은데 여기는 트위터, 미디엄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Web3 프로젝트의 인기나 최신 기능에 대한 반응 같은 것들을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재밌는건 Web3 프로젝트들 docs다 다 때려넣어 학습해 LLM으로 Web3 프로젝트 기술 문서 같은거 대신 써주는 assistant를 준비중이란다. Web3는 docs를 다 비슷비슷하게 쓰다보니 그걸 학습한 결과도 꽤 비슷할듯.

스위스의 정식 규제를 받는 On-chain 채권 프로토콜. 전통 회사나 Web3 프로토콜이 DeFi 상에서 USDC로 채권 발행 가능. Credit rating도 on-chain에서 하겠다고 한다. 재미있는 시도이고 앞으로 이렇게 규제에 기초해 DeFi상에서 Cross-border finance 하는 시도들이 많아질 듯 하다.

비수탁형 지갑인데 LP 토큰 넣어 놓으면 계속 포트폴리오 트래킹하면서 지금보다 더 수익 높일 수 있는 전략 제시해 준다고 한다. (ex. “리밸런싱 해라”)

이건 부스로 나온건 아닌데 오늘 다른거 보다가 잠시 본거.

탈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Farcaster / Lens). 비탈릭은 “일단 그것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한다.

저 기사의 마지막 비탈릭 멘트가 인상적이다. “Basically, give people the opportunity to slide down the decentralization ladder and then, at the end of it, really properly be in this totally independent stack that actually works together — all the different pieces inside it,”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탈중앙화 사다리를 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끝에는 모든 다른 조각들이 온전히 독립적인 스택으로 정상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AA 지갑 같은걸로 진입 장벽부터 낮춰주고(기본적인 사다리), 완전히 탈중앙화 서비스 써도 별 문제 없게끔 하나씩 따로 또 같이 발전시키며 준비하고 있자 대략 이런 말.

얼마전 국내 규제 당국에서 불러 다녀왔는데, 내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면 스테이킹, 운용 이런 것들이 다 안된다고 한다. 체인저가 하려고 했던 토큰 스왑도 안된다고 한다. 이자도 한푼 주지 못하는 수탁형 지갑 정도만 딱 할 수 있을거 같은데, 그게 도대체 어떤 강점을 갖는 제품일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 고민 끝에 오래 준비한 한국 라이센스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매우 아쉽지만 원하는건 아무 것도 못하는데 라이센스 유지를 위한 인적/물적 기본 비용이 연간 3억 이상 나갈 것으로 보여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또 길을 찾아야지 그것 외에는 답이 없다.

또 고민하고 공부하고 모색하면 길을 찾을 것이다. 지겹지만 방법이 없다. 살아남는 회사가 강한 회사다. 여기서는 특히나 그렇다. 중간에 무너지지 않기를 하고 건강만을 바랄 뿐이다. 건강을 챙길 시간도 없다. 이제 좀 챙길까 했더니만,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우리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판매했던 토큰인 CNG 토큰 홀더들을 끝까지 챙길 것이다. 우리가 체인저를 계속 하든 규제나 사업 환경 변화로 고민 끝에 다른 사업을 하든 어쨌든 그 혜택이 CNG 토큰 홀더들에게 가도록 만들 것이다. 안되면 마지막에는 내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나와 우리 팀이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홀더들이 알아주길 바랄뿐이다.

혼자 공부하던걸 텔레그램 이 채널로 좀 올리다 바빠져 못했었는데 다시 좀 해보려고 한다. 못올린 3개월 사이 회사 슬랙에 또 양질의 자료가 가득 쌓였다. 내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공부 열심히 해서 공짜로 나누긴 언제나 아까운데, 그래도 언제나 그런 자세였기에 누가 또 돕고 다음 기회도 생겼다.

그러니 계속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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