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 시대의 승자를 찾는 눈

a16z 파트너이자 작가인 Chris Dixon이 쓴 <Read, Write, Own>이 Web3 분야에서 화제다. 정리하면 기존 Web1,2 때 유저들은 Use만 했고 서비스 제공자인 기업이 Own을 했는데 Web3는 유저가 곧 Owner 하는 시대가 온다는, 매우 아름답고도 진부한 이야기이다.

글쎄… Web3 업계에서는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나는 ‘과연?’이라 말하고 싶다. User가 왜 Own해야 하나? 네이버나 구글의 서비스를 잘 쓰고 있는데 그걸 내가 상대적 UX적 불편함과 약간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Own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네이버와 구글에 있기 힘든 대체로 불법적이거나 음성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려는게 아니라면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결국 기존 대안이 더 편리할 것이라 본다.

Web3가 AA니 L2니 해서 UX 혁신을 통해 넥스트 빌리언 유저를 온보딩한다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레토릭을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Own 해야 하는 이유’가 없으면 유저가 나서서 Own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딱 크립토 외에 나머지 모든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써서 기존 인류의 삶이 더 나아지는 실용적 성공 사례를 찾지 못한 것과 같이(무지하게 노력했지만), 인터넷 서비스(Web3에서는 ‘프로토콜’이라 부르지만, 나는 이런 용어 역시 그냥 진부한 마케팅 term이라 생각한다)를 Use만 하면 됐지 굳이 Own 해야 하는 이유도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갖추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2006, 2007년의 Web2.0 때가 또렷이 기억난다. “기존에는 Static한 웹페이지를 단순히 Read only 할 수 있었던 인터넷에서 이제 블로그, UCC 등을 통해 유저가 마침내 Write 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이 탄생했다”고들 했었다.

그렇지만 그때 탄생한 대부분의 서비스가 죽었다. 물론 기존에는 불가능했지만 Write가 가능해짐으로서 새로운 사용성을 제공한 서비스들은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지금 있는 모든 SNS들과 YouTube가 그것일 것이다.

모바일 때는 배민, 당근처럼 기존 데스크탑 기반으로는 애초에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위치 기반 비즈니스가 ‘Mobile first’ 시대의 승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Web3에서도 극히 일부는 기존에는 불가능하던 서비스를 Own이 가능해진 새로운 시대 배경 덕에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기존에 Web2에서 여전히 잘나가고 있는 분야의 서비스들을 ‘이제 네가 직접 소유할 수 있어’ 하는 서비스는 내 생각에 대부분 망할 것이라 본다.

대신에 기존에 지난 25년의 웹 1,2를 넘어서, 또한 지난 15년의 모바일 시대를 지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직 등장하지 않은 서비스(마치 Web2 이전에 Blog나 UCC가 없었고, 스마트폰 이전에 배민, 당근이 없었던 것처럼)를 Own이라는 새로 생긴 속성(마치 Web2에서의 Write나 스마트폰에서의 위치 센서처럼) 덕에 마침내 구현 가능해진 그런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이미 시장이 큰데 그걸 블록체인에 올리겠다던지(유저는 기존 대안을 이미 아주 잘 쓰고 있는데), 탈중앙화하겠다던지(유저는 중앙화된거 전혀 신경 안쓰고 잘 사용하고 있는데), 크립토를 붙이겠다던지(카드나 간편결제로 더 편하게 쓰고 있는데 굳이?), 플랫폼의 독점적 헤게모니를 해체해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모든 유저에게 넘기겠다거나(유저들은 그런거 관심 없는데) 하는 시도들은 그냥 멋진 레토릭만 팔다 결국 다 실패할 것이다. Web2.0 초기 3년여간 등장한 서비스들 중 99%가 지금은 없는 것처럼.

그래서 역사를 통해 미래는 보는건 대체로 타당한 전략인거 같다. Read, Write, Own에서 중요한건 Own 행위 자체가 아니라 Own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지 않고 Own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반드시 Own 해야 하는 것, Own 할 수 밖에 없는 서비스를 찾는 것. 그것이 Web4 시대에도 존재할 Web3 비즈니스를 발견하는 유일한 길이다.

생성형 AI 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존 비즈니스에 AI 얹는건 지금 안하는 회사가 없다. 마치 스마트폰 나오고 나서 네이버, 구글 등 모든 종전 인터넷 회사가 스마트폰에 빠르게 대응한 것처럼. 그러나 스마트폰 나오고 나서 배민, 쿠팡, 당근 등 셀 수 없이 많은 ‘Mobile first’ 스타트업이 탄생할 기회가 있었다.

따라서 생성형 AI 붐을 통해 ‘Gen AI first’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과거에는 불가능했지만 이제 이 기술 덕에 가능해진 서비스 중 앞으로 계속 쓸만한 것을 찾으면 될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생각하면 과녁을 상당히 좁힐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Web3 분야에서 7년을 일했지만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서비스를 아직 보지 못했다. 그냥 없는걸 수도 있고 시기가 빨랐을 수도 있다. 주변에는 ‘크립토 외에 블록체인의 킬러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지 벌써 몇년 되었다. 그래도 뭐 언젠가는 나올거라고 믿고는 있다. 그러니 누군가 제대로 한번 찔러보라고 이런 글을 쓰는거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다보니 요즘은 오히려 30년간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Sybil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리고 상당히 유의미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Worldcoin이 가장 Web3 다운 프로젝트 중 하나로 보인다. 이걸 무슨 기초소득 프로젝트로 보면 이 프로젝트를 아직 정말 모르는 것이다. 홍채 논란에 매몰되어 있으면 그 뒤편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내가 이걸 해서가 아니라 왜 이걸 돕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할 것이다. 항상 주객이 전도되면 보지 못한다. Own 할 이유를 쥐어짜는게 아니라 원래부터 Own 해야 하는걸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Posted

in

by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