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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을 내가 좋아하고, 공교롭게도 그 시장이 커질 수 있다면, 직업인으로서 금상첨화다. 3박자가 두루 맞는 그런 기회는 살면서 몇번 마주하기 힘들다.
나는 원래부터 유틸리티 류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게 돈은 별로 안되는데 나는 타인의 생산성을 높여주는게 좋았다. 여가시간에 즐거움을 주는 게임/컨텐츠/엔터테인먼트가 돈은 더 되지만 나는 거기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니.
그래서인지 돌아보면 과거 도메인 등록, 홈페이지 제작, 위젯, 모바일 유틸리티 개발, 솜노트, 테마키보드 등 블록체인 사업 이전에 만들었던 제품과 서비스들은 거의 모두 유틸리티였다. 블록체인도 보면 십수개의 제품이 다 유틸리티였고.
웍스AI는 그래서 만들면서 상당한 흥미와 도전을 느낀다. 오래 제품을 만들어 왔는데도 만드는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고, 그래서 재미있고 또 하루하루 어떻게든 발전시켜 감에 오래간만에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또 도전의식을 느낀다. 남이 만든 모델을 가져다 어떻게 해자를 만들까? 어떻게 고객에게 만족을 드릴까? 이 고민만으로도 이미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이 일을 오래 했으니 이런 류의 제품을 만드는 일은 꽤 잘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는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기획자로서, 제작자로서 충분히 경험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3박자 관점에서 볼 때 내가 잘하는 일이 이 일이라고 생각한다(물론 매우 어렵고 또 그래서 계속 노력해야 하지만).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유틸리티를 만드는 것이)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가’일텐데, 글쎄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경쟁사가 AI 써서 생산성 높이는데 우리만 안쓰면 점차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거고, 모델이 점점 좋아지며 과거엔 불가능하던 일들도 점차 가능해지는 업무 영역이 많질 것이다. 그러면 서로 시차야 있겠지만 앞으로 모든 기업/공공 부문이 AI를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당연한 미래로 보인다.
그러면 이제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질 것이냐? 커진게 지속 가능할 것이냐?’ 봐야 하는데 한국 산업이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안좋은 일이다. 우리는 한국 회사이고,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한국을 떠나면 상당히 경쟁력이 떨어진다. 우리 제품이 조금만 잘 되어도 현지 기업이 우리 제품을 베껴 낼 것이다. 그러면 현지 고객은 우리꺼보다 현지 업체 것을 쓸 것이다. 마치 지금 한국 기업들이 ChatGPT 안쓰고 웍스AI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앞으로 2-3년 내에 당연히 한국에도 많은 경쟁이 생기겠지만 우리가 아무튼 지금보다 많은 기업/공공 고객을 빠르게 추가해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한국의 여러 B2B SW 선배 기업들이 그렸던 매출과 시총을 갖게 될 것이다. (급격한 성장 이후의 급격한 정체)
물론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법무팀이나 인사팀 등 특정 팀만 사용하는 ‘버티컬 AI’가 아니라 전사 전직원이 계정 하나씩 쓰는 ‘제너럴 AI’이기 때문에 고객사당 지출이 꽤 의미있게 클거라는 점 하나뿐이다.
그 외에는 한컴이나 안랩, 티맥스, 제니퍼소프트나 사이냅소프트 같이 특정 분야 SW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데 성공한 국내 SW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매출액 규모가 우리가 최대한으로 꿈꿔볼 수 있는 Max cap일 것이다.
그렇게 치면 ‘한국의 B2B SW 기업’으로의 미래는 다소 제한적이다. 물론 저렇게 되는 것도 우주의 기운이 필요한 일이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그 매출과 시총이 그런 SW를 사용하게 될 한국 산업의 성장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치를 들고 천천히 기우는 집안을 쥐어 짜며 성장하는 회사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좋게 생각하면 한국 산업이 웍스AI 덕에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AI 활용 능력을 가지게 돼 전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만들면서 이제 제작자로서 당연한 사명감과 긍지이고, 자부심이자 제작의 동기인데 그래도 사업가로서는 과연 우리 사업의 Max cap이 어디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내가 AI를 제공하는 그 산업과 국가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내가 좋은 AI 도구 제공함으로 인해 그 산업과 국가의 성장률에 기여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참으로 그렇게 되면 뿌듯하고 제작자로서 의미있는 일이겠다 싶다.)
과연 ‘기업을 위한 AI’의 Max cap은 어디까지일까? 그런데 거의 대부분 매출이 한국에서 나오는 MSP 업체들 매출이 조 단위가 넘는걸 보면 내가 앞서 열거한 SW 회사들이 갖는 매출 수준보다는 높게 꿈을 꿀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AI의 ‘사무직’ 도입은 어쨌든 회사로서는 혁명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요새 내 강의 주제이기도 한데, 오히려 지난 10여년간 공장이나 연구소에는 AI가 더 먼저 들어왔는데 이때껏 사무직에는 AI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회사 일의 높은 비중이 사무직에 의해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사무직이 생성형 AI를 도입하게 되는 것은 마치 요식업에서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을 도입한 순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는 변화를 기업 환경에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가? 일단 이렇게 커지는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모델도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컴 같이 HWP 규격을 독점하는 해자도 존재하지는 않고.
그래서 그냥 워낙 커질 ‘사무직 AI 최초 도입’의 어마어마한 웨이브에 주요 제품 중 하나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전세계까지 생각 안해도 그냥 우리나라의 모든 사무직이 앞으로 5년 내 생성형 AI를 도입한다고 가정할 때, 모두가 ChatGPT를 쓰는건 불가능할거기 때문에 웍스AI가 그 두번째 또는 세번째 선택 가능한 제품 안에만 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에 페라리도 있고 포르쉐도 있고, 그랜저도, 캐스퍼도 있는 것처럼 우리 제품은 ChatGPT를 모델 성능으로 이기는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성비나 ChatGPT가 제공하지 못하는 보안 및 내부 통제로 승부를 봐야 한다. 너무나 자명한 2등의 가야할 길이 거기에 있고 충분히 그 안에서 우리만의 의미있는 세그먼트를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모든 사무직이 생성형 AI로 5년 내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면(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데), 시장이 워낙 커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설정한 세그먼트만 선점하더라도 충분히 큰 회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이제 변수는 시장이 커지는건 별로 걱정이 안되지만 1) 우리가 타겟하는 세그먼트에 얼마나 많은 경쟁 제품이 들어올 것인가와 2) 우리가 그 안에서 어떤 해자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냐, 3) 우리가 한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거창한 꿈을 꾸며 제품을 만든다 해도 결국 본질은 우리가 올라탄 경제가 팽창하는가, 수축하는가, 4) 수축한다면 우리는 소소하게 한국의 작은 알짜 AI 회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어느 시장으로 가야하나? 그 시장에는 우리 세그먼트에 어떤 제품들이 있고 해외 제품인 우리는 어떤 해자를 파서 경쟁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들로 귀결될 것이다.
코스닥에 상장한 AI 기업들을 본다. 이례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을 이룬 회사들도 있지만 매출 성장 정체를 겪고 있거나 상장 당시의 아름다운 계획대로 실적을 내지 못하는 회사도 많음을 본다. 결국 위의 3,4번 문제를 고민하며 가지 않으면 1,2번에서 잘해 운좋게 상장을 한다 해도 비슷하게 걷게 될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 가서 ‘답이 없네요’ 할거면 차라리 지금 방향 설정을 잘하는 편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아예 처음부터 해외로 방향을 틀 수도 있고.
결국 현대차가 현대차가 된 것은 해외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한국에서 했더라도 충분한 품질 경쟁력을 갖춰 해외에서 잘 팔렸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다. SW에서는 한국 회사가 글로벌하게 팔린 역사가 있나? LINE? 네이버 웹툰? 현대차도 그렇고 라인이나 웹툰도 그렇고 내수가 탄탄한 뒷배로 받쳐주어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로컬라이징에 집중해 해외에서도 먹힐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뒷배 없이 해외를 타겟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나? 모르겠다. LINER 정도가 떠오르지만 거기도 사실 아주 오랫동안 갈고 닦아 온 제품이고. 아무튼 다 그런 성공한 제품들이야 모두 존경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고객들을 만나며 느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해자에 대한 몇가지 힌트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가 타겟하는 세그에서 주요 제품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시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느냐와 성장 과정에서 만든 해자를 성장 후에도 계속 지킬 수 있느냐 정도일 것이다. 사무직 생산성을 유의미하게 올릴 수만 있다고 한다면야 기업들의 생성형 AI 지출이 커지는건 시간 문제일텐데, 역시 반드시 뚫고 나가야 하는 지점은 글로벌과 해자다.
기능이나 빌링에 대한 것은 결국 언젠가는 경쟁사들이 하나둘 다 따라올테고, 경쟁사엔 있는데 우리라고 못만드는 기능 또한 Gen AI에서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자는 데이터일까? 고객들이 익숙해진 우리 제품의 UX일까? 사내 데이터를 마구 연결한 뒤에 높아진 전환 비용일까?
많은 이들이 빅테크가 하면 우리는 어려워진다고 하는데(특히 VC들이), 배민이 배민이고 당근이 당근이 된 것은 빅테크보다 버티컬의 문제를 아주 잘 풀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무직 생성형 AI 도입’이라는 큰 변화를 우리가 빅테크보다 날카롭게 아주 잘 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해볼만해 보인다. 이걸 사용할 고객 입장에서, 이걸 도입할 담당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이건 그냥 쓰면서 정리해보는 내 고민에 관한 글이라서 끝도 없이 두서가 없다. 읽으시는 분께는 죄송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생각 정리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좀 그런 미래에 대한 생각 정리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 그렇다. 나중에 이유를 공유할 날이 있으리라. 결국 해자는 만드는 팀인가? 갑자기 그런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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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마음을 크게 쓰고 모두를 품는게 중요하다. 돌아보니 죽어라 미워하던 사람도 내가 그 업계를 떠나고 나면 누군지도 모르게 다 잊어져 버렸다.
무언가 작게라도 수성할 것이 생기면 욕심이 나고, 그러면 같은 것을 바라는 타인을 배척하게 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여기서 아무런 기득권이 없었으므로 계속 그 낮은 자세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돕지 않으면 도움을 얻지 못한다. 요새 갑자기 업계에서 그런 불편한 감정이 내 마음에 떴는데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이 업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초심과 다르게 작게나마 지키고 싶은게 생기고, 그래서 욕심히 생긴거 같더라. 그러다보니 같은걸 바라는듯 보이는 사람들을 경계하게 된 것 같고.
반성하고 최대한 모두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과거 사업들로부터 돌아보면 내가 그런 마음을 갖고 철벽을 쳤다 하여 내가 잘된 것도 하등 없고, 타인이 안된 것도 전혀 없었다. 그냥 내 마음만 언제나 불편했고 오히려 도움이 필요할 때 나만 궁색해졌다.
그러지 말자. AI는 나에게 그냥 덤인 업계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고 지금도 아무것도 없다. 내가 여기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그저 운이고 복이고 소중하게 얻은 기회다. 여기서 여정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만나고 감사하게 인사하고 함께 일할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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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품을 같이 만들어 갈 개발자를 계속 모시고 있다. 다른 포지션은 모두 채용이 완료되었다. 이런 고민을 함께 풀며 큰 꿈을 가지고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회사와 제품을 한번 크게 성장시켜 볼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은 이 글을 참고하셔서 join@ai3.kr 로 연락주시기를 바란다.
만약에 해자가 팀이라면, 이 팀은 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