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로 반성을 많이 했다. 운전하고 오는데 그냥 갑자기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왈칵했다. 그동안 보면은 얼마나 원망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과거 나에게 피해 입히고 나간 사람들을. 근데 그동안 내가 그들에게 입힌 상처나 잘못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내 입장만 생각하고 끊임없이 원망만 했다. 단 한 번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잔인한 경험이었었는데, 그래서 몇 년 동안 그저 원망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문득 차를 타고 오다가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A는 내가 자기 꿈을 함께 이뤄줄 훌륭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섣불리 투자해 놓은 돈이 당연히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는 그 돈을 잃을까봐 당연히 무엇이든 해야했을 것이다. B는 분명 자기는 그럴 의도가 없다고 이야기했는데도 그럴 의도가 있다고 매도되는 것이 억울했을 것이다. B를 따라 나간 멤버들은 인간적으로 살갑게 대하지도 않는 독방 속 어린 대표가 어딘가 못미더웠으리라. C는 능력도 없고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조차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리라. 당연히 그랬으리라. D는 오랫동안 열심히 회사를 지켜도 대표는 다른 일에 관심이 많거나 돈벌 궁리하지 않아 몹시 답답했으리라. 다른 직원들 챙기고 조직 추스리느라 힘들었으리라. E는 회사 나가도 연락 한번 하지 않는 내게 서운했으리라. 회사에 있을 때나 나가서나 묘한 거리감에 불편했으리라.

참 다들 여러모로 서툰 대표라는 생각을 했으리라. 너무 고평가된 대표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으리라. 아직 미완의, 너무나 미완의 부족한 대표 밑에서 얼마간이든 시간을 쓴 자신들이 슬퍼졌으리라..

왜 이 많은 생각들이 갑자기 운전하다 문득 들게 되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부족한 나의 지금보다도 훨씬 더 미숙한 시절에 대한 한스러움, 그리고 생각해보면 참 열정적이고 회사를 사랑했던 이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그들이 나에게, 그리고 회사에게, 동료들에게 종종 못할 짓을 했지만 그건 결국 다 나 때문이었다. 그들이 믿고 들어왔고, 계속 바라보았던, 그러나 기대에 못미쳤던, 고집과 귀찮음만 가득차 있던 나 때문이었다.

이제와 다시 그 모든 잘못된 관계를 되돌려 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 그들을 원망하는 것은 그만해야겠다. 돌이켜보면 그저 모두가 서로에 대한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나는 그들을 원망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그때보다 약간은 더 쓸만해진 나는 이제 서로 믿고 꿈꾸며 좋은 제품 만들고 있는 소중한 팀과 함께하고 있다. 위의 ABCDE가 없었다면 아마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거나 또는 만났어도 또 다른 ABCDE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인연들이다. 앞으로는 절대로 잃지 않겠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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