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그때로 돌아간다면 내 감정에 훨씬 솔직해졌으리라. 좋으면 좋다고 이야기했으리라. 대화가 통하는 아이에겐 더 친해지고 싶다고, 멋진 선배에겐 당신을 닮고 싶다고 다가가 이야기했으리라. 더 많은 선생님을 만났으리라. 나보다 먼저 똑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로서 그들의 경험을 하나라도 더 배웠으리라. 여행을 많이 다녔으리라. 그랬다면 내가 아는 세상 지평선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졌으리라. 사람들과는 더 깊은 추억을 만들었으리라. 아는 사람 잔뜩 만들 시간에, 친한 이들과 더 많이 보냈으리라. 영어를 공부했으리라. 세계와 연결되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꿈을 꿀 수 있었으리라. 인문학 책을 많이 보았으리라. 운동도 열심히 해 체력을 길렀으리라. 세상 모르고 놀았으리라. 일말의 후회가 없도록 놀았으리라. 내가 하려는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으리라. 직업이 아닌, 직급이 아닌, 내가 이루고 싶은 꿈, 그리고 그걸 위해 해야할 일들의 실체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리라.

여러모로 스물이란 나이는 너무나 어설펐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일에 서툴기 짝이 없는 나이. 그래서 또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제 나의 스물이 간다. 여전히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른 채로, 구멍 숭숭 뚫려 바람새고 물새는 채로 이렇게 떠밀려 나의 스물도 간다. 아뿔사, 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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