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블록체인 1주년

회사를 시작한지 1년이다. 한 5년은 한거 같다. 하루 서너시간 자며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우리뿐 아니라 이 업종은 전세계가 이러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산업은 99년, 2000년 닷컴 시대 이후 처음이다. 당연히 이렇게 뛰어도 된다.

그새 회사는 90명이 됐고 140억을 투자받았다. 두려운 돈이고 막대한 사람이다. 이제 더 큰 책임감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애초에 내가 원칙과 철학을 ‘최대한 업계를 건전하게 발전시켜 가자’고 선언해 놓았으므로, 실제로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노력해 왔지만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그런 꿈을 꾼다.

지난 한해 동안 우리가 배운 것들을 좀 정리해 본다. 이 업종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으니 기왕이면 업계 발전을 위해 좀 더 나누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1. 법

우리는 지난 일년간 사사건건 법률검토를 받아 문제가 될 소지가 1이라도 있는건 하지 않았다. 그 결과 100개를 하고 싶었으면 실제 할 수 있는건 10개가 채 안됐다. 대표적으로는 암호화폐 운용이 있다.

우리나라는 남의 돈을 받아서 굴려주려면 최소한 일임형 자문사 자격을 따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의 스탠스가 아직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자격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운용사에 자문하는 형태로 진행해야 하는데 역시 관련 라이센스를 나라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상품 출시가 어렵다. 따라서 현재 합법적으로 암호화폐 운용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없다.

물론 그냥 내 돈 굴리거나 아는 사람에게 돈 맡기는 것까지 막을 길은 없다. 따라서 그런 형태의 크립토 펀드만이 운영되고 있다. 민법상 개인투자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있으나 이 역시 변호사들마다 판단이 달라 운용 규모가 커질 경우에는 여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 드러내놓고 자신있게 남의 암호화폐를 수신할 수 있는 vehicle은 (이미 나라에서도 ‘가상통화 취급업소’라는 이름으로 존재 자체는 인정하는듯 보이는)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없는 실정이다.

물론 아직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국가에서 돈이나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이게 아직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사수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일부 법률가가 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법률가들은 여전히 현금 등가성이 있으므로 실질이 수신으로 간주될 수 있어 안전하다 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이면 체인파트너스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100개 아이디어 중 10개밖에 실행을 못한 것이다. 그 사이 조금 더 과감하게 지른 회사들이 있다. 그런 회사는 나름대로 얻게 된 자본을 가지고 로비를 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법이 없거나 애매한 상황을 오히려 잘 이용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게 이 시장에서 가장 큰 Key success factor이자 가장 큰 Risk factor이다.

#2. 사람

이 시장에 들어와 가장 크게 놀라고 무서운 부분이 사람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ICO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며 시작했고 긴 호흡으로 시장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까닭에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이 많이 합류했다.

그랬더니 업계의 정말 많은 표적이 되었다. 우리 회사에서 고작 두달 일한 20대 중반의 신입사원에게 서치펌이 연봉 2배를 제안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물론 우리 직원들은 정말 잘 버텨서 IT 업계 평균 수준의 이직율을 보였다.

그러나 요즘은 이 산업이 국가 구분이 없다보니 해외에 스카웃이 되고 있다. 중국이 정말 무섭다. 빼갈 때의 연봉은 무조건 2배, 3배다. 한국의 신생업체들도 이야기가 다 들리는데 너무 심하게 모두에게 들이댄다. 상도의는 여기서는 그냥 잊기로 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

내가 외국의 한 거래소 대표를 만나는 출장이 두 번 있었는데 그 출장에 함께한 우리 직원에게 두 번 모두 그 거래소 대표가 오퍼를 했다. 내가 우둔한건지 그 거래소 대표가 오만한건지 미팅 다음날 미팅 상대방에게 오퍼를 하는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여기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체인파트너스 이전에 위자드웍스 때부터 우리는 인재 사관학교였다. 위자드웍스 출신들이나 인턴들 중에 스타트업 대표나 임원이 30명 이상 나왔다. 우리는 젊은 친구를 뽑아 잘 가르치고 시장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하는데 인이 박혔다. 그래서 우리는 또 계속 하던대로 인재를 발굴해 키우면 되는데 우려되는 것은 이 Hype 가득한 시장에서 말도 안되는 오퍼를 받는 20대들이다.

이 시장의 불이 꺼지거나 잠잠해지면 그들은 어디로 갈까? 중국이나 해외 업체들에서 받던 비정상적인 연봉으로 한국에 돌아올 수는 있을까? 떠날 때 잘 떠나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을까? 아직 만들지도 않은 토큰을 수십억치 받으며 떠난다는 직원이 있었다. 그 토큰의 가치는 누가 매긴 것이며 유지될 수 있을까? 물론 어련히들 살겠지만 아꼈기 때문에 또 밟히는 것이 사실이다.

#3. 가치

이 시장이 상도의도 거의 없고 말도 안되는 돈이 왔다갔다 하는 바닥이라는 점을 깨달으면서 새삼 ‘가치’의 중요성을 느꼈다. 돈을 원하면 우리 회사의 사람들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돈보다 중한 가치를 생각하며 모여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부터 이야기했던 ’20년 긴 호흡으로 건강한 토큰 경제 정착에 이바지하고 언젠가 블록체인 기술로 많은 미들맨을 무너뜨려 세상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가치에 투신하고 있는 것일테다.

시장이 출렁거려도 많은 회사가 나왔다 사라져도 마지막 남을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명확한 가치를 세우고 이를 보고 온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그런 가치를 지키는 회사인지 끊임없이 지켜보며 감시하는 회사가 아닐까? 그런 회사는 견고할 것이다. 약간의 이동이 있겠지만 그런 가치를 보고 온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런 팀이 끝내 살아남을 것이다.

이 가치를 다시 한번 지키기 위해 우리는 최근 POLARIS의 ICO 계획을 철회했다. 처음부터 백서만으로 돈을 잔뜩 모으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이 되는 모습을 입증하며 천천히 시장에 토큰을 판매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의 누군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체인파트너스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이따금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 우리가 준비중인 거래소 데이빗이 바이낸스와 제휴를 추진하다가 어그러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제휴는 실제로 논의되었고 중간에 어그러졌지만 우리는 나서서 제휴가 중단되었다고 밝히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의 질문 공세에 못이긴 바이낸스가 둘 사이에 그런 제휴가 없다고 밝히며 우리는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나는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사과했지만 이 일은 몇몇 직원들과 우리 가치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상처를 주었다. 나는 이 일이 두고두고 기억할 나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실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일을 하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 원래 우리는 올해 초까지도 ICO에 투자도, 어드바이저도, 일절 아무 것도 안해 왔다. 그러다 Reverse ICO처럼 이미 실체가 있는 회사들이 진행하는 ICO라면 상대적으로 건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ICO 자문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토큰 발행을 경험하지 않고는 온전히 이 시장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경쟁자들이 우리가 ICO를 한번도 안해봤다는 사실을 오히려 공격 지점으로 삼기도 했다. 윤리적인 판단으로 안한거지 못한게 아닌데, 그럴 때마다 참으로 서운했다.)

우리는 ‘건강한 토큰 발행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일을 하다보면 그 건강과 비건강, 건전함과 불건전함의 차이가 모호해지는 지점이 온다. 성장이 꺾인 훌륭한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ICO라거나, 기술은 없지만 베테랑들이라 어떻게든 사업은 될거 같은 ICO라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걸 하고 안하고 판단하는 순간은 상당히 곤혹스럽다. 무엇이 건전하고 무엇이 불건전한 ICO인가? 그 기준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어떠한 평가 기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모호한 영역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난 일년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람이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ICO여서 사업성이 애매해도 토크노미아가 도운 적이 있다. 그러다 이 프로젝트가 대표 학력 위조로 문제가 됐다. 우리 내부에서는 ‘앞으로 자문하는 팀은 대표 졸업증명서와 경력증명서까지 받아야겠다’는 반 농담 반 진담의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날에는 우리가 자문하는 프로젝트가 큰 회사랑 같이 일한다고 했다가 상대방 회사가 공식으로 보도자료 내고 부인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다른 자문 프로젝트는 나를 불러 ‘문제가 된 프로젝트의 자문을 계속할거면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빠져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의 일들이 일어남으로 해서 우리는 자문에서 빠져야 하는가. 그러나 우리는 어쨌든 팀을 보았거나 사업을 보고 참여한 것이다. 이런 우발적인 일로 인해 우리가 빠진다면 다른 팀은 우리를 믿고 일할 수 있나? 다른 팀이라고 이런 일이 안일어난다고 보장할 수 있나?

크립토 업계는 훌륭한 프로젝트도 해킹으로 곤혹을 치르고(심지어는 이더리움 진형을 대표하는 Parity 같은 지갑 회사도 털리고) 창업자가 싸워 찢어지거나 예기치 못한 버그나 거버넌스 문제를 매일 겪는다.

스스로 완전무결하게 설계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 역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 업계에서 토크노미아와 체인파트너스는 대표가 학력위조를 했으면 떠나야 하는가 아니면 대책을 제시하고 굳건히 남아야 하는가. 무엇이 더 자문사로서 책임있는 자세인가?

우리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나에게 문제가 된 프로젝트 자문에서 빠지기를 요구한 팀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당신 팀에 문제가 생겨도 우리는 남을거라고.

최근에 자문한 한 프로젝트에서는 우리가 토큰 경제 모델도 열심히 설계해주고 마케팅 활동도 만족할 때까지 조언해 주었지만 결국 세일즈를 제대로 돕지 못했다며 “해준게 없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심각한 자괴감이 들었다. 결국 이 토큰 자문사에 대해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진정으로 프로젝트를 더 훌륭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토큰을 얼마 팔아줄지인건가? 마찬가지로 다른 자문사가 자문한 다른 ICO 프로젝트의 대표에게서도 “해당 자문사가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정작 그 자문사 대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이 시장의 현실이다. 진짜 탈중앙화된 세상의 필요를 느껴 시작된 프로젝트보다 ICO를 통한 쉬운 자금 조달의 달콤함에 시작된 프로젝트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토크노미아는 가치를 지키기로 했다. 우리가 어떤 이유에선가 믿었다면 그 팀에 문제가 있어도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문제를 숨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 어떤 투자자보다 먼저 나서서 질책하고 더 잘되도록 도울 것이다.

심지어 프로젝트들이 세일즈를 원하니 신디케이션(재판매 혹은 다단계) 업체와 친하게 지내야 하나 하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토큰 경제 설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되어(이미 그런 팀이 되었다) 긴 호흡으로 정말 제대로 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려는 회사와만 함께 일할 것이다.

체인파트너스가 완전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또는 누군가 악의적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든 이 바람잘 날 없는 업계에 있는 한 앞으로도 수많은 사건 사고에 휘말릴 것이다.

그러나 누누이 이야기해 온 우리의 가치는 반드시 지켜갈 것이다. 가치를 지키려면 그만큼 손해보는게 많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기회를 포기하는 사이 그걸 쟁취하며 떠오르고 존경받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직원들은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입을지 모른다. 열심히 했는데 원칙 때문에 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부에는 갈등이 있을 것이고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도를 택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모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돈이 우스운 시장에 있으니 나도 헷갈릴 때가 많지만 정도를 지켜야 이 조직과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그걸 보고 모였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돈보고 갈 수 있는 회사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렇기에 더더욱 원칙보고 갈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가치 때문에 돈을 포기할 수 있는 회사는 이 시장에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하면 항상 인재들이 모이고 서치펌은 열심히 타겟하는 이 회사가 그래도 이 극심한 Up & Down의 시장에서 나름 견고하게 가지 않겠나 한다.

일희일비하면 죽을 것이요, 원칙과 가치를 세우고 인재들이 모여 열심히 하는 회사라면 뒤에 있다가도 앞으로 갈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대책을 찾을 것이고 배워서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시장이 커지고 산업이 성숙해가면 정도만 써도 충분히 성공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4. 가십

업계가 좁고 돈이 몰리다보니 가십이 너무 많다. 내가 남들에 대해 듣고 있는 안좋은 이야기만큼 똑같이 우리에 대한 이야기도 신나게 들린다. 누가 나갔다느니, 누가 욕하고 다닌다느니 하는 가십들부터 앞서 말한 우리가 도와주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야기들 등등.

나부터 반성하고 각설하고 이제부터라도 좋은 면만 보고 최대한 좋은 이야기만 전파하려고 한다.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억울한 이유가 있다. 올 초 이더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내가 EOS 기반으로 옮기도록 적극 추천한 일이 있다. 이후 실제로 EOS 기반으로 바뀌었는데 이건 나의 영향인가? 남의 영향인가? 아님 100% 그들의 선택인가?

그들은 프로젝트를 띄우기 위해 밋업에서 우리 회사가 파트너라고 로고까지 넣고 소개했고 참가자가 나에게 사진 찍어 확인을 요청해 나는 그 대표에게 컴플레인했다. 그래서 로고 넣고 할거면 정식으로 토크노미아랑 계약하고 진행하거나 해야지 이건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이후 계약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고 잊고 살았는데 며칠전 우리 직원이 한 크립토펀드 임원을 만났다가 “해당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내가 가이드 해줬는데 표대표가 자기가 했다고 말하고 다닌다 들었다. 불쾌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온지 도무지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팀이 EOS로 넘어가도록 초기에 설득했다’고 딱 한번 언젠가 기억도 안나는 시간에 기억도 안나는 사람에게 커피 마시며 이야기한 적 있는 것 같다.

이게 지금 시장에서 루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냥 모두가 모두에게 되게 화가 나있는 것 같다. 내가 다 먹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튀고 있으니 눈엣가시로 보이는 듯도 하다.

한번은 이 업계의 어느 기자가 대뜸 연락이 와서 우리 미디어 자회사인 디센터 기자가 한 크립토 미디어를 네번이나 찾아가 이직하고 싶다 했는데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듣기론 정확히 그 반대(해당 미디어가 우리 기자들에게 오퍼했으나 거절)였기 때문에 기자들에게 이런 얘기도 있더라 농담으로 전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내게 그 얘기를 해준 기자가 누구인지, 그 기자는 파티에서 얘기를 들었다는데 그럼 그 전한 사람은 누군인지 자세히 물어 왔다. 알아봐줄까 하다가 그만 멈추고 이야기했다. 앞에서 뛰는 회사와 사람들은 시기질투, 루머와 가십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그건 당연한거고 그걸 이기는 것은 오로지 자기 실력과 본질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가십 신경 쓸 시간에 하나라도 실력을 기르려 노력하고 그런 일이 설사 있었든 없었든간에 감히 그런 이야기를 옮기거나 확대 재생산할 엄두도 못낼 정도의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면 된다고 했다.

아직은 당연히 그런 존재가 아닌 것이고 유약하기에 가십이 나오고 또 유약하기에 그런 가십에 흔들리는 것이다.

한 일주일 있다 어느 기자가 면담 신청을 했다. 만나보니 그 루머의 주인공이 자기인 것 같다는 것이다. 팩트는 해당 회사에 친한 친구와 선배가 있어서 두번 찾아갔고, 자기 행동이 분명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료가 하나도 없는데 루머가 저절로 만들어질리는 없다. 그 기자는 그러나 자기는 고민하다 디센터에 남기로 했고, 지금은 전혀 그 결정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가만 있어도 되는데 굳이 찾아온 이유는 괜히 그런 소문(디센터 기자가 어디로 이직하려고 했다는)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을 동료들에게 먼저 사과하고 나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자기가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단다. 나는 사실 1도 신경 안쓰고 잊어버렸던 사안이라 그냥 용기 내 고맙다고 격려해 주었다.

내게도 수많은 가십이 들리고 또 나에 대한 가십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들리겠지만 중요한건 가십을 만들고 전하는 시간에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질투하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으면 굳이 소문을 만들거나 옮기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더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순위는 뒤바뀌지 않는다.

#5. 실패

우리는 일년 내내 그림 그리고 준비하던 것들이 조금씩 출시 단계에 들어서면서 나도 그렇고 직원들도 그렇고 상당한 성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블라인드 같은 익명 SNS에는 이따금씩 우리에 대해 (그리고 대체로 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그러하듯이) ‘성과 없이 요란하기만 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곤 했다. 물론 그런 사람들보다 수십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분명 이제는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회사에 전에 없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드리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런 시장 상황에서 데이빗 거래소가 첫 날부터 거래량이 폭주하면 그게 이상한게 아닌가? 규제가 시작되며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토크노미아의 자문 프로젝트들도 전보다 토큰 세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영원히 갈 것인가? 지금 잘 안된다고 주저 앉을 것이냐, 기회를 준비할 것이냐 그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코인 결제 팀인 코인덕이 트론 BP 선거에 마감을 며칠 앞두고 출마해 현재까지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나는 코인덕팀이 며칠만에 홈페이지 만들고 시스템 갖추고 공약 준비에, 커뮤니티 관리에, 재단과의 연락에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을 완벽히 해냈다는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팀은 준비하는 동안 정말 밤새서 열심히 노력했다.

체인파트너스에서는 그런 시도와 실패가 계속 되어야 한다. 특히 이렇게 아직 거래소 말고는 어떤 성공작도 나오지 않은 위태로운 업계에서는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빨리 실패해보는게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어느새 BP 선거를 두번이나 치렀고, 그런 노하우는 언젠가 또 다른 DPoS 방식의 블록체인이 나올 때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체인파트너스에서는 8개 사업이 직접 육성되고 있고 4개 사업이 크고 작은 투자로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실패가 나와야 할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좌절을 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당연히 실패를 항상 해야 하는 회사일 수밖에 없다. 아무도 겪어본적 없는 전인미답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인덕팀의 빠른 도전과 실패를 축하한다. 이제 시작이라 아직 실패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천천히 우직하게 약속한 일을 하면서 가면 결과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직원들이든, 이 업계의 종사자든 투자자든 누구든간에 일희일비해서는 어떠한 큰 변화도 만날 수 없다.

우리가 EOS 블록체인을 전세계 14위로 함께 런칭한 역사적인 순간 이후 지난 2주간 중국와 북미 대형 투자자들의 자국 후보 챙기기 속에서 우리 BP 순위가 꾸준히 떨어지는 것에 대해 나는 우리 주주들의 연락을 거의 모든 투자사로부터 매주 받았다. 대책이 있느냐, 우리가 만들기로 한 서비스는 언제 나오느냐에 대해 말이다.

기본적으로 이 시장은 기업가와 직원들만큼이나 투자자들도 처음 겪어보는 시장이다보니 궁금하고 두렵고 생소할 수 밖에 없다. 투표로 정해지는 매출이라니 이런 사업이 또 있을까? 나는 우리가 하루도 안쉬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다시 올라가기 위한 준비 또한 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업계에서는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나와 남들의 방향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해서 똑똑히 잘 방향을 세우고, 중간에 시장이 어떻게 되든 누가 망하거나 반짝 성공을 거두든 간에 세운 방향을 향해 꾸준히 좋은 팀, 좋은 제품, 필요한 사업이라는 3박자를 갖추어갈 때 비로소 튼튼한 회사로 마지막에 우뚝서게 될 것이다.

따라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지만 그럴수록 긴 목표를 세우고 일희일비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이게 어떤 대단한 기술이나 철학이 아니라 결국 비즈니스라는 점을 느끼면서 요새 더욱 우리가 숱한 도전과 실패, 배움과 부침 속에서 건강히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낀다. 앞으로 당연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겠지만 비즈니스는 맷집 있는 사람이 그래도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는 특히 일단 많이 맞아본 맷집이 중요할 것이다.

#6. 오해

어쩔 수 없이 몇몇 사람들과 헤어지며 오해도 많이 생긴다.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바빠서 맥락이 생략되거나, 서운함이 생기거나, 부끄럽거나 미안해서 생각하는 바를 100% 전달하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들이다. 다 내 잘못이다. 여전히 그릇이 작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

직원들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대해서도 내 그릇이 더 크면 다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폐쇄적이라는 이유로 나도 비슷하게 행동한다. 오해가 생긴다는 것은 어쨌든 무조건 내 책임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한다면 없애거나 적어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핑계는 있다. 바빠서. 그저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 한 두 달만에 주말에 좀 여유가 생겼다. 평소엔 주말에도 일을 했다. 여유가 생겨도 내가 하는 일은 고작 또 이렇게 그간의 일을 글로 정리하는 것뿐이다. 사업을 하며 오해가 안쌓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이스 가이로 회사 망하게 하느니 좀 욕먹어도 회사는 로켓으로 날아가는 편이 낫다.

내가 해보니 착한 사장이 굶겨 죽이는 것은 함께하는 젊음들에 대한 학대다. 추억이니 배움이니 해도 사실 성공 경험만큼 좋은 배움은 없다. 따라서 젊음들은 성공하는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성공할 회사를 잘 찍고 기왕 한번뿐인 젊음을 바치는거라면 그런 회사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오해는 줄여야 하지만 항상 생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건 성장이다. 정체하면 작은 오해도 커지고 성장하면 있던 오해도 큰 일이 아닌게 된다.

#7. 글쓰기

내 글은 왜 항상 길까? 정말 글을 못쓴다는 생각을 한다. 한때는 글을 잘쓴다는 우쭐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군대에서는 진지하게 소설을 써야겠단 생각도 했다. 간결하지 못한 글은 독자에 대한 죄악이다. 은퇴하면 뭐 먹고 사나? 글로 먹고 살려고 했는데 글렀다.

일년간 이 업계가 나랑 맞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창업 초기에 왔던 내 가까운 동생은 한달 있다 못버티고 떠났다. 여기서는 욕심이 좀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약간 뻔뻔할 때도 있어야 한다. 철판 깔고 좀 탐욕적이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러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내 식대로 하려고 한다. 단점을 보완하느니 장점을 극대화하겠다.

내 단점은 글이 맨날 긴거, 실체없이 요란한거(원한건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자꾸 사람들이 찾아서), 칭찬에 인색한거(고치려고 노력중이다), 워라벨이 안맞는거 이런 것들이지만 장점은 항상 꿈을 꾸는거, 그 꿈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거, 최대한 솔직하고 찜찜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거 그런 것들이다. 그런 장점이 먹히는 때와 장소가 오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힘들어도, 잠을 못자고 밥을 못먹어도, 때로 윤리가 충돌해 고민하거나 나라의 기조와 부딪혀 좌절감을 느껴도 여기가 재미있다. 그건 사실이고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속도도 재미있고, 아무도 안가본 길이라서도 재미있다. 네이버든 카카오든, 구글 할아버지가 와도 지금 나랑 같은 것을 처음 보며 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내가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한국에서 IT 하는 사람이 이렇게 전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적 있나? 우리 CTO는 왜 이 일을 하냐는 내 질문에 “IT 하면서 마지막으로 글로벌을 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고 했다. 공감하고 체감한다. 텔레그램에 미처 대답하지 못한 외국인들의 만나자는 메세지가 50통은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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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pyo

Hi there!

5 thoughts on “우리의 블록체인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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