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포는 누군가에겐 기회

Bear Market이 난리다. 내 기억으로 2014-15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000불을 넘겨 많은 사람이 달려 들었다가 230불까지 빠졌었다. 나도 당시 손해 본 대열 중 하나다. 2013년 당시 나는 한 IT 방송을 진행중이었는데, 작가들에게 강력 주장해 비트코인을 다뤘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 영상이 남아있나 찾아보니 역시나 있다. 방송일의 현재가는 135불이었다.

작년 초 시작된 Bull market 이래 두 세 번의 큰 조정기가 있었다. 이번에도 큰 조정기다. 이게 지난 두 세 번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다시 반등을 할지, 아니면 계속 맥없이 빠질지는 알 수 없지만 연초부터 빠져 왔으니 비트코인 가격이 250불 대에서 본격 반등을 시작한 2015년 4월 이후 3년여만에 가장 긴 하락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한주간은 투자자들이 거의 공포에 가까운 투매를 했다. 덕분에 작년에 ICO 광풍을 맞아 태어난 토큰들은 대부분 ICO 가격을 하회하며 처음 보는 가격 앞에서 당황해했다.

체인파트너스는 크립토 OTC 비즈니스를 한다. OTC는 Over the counter라고 하여 장외거래를 뜻한다. 거래액이 1억 이상 넘어가면 아무래도 시장가에 영향을 주며 사거나 팔아야 하는데, 정해진 가격에 거래를 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보면 되겠다.

주로 ICO를 통해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의 코인을 장외에서 팔아주거나 또는 반대편에 서서 코인을 사고 싶은 회사를 대행해 구매와 보관을 대리해 준다. 이런 일들을 하다 보니 특히 지난 한 주의 공포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개인뿐 아니라 ICO 프로젝트들까지 코인을 팔아 달라고 곳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러나 개인과 채굴자, 그리고 ICO 프로젝트들이 코인을 장외에 내놓는 사이 그 반대 포지션에서는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었다. 그간 코인과 전혀 관련이 없던 해외 업체나 전통 금융 기관들이 파는 물량의 거의 수백배나 되는 구매 의사를 타진해 왔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가 여러 차례 코인이 없어서 못 사줬다.

물론 코인 장외 거래 규모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장내 거래를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거래 당사자와 거래 규모에 대한 비밀주의로 인하여 전혀 장내 거래와 시장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장내 거래소만 놓고 볼 때는 대단한 공포이더라도, 우리가 또 밖에서 장외 상황을 보면 지금이 누군가에게는 기회이자 구매 타이밍으로 판단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2014년 이야기로 시작을 했는데 나도 그때 1천불 넘는 가격에 비트코인을 샀다가 300불 근처에서 손해보고 팔았었다. 다시 또 2016년쯤에도 400불 넘는 가격에 샀다가 300불대에 손절했다. 그랬던 것이 채 1년 몇개월만에 2,400만원(19,000불)까지 갔었다.

코인은 원래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그걸 알기에 많은 사람들이 코인을 산 것이 아닌가? 그러나 up & down을 여러차례 겪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공포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경험과 내성에 큰 차이가 있다. 앞서 두 차례 나는 그런 공포를 견딜 배짱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또 언젠가 다시 Bull market이 올 것을 알기에 별로 괴념치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 직원들 중에서는 코인을 일찍부터 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말은 안하지만 요즘 같은 Bear market에 심정적으로 복잡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좀 적어 보았다.

또한 내가 EOS에 대해 갖는 믿음 때문에 EOS를 샀다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요즘 EOS 가격을 보면 그런 분들께 다소 미안한 감정이 든다. 내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사라고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기부터 EOS를 믿고 열렬히 지지해 온 한 사람으로 메인넷 런칭 후 두달간 EOS가 보여준 과정은 나 역시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EOS는 여전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현존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중 가장 빠른 것 중 하나이다. 여러 실수가 있었고 여전히 계속 실수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EOS는 언젠가 좋은 생태계를 갖출 것이다.

커뮤니티가 건강하고,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EOS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견고하게 EOS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이 점은 요즘의 EOS 토큰 가격이 어떻던 변함없는 사실이다.

Bear market은 모두에게 김새지만, 누군가는 이 때 조용히 장외에서 사고 있거나 좋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세계에서 진행된 ICO의 절반이 1억도 못모았다는, 프로젝트들에게는 청천병력같은 소식도 있지만 거꾸로보면 작년 4분기나 올 1분기에 진행된 ICO들은 모은 토큰의 가치가 거의 1/2 토막 또는 1/3 토막 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애초에 안 모은 돈이 아까울까? 내 돈이라고 생각했던 돈이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매일 급격히 줄어들고 있을 때 더 마음 아플까? 그런 점에서 나는 진짜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지금의 Bear market은 참으로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애초에 1억도 못모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이지, 명분 있고 기술 되면 오히려 올라갈 일만 남았을 때 일을 도모하는 편이 백번 나은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코인 투자자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첫 번째로 긴 Bear market을 만나 다소 사기가 꺾였을지도 모를 우리 직원들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다.

특히 나는 지금 그동안 시속 500키로로 정신없이 뛰어온 우리 회사에게 너무 좋은 내실 다지기, 숨 고르기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아무래도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는 지금 착실히 내실을 다진다면 우리 제품과 서비스 품질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머잖아 다시 돌아올 Bull market에 훌륭한 실적을 올리는 집이 될 것이다.

떡상이 있으면 떡락도 있고 가즈아가 있으면 존버도 있다. 공포가 있으면 해뜰 날도 온다. 코인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나도 1천불에 사서 300불에 팔때는 결국 공포였다. 존버 하다 휴지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시 또 왔다갔다 하여 지금은 6천불 언저리에 있다.

“10년쯤 보유하지 않을 주식이면 단 하루도 보유하지 마라”고 했던 워런 버펫 할아버지의 격언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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