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체인파트너스 표철민입니다.
저희가 2년간의 준비를 거쳐 마침내 지난주 디지털자산 가격 비교 서비스인 체인저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세계에 최소 300개 이상이 있습니다. 장외거래 회사도 최소 10개 이상 있어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가격이 다 다릅니다.

그것이 그 사이 가격 차이를 추구하는 차익거래 펀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가격이 곳곳에 흩어진 시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최적 가격(Best price)을 알지 못합니다. 그 거래자가 기업이든 개인이든 전세계 모든 거래소와 모든 장외시장에 가입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거래를 원할 때 동시에 300개가 넘는 거래소 가격을 알아보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에게는 그 가격 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거래 규모가 크고 빈도가 잦은 기업이나 기관에게는 이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또는 처음부터 대규모 거래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 요인이 됩니다.
체인저는 이런 문제에 주목한 서비스입니다. 체인저가 먼저 300여개 거래소, 10여개 장외거래 업체에 연결해 놓고, 고객이 들어와 가격을 물어볼 때 연결된 모든 거래소 가격을 수집해 ‘지금 이 순간’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소개합니다. 고객이 직접 한두개 거래소를 이용할 때보다는 당연히 가격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거래 규모가 클 땐 어떨까요? 보통 거래소가 아무리 큰 곳이라도 한꺼번에 10억, 100억을 거래하면 당연히 내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관이라면 거래 금액이 100억 아니라 1천억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두 거래소를 이용하면 안됩니다. 동시에 수십개 거래소로 분산해 거래해야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체인저와 같이 이미 많은 거래소를 연동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야 대규모로 거래할 때 가장 좋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선례가 이미 외환시장에 있습니다. 외환이 딜러들끼리 주로 전화로 거래되다가 본격적으로 전자 거래를 시작한 것이 1990년대입니다. FXall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외환 거래의 전자화가 어느정도 끝난 시점인 2000년에 등장했습니다. 전자 거래는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전세계 시중은행은 너무 많고, 어느 은행에 가장 좋은 환율이 있는지 일일이 연락을 돌려보지 않는 한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지금 거래소가 너무 많은 크립토 시장과 똑같습니다.
FXall은 그 문제에 주목해 이미 전자화 된 전세계 은행들의 환율을 API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FXall을 설치하고 이제 이 소프트웨어 한 곳에만 물어보면 FXall은 연결된 전세계 거의모든 은행에 동시에 질의해 가장 좋은 가격을 찾아 고객에게 연결합니다. 당연히 기존에 친한 두세개 은행에 물어보던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은 가격을 고객은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Apple은 전세계에서 아이폰을 파니 수많은 종류의 외환이 생깁니다. 하지만 직원 대부분은 미국에 있으니 급여를 주기 위해 수익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달러로 바꿔야 합니다. 그러면 Apple 외환팀이나 Apple을 대리하는 은행이 FXall을 통해 각각 유럽, 한국, 중국, 일본시장에서 벌어들인 10억 유로와 1천억 원, 1억 위안, 100억 엔을 달러로 바꾸면 얼마인지 질의합니다. 그러면 FXall에 연결된 전세계 주요 은행과 증권사, 대기업들이 각자 가격을 부릅니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부른 가격 중 가장 좋은 가격이 Apple에 제시되고, Apple이 ‘거래’ 버튼을 누르면 거래는 즉시 체결됩니다. 이것이 FXall이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2000년도에 스타트업 벤처로 시작한 FXall은 2021년 2월 현재 하루 512조원의 거래를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는 외환만 다룹니다. 아직 암호화폐가 없습니다. 암호화폐는 FXall이 기존에 촘촘히 연결해 놓은 은행망은 전혀 쓸 수가 없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장외거래 업체들을 연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닥부터 다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체인저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만들었고, 앞으로 중요해질 문제이며, 우리가 이미 2019년 1월 아시아에서 세번째, 한국에서는 가장 먼저 암호화폐 장외거래업을 시작하며 쌓아 놓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장외거래 업체들과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체인저 개발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들의 외환 딜링룸을 찾아다니며 딜러들을 소개받고 인터뷰를 하였는데 대한민국 원화는 소위 ‘G10 화폐’라 불리는주요 통화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의 외환 딜링룸에서는FXall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쓰는 로컬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역시 비슷하게 생겨 참고는 하였지만 글로벌 표준 소프트웨어들과는 거리가 있어 해외 딜러들을 인터뷰하고 공부해가며 만드느라 2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너무 어려우면 안되기 때문에 기관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개인들도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UI/UX를 최대한 쉽게 만들고, 기관끼리 쓰는 어려운 용어는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 수준으로 순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딜러들은 당연히 아는 용어인데 우리가 체인저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일부러 손을 댄 용어들은 P&L(-> Profit & Loss로 바뀜), Quantity(-> Amount로 바뀜), Trade Blotter(-> Recent Trades로 바뀜), CCY(-> Currency로 바뀜) 등등 곳곳에 녹여져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출처를 모아 가장 좋은 가격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다 발견한 또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하루 500억원 이상 디지털화폐와 자국 화폐가 교환되는 나라가 몇개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가 코인에 워낙 뜨겁다보니 다른 나라도 그렇다고들 보통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 원화를 비롯해 전세계 6개 화폐만이 비트코인과 하루 500억 이상 교환됩니다. 나머지 화폐는 몇개가 있냐고요? 지구상에 180여종의 법정화폐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174종의 법정화폐는 디지털화폐와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재작년 초 필리핀의 어느 대기업이 우리 회사가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암호화폐 취급 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합법적으로 인가 받은 회사를 통해 하루 수백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필리핀 페소로 환전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좋다고 했고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업비트나 빗썸, 코인원 등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하루 수백억 정도는 쉽게 원화로 바꿀 수 있었을텐데 필리핀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비트코인이 현지 화폐인 페소로 바뀌는 거래소가 몇개 있기는 한데, 거래량이 기껏해야 하루 1-2백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수백억을 거래하게 되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될 터였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일일 거래액이 꽤 컸기 때문에, 우리가 고민끝에 고안한 방식은 고객이 준 비트코인을 우선 미국 시장에서 팔아 미국 달러로 바꾼 뒤 다시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를 팔고 필리핀 페소를 사서 필리핀 대기업에 지급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의 비트코인의 거래는 24시간 셀 수 없이 풍부하고(이를 전문용어로 ‘유동성’이라 말합니다만 여기서는 쉽게 같은 의미로 거래가 풍부하다고 표현하겠습니다.),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와 필리핀 페소는 24시간 환전 거래가 굉장히 풍부합니다. 필리핀은 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아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거래로 인해 세계 네번째 국제송금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개발한 방식은 필리핀 현지의 턱없이 부족한 비트코인 거래액으로 인한 환전의 어려움을 외환 시장을 거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이같은 문제가 필리핀의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디지털화폐 시장은 나날이 커질 것이고, 필리핀의 그 회사가 그랬던 것처럼 자국 화폐와 디지털화폐간 교환을 원하는 회사들은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동일하게 자국 내 거래소 거래량이 부족해 원활한 환전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화폐 대중화를 위한 세계 공통의 문제를 우연한 계기로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체인저가 이 문제를 풀고 있는 방식이 바로 디지털화폐 시장과 외환 시장을 최적 경로로 연결해 환전하는 접근입니다.

LTC(라이트코인)가 HKD(홍콩달러)로 바로 바뀌는 시장은 Coinmarketcap 기준으로 현재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홍콩에 사는 개인이나 회사가 거래 목적이나 결제, 송금 등 어떤 이유로든 라이트코인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할까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굳이 하자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LTC를 BTC로 바꾼 뒤, 홍콩 현지 거래소로 BTC를 보내 다시 HKD로 바꿔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복잡한가요?
체인저는 이 과정을 단순화, 자동화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LTC에서 HKD로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최적 경로를 만들어 냅니다. 위 그림에 그 과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위 예시의 경우 LTC -> BTC -> HKD로 가는 것보다 LTC -> BTC -> USD -> HKD로 가는 가격이 더 유리하고 거래액도 풍부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자동으로 매칭해 고객이 원하는 디지털화폐와 법정화폐간 환전을 순식간에 가능하게 합니다.
이것이 지금 체인파트너스가 체인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두번째 문제입니다. 아직 체인저는 베타 서비스 중이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굉장히 높은 난이도의 기술적, 운영적, 법적 어려움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남들이라고 딱히 지름길이 없는 굉장히 정직한 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문제에만 온전히 집중해 온 지난 2년은 앞으로 상당한 기술적, 운영적 격차를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체인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크립토 시장의 USD 스테이블코인 쏠림 현상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19년(이게 최신자료) 발표한 전세계 외환 거래액 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는 전체 44.15%의 거래액을 갖는 1위 거래 통화였습니다. 하지만 유로(16.15%), 일본 엔화(8.4%), 영국 파운드화(6.4%), 호주 달러(3.4%), 캐나다 달러(2.5%), 스위스 프랑(2.5%), 중국 위안화(2.15%), 홍콩 달러(1.75%), 뉴질랜드 달러(1.05%) 등 나머지 화폐들이 그보다 많은 55.85%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크립토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USD 점유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습니다. USDT, USDC, BUSD, TUSD, DAI, UST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미국 달러 가치를 추종하고 있으며, TUSD를 만드는 TrustToken사가 TEUR, TGBP 등 Non-USD 외환 가격을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고는 있지만 발행량이나 거래액은 유명무실한 수준입니다.
서로 다른 스테이블코인끼리의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Decentralized Finance, 앱스토어에 여러 카테고리가 있고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많은 앱이 있듯이, 블록체인 위에도 수많은 앱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금융 카테고리의 앱들을 가르켜 디파이-탈중앙화된 금융- 앱이라 부릅니다.) 앱인 Curve Finance에서 지원하는 스테이블코인도 당연히 모두 USD 기반뿐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공급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크립토 시장을 미국 등 북미에서 주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 세계에서 44.15%의 점유율만을 갖는 미국 달러가 크립토 시장에서 100%를 차지한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환 시장을 연결해 수많은 디지털화폐와 법정화폐간 환전의 최적 경로를 찾아주는 시스템인 체인저를 응용해 체인저 DeFi(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앱) 버전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체인저에는 이미 A 화폐(그게 디지털화폐든 법정화폐든 무엇이든)가 B 화폐(마찬가지로 무엇이든)로 바뀔 때의 환율이 있기 때문에, 이 환율만 DeFi(블록체인) 세계로 전달하면 USD는 물론 전세계 170여종의 이종화폐까지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화폐 시장에 Non-USD 스테이블코인이 없다는 세번째 문제를 해결하고자 체인저를 지난 3월 말 베타 오픈한 서비스와 더불어 블록체인 기반의 DeFi 버전으로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체인저의 DeFi 버전은 USD와 Non-USD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세상의 외환 가격을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 ‘종합선물세트’를 크립토 세상에 공급하는 일에 앞으로 몇년간 집중할 것입니다.

앱스토어도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원스토어 등 다양하듯이 앱을 올릴 수 있는 블록체인도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한국의 클레이튼 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블록체인들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각자의 DeFi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마치 아이폰에서 인기있는 게임이나 앱이 갤럭시에 좀 다른 이름이나 기능으로 존재하는 것처럼요.
이런 각각의 블록체인 위에서 서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나름의 DeFi(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앱) 생태계가 성장해 가려면, 우선 가장 먼저 나와야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 앱입니다. 화폐(=스테이블코인)가 곧 모든 금융 서비스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화폐 없이는 은행이 생길 수 없고, 거래소나 파생상품도 생겨날 수 없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그것도 미국 달러 가격을 1:1로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원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전세계 화폐와 가격이 고정된 다양한 외환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이 블록체인에 온전히 제공될 때 비로소 그 위에 의미있는 DeFi(블록체인 기반 금융 앱) 생태계가 꽃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이 체인파트너스가 체인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디지털화폐 시장의 문제들입니다. 다시 간결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의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순간’의 세계 최적 가격을 알지 못한다.
2) 전세계 170여개 국가 국민들은 아직도 자국 화폐로 비트코인을 사지 못한다.
3) 디지털화폐 시장에는 오직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 존재한다.
세가지 다른 문제를 풀지만 결국 열쇠는 디지털화폐 시장과 외환 시장을 연결해 간다는 것이며, 기술로 전세계에 파편화된 가격을 찾고 최적 경로를 발견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2년을 개발해 제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2-3년만 더 달리면 저는 정말로 이 시장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변화를 만듭니다. 디지털화폐 시장은 특히 그러합니다. 애초에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들고 나왔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과 10여년만에 이토록 시장이 커져 전통 금융권까지 비트코인을 다루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도전했고, 그걸 믿는 사람들이 전세계 70억 인구 중 한 두 명씩 나타나 비트코인으로 결제도 해보고 거래도 해보며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화폐가 하루 20조원이나 거래되는 놀라운 나라이지만 아직 하루 500억도 거래 안되는 나라가 지구상의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비트코인과 디지털화폐를 대단히 빨리 겪은 나라의 사람들이고, 이는 명백히 축복입니다. 우리가 싸이월드를 7-8년 먼저 겪고 나서 페이스북이 나왔고, 우리가 UCC를 겪은 뒤에 본격유튜브 시대가 왔듯이, 디지털화폐에 대한 빠른 경험과 수용은 앞으로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금융 혁명에 참여할 무수한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물론 이제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기회는 명백히 사라졌습니다. 아주 큰 일을 혼자 다하는 것도 지금은 어렵습니다. 이제는 현물거래 60% 이상의 점유율이 넘는 압도적인 세계 1위 거래소(Binance)도 있고, 대출, 장외거래, ETF, 파생상품 등 모든 면에서 이미 비트코인과 디지털화폐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들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동일하고요. 따라서 이제는 당장은 작아 아무도 하지 않지만,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 날카로운 문제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볼 때는 이 사업이고, 지난 4년간 거래소부터 코인 결제, 마이닝, 장외거래, 암호화폐 발행 자문, 노드 운영, 비상장 코인 P2P 거래, 블록체인 개발, Dapp 개발, 블록체인 미디어, 마케팅 대행까지 거의 이 시장에서 안해본 일이 없는 체인파트너스가 온몸으로 으깨지고 바닥까지 가서 딱 하나 집중해 만들어 온 사업입니다.
외환은 전세계에서 하루 6.6조 달러(약 7,458조 원) 거래됩니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그 어떤 상품도 외환에 비하면 세발의 피인 압도적 1위 금융 자산입니다. 디지털화폐는 현재 하루 160조원 거량 거래됩니다. 두 시장은 분명히 조만간 만납니다. 두 시장 모두 장 시작-종료가 없이 24시간 거래되며, 전세계 수많은 사설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기관이나 개인 누구나 거래에 참여합니다. A 화폐에서 B 화폐로 무엇이든 중간 매개를 거쳐 교환될 수 있습니다.

두 시장의 특성은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디지털화폐는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환이며, 두 시장이 만날 때 누가 더 빨리 좋은 다리를 미리 만들어 놓느냐에 따라 미래 금융의 글로벌 환전 은행 역할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한국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주도해 본 역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는 우리나라가 빨랐고, 지금도 최소한 거래량으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합니다. 앞으로 올 좋은 문제를 찾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작고 날카로운 제품 하나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보는 일을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금융인이 아닙니다. 아직 젊지만 평생을 IT 서비스만 만들어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금융을 좋아합니다. 정확하게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추구하는 ‘돈’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해 공부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에는 금융권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 이 일을 하는데 있어 굉장한 핸디캡으로 느껴졌지만 오히려 지금은 제가 IT 출신이라는 것이 이 분야에서 큰 기회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이, 안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전통 산업을 혁신하며 어려서부터 봤던 LG나 현대보다 큰 회사가 되고 있고, 배송을 혁신한 쿠팡이나 전단지를 없앤 배민, 동네 거래를 활성화한 당근마켓까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전국 규모로 바꿔가는 것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IT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은 아직 IT의 영향력이 전적으로 발휘된 영역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여러 핀테크 기업들이 나오며 전통 금융사들도 덩달아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 IT발 금융 혁신은 ‘UX 개선(로그인이 쉬워지고 송금이 쉬워졌다)’ 정도였지 업 자체의 변화나 업의 재료가 되는 돈의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곳이 IT인 디지털화폐는 이제 단순한 UX 개선이나 응용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돈의 형태와 유통 방식이 바뀌면 그 돈을 이용한 응용 서비스의 모습도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해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확실시되는 것은 국경의 이탈입니다. 비트코인을 업비트 밖으로 보내 지금 당장이라도 리투아니아나 캐리비안의 섬나라, 또는 남태평양 원양어선의 선원에게 송금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디지털화폐 은행의 이자가 자국 은행 이자보다 높으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저에게 예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저는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화폐가 블록체인보다 100배는 더 커질 것’이라 예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1%도 변함이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우리가 유튜브를 재미있게 보면서 그걸 가능케 하는 통신 기술이나 스마트폰 OS, 앱 만드는 언어 등에 깊이 감흥한 적이 있나요? 어떤 통신 기술 회사도 유튜브보다 큰 회사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인류가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인증이든 농수산물 이력 추적이든 투명한 선거든 다양한 곳에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디지털화폐만큼 가장 완벽하고 이미 대중화된(그리고 앞으로 대중화될) 응용 서비스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물론 코인 가격의 이유없고 터무니없는 상승과 하락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고, 디지털화폐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결코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인류 역사상 전례 없었던 돈 그 자체의 모습이 변화하고 도전받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대에 디지털화폐에 관심이 많고 IT 서비스에 온 열정을 바치며 살았고, 금융과 돈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무지로부터의 순수한 호기심으로 쫓아온 저로서는 어떻게든 이 엄청난 시대적 변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고민하다 찾은 것들이 바로 앞서 소개한 세가지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디지털화폐 시장은 이제 시작이니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제가 찾지 못한 문제도 당연히 수두룩할 것이고요. 하지만 어쨌든 특정 문제에 집중해 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안믿던 사람들도 누군가 진득하게 풀다보면 호기심도 갖고 돕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안풀리던 문제도 풀리는 순간이 오고, 결국 어떻게든 답은 나오게 됩니다.
제가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문제를 못풀어서 걱정이 아니라 풀어도 생각보다 필요한 사람이 적은게 항상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느새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지 21년째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성공보다 실패 경험이 훨씬 많고 부족함이 가득합니다. 매번 실패하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지만 그때마다 ‘전보다는 더 나은 문제를 찾았는지’ 항상 걱정하고 고민합니다.
이번에 찾은 저 문제들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문제일까요? 앞으로 필요해질 문제일까요? 충분히 큰 문제라면 우리는 과연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능력있는 사람들일까요? 항상 고민하고 걱정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정의 내리고 도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능력이 부족한 팀일지도 모르나 문제를 정확히 찍어 깊이 풀다 보면 그 문제에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다보면 거의 항상 그랬습니다.) 충분히 좋은 문제인지, 충분히 큰 문제인지 모르겠을 때에도 정확히 문제를 정의해 집중해 가다보면 우리가 푸는 문제를 더 잘 보이게 해줄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 거의 그랬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우리가 경험한 실패 데이터를 종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풀었을 때 의미있는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거나 더 나은 문제로 교정해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일단은 우리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과장 좀 더해 문제 해결에 절반 정도 역할은 한다는 것이 제 일천한 과거에서 얻은 배움입니다.
그것이 또 문제를 찾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제가 오랜만에 다시 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유튜브와 클럽하우스의 시대에 누가 이렇게 긴 글을 자기 시간을 들여 읽을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줄 아는 것이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기고 사람들을 모아 같은 문제를 푸는 것 하나밖에 없어 다시 한번 글로써 제 계획과 의지를 전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체인파트너스는 사업을 꽤 해온 저로서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회사였습니다. 2017년에 창업해 설립 10개월만에 VC들이 경쟁적으로 140억원을 투자했고, 디지털화폐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10개 사업부 120명까지 갔다 다시 급격한 불황으로 2020년 초 5명까지 줄었던 회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지털화폐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작년 봄 우리가 하려는 일을 설명하고 30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소중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체인저를 개발했습니다. 그 사이 너무나 훌륭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동료들을 다시 새로 만날 기회를 얻어 지금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제 아주 보수적으로 운영하며 7명의 정직원, 1명의 인턴, 예닐곱명의 국내외 프리랜서들과 대단히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과정과 배움, 우리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만큼은 120명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이 배우고 명확해진 상황입니다. 회사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최소 3년 이상 운영 가능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2017년 시드 라운드부터 계속 투자해 온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2018년 시리즈 A부터 참여했던 프리미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코오롱그룹, 엔베스터 등 기관 주주들과 2020년 새로 주주가 된 3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의 흔들림없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 팀이 비록 7명 뿐이나 70명급의 사업 기회와 미래를 계속 추구하며 만들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파트너들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려고 하는지, 어떤 풍파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고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이 믿음을 견지하고 있는지 간략하게나마 정리했기 때문에 이제는 조심스럽게 다시 새로운 팀원들을 체인파트너스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풍파가 많았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실패를 많이 했지만 또다시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배워서 다시 시장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많은 분들이 이 시장이 어려웠던 2018년-2019년 2년간 이곳을 떠났습니다.
저는 체인파트너스 멤버들을 처음 모으던 옛 글들에서 ‘20년을 보고 뛰어들었고, 그 정도의 호흡으로 함께 도전해 볼 분들을 찾는다’는 언급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 분명 계셨으나, 제 불찰로 회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도록 만들었던 아픈 기억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 업계를 다녀보면 우리 회사 출신들이 다른 블록체인 회사들에서 팀장급과 임원급으로 그 능력과 경험을 출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어쨌든 모두의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경력을 단절시키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다녀야 하게 만들었던 사장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을 지금도 깊이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평생 무거운 짐으로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다시 새로운 멤버들을 초대하는 조심스러운 위치에서 다시 한번 초심을 상기해 봅니다.
디지털화폐는 지구상 여전히 은행 계좌가 없는 17억명 이상의 사람들의 경제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민들은 한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송금 수수료를 떼이며 금융 생활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체인저 백서를 확인해 주세요. 제가 1년간 연구하고 작성한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선진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 그것도 나온지 몇십년 지나 비효율이 잔뜩 낀 미들맨 위주의 금융 시스템을 혁신해 세계인을 보다 평등하게 만들 기회가 있습니다. UN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의 국제 송금 수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은 디지털화폐에 있습니다.
Visa/Master가 독점하며 전세계 모든 거래에서 3% 이상 떼는 카드 수수료를 1%나 그 밑으로 낮출 수 있는 해법도 디지털화폐에 있습니다. 그 혜택은 극히 일부 기업의 주주들을 넘어 전 인류가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결제든 송금이든 디지털화폐를 통한 전 인류의 금융 혁신을 이뤄내려면 이곳 저곳 파편화된 가격과 유동성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조건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고, 다시 한번 20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우리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기회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완수해내지 못해도 한 10보, 20보는 분명히 전진시켜 놓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다보면 한 10년, 20년 내에는 신용카드가 없는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보다 낮은 수수료로 결제할 수 있고, 외롭게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낮은 수수료로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할 수 있게 되며, 금융의 국경을 넘어 더 실력 좋고 비용 저렴한 전세계 금융사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계가 분명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이에 다시 한번 긴 호흡으로,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더 비장하고 조심스러운 마음과 무게로 함께 더 큰 일을 펼쳐갈 동료들을 기다립니다.
근무 장소, 근무 시간, 휴가 등 3종 자율 근무 제도와 전직원 스톡옵션 및 체인저 토큰 팀 물량 지급, 경력직 이직 격려금 500만원 즉시 지급, 식사/커피/운동/책/통신비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매월 50만원의 복지 크레딧, 멤버들의 휴식까지 챙기는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왓차 3종 최상위 프리미엄 계정 제공, 직원 본인은 물론 가족 3인까지 매년 제공되는 최고급 건강검진 등 소수 정예 팀을 위한 최상의 근무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5월 초까지 채용이 진행됩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과 서로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함께 대화 나눌 수 있는 YouTube 채용설명회도 진행해 체인파트너스 채널에 업로드해 두었습니다. 회사 채용의 요점 정리를 여기에 해두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고, 저의 주장만을 하지 않겠습니다. 함께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동료라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제 생각과 방법을 수정할 소중한 기회로 반드시 여기겠습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새기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꼭 헤아리며 일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디지털화폐의 순기능을 이용해 세상의 진일보에 기여한 회사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당신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신이 와서 인생을 거는만큼 충분한 보상이 따르도록 하고, 저 역시 당신의 성공에 제 인생을 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년 4월 홍대에서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