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트위터 앱으로 우리 제품과 회사 이름을 검색하다가 내 이름까지 검색하니 최근부터 2009년까지의 일들이 검색된다. 트윗들을 읽다보니 관련된 기억들도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불과 3년 남짓한 사이에도 저토록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놀라운데 그마저도 이제는 검색을 통해서만 지극히 부분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과거이다. 그러고보면 지난 8년간 매일 24시간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자 자산이 아닐까 싶다. 고작 최근 3년간 검색된 파편적 트윗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은데 하물며 머릿속엔 얼마나 많은 살아있는 경험들이 들어있을까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네이버 구글 트위터 페북 유튜브 어디에서도 검색되지 않고, 남들로서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점에서 기쁨을 느낀다.
문득 역사가 그대로 반복된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지금 후배들은 내가 어려움을 겪으며 배운 것을 또 비슷하게 겪으며 배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그것을 배운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리 생각하며 살았지만 실은 선배들이 이미 들어갔다 답을 구해 나간 방이었을 것이다. 뒤늦게 들어온 나는 그 방에 나 혼자뿐이니 내가 처음 들어왔고, 답을 찾아 나갈때도 내가 처음 답을 찾은 사람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의 또 많은 후배들이 내가 과거에 헤매던 어느 방에 들어가 쩔쩔매며 답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그 방을 빠져 나왔느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방에 들어가 답을 찾아 나왔느냐 하는 것일게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을 지나지만 개중엔 문제 자체가 난해한 방, 답이 없어보이는 방, 개인사를 망가뜨리는 방, 이전까지 풀어온 답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는 방 등 특별히 만나기 어려운 방들이 있는데 그 남들은 지나보지 못한 ‘특별한’ 방들을 얼마나 많이 지나왔느냐가 훨씬 중요한 배움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득 내가 일을 하며 지나온 많은 방의 이야기들 중 지극히 일부만 검색된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모든 방의 깊은 이야기는 8년을 하루같이 고민해온 내 머릿속에만 담겨있다. 아마 내 후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정이 이따금씩 뛰어났더라도 마지막 결과가 성공이 아니라면 결국은 나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고 만다. 고로 그것들은 남들이 어떤 책이나 구전으로도 접할 수 없는 진짜 나만의 것, 긴 인생에서 나만의 참된 경쟁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들이 들어가보지도 못했고 쉽게 빠져 나오지도 못한 특별히 어려운 방에 스스로를 얼마나 자주 빠뜨리고 있는가로 주체적인 탐구의 삶을 실천하고 있느냐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으며 이해하는 탐구의 삶이 그리 살지 않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미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큼 생을 깊이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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