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앱 시장에 관한 단상

작년 홍콩과 함께 한국이 거의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포화국이 되면서 앱 시장 성장성도 한국이 가장 먼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올들어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의 주요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앱 대부분의 최근 6개월 지표가 과거 1년전이나 2년전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ppannie 데이터상. 링크는 회사들 보호를 위해 일부러 안함.)

해외로 나가면 되지만 한국 앱이라 일단 한국이 어느 정도 트래픽을 받쳐줘야 해외로 쉽게 나갈수가 있는데 본진의 거시 지표 자체가 맛탱이 가면서 개별 지표도 안좋아 해외 feature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까지만 해도 WP, NYT, CNN 등 해외 유수 미디어에 한국 앱이 등장하던 뉴스들이 올들어 대부분 사라짐)

이에 대부분의 앱 개발사들이 현재 비슷한 고민(거시 지표 붕괴와 그에 따른 자기 앱 다운 및 매출 저하, 향후 앱 BM과 이 상황에서 앱 비즈니스가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 또 그게 아니라면 뭘할지에 대한 신사업 고민 등)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 지표의 하강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기 전까지 최소 1년 반(제품 개선이 아닌 신사업을 포함해 전략 선회가 가능한 최소의 시간) 정도 쓸 수 있는 정도 투자를 받아놓은 회사는 일단 아주 다행한 타이밍을 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훨씬 많을테니 그런 회사들은 일단 이 앱 시장 거시 지표의 추락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시장 포화와 사용하는 앱 고착화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전략을 짜는게 중요할 것이다.

일단 간단한 방향성은 이제 mass가 써서 1원씩 버는 앱은 모수가 적어졌기 때문에(사람들이 신규 앱을 다운 안받고 쓰던 것만 쓰고 그마저도 숫자가 점점 줄어가고 있으므로) 불가능하고, 소수의 구매력 있는 매니아 또는 꼭 그 서비스를 써야하는 기업이 높은 객단가를 내는 방향으로 모바일 사업과 제품을 설계해야지 않나 싶다.

mass 제품은 대기업 위주(이다보니 점점 더 고퀄이 되어감) + BM 없어도 계속 운영 가능한 회사(실리콘밸리 자본이 투하되고 있으나 돈 못버는 회사들 like Snapchat) 들의 판으로 바뀌어 가고 이제 퀄리티+인프라+컨텐츠 싸움이라 아이디어가 아닌 자본이 경쟁의 핵심 dimension이 되고 있음.

따라서 스타트업이 mass 제품 만드는게 가능은 하겠으나 경쟁 대기업 제품들이 돈의 여유로움으로 BM 없이 시간의 힘을 믿고 쏟아부을 때 상대적으로 계속 버틸 체력이 없으므로 그런 제품을 만들어서는 시간속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실리콘밸리 대형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사실 제품력보다도 시간이다. 우리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들은 더 오래 느긋이 버틸 힘이 있으므로 반짝 아이디어의 힘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제품이 되기에는 생각보다 약할 수 있음.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지극히 minor, maniac 제품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minor하고 maniac 하더라도 객단가가 높이 나올만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말이다. BM은 첨부터 ‘당연히’ 있어야 되고.

이제는 “유저 많이 모으면 할만한 BM은 아주 많다”는 말은 모바일에서 더 이상 안통한다. 일단 유저가 2-3년 전에 비해 없고(엄밀히 말하면 유저는 있는데 쓰는 것만 쓰고 새 앱 다운도, 관심도 없음) 설사 유저 많이 모아도 처음부터 BM 없었으면 나중에도 별로 없다. 유저 수백만 있다고 생각만큼 BM이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님. 이미 무료로 쓰는데 익숙해져 있는 사용자에게 새로만든 BM 사용 과정 중에 끼워넣기도 어렵고 끼워넣는다 하여 잘 working 할지도 알수없음. 따라서 처음부터 BM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게임이 왜 돈을 잘 버느냐? 처음부터 BM(아이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니까. 단지 재밌어서가 아님.

배우는게 정말 많은데 조금이나마 공유할 시간이 없다. 일단 이렇게나마 근래 한국 모바일 앱 시장의 비상상황과 대안을 간단히 모색해 봄.

네이버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기도 심지어 돈 안되는 모바일 앱에 대한 고민이 많단다. 하긴 네이버라고 언제까지 돈 안되고 앞으로도 돈벌 가망이 별로 없는 앱 화수분으로 퍼줄 수는 없는 노릇.

시장이 다같이 확 커질땐 앱 막 뿌리는 전략일 수 밖에 없으나(뭐가 터질지 모르고 모든 앱들 지표가 대개 양의 방향으로 나오니까) 시장이 포화로 가고 이게 장기화될게 당연시되면 서서히 앱을 거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회사니까 트래픽보다는 당연히 돈일 것이고, 아무래도 고트래픽+BM가능성이 생존 1순위, 저트래픽+BM가능성이 2순위, 고트래픽+BM없음이 현상유지 정도로 있을테고 중저트래픽+BM없음은 과감히 정리하는 시점이 곧 올 것이다. 트래픽 분산 막고 이익 최적화를 위해서.

구글, 애플 등 OS는 점점 앱 영역을 내재화하고 있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대기업은 앞으로 주요 앱에 선택과 집중할 것이고, 스타트업은 이제 저성장 저사용자 기반에서 살아남아야 하므로 머리를 아주 잘 굴려야 한다. 앞으로 생존은 빠른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전략의 문제가 될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MVP(최소기능제품)를 내놓거나(써줄 사람이 지인말곤 없으므로 제대로 된 피드백도 없다. 실험 모수가 적으므로 growth hacking의 근거도 당연히 불분명해진다.) 밤새 개발해 빨리 출시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시장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천천히 잘 고민해서 한수 한수 잘 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아니면 변죽만 신나게 울리다가 대부분 결국 돈을 못벌어 14년전 버블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미 매출은 있으나 떼돈 벌고 있다는 스타트업 이야기가 들리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장 거시 지표의 하강은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그널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모바일 스타트업에게 앱만 내면 누구나 잘되던 Phase 1이 끝나고 아주 복잡한 Phase 2가 시작된 것 같다.

이제는 시장이 모두에게 fair하게 돌아가리란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앱 마켓이 플랫폼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메인에 걸려도 트래픽이 크게 늘지 않는다. 개별 앱인 카카오톡이 다른 앱을 퍼블리싱 하는 상황(심지어 근래엔 카카오조차 퍼블리싱 능력이 약화되고 있고). 앱이 앱을 낳으면서 스토어의 퍼블리싱 기능이 크게 약화되어 신생 앱이 attention 받을 기회는 갈수록 사라져갔다. 가만히 지켜봤으나 스토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조하고 있어서 결국 앞으로도 트래픽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될거고 chart boost는 최근 모바일 앱들의 일련의 TV 광고들과 같이 스토어 밖에서 시도될거다. TV 광고의 등장이야말로 fair game의 종말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본다. 14년전 수많은 닷컴들이 경쟁적으로 TV 광고를 시작했다. 이미 모바일도 자본 게임이 됐다는 뜻일테다. 그런 인위적 몸부림이 아니고서야 거시의 저성장을 뚫어내기도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고.

지금 새로 모바일 앱을 내려는 스타트업은 앱을 내면 소비자가 알아주고 앱 마켓이 좋은 앱은 도와주리라는 순진한 생각은 애초부터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 앱이 궁금해 마켓에 들어가지 않고 쓰는 앱만 계속 쓰는데 그마저도 점점 줄고 있다. 더 오래 고민해 만명의 사용자로라도 팀이 먹고 살 수 있을만한걸 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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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to “현재의 앱 시장에 관한 단상”

  1. ㅇㅇ Avatar
    ㅇㅇ

    얼마전 표사장님이 소개하셔서 찾아봤더니 한국의 1인 개발자 레트리카 만드신 사장님이 한달에 순수익 3억씩 뽑아낸다고 하더군요. 유수의 해외 언론에서도 계속 소개를 해주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앱은 시장이 양분화 됐습니다. 1인 개발자가 혼자서 돈 잘벌며 잘 먹고 잘 살던가. 아예 대기업이 자본으로 밀던가.. 이도 저도 아닌 미들클래스 회사들은 점점 힘들어지겠죠. 운영비는 계속 빠질테니…

    1. mrpyo Avatar

      예 맞습니다. 제가 소개한 레트리카는 여젼히 아주 잘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손에 꼽는 개인 개발 성공 사례고, 이 글의 이야기는 보다 보편적인 대다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 개발자가 월 3억을 버는 사례가 있다 하여 따라서 개인 개발에 나선다 하더라도 비슷한 mass target 앱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천명 중 한명도 안될겁니다. 이미 지난 3-4년간 시장에 나온 수천명의 개인 앱 개발자들 중 성공 사례가 거의 없음이 이를 방증합니다. 말씀처럼 현재 앱 시장이 양분된 것은 맞는데 적어도 개인 개발자 몫은 없습니다. 해외+국내 대기업과 중견 스타트업들이 남았을 뿐입니다. 개인 스타 개발자는 앞으로도 가끔 나오겠지만 그것은 시장의 관점으로 볼때 예측 가능한 패턴이라기보다는 그냥 독특한(그리고 대개는 일시적인) 해프닝일 뿐입니다.

      1. ㅇㅇ Avatar
        ㅇㅇ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표대표님 분문의 글과 달아주신 댓글에 매우 공감합니다. 2라운드를 준비할 때가 온 것은 확실해 보여요 🙂

  2. ㅇㅇ Avatar
    ㅇㅇ

    1인 개발자도 돈 좀 번다고 팀 셋팅하고 회사를 만들기 시작하면 100% 몰락합니다. 본인 아버지가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이 아니라면 절대로 팀을 만들면 안됩니다. 팀 만드는 순간 표대표님이 본문에서 언급한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그냥 1인 개발자로 치고 빠지고 하는게 수익이 굉장히 큽니다. 월급쟁이는 상상도 못할만큼요. 시장이 포화라고는 해도 개인에게는 아직 먹을게 많거든요. 월급 줄 직원이 없으니. 문제는 기획 – 디자인 – 프론트 – 백엔드 – 서버 – 네트워크 – 앱을 아우르는 풀스택 개발자가 몇이나 되겠냐는게..

  3. Lee Hyeonmin Avatar

    이번에 승려와 수수께끼를 읽었습니다.

    p185

    스컬리가 이끌던 애플은 비전보다는 당장의 수익모델을 우선시했다. 단순한 수익모델이 애플의 본질이 돼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말이다. 수익모델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그 순간의 최선책에 불과하다. 또한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수시로 달라져야 한다. 결국 갖춰야 될 비전이 사라지자 이와 관련한 시장은 물론, 애플의 직원들까지 애플 컴퓨터를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여러 모순으로 퇴색돼 버렸다.

    p186

    사업 환경은 수시로 변한다. 사람들은 전략과 수익모델을 변화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수정할 때마다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게 기업의 비전이다. 긴급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비전을 포기한다면 나침반 없이 남겨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기업의 위치를 되돌아 볼 때, 현재 상황만 따지는 게 아니라, 목표와 방향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나침반을 맞추고 길을 따라 나아가라. 그래야 장애물이 걸려 넘어지더라도 정해 놓은 좌표를 향해 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내용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오늘 대표님의 포스팅을 우연히 읽으니 이 말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구절인데요.

    지금 새로 모바일 앱을 내려는 스타트업은 앱을 내면 소비자가 알아주고 앱 마켓이 좋은 앱은 도와주리라는 순진한 생각은 애초부터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 앱이 궁금해 마켓에 들어가지 않고 쓰는 앱만 계속 쓰는데 그마저도 점점 줄고 있다. 더 오래 고민해 만명의 사용자로라도 팀이 먹고 살 수 있을만한걸 출시하기 바란다.

    결국 비전보다 수익모델을 잘갖추고 그걸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필요한 것일까요?
    비전이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일까요..?

  4. 초딩 Avatar
    초딩

    모바일은 아직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기술적으로 보여줄 카드가 많이 남아 있을 뿐만아니라, 아직 성숙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공공 방위 제조 유통 등 산업분야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개발자와 개인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했다면 어느 정도 공감가는부분도 있지만 산업혁명처럼 모바일도 우리 생활과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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