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인재 한명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요즘이다. 그간 맨날 머리로만 이해하고 누가 인재인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보인다. 그치만 아무리 전보다 잘 보여도 같이 일해보지 않고 인터뷰 과정에서만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않은 일이다. 여전히 나도 삽질하고 있고.. 그래서 같이 일해본 사람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 같이 일을 했었고 그때 인재라고 느꼈던 사람과 다시 일한다면 아무래도 바라는 바를 더 빠르게 똑똑히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운 때도 맞아야 하고 하늘이 도와야 하니 그냥 내가 믿는 바를 빠르게 검증해 볼 수 있는 정도로 해두자. 아무튼 이왕이면 기다리더라도 인재랑 일하는게 좋고 그런 조직이 건강하다. 인재가 아닌 사람들도 인재들의 행동을 보며 자극 받으므로. 그리고 스스로 잘난줄 알았던 우물안 개구리들이 겸손을 배울 수도, 더 노력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인재 하나가 나라도 구하고 회사도 키운다.
# 회사를 오래 한 것은 무엇보다 인재를 발견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 인재로 발전시키고 인재라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 겪으며 진면모를 확인하고 하는 과정을 충분히 겪을 수 있어 참 좋았던 것 같다. 하는 동안에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적도 참 많았지마는 견디고 나니 그래도 그 풍파를 겪으며 진짜 보석과 보석 흉내낸 모조, 완전 모조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얼마나 모조였는지도. 여전히 모조일지 모르니 너무 앞서가려 쓸데없이 오버하지 말자는 평정심과 함께.
#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고 왠지 돈도 안될거 같아서 아무도 안뛰어들고 있지만, 그걸 되게 할 수도 있을만한 인재들이 모여 될지 말지 검증할 때까지 막강한 자본을 태워줄 투자자가 있다면 이제 세상에 꿈꾸지 못할 일도 없어 보인다. 모바일로의 삶의 양상 변화(99-2000년 인터넷 시대 태동 이후 처음 있는 메가트렌드의 변화 아닐런지. 그리고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그 과정에서 아직 IT의 효율성이 미치지 못한 영역을 혁신(구매 과정 간소화, 참여자(Value chain) 간소화, 정보비대칭 감소 중 하나의 형태)하는 사업은 이제는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분야도 한번 도전해 볼만한 토양이 된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게 준비된 사람이냐 하는 것 같다. 특히 함께할 사람들에 대해서. 좋은 인재를 알고 있고 설득해 올 수 있고, 좋은 투자자를 많이 알고 있고 역시 설득해 보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인지. 큰 꿈이 좋은 인재들과 좋은 자본가들을 만날 때 진짜 멋진 사업을 일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 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원들은 아닐 것이므로 갈수록 해본 사람에게 유리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고로 40대의 시대이거나 30대의 시대가 오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는 사람과 믿음이 자원인 시대. 모바일도 이미 아이디어만으로 신규 진입 하기에는 그래서 너무 어려운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 나에게는 그냥 어느정도 fair하다. 특별히 유리할 것도 불리할 것도 없는 적당한 아이디어와 적당히 아는 사람들. 허나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불리하거나 굉장히 유리할 듯..
# 유불리 이야기가 나오니까 생각이 났는데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업력이 쌓이고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내게도 좋은 투자처가 들리거나 투자 기회를 보는 눈 같은 것이 조금 길러지기도 하는데, 나는 종잣돈이 없으므로 그런 기회를 많이 놓치곤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면 정말 그런 기회들이 대박까진 아니어도 먼저 들어간 사람들의 자산을 크게 늘려준 경우를 많이 보았다. 최근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고.. 아무래도 그것은 친해진 사람들이 카톡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노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허구헌날 카톡방에서 대화하고 노는 멤버들이 사업도 잘하고 투자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보면 백치같은 나도 저절로 서당개 삼년의 정보 정도는 얻는 것이다. 물론 잘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들도 당연히 있다. 맨날 차 얘기 골프 얘기 하는데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치만 그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어쨌든 언젠가 내가 자산이 좀 생겼을 때에도 좋은 기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회장들이나 아니면 하다못해 exit한 벤처 대표들의 카톡방에선 얼마나 엄청난 기회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일단 천천히 레베루 올려가며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도 참 좋을 것이고, 또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여유 자원을 갖추는 자격도 마땅히 필요할 것이다. 그 둘은 특별히 무엇이 먼저도 아니어서 억지로 추구하거나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려서는 유명하거나 돈 잘 버는 사람들 사이에 끼면 나도 그리 되는줄 알고 열심히 노력해 끼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끼는건 사실 아무나 하는데 내가 거기 껴서 받아먹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 그런 물적 여유나 심적인 성숙이 있느냐, 즉 철학이 있느냐.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 고래들이랑 같이 놀아도 새우가 제법 그럴싸하게 자기 자리 잡아가며 살아갈만 하더라.
# 누가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더라, 누가 잘나간다더라 하는 집 중에 지나가다 만나거나 통화해 보았을 때 고민이 없는 집이 없다. 멤버 하나와 멤버간, 대표와의 갈등이 있는 것은 그냥 뻔한 일상다반사이고, 누구는 소송에 협박을 당했니, 누구는 경쟁사들의 집요한 견제를 받니, 누구는 여론 심판을 받니 아주 고민도 가지 각색이다. 그러니 미디어에 나온 모습만 보고 스타트업에 대해 우리의 찌질하고 가난한 모습과 비교해 요즘 잘나가는 회사들을 특별히 부러워하거나 그들이 하는 방식에 억지로 우리를 끼워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1억짜리 스타트업이 가진 고민은 1조짜리 스타트업도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오히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고민의 양과 크기는 더 엄청나진다. 지금을 즐기고 남들과 비교해 스스로 엔진 추진력을 잃지 않기를 빈다. 모두가 전력질주로 한 템포 뛰면 다음 라운드가 열린다. 그때도 또 전력질주 해야하지만 그러면 다음 라운드를 또 열 수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지금 부러워하는 일들이 나에게도 열리고 누군가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 이야기를 보며 또 꿈을 키우거나 자괴감에 빠진다. 벤처 태동 후 20년간 지극히 반복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을 보지 말고 이 시장에 길게 아주 길게 참여하며 패턴을 보기를 바란다. 패턴을 보고 있으면 투자를 수십억 받아도 1~2년 내 망하는 회사도 잔뜩 보이고, 잘나간다고 인터뷰하던 수많은 사람들도 다 어디 가있는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패턴을 보면 남들의 개별 사건에 별로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모든 사업에는 원래 피크가 있고, 당연히 하강기와 쇠퇴기도 있다. 지금 멋진 개별 사건을 보이는 회사들은 단지 지금 피크에 있는 것 뿐이다. 누구에게나 피크가 온다. 하강기나 쇠퇴기도 당연히 오기 때문에 얼마나 자주 다시 올라가 작은 피크를 만들 수 있느냐도 실력일 것이다. 훌륭한 한방의 피크가 아니라 피크 상태의 지속과 작은 피크를 반복적으로 다시 보여주는 것이 곧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일 것이다.
# 그냥 막 생각나는 것들을 일기처럼 쓰다보니 제목 달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 제목도 ‘그냥 막 생각나는 것들’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문단이 너무 길어 모바일에서 읽기 불편하다고 끊어달라 했었는데 그걸 잘 못지키고 있다. 그래도 여기는 내가 그냥 생각 남기기 편하자고 글 쓰는 곳이므로 몇 안되는 독자들이나마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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