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스타트업 동네를 보면 인큐베이터, 창업 행사, 지원프로그램 등이 잔뜩 등장해 온통 서로 세 싸움을 하는 듯 보인다. 다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약간 의아하게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 개중에는 일부이겠지만 스타트업 주식을 일찍 싸게 취득하려는 몇몇 어른들의 욕심도 보이고, 자기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이 기회를 틈타 영향력을 키워보려는 자칭 ‘전문가’들도 잔뜩 보인다.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예비창업자는 이 어른들의 잔치에 객체가 되어버렸다. 자기 세를 키우려면 그 밑에서 키우는 학생이 필요하다. 학생이 그들을 필요로 한다기 보다는 그들의 필요에 의해 학생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함량 미달의 창업자는 부지기수로 쏟아지고, 남의 그룹에서 밀고 있는 학생은 아무리 잘하더라도 내 그룹 자원을 요만큼이라도 할당해 도와주지 않는다.

또 누군가 자기들처럼 스타트업 양성을 하겠다고 나서거나 창업 행사를 기획해 나오면 ‘그럴 자격은 되는가?’, ‘실력은 있는가?’ 하며 검증을 해댄다. 내가 하면 훌륭한 인큐베이션이고, 남이 하면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내가 지적하는 부분은 여기다. 지금 인큐베이터 잔뜩 생기는 것은 생태계를 위해 결국 좋은 일이다. 일부 개인이 사리사욕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 역시 회사를 위해 나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누군가 자신이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하겠다는 것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나 역시 그런 점에서 작금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이끌어 온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않지만 그들 중 누군가가 다른 이를 비난하기 시작한다면 그에게 심각하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는 당신은 자격이 되느냐”고.

‘자칭’ 전문가들은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이 그림의 원문은 이거다. <내가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연구 노하우>

서울대 연구조교수가 자기 박사과정 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들을 위해 만든 자료인듯 한데 쭉 읽다가 저 슬라이드를 보는 순간 연구자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도움되는 말인 것 같아 캡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해서, 자리에 앉은 후부터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침에 자리에 앉는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맞다. 참 맞는 말이다. 앞으로 의식적으로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샤워, 걸어올 때까지 계속 생각 또 생각해야겠다. 뭔가 나태하고 멈춰있는 삶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함을 요새 계속 느낀다.

+ 덧. 자료를 끝까지 읽어보니 뒤로 갈수록 더 좋다. 이건 연구자를 위한 자료를 빙자한 모든 직장인을 위한 자료 같다. 일독을 권한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시그마 루트 제곱 분산 표준편차 탄젠트 알파 베타 이야기를 들으며 평생 가야 쓸 일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교 1학년 수업 시간에 자본론, 플라톤의 국가, 국부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역사란 무엇인가 등등의 책을 읽으라는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으면서도 역시 그런 따분한거 봐서 무얼하나 싶었다. 지금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한다. 선생님들이나 선배님들이 다 겪어보고 어련히 가르쳐 주고 추천해 주는 것이었으리라. 지금이라도 나의 후배들에게는 인문학과 통계학, 그리고 영어만큼은 반드시 공부를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이가 젊어서 창업을 하든 무얼하든 다 좋은데, 그래도 저 세 가지는 평생 가며 쓸 일이 있고 그 때가 아니면 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나를 믿고 반드시 공부해 가기를 바란다. 좀 늦은 나는 이제라도 깨닫고 조금씩 천천히 시작해 보려는 것들이다.

힘들 때가 힘내야 될 때다.

오늘 어느 존경하는 선생님과의 대화

쌤: 학교 나가고 정신없이 보내느라 연락도 못했다. 바쁘지?

나: 예 쌤 저도 요새 회사하랴 대학원가랴 정신이 없네요 ㅠㅠ

쌤: 그래 힘들 때가 힘내야 될 때다.

나: 넵! 화이팅 😀

앞으로 두달이 특히나 바쁘고 험난한 기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 짧은 한마디에 힘이 불끈 솟았다.

그래. ‘힘들 때가 힘내야 될 때다.’

막상 뽑고나니 고졸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진짜 요즘은 어줍잖은 대졸보다 똘똘한 고졸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의 중공업사관학교도 그렇고 마이스터고의 선전도 그렇고 이런 활동들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기술로 먹고 사는 일을 천대하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오히려 똘똘하고 실력있는, 어려서부터 기술 잘 배운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대졸자들이 취직도 잘 안되고 있는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지금 기술 잘 배워놓으면 훨씬 잘 살고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대학가야 한다는 부모님이나 주변의 시선이 있더라도, 내가 연마하고픈 기술이 있고 또 잘할 자신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길로 뛰어들기를 추천한다. 대학에 미래가 있다면 모를까, 이미 2012년 대한민국은 가방끈에 결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따금 누군가가 내가 가르쳐 준 것을 나보다 훨씬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사람이 중요한 것은 세상에 빨리 나와 많이 경험하는 것도 있겠지만, 남이 경험한 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 치밀한 Case study와 Benchmarking 노력도 충분한 의미와 소용이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장을 보면 발전 속도가 참 무섭다.

지나보면 별 것 아닌데 참 대단한 아이디어라 호들갑 떨었던 것들이 있고, 지나보면 별 일 아닌데 참 심각했던 적들도 많다. 그래도 생은 지금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해 잘 헤쳐나갈 때 또 다음 기회를 주고 조금씩 천천히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열과 성을 다 바쳤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있는 것이고, 지금 잘해야 또 미래의 어느 멋진 순간에 지금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만든 제품은 어떤 제품일까?

우리가 스스로 쓰기에 편리한 제품인가? 우리도 직접 쓰고 싶은 제품인가? 친구들에게 추천하기에 부끄럼이 없는 제품인가? 많은 사람들이 쓰면 정말 세상을 조금은 더 이롭게 할 수 있는 제품인가?

꼬박 1년간 숱한 어려움과 고비를 건너, 이제 위의 모든 질문들에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제품이 나왔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고 출시 후에도 많이 고치고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저 위의 질문들에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우리 팀 정말 최선을 다했고 숱한 위기와 끝없는 토론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제품이 태어나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만 그동안 우리 팀 정말 수고 많았다고 전해주고 싶다.

물론 아직도 흥행할 제품인가? 상업적 성공을 거둘 제품인가? 회사에 성공을 가져다줄 제품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보완할 부분이 너무나 많으므로 오버해서는 안된다. 그저 좋은 제품이 하나 나왔다.

가끔 겸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참 똑똑한 후배를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다른 선배에게 그런 후배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지금도.

Network effect의 역설

카카오톡이나 LINE, 마이피플, 틱톡 등등 많은 모바일 메신저가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래 1천만 다운로드를 가장 빨리 돌파한 앱들을 꼽으라면 아마 최상위에 있는 앱들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메신저라는게 친구들이 쓰기 시작하면 나도 쓸 수 밖에 없으므로 Network effect가 강해서 대단히 빠른 확산이 가능했으리라. 그런데 역설적으로 친구들이 대체제로 옮겨 타면 나 역시 별 도리 없이 옮겨가야 하므로 또한 전환 장벽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가 한다. 더군다나 메신저들 품질이 다들 좋아져서 이제는 Switching cost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하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도 쓰고 iMessage도 쓰고 마이피플도 쓴다. 서비스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 충성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서비스가 갑자기 광고를 붙이거나 과도한 BM을 시도하게 되면 유저들은 가차없이 떠날 것이다. 대체제가 워낙 많고 전환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회원 모으기 가장 용이했던 서비스인 모바일 메신저가 갖고 있는 심각한 위험요소가 아닌가 한다. Network effect로 흥했으나, Network effect 때문에 또한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