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로서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는 제품을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력 또한 아마츄어가 프로 뺨칠 때도 있다.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는 제품을 만들기까지 돈을 지불한 사람의 요구를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 딱 거기 달렸다. 요구로 인해 내 제품이 훼손될까 벌벌 떨면 아마츄어고 요구를 반영하고도 더 좋게 만들면 프로다.

진짜 프로라면 내 작품을 사랑하되 집착해서는 안된다.

일을 하며 여러 차례 올라가도 보고 떨어져도 보았지만 올라갈 때보다는 확실히 떨어질 때 더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이 밤을 추억하며.

제품 런칭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오랫동안 믿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싸우며 화합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가 끝내 머릿속으로만 존재했던 ‘상상’이 눈 앞에 만져지는 ‘현실’이 되는 그런 멋진 일이다. IT인으로서 가장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때이며 이 직업을 택하기를 백번 잘했다 생각하는 그런 날이다. 하지만 런칭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작은 모바일 앱 정도가 아니라 1년 이상 준비한 일련의 서비스군을 쏟아낼 수 있는 런칭은 많아야 2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그나마도 B2C를 하는 IT인이라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하여튼 엄청나게 가치있는 기회다 이 런칭을 경험한다는 것은. 지난주에 우리 멤버들에게도 런칭은 자주 경험하는 일이 아니니 온몸으로 보고 경험하고 느끼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웹서비스는 런칭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도 이제부터 진짜 고생 시작이지만 어쨌든 런칭 전날 이 밤은 너무나 소중하다. 일 년간 준비한 부족한 우리 제품을 내보이기 직전의 그 떨림과 환희. 그 짧은 순간의 기쁨을 위해 우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365일을 모니터와 씨름하고 숱하게 야근하고 먹고 살려고 하는 외주 작업의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을 온통 다 감내하는 것이다. 이 밤은 그만큼 너무나 소중한 밤이고 또 언젠가 반드시 추억할 밤이다. 사진을 한 장 남겨 놓기를 바랬지만 우리 멤버들은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이렇게 글로나마 이 순간을 기록해 둔다. 2012년 4월 16일 새벽, 우리는 함께했고 부족하지만 열심히 만든 제품 하나를 세상에 들고 나왔다. 솜노트.

유능한 중간관리자의 능력이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파악해 대비하는데 있기도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후에 잘 수습해 마무리하는 것도 있다. 위아래사람 핑계대고 수동적으로 있다가 당하기만 하는 중간관리자는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사장은 아주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인사를 잘 찾아서 중간관리자로 앉히는게 자기 책무의 5할 정도만큼이나 중요하다 하겠다. 유능한 중간관리자가 포진해 있으면 기업은 저절로 굴러가고 중간관리자가 없거나 무능하면 고스란히 곳곳에서 일이 터져 사장이 수습하러 다녀야하기 마련이다.

용기와 위로와 치유와 희망과 위안을 얻고 간다. 이 시련 또한 지나갈 것이고 나는 더욱 단단하게 될 것이다. 더 큰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나는 계속 단련되고 있을 뿐이다. 나는 훗날 추억할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오히려 즐길 일이다. 내가 흥분하는 것이 아직 덜 컸다는 증거다. 어찌보면 또 한번 나를 조금 성장시킬 좋은 기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다음에 더 잘하게 될 것이고 세상의 어느 부조리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배웠을 뿐이다. 나는 잘할 수 있고 시련 속에서도 반드시 완주할 것이고 내가 해야하는 일을 묵묵히 해낼 것이다. 내일이 아니라 당장 지금부터. 언제나 그래왔듯이.

기업가는 각자 크고 작은 성을 하나씩 운영하는 셈이다. 밖으로부터 몰려드는 잦은 공격을 막아내며 조금씩 성곽을 쌓고 더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성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 성이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으면 밖으로부터의 공격이 보다 거세지고 그 방법 또한 다양해진다. 때로는 그로 인해 성의 벽채 전체가 송두리채 뜯겨져 나갈 수도 있고 밤에 자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나는 내 성 하나 지키기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오래된 성 치고 너무 작다보니 갈수록 거세지고 기습적이 되는 적들의 공격이 힘에 부친다. 몇 년을 당했는데 아직 튼튼한 성벽 하나 제대로 쌓지를 못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서비스가 조금 떴다고 우뚤해져서 온갖 잡다한 기능 넣고 하다보면 망하는건 순식간이다. 초점을 가지고 떴다면, 그 초점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쏟아지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잘 걸러서 어떤건 수용하고 어떤건 배척하고 하려면 무엇보다 서비스의 비전이 명확히 서있어야 한다. 우리 서비스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이고 인간사를 어떻게 편리하고 행복하게 할 것인가 하는 가치가 명확히 서 있어야 초점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의 비전을 잘 알고 있다면, 피드백의 대부분은 초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서비스의 비전을 알려주고 이해시키는 것은 만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쓰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일일테다. 에버노트가 ‘The 2nd Brain’을 이해시키는 것처럼.

사람들은 훌륭한 카피캣을 하나 만드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오늘 이 서비스 http://memoryst.com 완성도 있다고 올렸더니 다들 Pinterest 짝퉁이라고 놀려댔다. 근데 사실 큐레이션을 표방한 서비스에게 ‘Pinterest랑 똑같다’는 말만큼 찬사가 또 어디있으리.

물론 새로운 구석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앞으로 찾아나가면 된다. 일단 지금 Pinterest랑 비슷한 완성도를 갖추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칭찬에 참 인색하다. 스스로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웹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에 정답이 있을까? 물론 없다. 그러나 정답과 가까운 답은 있다. ‘사용자가 많이 쓰는 서비스가 하고 있는대로’.

만약 내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용자를 그들보다 많이 모으면 된다. 그럼 내가 맞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자가 더 많다면 그들이 맞는 것이다. 논리가 어떻고 니가 내 말에 동의하네 마네 쓸데없는 감정 싸움, 자존심 세우기 다 필요없다.

2012년에 옳은 것은 네이버가 하고 있는대로, 카카오톡이 하고 있는 방식대로 하는거다. 어떤 기능을 여기 놓네 저기 놓네 답이 안나올 때는 카카오톡이 놓은 곳에 두면 되는 것이다. 설사 카톡이 말도 안되는 위치에 버튼을 두었다 하더라도 사용자를 학습시켰고, 익숙하게 쓰고 있으면 그 위치는 이제 다른 서비스들에게 엄청 make sense한 버튼 위치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직원을 두고 훨씬 더 많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고치고 또 고쳐 그리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숱한 경험을 지닌 서비스들이 수두룩히 벤치마킹을 기다리며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이 틀렸다, 내가 하는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생각이 아닌가 한다.

비즈니스는 새로운 생각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용성은 Path처럼 아예 유저를 새로 가르치고 시작할 서비스가 아니라면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가 하는대로 하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이라고 하겠다.

제발 서비스 만드는 사람들은 카카오톡, 네이버나 좀 열심히 뜯어보고 똑같이 만들 능력이나 갖추었으면 좋겠다. 똑같은 퀄리티도 못내면서 스스로의 오만한 생각으로 우리가 더 낫다느니 카카오톡이 그 정도로밖에 못만든다느니 어이없는 소리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