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솜노트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제대로 대답하기’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투자자를 만나든 기자를 만나든 사람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 낸다. 종종 이 질문들은 중복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나의 대답이 발전해 가는만큼 그들의 질문 역시 발전해 간다. 점차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 금세 그들은 미처 준비되지 않은 더 깊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나를 무장해제 시키곤 한다. 그들의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일을 제대로 흘러가게 하는데 무척이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동안은 내가 준비한 대답을 내가 준비한 방식대로 그저 쏟아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건 때로는 질문에 정확히 어울리는 대답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나중에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답하는 것은 오히려 질문에 딱 맞지 않는 대답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더 제대로 대답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이 친구가 잘 몰라 무능하다는 반응보다는 잘못된 대답으로 열심히 항변하는 것을 더욱 답답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스킬이 있고 능력이 있지만 모든 것을 시작하는 가장 기본은 잘 듣고 잘 답하는데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혼자 말할 것을 준비했다. 질문은 대화의 형식이지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질문을 내용으로 인식하게 되니 그 대화가 훨씬 풍부해진다. 짧게 만나도 서로 오래 본 것 같다. 요새 대학생 후배들이 스펙이니 스킬이니 하는데 가장 좋은 스펙은 ‘좋은 대화상대(굿 토커가 아닌 좋은 대화상대)’이고 가잫 좋은 스킬은 상대방이 묻는 것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제대로 대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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