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래저래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면서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경제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아무래도 3년 전 시작한 모임(http://mrpyo.com/study)에서 만난 사람들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이제 구정도 지났으니 2016년 새해가 본격적으로 밝은 것으로 생각하고, 올해부터는 새로 공부하는 것들과 궁금한 것들을 좀 블로그에 기록해 두려고 한다.
내용이야 전문가들이 보면 당연히 초보적이겠지만 그래도 기록해야 기억이 나고 나중에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공부하다 생각한 것은 1995-1996년 한국이 IMF를 받기 직전 상황과, 2005-2006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 상황이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은행은 아니지만 신용을 제공하는 비은행 금융사(미국에서는 주로 투자은행, 한국에서는 당시 특히 종금사, MMF 등 유사 예금 기능을 수행하는 상품을 파는 증권사, 실물 상품에 대한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캐피탈사 등)의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신용 제공, 그리고 그들이 주로 단기차입 하여 경쟁적으로 고객들에게 장기대출을 내어준 것 상황이 매우 유사한 것 같다.
차이점은 많겠지만 한국은 은행의 자기 자본 대비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로 기업들의 쉬운 대출 경로가 주로 종금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사로 몰린 것이 특징적이다. 종금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핫머니(단기자금)를 차입해 국내 대기업에 장기대출로 내어준 것이 경제상황이 급변하며 위기를 몰고왔다. (심지어 당시 종금사의 절반 가량이 대기업 계열이었다 하니 말 다했다 하겠다.)
한편 미국은 기업들의 리스크 헷지 수요로 의해 급격히 성장한 파생상품이 일으킨 과도한 신용 레버리지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비은행 금융사가 호시절 경쟁적으로 만들어 낸 파생상품은 당시 어느 공공/민간기관의 규제와 감독도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해당 업체들은 자기 자본 대비 과도한 레버리지를 안게 되었다.
(은행은 당시 자기 자본비율 8%의 규제를 받았던 반면 투자은행은 3%,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은 1% 수준이었다고 함.) 특히 당시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은 75-99배의 레버리지를 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달 Fortune지 기사를 보다보니 또 재밌는 내용이 있었는데 금융위기 후 미국정부가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지원한 공적자금(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대략 1500~1900억 달러 사이였음)이 현재 이미 2400억 달러 가량 회수되었다고 한다. (초과 회수. 여기뿐 아니라 다른 투자은행 등도 대부분 초과 회수)
그런데 희한하게도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회계에는 아직 한 푼도 갚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니 그것은 원금+이자를 회수하는게 아니라 공적자금을 당시 우선주 증자 형태로 투입했고 이에 대한 배당금 형식을 취해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당초 공적자금 투입 당시에는 우선주에 대한 배당을 매년 이익의 10% 정율로 받기로 했었는데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표현이 애매하지만 실제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순자본가치(결국 매년 이익)의 100%를 우선주에 대한 배당금으로 챙겨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다시 좋아짐에 따라 프레디맥과 페이메이 경영도 완전 정상화되어 매년 수백억 달러의 흑자 기업으로 돌아섰지만 정부와의 (수정된) 우선주 계약에 따라 차상위 우선주와 보통주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은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제로라고 한다.
이로 인해 정부는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을 초과 이익까지 다 회수했음에도 여전히 원금 그대로의 빚과 이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두 기업 주주들은 소송을 진행중이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공적자금 투입 당시 정부와 맺은 우선주 발행 계약 때문에 승소할지는 미지수라는 것 같다. (또한 애당초 문제는 어쨌든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두 회사에 있었으므로..)
금융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엄청난 재미를 가지고 단숨에 읽어제낀 책이 로스차일드 가문과 유대인, 그리고 FED의 유착 관계를 음모론적으로 다룬 쑹홍빙의 ‘화폐전쟁’이었는데 그 다음 니엘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를 읽고 쑹홍빙의 책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쑹홍빙의 책이 그야말로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르던 것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아주 오랜만에 찾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 출발점이 된 책에 감사를 느낀다.
새해에는 계속 더 열심히 공부하고, 새로 계획한 재미난 프로젝트들을 현실에 옮겨서 내 나름대로 부족하나마 좋은 눈덩이를 굴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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