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향하는 길

책을 많이 읽어 아는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 나를 마주하는 것도 비슷하게 중요한 일 같다.

나를 마주하게 되면,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런 결정을 했고 어쩌다 사람을 잃었을까? 왜 그런 실수를 했고 내 삶을 곤경에 빠뜨렸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이다. 지금도 내 머리 맡에는 숱한 책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 중에는 내 과거와 내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실은 나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나의 과거, 내가 살아온 궤적과 잘못들이 아니겠는가. 조용히 눈 감으면 그 안에 내가 만나온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고, 나의 오만함과 성급함, 그리고 어설픔이 있다.

남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소중한 것들이 눈을 감으면 순간 훅 하고 다가오는 것이다. 하여 비교적 정신이 또렷한 밤에는 책을 들추기 보다 일부러 내 과거로 훌쩍 여행 다녀올 때가 있다. 거기서 내가 잘못했던 사람에게 사과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은 용서하고, 나의 어설픔에게는 그저 싱끗 미소 짓고는 도망치듯 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어느 때인가 일이 잘 안풀리기 시작하면서 환경 탓도 해보고 시절 탓도 하고 주변 사람들 탓도 많이 했더랬다. 가슴 속을 쳐다보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는데 그게 누가 내게 잘못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시기고 질투고 자존심이고 유약함이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아무도 내게 위해를 가한 사람 없었지만 나 혼자 스스로를 점점 더 유리방 안에 가두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에, 잘 알지도 못하며 거드는 말 한 두마디에 크게 좌우되며 위축됐던 것 같다. 실은 충분히 의미있게 노력하며 재미있게 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위축될만큼 좋은 사람이 주변에 남지 않은 것도 아니요, 과거 잘못과 실수를 반복해 짓고 살만큼 앞만 보고 산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 상대적 비교였다. 남들이 한다고 착각했지만 내가 스스로 한 것이다. 실은 사람들은 남의 삶과 성취에 큰 관심이 없었다. 있어봐야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과 스스로의 만족만이 있을 뿐이었다. 행복과 충만에 이르는 길은.

군 생활이 나에게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충분한 시간을 준 것 같다. 이제 나는 자주 과거로 돌아가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하고, 내 마음이 스스로를 남과 비교해 불행해 하지 않게 감사하며 기뻐할 줄도 안다.

환경 탓, 시절 탓 하기 전에 나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더 힘든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주변 사람 탓 하기 전에 이 말을 항상 되뇌인다. ‘내 주변 사람들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 이제는 주위에 남은 소중한 한명 한명의 사람들과 어떻게 기쁨을 더 오래 같이 나누며 살아갈까를 고민한다. 더 보람찬 일을 어떻게 하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지를 구상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점점 더 내면의 나와 만나고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나는 하루하루 조금씩 더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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