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진지하게 승선했다는 믿음

좋아하는 후배가 오랜 고민 끝에 다른 회사로 갔다. 물론 우리는 준비중인 팀, 그쪽은 잘되는 곳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실은 얼마전 고민을 토로하길래 “나와 최소 5년 같이 갈 자신 없으면 다른데 가는게 좋을 것”이라 했다. 그리 한 이유는, co-founder가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어떤 위대한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자드 때 co-founder가 창업 직후 다 나갔었다. 11년만에 다시 하면서 지금은 실력보다 안정감을 더 우선한다. (당연히 실력도 보지만, 이번에는 함께 최소 5년 이상 흔들림 없이 달릴 각오 있는지 묻는다.) 이번 여정에서 갑판장 역할을 맡을 후배에게는 더 가혹하게 같이 30년 달릴 각오 있으면 오라 했었다. (결국 그는 와이프와 진지하게 상의 후 승선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사람 모으기 참 어렵겠지만 그래도 항해 전에 항구에서 좀 더 고생하는 편이 한참 항해중에 괴로워지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우리가 적게는 5년, 길게는 30년 이상 하려는 일들이 앞의 6개월, 1-2년 정도만 보면 아주 작거나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도 긴 마라톤을 위해 앞의 3년 정도는 감 잡고 몸 푸는 기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아주 긴 호흡의 그랜드 플랜 또는 큰 꿈을 그릴 정도의 경험과 눈은 생겼다. 사람은 가장 중요하고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끌어 온다는 믿음 하나는 있다.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좋은 사람이어야겠지. 삶의 궤적 그 자체가 엄청난 흡인력을 갖는 사람이고 싶다. 흡인력까진 몰라도 나름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다. 그때마다 조금씩 마음은 쓰리다. 그럼에도 우리 팀이 끝내는 서로 쉽게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로 출항하리라는 것은 안다.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해 배에 오른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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