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위상 강화를 위하여.

요새 체인파트너스에서는 코딩 교육 1위 업체 멋쟁이사자처럼과 함께 국내 첫 디파이 렌딩 프로토콜인 ‘돈키(https://donkey.fund)’를 개발하고 있다. 만들다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오늘은 디파이 서비스를 만들려는 분들을 위해 그 시행착오를 좀 공유해 보려고 한다.

원래 돈키는 카카오의 블록체인인 클레이튼 기반으로 먼저 출시하려 했다. 아무래도 카카오톡에 내장된 ‘클립’이라는 지갑이 클레이튼을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로 전국민에게 지갑을 설치하라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점은 클레이튼만이 갖는 엄청난 강점이다. 이더리움의 가장 유명한 지갑이 메타마스크이지만 실제 국내 사용자가 아무리 많아도 30만명이 될까 싶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전국민이 쓰고 있으니 일단 전국민의 주머니 속에는 클레이튼 지갑이 들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돈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3대 거래소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코인을 디파이 상에 예치하고, 예치된 자산을 재원으로 하여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국내 3대 거래소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코인의 열 중 아홉이 이더리움 기반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클레이튼 기반의 렌딩 프로토콜을 제공하려면 우선 이더리움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 토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지스가 운영하는 오르빗 브릿지(https://bridge.orbitchain.io/)를 통해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의 KCT 토큰으로 1:1 전환할 수 있다. 업계 용어로 ‘브릿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브릿징이 상당히 까다롭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초보자에게는 너무 어렵다.

만약 내가 업비트를 쓰는 초보자라고 가장하자. 그러면 우선 이더리움 지갑인 메타마스크를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업비트에서 이 지갑으로 이더리움 또는 ERC-20 토큰을 보내야 한다. 그 다음 오르빗 브릿지에 접속해 메타마스크에 든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을 전문가들은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우선 이더리움 기반으로 오픈하고 클레이튼은 그 다음에 지원하는 것으로 순서를 조정하게 되었다.

클레이튼은 수수료가 현저히 저렴하고 검증인이 30인 내외의 소수이기 때문에 거래가 빠르다. 전국민에게 이미 지갑이 깔려있다는 비교 불가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토큰을 개발할 때 이더리움 기반으로 하는 것이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기 쉽고 사실상 업계 표준처럼 되어 있어 아무래도 자산 이동에 높은 장벽이 있다.

이는 비단 클레이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고빈도매매까지도 가능한 초고속 블록체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솔라나(Solana)나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BSC(Binance Smart Chain), 매틱(Matic) 등도 역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해당 블록체인으로 옮기는데 있어 같은 제약이 있다.

비유를 하자면 KTX가 나왔는데 여전히 전국 선로가 아직 새마을호여서 새 기차가 달릴 수 없는 것이다.

우리도 기왕이면 국산 블록체인의 디파이 생태계에서 첫 렌딩 프로토콜이 되고 싶었다. 낮은 수수료로 사용자들에게 편리함도 주고 싶었지만 자산 브릿징에서 막혀 순서를 조정하게 되었다. 이 점은 앞으로도 이더리움을 이기려 하는 많은 신생 블록체인들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이미 지난 4-5년간 글로벌 크립토 생태계가 이더리움 중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을 첫번째 기반 프로토콜로 정한 뒤 돈키가 마주한 두번째 문제는 가격 오라클의 부재였다. 어쩌면 앞선 문제보다도 더 큰 고민이었다. 국내 3대 거래소에서 인기있는 코인들의 실시간 가격 정보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있어야만 그 가격을 기준으로 담보 가치를 잡고 대출도 해주고 할텐데, 아무리 찾아도 국내 거래소 코인 가격 정보가 블록체인 위에 없었다.

BSC, 매틱, 솔라나, 클레이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더리움 위에도, 멀티 체인을 지원하는 1등 오라클 플랫폼인 체인링크 위에도 없었다. 가상자산이 하루 평균 2-3조원이나 거래되는 거래 강국의 코인 가격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서 불러올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BAT나 DOT 같은 알트코인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BTC나 ETH 같은 메이저 코인조차 한국 시장 가격은 2021년 8월이 되도록 블록체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에 디파이 서비스가 없는 것이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기준 가격이 있어야 그걸 가지고 예치/대출도 하고 보험 가입도 하고 파생상품이나 거래 등 다양한 가상자산 기반 금융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것인데, 블록체인에 중계되고 있는 한국 시장 현재가가 없기 때문에 응용 서비스가 나오기 불가능했다. 수도도 있고 전기도 있어야 그 위에 건물도 짓고 회사도 차리고 하는 것인데, 여기는 아직 수도나 전기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오라클을 직접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가 국내 3대 거래소 코인 가격을 불러와 24시간 거래액을 기준으로 가중 평균값을 만들어 이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1분에 한번씩 모든 코인을 이더리움 메인넷에 업데이트하게 되면 가스비만 월 1억 수천만원이 나가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 정책을 수립했다.

그래서 일정 기간 이상 충분한 평균 거래액을 가진 코인을 중심으로 업데이트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게 아니라 가격이 1.5% 이상 바뀔 때에만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지속적인 정책적, 기술적 조정을 거쳐 가스비는 출시 전 시점인 현재 월 200만원 미만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체인링크 수준의 높은 신뢰도를 갖는 국내 첫 가상자산 가격 오라클이 완성됐다.

렌딩 프로토콜을 만들려다 가격 정보가 없어 오라클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우리만 쓸게 아니라 이렇게 고민하며 만든 오라클을 남들도 쓸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디파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가상자산 거래가 많은 한국 시장 가격 데이터가 필요한 해외 디파이 서비스들도 이 정보가 동일하게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오라클 플랫폼인 체인링크는 가상자산 가격, 유가, 주가, 환율 등 다양한 가격 정보를 매일 블록체인에 중계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데이터는 가상자산 가격 정보다. 아무래도 가상자산 가격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디파이 세계의 수많은 댑(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들이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 가격 정보를 가져올 방법이 거래소를 직접 연결하지 않는 한 오라클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돈키가 운영할 한국 가상자산 시장 가격정보 오라클은 지금까지 클레이스왑 외에 거의 존재감이 없던 국내 디파이 생태계 확장은 물론 글로벌 디파이 시장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인식하고 편입하는데 있어 공용 인프라처럼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쓰는 2021년 8월 11일 기준으로 글로벌 디파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예치금을 가진 댑은 각각 에이브(AAVE, $14.92b)와 컴파운드(Compound, $10.06b)다. 둘다 가상자산을 P2P로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다른 필요한 가상자산을 빌리는 렌딩 프로토콜이다. 왜 렌딩 프로토콜이 디파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일까?

은행은 금융업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디파이 안에서도 P2P 거래소, 파생상품, 보험, 결제 등 전통 금융업을 닮은 여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은행만큼 높은 수익을 내는 금융사가 없듯이, 디파이 역시 모든 응용 서비스의 근간은 예치와 대출인 것이다.

실제 쓰임새를 보면 에이브와 컴파운드 등 글로벌 렌딩 프로토콜들은 다른 디파이 댑들이 연결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공용 인프라로 주로 이용된다. 이는 마치 현실 세계에서 은행에서 일으킨 대출로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파이에서도 다른 댑들이 렌딩 프로토콜을 가장 많이 연결해 여러 응용 서비스를 내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로 볼 때 가상자산 거래액은 아주 크지만 거래되는 코인의 종류는 글로벌 시장과 사뭇 다른 한국의 특수한 시장 상황 안에서 돈키는 앞으로 등장할 여러 디파이 서비스들이 연결하고 참고할만한 핵심 인프라 두가지-렌딩 프로토콜과 가격 오라클-를 먼저 상용화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을 기준으로 8월 11일 하루 거래량 2,625억원에 달하는 토카막네트워크(TON) 토큰은 지난 24시간 동안 한국에서만 99.8%가 거래됐다. 하루 거래량 1조 1,558억원에 달하는 칠리즈(CHZ) 토큰 역시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 한곳에서만 37.7%가 거래됐다. 이런 토큰들은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디파이 시장에서는 거의 어느 곳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돈키는 그 첫 길을 열고 있다.

한국형 디파이 렌딩 프로토콜의 시작이자 유일한 한국 가상자산 가격 오라클로서의 의미를 넘어, 돈키의 등장과 융성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가상자산들이 디파이 시장으로도 그 영향력을 넓히고 토큰의 유틸리티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래는 많지만 글로벌 영향력은 초라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위상 강화에도 직결되는 일이 될 것이다.

  • 돈키팀은 현재 5명이고, 기획자(PM)와 마케터, 디자이너를 새로 모시고 있습니다. 당연히 초기에 합류하는 팀원들에게는 그만큼 의미있는 규모의 토큰이 제공되니, 관심있는 분들은 pyo@chain.partners 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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