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쌓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어떤 일이 금인지 된장인지 똥인지 판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한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모든 일에 똑같이 힘을 뺐다면 약간 더 경험한 지금은 이제 어느 일에 더 힘을 내야하고 어떤 것은 의무방어전만 치르면 되고 어떤건 아예 무시해도 되는지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게 됐다.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나중에 더 경험이 쌓이고 보면 참 우스운 일들도 많이 있겠지. 여튼 아끼는 여러 후배들에게도 괜히 쓸데없이 고생하지 말라고 내가 힘들게 찾은 답을 고스란히 주려고 노력하지만 후배들은 무슨 미운 일곱살이라도 되는 마냥 굳이 필요없다는 일을 하고,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나며, 나가지 않아도 되는 모임에 나가곤 한다. 참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또 그것이 나름대로 나의 과거여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선배들은 후배를 아끼고 생각해서 자기가 어렵사리 배운 것들을 공짜로 알려주려 노력하지만 결국 스스로 깨달은 바가 아닌 한 소 귀에 경 읽기인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 나이에 일을 시작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시간 나에겐 과도하게 많은 선배들과 스승들이 있었다. 지금 후배들처럼 멘토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선배들이 멘토를 자청해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배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땐 참 외골수 기질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말을 잘 안들었다. 사실 말을 못들은 것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이다. 선배들이 무슨 소리하는 것인지 그때 미천한 나의 경험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좋은 배움도 다 놓치고, 흘리고 똑같은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더랬다. 그렇게 5년을 버리고 10년을 허비했다. 지금 14년째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룬 것이 전혀 1원 반푼 어치도 없고, 하루하루가 여전히 전쟁이다. 그렇기에 내 아끼는 후배들이 나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또 내 선배들, 스승들과 똑같이 지름길과 정답을 열심히 피 토하며 말해주지만 후배들은 또 듣지를 못한다. 필요 없는 일에 힘을 빼고 앉았고, 실력 없는 사람에게 답을 구하고 있으며, 얻는게 없는 모임에서 시간을 축내고 있다. 결국에 그것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일이 아닌 모양이다. 결국엔 모두가 똑같이 시간을 쓰고 엄한데 에너지를 잔뜩 쏟아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인 모양이다. 그러고보면 인생이란게 참 재밌다. 절대 요행이 없고 약간 빠른 것, 조금 느린 것이 있을지언정 압도할만큼 빠른 것도, 포기할만큼 느린 것도 또한 없는 모양이다. 그저 제 스스로 고달파보고 깨어져가며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야 배우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설사 전에 이미 배운 것들이라도 나이와 경험을 더 쌓아감에 따라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다. 경이롭다. 내 선배들도 똑같이 그들의 선배들 말을 못알아먹고 고행했을 길이 아닌가. 나 역시 그들의 길을 똑같이 걷고 있고 내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내가 후배들에게 답답하다고 뭐라고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저 그들의 성장을 믿고, 응원하면 그만이다.
새삼 사람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소 귀에 경 읽기’를 실천하신 내 소중한 스승과 선배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그럼에도 이제는 쓸만한 사람이 되었는가 누가 묻는다면 아마 나는 여전히 머뭇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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