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남 무대에 서는 것을 욕하는 사람치고, 막상 자신이 똑같은 무대에 설 기회가 왔을 때 거절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살면서 그런 위선을 정말 많이 본다. 자기는 전혀 그런거 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다가도 막상 같은 기회가 오면 얼른 붙잡는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결국 나도 갖고 싶은 것을 나와 비슷한 사람이 갖게 될 때, 자신은 그것을 원래 갖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비난해야만 자신의 못가짐이 합리화되므로 그리 행동하는 것 같다. 자기가 그것을 취하게 되었을 때는 온갖 미사여구로 자기가 취하는 것은 자기가 욕하던 대상이 취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며 합리화하지만 결국은 원래부터 갖고 싶었던 것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그런 사람들이 꼭 있는데 심지어 그런 사람이 일반인들의 존경도 많이 받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군상의 옹졸함이나 속물근성 같은 것도 느껴진다.
어쨌든 나는 그래서 더욱이 내가 갖고픈걸 먼저 가지고 있는 남을 괜히 비난하지는 않기로 다짐한다. 부러운 것은 그냥 부럽다고 이야기하고 그 사람이 존경받는 것에 비해 실제론 나쁜 사람이라던가, 아니면 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충분히 인정을 하고 비난하지 않기로 한다. 설사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물며 그 사람도 나름의 사정과 고충이 있었을 사람인데, 특별히 예수나 부처같은 삶을 산 것도 아닌 내가 그 사람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비난하지 않기로 한다.
오프라인이던 온라인에서던 간에 남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겉과 속이 한결같은 사람이 잘 없었던 것 같다. 어찌들 그리 자신은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아오셨는지 남이 조금만 실수하거나 튀거나 잘못하면 득달같이 달라 붙어 까기 바쁘다. “소문이 이렇게 저렇게 들리더라..” 열심히 소문을 전파하는 사람을 보면 결국 그 소문의 진원지는 그 사람 자신이다.
속물근성. 결국 다 이걸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진짜로 사회 정의를 위해 남 잘못한 소문을 퍼나르는 사람은 의외로 흔치 않다. (본인은 사회 정의를 위해 그러는 것처럼 포장하겠지만.) 결국은 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먼저 가진 나와 별반 차이가 없는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서 발현된 까내림의 욕구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해서 올라가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아마 앞으로 대단히 청렴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한치의 정의롭지 않음도 있어선 안될 것이고..
물론 곤란에 처한 남들에게 피눈물 주며 말과 처세로써 그 자리에 오른만큼 또 자신의 부도덕함과 부정의함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말과 처세로 합리화하고 갖은 포장으로 적잖은 세월 근사하게 버텨내겠지만 결국 긴 세월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야 세상이 별로 정의롭지 못한 것이겠지만 사람들의 혜안이 그렇게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잘 속이고 그렇게 5년, 10년, 조금 더 길면 한 20년 정도는 스스로 고귀한 ‘척’ 하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상 사이클이 돌고 돌기 때문에 결국 언젠가는 피눈물 주었던 대상들이 올라와 그때 그 시절을 잊지 않고 반드시 다시 찍어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정말 부처나 예수처럼 살고 있지 않다면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도 결국은 자업자득 하지 않을까 싶다. 고로 가급적이면 남 비난 만들지도 전하지도 않고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째깍째깍 사과하고 너무 나대지 않고 균형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 부드럽게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성질 많이 죽었지만 여전히 가끔 욱할 때가 있는데 이것도 더욱 죽일 필요가 있다.
또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와는 무관하게 한국 사회를 산다면 결국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남에게 비난을 받는건 위와 같은 이유로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 같다. 고로 왜 비난하냐고 스트레스 받기 보다는 나는 부처도 아니고 선비도 아닌 그냥 똑같이 실수할 수 있고 똑같은 욕구를 안고 사는 한 평범한 사람임을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때때로 약간의 포장과 편집이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매사에 지극히 솔직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한다.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롱런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솔직함이기 때문에 나는 이 역량을 잘 키우고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위에서 열거한 수많은 한국의 ‘빚좋은 속물’이나 ‘남 까대며 존경받는 멘토’로 슬프게 나이 먹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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