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잘되는 회사들 중에 우리 회사 출신이 나가서 우리 회사 출신들을 참여시켜 좋은 회사를 일군 이들이 여럿 되는데, 그 중 어느 누구에게라도 지나가는 말로나마 “고맙다”는 인사 한번 듣지를 못했다.
내가 일일이 시간과 공을 들여 발굴하고 모은 멤버를 통해 사업을 시작하고 번창시킬 수 있었으면 몇년이나 지나는 동안 빈말로나마 감사의 말 한마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사실 그간 몹시 서운했다. 적어도 나라면 저러지는 않을텐데 하면서..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들 입장이 대부분 이해가 된다. 일단 다들 스타트업이라 지금 앞만 보고 달려도 해피엔딩일지 아닐지 모르는, 그야말로 전력투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는 옆이나 뒤가 보이지 않는 것이 맞다.
오히려 인정 따라 마음 따라 옆도 잘해주고 뒤도 돌아보고 하다보면 그 회사는 제대로 될리가 없다. 남들은 앞만 보고 전력질주 하는데 과정에 도움 준 사람들 일일이 찾아가 챙길 때는 아닌 것이다 지금의 소중한 시간이.
따라서 스스로 거의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돌아보니 나도 그리하지 않았던가. 지금 보면 온전히 내 노력으로 만난 것 같은 사람이나 기회들도 선배들이 좋게 봐주시고 슬쩍 밀어줘 얻은 경우가 적잖았다.
그러나 마음으론 감사해하고 있어도 나도 한 분씩 찾아뵙고 감사인사 드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회사가 그런 마음의 여유를 줄 만큼 안정적이었던 적 없었던 탓도 있고 선배를 일부러 찾아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여간 뻘쭘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연유들로 나도 선배에게 그저 ‘이심전심’만을 바랄뿐 실제로 감사를 따로 전한 적 없기에 후배들의 모습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외부에는 잘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나와 비슷하게 다들 한치도 쉴새없는, 그야말로 아전투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그동안의 서운함이 점차 평화로워졌다. 선배들은 아실까나 생존조차 버거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나의 감사함을. 아마도 다 아시겠지만 언젠가 잘되서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면 꼭 한분 한분 찾아뵙고 옛 이야기 나누며 차 한잔 기울이고 싶다.
그러고보면 이곳에서 오래 일을 하면 할수록 선배들이 거쳐간 감정의 길을 그대로 되짚으며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되고, 후배들의 입장도 내 과정에 반추해 이해하게 되며 조금씩 한 인간으로서 쓸만해질 기회를 얻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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