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선생님 특집을 보다가 마지막에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한 선생님이 “나쁜 선생은 아니었다. 그 정도면 되죠.” 하는데 가슴이 짠했다. 이따금씩 나도 어떤 사장으로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리 나쁜 사장은 아니었다”고 대답한 기억도 났다.
사실 헤어질 때 인격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큰 상처나 미안한 부분 없이 가급적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고 사소한 마음의 앙금도 다 풀고 헤어질 수 있다면 충분히 저리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릴땐 참 못했는데 그렇게 많이 헤어지고 상처 주고 받고 해서인지 요새는 꽤 잘 헤어지는 것 같다. (잘 헤어진다는 표현 자체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만남 뒤엔 언젠가 헤어짐이 있으니 기왕 헤어지는 것은 다시 만날 때 웃을 수 있게 헤어져야 하리라.)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가 더 중요하다.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업무적으로는 믿고 권한을 주며 최대한 모든 조직원과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셋 중 하나라도 잘 안되기 시작하면 상호 믿음에 금이 가고, 결국 셋 다 망가지게 되는데 그럼 그 사람과는 좋았던 과정도, 웃으며 헤어지는 발전적 해체도 만나지 못한다.
그런 연유로, 회사를 떠나거나 다른 회사로 가고 나서 비로소 “그 사장이 나쁜 사장은 아니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사장으로서 최고의 찬사다. 과정이든 헤어짐이든 비교적 적절했어야 들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돌아보면 특별한 경영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나가는 그 순간까지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정중하게 헤어졌는가 그것이 다였던 것 같다.
그 별거 아닌 것을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제도나 시스템, 평가나 복지, 온갖 사족으로 풀고자 했던 것 같다. 핵심은 그냥 마주보고 5분 “그동안 힘들었지? 정말 미안해. 다음에 다시 만나자”하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는데 그 시간이 어려워 나이 더 많은 이사들에게 맡기고 뒤에 숨기도 참 많이 숨었다. 정말로 한심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다 솔직하게 말하고 다음에 다른 곳에 가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가급적 정확하고 실랄하게 얘기해준다. 하지만 악의는 전혀 없다. 오로지 그 사람의 성장만을 생각한다. (사실 살다 보면 내 부족한 부분을 따끔히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점점 더 없어진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근속 연수도 늘고, 떠나서도 회사 생각들을 많이 해준다.
결국 회사의 조직관리가 다른게 아니라 그냥 인간 관계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경영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오만한 일이자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내부 직원의 실제 느낌 사이에 큰 괴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나도 아직 다 터득했다 말할 수 있을만큼 훌륭한 사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쁘진 않았던 사장으로 잔잔히 기억될 수 있도록 조금씩 배우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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