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의 크립토밸리 탐방기 (2) – 블록체인 회사들은 왜 스위스에 둥지를 텄나?

<한국의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표철민 대표가 지난 2017년 8월 ‘블록체인의 성지’로 불리는 스위스 크립토밸리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4화에 걸쳐 소개합니다. 10월 7일(토) 1화를 시작으로 10일(화) 2화, 13일(금) 3화, 16일(월)에 마지막화가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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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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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nport사를 방문했다. 이더리움 기반의 자산운용 Dapp(탈중앙화된 앱)을 개발하는 회사다. 올 2월에 ICO를 통해 227,000이더를 모았다. 그때 당시엔 35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773억원 가치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Zug 시내의 완전 깨끗한 호텔 건물에 막 새로 입주를 마친 뒤였다.

대부분의 크립토 재단들이 Zug에 재단 주소만 두고 실제로는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반면 Melonport는 모든 팀이 실제로 Zug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로 CTO(사진 가운데) 고향이 Zug란다. CTO가 스위스에서도 매우 들어가기 어렵다는 연방공대를 갓 졸업한 20대로, 사진 맨 우측의 CEO 말에 의하면 “He’s a genius”란다. CEO가 금융권 출신이라 둘이 의기투합해 자산운용 Dapp을 만들게 되었다.

아직 공개가 안된 개발중인 Dapp을 보여주었는데 완성도가 괜찮았다. 백서에서 밝힌 일정대로 모든 플랫폼을 탈중앙화 해놓은 후 팀 모두 떠날거라고 했다. 굉장히 쿨한 마이드다. “그래, Dapp 개발은 이렇게 해야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최근에 EOS를 만드는 Block.one 팀 역시 ‘우리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만 개발할거지 블록체인 자체를 런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Block.one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EOS가 아니라 무슨 EOS가 되었든 ABC가 되었든 전혀 다른 블록체인을 런칭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탈중앙화의 철학에 철저히 부합하는 이런 생각들은 한편으로는 너무나 멋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이 분야가 앞으로도 계속 엄청난 혼란에 직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혼란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넷 초기에도 혼란은 언제나 있어 왔다.

난 지금 블록체인 기술이 ‘1999년의 인터넷’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혼란 그 자체고 앞으로 정리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충돌과 변화, 필요한 자와 불필요한 자가 생기며 점점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너무 자연스런 순서고 순환이다. 지금은 초기 발명기를 지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태동기다.

태동기 뒤에는 경쟁력을 잃은 수많은 먼지와 점들이 서로 살기 위해 합종연횡을 이룰 것이다. 앞으로 1~2년은 훨씬 더 정신없는 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그 안에는 버블도 좀 더 낄 것이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다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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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g는 이런 모습이다. 스위스의 볼품없는 소도시를 상상했지만 실은 은퇴 후 살러오는 부촌이라고 한다. Zug 호수를 끼고 있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스위스는 참고로 독립적인 입법/사법권을 갖는 26개의 주가 연방을 이루고 있는 나라다. Zug시(City of Zug)는 Zug주(Canton Zug라고 불린다)의 주도다.

왜 스위스가 크립토를 선제적으로 받아줬는가가 이번 출장 최대의 화두였다. 결론은 정치 구조에 있었다. 스위스는 완벽한 지방자치제로 주 정부와 협상을 해서 세금도 깎을 수가 있단다. 저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협상이란다. 주마다 법인세/소득세율이 다 다르고 심지어 회사마다/사람마다도 협상 결과에 따라 다 다르다.

비트코인스위스의 Niklas 사장이 스위스에 비트코인을 ‘비즈니스’로서 처음 소개했는데 왜 Zug를 택했냐고 했더니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냥 ‘왠지 Zug가 Business friendly해 보여서’ 여기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 이후 비트코인스위스가 사업을 꾸준히 해나가자 ‘여기서 비트코인 사업해도 되는구나’ 하고 비트코인 관련 회사들이 왕창 모여 들어 7년만에 이른바 ‘크립토 밸리’가 형성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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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Crypto Valley Association(CVA, 크립토밸리협회)의 임원으로 현재 B2B 물류에 쓰이는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스위스를 따라 Zug에 자리를 잡은 비트코인 회사들이 작년에 모여 크립토밸리협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단다. 현재 총 8개 분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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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크립토밸리협회의 홍보분과장이다. 현재 세계적인 금융정보 판매 회사인 Thomson Reuters에서 블록체인을 위한 현실세계의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Oracle(현실세계의 데이터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과 Dapp(탈중앙화된 앱)으로 중개/전달해주는 분야를 통칭해 블록체인 세계에서 ‘오라클’이라고 부른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총괄이기도 하다. 톰슨로이터의 글로벌 본사가 Zug시에 있다.

크립토밸리협회의 8개 분과들의 활동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굉장히 활동적인 협회다. 우선 타 국가, 지역에서 온 회사/직원들을 위한 정착 지원을 하는 분과가 있다. 주거부터 세금, 아이들 학교 문제까지 정착 선배로서 1:1로 붙어 여러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그 밖에 이벤트 분과에서는 External/Internal로 나뉘어 세미나/연례 컨퍼런스/월례 밋업을 운영한다. 홍보 분과에서는 국내외 미디어 소통을, 정부 소통을 담당하는 분과와 멤버들간의 협력을 돕는 분과도 있다.

심지어는 Chapter Generation이라고 하여 크립토밸리를 Zug시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시에 전파하는 분과도 있었다. (혹시 크립토밸리의 한국 유치에 관심이 있으신 우리나라 지자체 관계자분이 있으면 위 페이스북 페이지 메세지를 통해 필자에게 연락주세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활동들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끈끈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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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Zug 주정부를 찾아갔다. 다음화에서 왜 블록체인 회사들이 스위스에 둥지를 텄는지 그 답을 마무리해 본다.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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